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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예능 밈(meme) '송은이 대극노'. |
ⓒ MBC |
수년째 솔로들의 심금을 울리는 예능 명장면, 일명 '송은이의 극대노'다. 2015년 MBC <무한도전>은 싱글남녀를 커플로 이어주는 특집 '로맨스가 필요해'를 진행했다. 하필, 초대된 이들은 함께 옷 벗고 반신욕 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 그렇다고 사람으로서 싫은 건 아니라니 MC는 연애를 부추긴다. 그러자 송은이의 명언이 터졌다.
"그거랑은 다르지, 임마! (사람) 좋다고 다 사귈 수 있어?"
솔로라고 아무랑 사귀고 싶은 건 아니다. 연애를 원치 않거나 좋은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걸지 모른다. 애인이 없다고 취향이 없는 게 아닌데 왜 '솔로'라면 동의 없이 타인과 이어주는 걸까. 지난 20일에 방영된 tvN <댄스가수 유랑단>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원치 않게 성사된 '핑크빛 기류'는 모두에게 당황스러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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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댄스가수 유랑단> 관련 이미지. |
ⓒ 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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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댄스가수 유랑단> 관련 이미지. |
ⓒ tvN |
지난 20일 방영된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엄정화, 김완선, 이효리, 보아, 화사는 양양 전통 시장에서 무대 의상으로 활용할 옷과 소품을 찾았다. 출연진들은 시장 상인, 방문객과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며 일상 속 소소한 재미를 보여주었다. 이때, 신발을 팔던 한 상인이 "내가 돈 벌어서 장가를 가야 하는데"라고 말했고 이효리는 엄정화에게 즉석 소개팅을 제안하였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엄정화는 현기증을 느낀 듯 쓰러지는 연기로 거절을 표했다. 카메라로 촬영 중인 데다 당사자가 눈앞에 있기에 더욱 당황한 모습이었다. 비록 장난스러운 제안이었지만, 결혼하고 싶다는 상인의 말에 엄정화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 소개팅을 여는 상황은 유쾌하지 않았다.
해당 상황은 <댄스가수 유랑단>만의 일이 아니다. 흔히 예능에서 누군가 '솔로'라고 밝히면, 다른 '솔로'와 갑자기 엮어주며 작위적인 러브라인을 만들거나 즉석 소개팅을 여는 건 익숙한 풍경이다. '솔로'라면 언제든지, 누구와든 연애할 마음이 있다는 오해가 빚어낸 선의일까. 새로운 커플이 탄생했다며 신나 하는 주변 분위기와 달리, 어색한 표정의 '솔로'를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는 삶
좋은 마음에서 시작된 행동이라도 누군가에겐 당혹스러울 수 있는 법. 낯선 타인과 갑자기 '즉석 소개팅'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삶. 혹은 연애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유를 묻지 않고, 이를 해명할 필요 없는 삶. 홀로 살아가는 사람에겐 애정 어린 무관심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고 혼자인 지금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마다의 상황과 취향을 견고하게 채우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더는 연애가 필요할 거라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혼자여도 행복한, 혼자라서 완전한 삶은 바라만 봐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