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1074402?type=journalists
제 와이프는 초등교사입니다. 연애때부터 학교 이야기를 참 많이 했어요. 이런 애가 있다 저런 애가 있다 얘는 나를 은근(?) 좋아하는 것 같다. 재밌는 여자구나, 참 웃음이 많구나, 긍정적이고 밝은 매력에 결혼까지 하게 됐습니다.
올해는 반에 분노 조절이 안되는 아이가 한 명있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처음엔 그래봐야 욕좀하고 소리지르고 물건이나 집어던지는 그런 남자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개학 이틀차 화가 나서 밥먹던 여자애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며칠 뒤엔 남자애를 때리고 발로 밟고 그 다음주엔 남자애를 때려서 막았더니 제 아내를 때리더군요.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었습니다. 더 황당한건 부모에게 전화했지만, 미안하다 괜찮으시냐는 말 한 마디 없었단 겁니다. 우리 애가 소리에 민감하다. 혹시 싸움을 말리려다 그런건 아니냐는 둥 별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요.. 아내는 괜찮다 했지만, 그 이후 정신과를 다니고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힘들면 병가내고 몇 달 쉬라고 했지만, 아직 3월이고 예쁜 아이들도 많다며 아내는 더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항상 아침이면 짐을 한보따리 챙겨 학교에 갔습니다.
초코파이 먹으며 시를 짓겠다
레몬청으로 에이드를 만들며 비율을 공부한다
고래밥에 어떤 생물이 제일 많은지 그래프를 그리겠다
무슨 공부를 다 먹을걸로 하는지, 얼마되지도 않는 월급을 다 학교에 쓰는구나 싶었습니다. 또 어느 날은, 회사에서 가져간 밀도식빵을 먹어보고는 다음주에도 가져올 수 있냐고 묻더군요. 그렇게 맛있냐고 했더니, 아침 안먹고 오는 아이들에게 주고싶답니다. 그냥줘도 될걸 아내는 토스터기와 쨈까지 사가서 굽고 발라줬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 녀석은 계속 친구를 때리고, 제 아내에게 개OO, 인성OOO라며 욕하고 어떤 날은 기분이 나쁘면 아동학대다, 또 기분이 나쁘게 하면 신고하겠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영어시간이니 영어실에 가야한다고 말한 것 뿐인데, 정 힘들면 출석체크하고 교실에 와서 쉬라고 까지 얘기했다는데 대체 무슨 심사가 꼬여 기분이 나쁘다는건지 당최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이해조차 하고 싶지않았죠. 게임 유튜브를 보여달라느니, 수업에 안가게 해달라느니 되지도 않는 걸 요구해놓고 안된다고 하면 욕을 하고 교실 여기저기를 쿵쿵 치며 불만을 표출하는 그 녀석에게 왜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건지. 교장실에 전화해 따지고 싶었지만, 아내 성격상 그런 일은 불편해할걸 알기에 참았습니다.
아내는 그런 막돼먹은 녀석에게도 마음을 열어보겠다며 색연필세트와 스케치북을 사주었습니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한대나 뭐래나.. 걔가 체스를 좋아한다고 체스를 사가고 같이 해줘야하니까 체스를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아내는 항상 괜찮다고 다들 많이 도와주신다고 말했고, 저도 회사일이 바빠 한두달 전보다 신경쓰지 못했습니다.
6월의 마지막 금요일이었습니다. 아내에게 전화가 왔고 한참을 울다가 그 녀석에게 맞았다고 하더군요. 학기 초 선생님과 친구들을 때려 주2회 배정된 상담수업시간이 있는데, 체육시간과 겹쳤고 그 시간을 안 바꿔줬다고 때린겁니다. 다음 주에 상담시간 아닐 때 체육 한번 더 하게 해준다고까지 말하며 설득했는데 통하지 않았고 아내 책상위에 있던 책을 집어던지더랍니다. 어디다가 책을 던지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어쩌라고 개OO야 라며 욕을 하고, 왜 또 욕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럼 때려줄까? 라고 했답니다.
순간 3월에 기억과 함께 두려움이 엄습한 아내는 만약에 선생님을 또 때린다면, 나는 고소할 지도 모른다 고소하겠다고 말했고 그때부터 160초반 70-80kg의 덩치있는 남자아이에게 들어던져지고, 주먹질, 발길질을 당한 것입니다. 살아야겠다 싶어서 계속 맞아가며 전화기를 잡으러 가니, 가위를 던졌다고. 이거.. 특수폭행 아닌가요? 순간 화가 뻗쳤습니다. 잘해준 건 하나도 기억못하고 지가 해달란거 안해준다고 사람을, 선생님을 그렇게 패는 애가 어딨나요. A4사이즈만한 탁상거울도 던졌답니다.
아내는 그 상황에서도 , 요새는 소리지르면 정서적 학대라는 말을 어디서 들어서 소리도 못 지르고 머리만 감싼 채 참았다고 합니다. 무슨 그런 바보같은 말이 다 있냐고, 그게 왜 학대냐고.. 요새 교사들의 현실이 다 이런건지 한숨이 나서 화도 못 내겠더군요.
급하게 시간 연차를 쓰고, 아내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코피가 나고 부은 얼굴, 얼굴과 팔 다리의 멍, 찢어진 입 안, 반깁스를 한 손. 머리와 왼쪽 목, 허리가 너무 아프다는 아내는 전치 3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실 아내는 3월에 맞고 나서부터 종종 그 아이가 또 때리면 어떻게 할지 상상했다고 합니다. 상상 속에선 쿨하게 112에 신고했는데, 현실에선 그렇지 못했다고..
하루 이틀 지나자 멍은 여기저기 더 올라오고, 2-3일은 몸이 욱신거린다며 누워만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토닥거리며 안아주려는 찰나 아내는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뭔가 잘못됐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이 닿으면 맞을 때의 느낌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오빠인거 아는데, 오빠 손길인데 내 몸에 손이 닿는게 너무 불편하고 긴장된다고 지독하게 싫은 기분이 든다고.. 다시 한 번 분노가 차올랐습니다. 왜 그딴 녀석때문에 우리의 신혼생활이 슬프고 힘들어야 하는지..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연신 미안해하는 아내를 저는 안아줄 수 조차 없었습니다.
주말 내내 아내는 학교 꿈을 꾸다 잠에서 깨어 흐느꼈습니다. 함께 찾아 간 병원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우울증세, 불안장애 등을 진단받았습니다.
아내는 참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눈물이 많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빨래를 개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때리던 그 아이의 표정이 떠오른다고, 물건이 널부러지고 깨진 유리조각으로 엉망이 된 자리가 떠오른다고 갑자기 눈물을 흘립니다. 학교생각이 나면 눈물이 나는건지 클래스무슨어플로 다른 아이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애들을 내버려두고 온 것 같아 미안하다며.. 하루에도 몇번을 울다울다 지쳐 누워있고, 정말 도통 뭘 잘 먹질 않습니다. 잠 못자고 밥 못먹고 울기만 하는 아내는 매일 눈이 붓고 야위어만 갑니다.
그런데도 그 부모는 전화한통 없네요. 학교에 전화해보니 학교엔 전화가 왔었다고 합니다. 미안하긴하다는 말로 시작했지만 우리 애 탓만은 아니다. 선생님도 잘못이 있다고 했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눈이 돌았습니다. 이 집은 안되겠다. 용서가 안되겠다. 같은 반 친구를 때렸다고 아내가 전화할 때마다 말리려다 그런 것 같다느니 소리에 민감하다느니 그런 말을 늘어놓았다고 하는데, 딱 그 모양새.. 제대로 된 반성이 없는 이 집.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평생 제 아내 탓이라고 말하고 다니겠구나, 그 장면이 상상되어 아주 치가 떨립니다.
학교에서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다는데, 아주 한참 뒤에 열리더군요. 성인도 3주쯤 지나면 기억하는 부분이 적은데, 초6은 어떨지.. 뭐가 그렇게 오래걸리는지 따졌지만 절차랍니다. 처음엔 제 전화를 받던 교장도 이젠 받지 않습니다. 다행히 아내 주변에는 좋은 동료들과 든든한 부장님들이 계십니다. 아내는 힘들 수 있다며, 제게 이런저런 방법을 해보라고 알려주시고 도움받을 수 있는 곳도 찾아봐주시고.. 너무 감사하게도 몇몇분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차별을 해서 그랬다며 끝까지 제 아내탓을 하는 그 집 부모에게 너무 화가 납니다. 최근까지도 졸업앨범 촬영 때, 소품을 챙겨오지 않은 그 아이에게 사비들여 산 소품을 챙겨주며 이거 들고 찍으면 더 예쁘지 않을까? 라며 신경써주던 아내의 마음은 다 잊으셨나봅니다.
법 앞에서 그 부모와 학생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길 바랍니다.
https://naver.me/xTSab8fQ
탄원서
https://form.office.naver.com/form/responseView.cmd?formkey=ODBmMmIwYTUtNWQ1Zi00Y2RhLTkyMjYtMzE3NDdiMDUzMTE0&sourceId=url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