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원하는 죽음의 모습이 있다. 대다수는 자택이나 병원 임종실에서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이미지를 상상한다. 산이나 들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듯 눈감고 싶은 사람도 있고 자는 도중에 떠나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한국인의 죽음은 대체로 비슷하다.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단 채 연명의료를 받다가 사망한다.
연명의료 전까지는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거나 임상시험에 참여한다. 죽음을 수용하고 두려움을 극복할 기회는 온데간데없다. 모두가 겪는 죽음이 조금더 ‘존엄’해지려면 개인적,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집에서 죽으면 경찰 조사, 국민 75% 병원 임종
과거에는 생애말기 환자가 자택 임종을 원한다면 의료진이 방문해서 사망진단서를 써주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호자의 의사에 따라 생애말기 환자를 퇴원시킨 의료진들이 실형을 받게 된 일명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병원이 낫지 않은 환자를 퇴원시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퍼졌다. 해당 사건의 최종심은 2004년에 나왔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비율이 자택에서 임종을 받는 비율을 역전했다. 2016년부터 국민 4명 중 3명은 의료기관에서 사망한다.
권승연 교수는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병원에서 마지막까지 치료를 시도하는 비율이 늘었고 일련의 사건 이후 의료기관은 법적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최대한의 의료를 적용하기 시작했다”며 “생애말기 환자가 어디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은지는 고려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모로 가도 종착지는 응급실 아니면 중환자실
문제는 별다른 질환이 없더라도 쳇바퀴가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원래라면 자연스럽게 사망했을 노인이라도 일단 요양시설에 맡겨지면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질 수밖에 없다. 박중철 교수는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시설에서 사망하면 자택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사망진단서가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결국 노인이 자연스러운 노쇠로 밥을 못 먹어도 임종 돌봄이 적용되는 게 아니라 응급실로 옮겨서 연명의료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이나 시설에 있는 기간이 길어지니 가족들의 부담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7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의 사망 전 1년 동안의 평균 진료비는 1595만1000원이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간병 및 돌봄 부담은 투병 기간에 따라 다르다. 말기암은 임종까지의 기간이 3~6개월이지만 치매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안락사도 중요하지만 죽음에 대한 이해부터…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금 더 근본적인 틀에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을 대하는 인식과 문화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중철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삶과 성공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보니 인생의 후반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며 “이러다 보니 정부도 성공적인 삶을 위한 경쟁 과정을 어떻게 제공할지만 얘기하지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북유럽이나 일본 등에선 만족한 상태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데에 관심을 갖는 문화가 있다”며 “정부도 이에 발 맞춰 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재고하고 그들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연명제를 받지 않게끔 하는 제도들이 이전부터 논의됐다”고 말했다.
권승연 교수는 “지금과 같은 문화에서 생애말기 환자와 보호자들은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면 잘 안 됐을 때, 임종이 코앞에 닥쳤을 때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당황하고 혼란스럽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또 “호스피스 병동에서만 죽음과 임종에 대해 교육할 게 아니라 그보다 이전부터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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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삶과 성공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보니 인생의 후반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정부도 성공적인 삶을 위한 경쟁 과정을 어떻게 제공할지만 얘기하지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만 죽음과 임종에 대해 교육할 게 아니라 그보다 이전부터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구구절절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