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소방서 119안전센터를 둘러싸고 수도권의 한 신도시 아파트 입주민과 119대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소방차, 구급차가 사이렌을 켜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것을 두고 길 건너 아파트 주민들이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고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주민들은 ‘소방서는 혐오시설’이라며 사이렌을 끄고 출동할 것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수원소방서 이의119안전센터(이의소방센터) 맞은편에 있는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는 센터를 찾아 소음 완화 방안을 요구했다. 입주자 대표회는 지난 5월 25일 문을 연 이의소방센터의 출동 사이렌을 소음 공해로 규정하며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7일 입주자 대표회 측은 “혐오시설 설치에 대한 부당성을 토로하고 집단 시위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의소방센터는 광교신도시 중심부인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신도시 주민 약 12만 명의 안전과 생명을 담당하는 유일한 소방 시설이다. 하루 10~11건의 응급 출동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신도시 내 한 길가를 지나다 쓰러져 호흡곤란 상황을 맞은 70대 노인을 이의소방센터에서 긴급 출동한 119 대원들이 구조하기도 했다.
이런 소방서 본연의 업무에도 불구하고 유독 A아파트 주민들이 강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어 소방센터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주민들은 “소방센터를 빠져나갈 때 사이렌을 켜지 말고 달리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수원소방서는 “‘골든타임’이 가장 중요한 재난 상황 현장으로 출동할 때는 소방차와 구급차가 사이렌을 켜고 달리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소방기본법 21조에도 ‘화재진압·구조·구급 활동을 위해 출동·훈련 시 필요할 때 사이렌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주민 항의에 이의소방센터 119대원들은 크게 상심한 분위기다. 이의소방센터의 한 119대원은 “사명감을 갖고 위기에 놓인 주민들을 구하고자 매일 출동하는 것을 두고 주민들이 모욕하는 것 같아 의욕이 꺾인다”며 “앞으로 긴급상황 발생 시 어떻게 출동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공공의 안전을 고려해 적법절차를 통해 이의소방센터가 들어선 것”이라며 “일선 소방서의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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