(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교육부가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들어갈 때 적용될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와 한국사 과목을 공인시험으로 대체하고 평가 방식도 9등급 절대평가로 바꿔 변별력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인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26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강민정·도종환·문정복 의원, 교사노동조합연맹,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좋은교사운동,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의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수능이 지금처럼 강한 변별력을 유지하는데도 내신은 전 학년 절대평가를 한다면 특목고와 자사고 붐이 다시 일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절대평가 방식의) 새로운 내신이 도입되면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선택과목 유형이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심화 선택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학교가 이익이며 이에 따라 학교의 교육과정만 고려할 때 특목고와 자사고가 유리해진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수시모집을 폐지하고 새로운 정시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학별로 학생부, 내신, 수능, 면접 등 전형 요소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조합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서 접수 시스템, 지원 횟수, 전형 구성과 등록 기간 등을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수능에 대해서는 ▲ 선택과목 없이 공통응시 ▲ 응시영역 축소 ▲ 시험시간 확대 ▲ 9등급 절대평가 체제 ▲ 인문 영역 논서술형 문항 출제 등의 도입을 제안했다.
영어와 한국사는 공인인증시험으로 대체하고 인문·수학·과학 등에 대한 수능 시험 시간을 늘리고 문항 수는 줄여서 수능이 초기에 지향했던 교과 융합적 사고력 중심 문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 1학년 공통과목만 수능 응시 영역으로 넣고 1년에 수능을 재차 치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 1학년 때는 공통과목을 듣고 2학년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데 선택과목에 수능 과목도 포함이 되어 있다면 온전히 자신의 흥미로만 과목을 고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정열 교사노조연맹 정책위원은 "1학년 공통과목(국어, 영어, 수학, 공통과학, 공통사회, 한국사)으로 (수능) 응시영역을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2·3학년 시기에는 흥미를 붙이기 어려운 교과 수업을 의무로 수강하기보다는 자신의 관심 분야에 따라 심화학습 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수능 실시 시기도 1학년 말이나 겨울방학 시기로 바꾸고, 2학년이 되기 전 필요한 최저등급을 확보해 선택과목을 수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재수생에게는 연 4회 이상 수능을 응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염재호 태재대 총장(전 고려대 총장)은 "저도 고려대에서 총장을 할 때 (학생) 85%를 심층 면접으로 뽑았다. 수능은 보지 않았다"며 "수능 성적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지방 작은 곳에서 뛰어났던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와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봤을 때 교육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성이 중요한 것인데, 국가는 수능 한 가지 시험으로만 뽑고 있다"며 "검정고시에서 100점을 맞은 학생이 그 과목을 제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수능이나 검정고시는) 그냥 퀄리피케이션(자격증)이다. 무조건 줄 세우기로 수능만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이제 끊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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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sf@yna.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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