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삶의 종착지는 응급실 아니면 중환자실… 당신의 죽음, 비참할 가능성 큽니다
54,563 206
2023.07.02 23:11
54,563 206


사람마다 원하는 죽음의 모습이 있다. 대다수는 자택이나 병원 임종실에서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이미지를 상상한다. 산이나 들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듯 눈감고 싶은 사람도 있고 자는 도중에 떠나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한국인의 죽음은 대체로 비슷하다.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단 채 연명의료를 받다가 사망한다.

연명의료 전까지는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거나 임상시험에 참여한다. 죽음을 수용하고 두려움을 극복할 기회는 온데간데없다. 모두가 겪는 죽음이 조금더 ‘존엄’해지려면 개인적,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집에서 죽으면 경찰 조사, 국민 75% 병원 임종



안타깝게도 좋은 죽음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임종을 스스로 정리하는 자기 결정권부터 오리무중이다. 한국인은 연명의료 없이 자택에서 임종을 맞고 싶어 하지만 어렵다. 사망진단서의 사망 원인엔 세 가지가 있다. 병사(자연사), 외인사, 기타 및 불상이다.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려면 병사여야 한다. 외인사나 기타 및 불상이면 사건, 사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찰이 조사해야 한다. 병사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의사의 진단서 아니면 사는 동네의 통장 및 이장의 증언이 필요하다. 통장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인 지금, 병사라는 사실을 증명할 사람은 의사밖에 없다.

과거에는 생애말기 환자가 자택 임종을 원한다면 의료진이 방문해서 사망진단서를 써주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호자의 의사에 따라 생애말기 환자를 퇴원시킨 의료진들이 실형을 받게 된 일명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병원이 낫지 않은 환자를 퇴원시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퍼졌다. 해당 사건의 최종심은 2004년에 나왔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비율이 자택에서 임종을 받는 비율을 역전했다. 2016년부터 국민 4명 중 3명은 의료기관에서 사망한다.

권승연 교수는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병원에서 마지막까지 치료를 시도하는 비율이 늘었고 일련의 사건 이후 의료기관은 법적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최대한의 의료를 적용하기 시작했다”며 “생애말기 환자가 어디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은지는 고려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모로 가도 종착지는 응급실 아니면 중환자실



최대한의 의료는 역설적이게도 환자의 고통을 키웠다. ‘최빈도 죽음의 쳇바퀴’라는 개념이 있다. 연명의료에 대한 영국 의사 데이비드 재럿의 표현이다. 현대 사회에서 한 사람이 노화나 질병으로 신체적·정신적 기능 저하를 겪으면 요양시설을 찾는다. 거기서 거의 결박당한 상태로 치료받다가 섬망이나 감염병이 찾아오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진다. 상태가 더 나빠지면 연명의료를 받고 호전되면 다시 요양시설로 옮겨진다. 이 굴레는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반복된다.

문제는 별다른 질환이 없더라도 쳇바퀴가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원래라면 자연스럽게 사망했을 노인이라도 일단 요양시설에 맡겨지면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질 수밖에 없다. 박중철 교수는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시설에서 사망하면 자택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사망진단서가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결국 노인이 자연스러운 노쇠로 밥을 못 먹어도 임종 돌봄이 적용되는 게 아니라 응급실로 옮겨서 연명의료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이나 시설에 있는 기간이 길어지니 가족들의 부담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7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의 사망 전 1년 동안의 평균 진료비는 1595만1000원이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간병 및 돌봄 부담은 투병 기간에 따라 다르다. 말기암은 임종까지의 기간이 3~6개월이지만 치매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안락사도 중요하지만 죽음에 대한 이해부터…



돌봄 부담이 존속살해의 주요 원인이 되자 안락사를 요구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2021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 연구팀이 국민 1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76.3%가 안락사 입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사망하게 하는 건 국내에서 불법이다. 다만 지난해 6월, 생애말기 환자가 약을 처방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하는 걸 합법화하는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지만, 좋은 죽음에 관한 법적 논의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금 더 근본적인 틀에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을 대하는 인식과 문화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중철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삶과 성공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보니 인생의 후반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며 “이러다 보니 정부도 성공적인 삶을 위한 경쟁 과정을 어떻게 제공할지만 얘기하지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북유럽이나 일본 등에선 만족한 상태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데에 관심을 갖는 문화가 있다”며 “정부도 이에 발 맞춰 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재고하고 그들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연명제를 받지 않게끔 하는 제도들이 이전부터 논의됐다”고 말했다.

권승연 교수는 “지금과 같은 문화에서 생애말기 환자와 보호자들은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면 잘 안 됐을 때, 임종이 코앞에 닥쳤을 때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당황하고 혼란스럽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또 “호스피스 병동에서만 죽음과 임종에 대해 교육할 게 아니라 그보다 이전부터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https://naver.me/FxXTgTOy



"우리나라 사람들은 삶과 성공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보니 인생의 후반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정부도 성공적인 삶을 위한 경쟁 과정을 어떻게 제공할지만 얘기하지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만 죽음과 임종에 대해 교육할 게 아니라 그보다 이전부터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구구절절 공감....

목록 스크랩 (1)
댓글 20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바이오힐 보 X 더쿠💙] 건조함에 지쳤나요? 네! 바이오힐 보 #급쏙수분듀오 <바이오힐 보 #히알셀™ 하이드라 2종> 체험 이벤트 336 07.01 51,461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 13:57 7,293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156,152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814,956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835,63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102,714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375,36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9 21.08.23 3,982,00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5 20.09.29 2,926,23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4 20.05.17 3,573,46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8 20.04.30 4,133,63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614,23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48422 이슈 어쩌다보니 잘못 알려지게된 게임 규칙 17:56 19
2448421 이슈 살다살다 같이 엠씨하는 타그룹 멤버 프레임으로 찍는 애 처음 봄.x 2 17:54 616
2448420 유머 햄 새밍턴 아들들인 윌리엄 벤틀리 근황 4 17:53 800
2448419 이슈 문가영 인스타 업뎃 1 17:52 479
2448418 이슈 송일국 "♥판사 아내, 30분마다 어플로 위치추적…오기로 만났다" 36 17:50 2,772
2448417 이슈 새벽에 핫게간 해투 대행사 플미 좆목질 등 논란 관련 입장문 나옴 4 17:50 831
2448416 유머 연봉을 2배로 줘도 좋으니 일을 4시간만 하고 싶다.. 42 17:44 2,349
2448415 이슈 방송에서 반존대 사용하는 오디션 프로 참가자.jpg 9 17:42 1,554
2448414 유머 불도 못 붙이는 쓸모없는 라이터 5 17:38 691
2448413 유머 오타쿠식 독서법.jpg 34 17:38 1,778
2448412 유머 모든 사진 다 잘 받아 먹는다는 안소희.jpgif 10 17:38 1,943
2448411 이슈 다이소 신상 수영템.jpg 80 17:35 8,841
2448410 이슈 레인부츠 귀욤뽀짝하게 신은 솔로가수 규빈 뮤직뱅크 출근길.jpg 2 17:34 837
2448409 유머 이제 루이싱 모델까지 ㅋㅋㅋ 루이바오🐼 13 17:34 1,937
2448408 이슈 영탁 소속사 아티스트 권리침해 법적 대응 안내 7 17:32 528
2448407 이슈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17만 관객 돌파 18 17:31 1,057
2448406 이슈 격리 들어가기 며칠 전 할부지한테 장난치는 푸바오 7 17:31 2,001
2448405 이슈 강혜원 인스타 업뎃 3 17:30 606
2448404 이슈 뉴진스 뮤뱅 NEXT WEEK 40 17:30 1,613
2448403 기사/뉴스 '토마토 주스' 조롱 쪽지 남긴 20대 남성 자수 159 17:28 12,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