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 이경우(36)가 북파공작원 출신이라는 사실이 사건 공판 중에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24일 주범 이경우·황대한(36)·연지호(30)와 범행을 공모한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 등 7명에 대한 2회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올해 1~3월 피해자 A씨를 감시·미행하면서 동선을 파악해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이씨에게 "이경우가 북파공작원 출신이라는 건 아느냐. 이경우가 훈련도 받았다면 직접 (범행을) 하거나 넷이서 같이 하면 됐는데 왜 직접 하지 않았는지 아느냐"고 질문했다. 군에서 특수 훈련을 받은 이경우가 스스로 A씨를 직접 납치·살해하지 않고, 황대한과 연지호에게 범행을 하게 한 이유에 대해 아는지를 물은 것이다.
이씨는 "북파공작원이었다는 것은 예전에 들었다"면서도 "이경우가 범행 계획을 주도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다만 그는 "피해자를 미행하기 위해 집 앞에서 대기하다가 황대한에게 '이제 집에 가도 되냐'고 물으면 황대한이 '이경우에게 물어보겠다'고 해 대답을 기다렸다"고 했다.
검찰은 또 이씨와 연지호의 통화 녹취 중 '범행이 탄로날 경우 해외로 도망가야 한다'는 취지로 한 연지호의 말에 이씨가 "살인이란 증거가 없지 않냐"고 대답한 부분을 들어 "처음부터 주범 3인조와 함께 살인을 모의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씨는 "헛나온 말인 것 같다"며 "A씨를 납치해 코인을 빼앗으려 했을 뿐, 살해하기로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계속해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연지호가 이씨에게 "차량 렌트를 시킨 후 대전으로 넘어가면 땅 파서 바로 하려고 했다"고 말한 녹취에 대해서도 피해자를 납치·살해한 뒤 매장하려 한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처럼 A씨의 다리를 땅속에 묻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협박하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또 범행 이전에 황대한, 연지호와 함께 피해자가 암매장된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을 둘러본 이유를 묻자 "그냥 둘러보려고 갔다", "범행에 이용될지 몰랐다", "연지호의 선산이 있다며 같이 가자고 해서 갔다" 등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경우 등 3인은 지난 3월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 A씨를 납치·살해 후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이경우는 A씨와 원한 관계에 있는 유상원·황은희 부부에게 착수금 7000만 원을 받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으며, 범행 후 A씨가 가진 암호화폐를 가로채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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