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삶의 종착지는 응급실 아니면 중환자실… 당신의 죽음, 비참할 가능성 큽니다
54,431 206
2023.07.02 23:11
54,431 206


사람마다 원하는 죽음의 모습이 있다. 대다수는 자택이나 병원 임종실에서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이미지를 상상한다. 산이나 들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듯 눈감고 싶은 사람도 있고 자는 도중에 떠나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한국인의 죽음은 대체로 비슷하다.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단 채 연명의료를 받다가 사망한다.

연명의료 전까지는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거나 임상시험에 참여한다. 죽음을 수용하고 두려움을 극복할 기회는 온데간데없다. 모두가 겪는 죽음이 조금더 ‘존엄’해지려면 개인적,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집에서 죽으면 경찰 조사, 국민 75% 병원 임종



안타깝게도 좋은 죽음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임종을 스스로 정리하는 자기 결정권부터 오리무중이다. 한국인은 연명의료 없이 자택에서 임종을 맞고 싶어 하지만 어렵다. 사망진단서의 사망 원인엔 세 가지가 있다. 병사(자연사), 외인사, 기타 및 불상이다.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려면 병사여야 한다. 외인사나 기타 및 불상이면 사건, 사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찰이 조사해야 한다. 병사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의사의 진단서 아니면 사는 동네의 통장 및 이장의 증언이 필요하다. 통장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인 지금, 병사라는 사실을 증명할 사람은 의사밖에 없다.

과거에는 생애말기 환자가 자택 임종을 원한다면 의료진이 방문해서 사망진단서를 써주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호자의 의사에 따라 생애말기 환자를 퇴원시킨 의료진들이 실형을 받게 된 일명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병원이 낫지 않은 환자를 퇴원시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퍼졌다. 해당 사건의 최종심은 2004년에 나왔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비율이 자택에서 임종을 받는 비율을 역전했다. 2016년부터 국민 4명 중 3명은 의료기관에서 사망한다.

권승연 교수는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병원에서 마지막까지 치료를 시도하는 비율이 늘었고 일련의 사건 이후 의료기관은 법적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최대한의 의료를 적용하기 시작했다”며 “생애말기 환자가 어디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은지는 고려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모로 가도 종착지는 응급실 아니면 중환자실



최대한의 의료는 역설적이게도 환자의 고통을 키웠다. ‘최빈도 죽음의 쳇바퀴’라는 개념이 있다. 연명의료에 대한 영국 의사 데이비드 재럿의 표현이다. 현대 사회에서 한 사람이 노화나 질병으로 신체적·정신적 기능 저하를 겪으면 요양시설을 찾는다. 거기서 거의 결박당한 상태로 치료받다가 섬망이나 감염병이 찾아오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진다. 상태가 더 나빠지면 연명의료를 받고 호전되면 다시 요양시설로 옮겨진다. 이 굴레는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반복된다.

문제는 별다른 질환이 없더라도 쳇바퀴가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원래라면 자연스럽게 사망했을 노인이라도 일단 요양시설에 맡겨지면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질 수밖에 없다. 박중철 교수는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시설에서 사망하면 자택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사망진단서가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결국 노인이 자연스러운 노쇠로 밥을 못 먹어도 임종 돌봄이 적용되는 게 아니라 응급실로 옮겨서 연명의료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이나 시설에 있는 기간이 길어지니 가족들의 부담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7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의 사망 전 1년 동안의 평균 진료비는 1595만1000원이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간병 및 돌봄 부담은 투병 기간에 따라 다르다. 말기암은 임종까지의 기간이 3~6개월이지만 치매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안락사도 중요하지만 죽음에 대한 이해부터…



돌봄 부담이 존속살해의 주요 원인이 되자 안락사를 요구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2021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 연구팀이 국민 1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76.3%가 안락사 입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사망하게 하는 건 국내에서 불법이다. 다만 지난해 6월, 생애말기 환자가 약을 처방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하는 걸 합법화하는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지만, 좋은 죽음에 관한 법적 논의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금 더 근본적인 틀에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을 대하는 인식과 문화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중철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삶과 성공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보니 인생의 후반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며 “이러다 보니 정부도 성공적인 삶을 위한 경쟁 과정을 어떻게 제공할지만 얘기하지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북유럽이나 일본 등에선 만족한 상태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데에 관심을 갖는 문화가 있다”며 “정부도 이에 발 맞춰 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재고하고 그들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연명제를 받지 않게끔 하는 제도들이 이전부터 논의됐다”고 말했다.

권승연 교수는 “지금과 같은 문화에서 생애말기 환자와 보호자들은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면 잘 안 됐을 때, 임종이 코앞에 닥쳤을 때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당황하고 혼란스럽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또 “호스피스 병동에서만 죽음과 임종에 대해 교육할 게 아니라 그보다 이전부터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https://naver.me/FxXTgTOy



"우리나라 사람들은 삶과 성공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보니 인생의 후반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정부도 성공적인 삶을 위한 경쟁 과정을 어떻게 제공할지만 얘기하지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만 죽음과 임종에 대해 교육할 게 아니라 그보다 이전부터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구구절절 공감....

목록 스크랩 (1)
댓글 20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쿠우쿠우 블루레일X더쿠❤️] 🍣초밥 더쿠들을 위한 프리미엄 회전 초밥 식사권 증정 이벤트🍣 1440 06.27 36,290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610,623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451,87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842,911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주의] 16.05.21 23,096,25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7 21.08.23 3,937,567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5 20.09.29 2,848,19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3 20.05.17 3,529,92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5 20.04.30 4,085,73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546,593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45304 이슈 해외팬들에게 반응 좋은 수지 보는 박보검 눈빛 1 11:00 161
2445303 기사/뉴스 최근 하향세가 두드러진다는 운동화 브랜드 3 11:00 534
2445302 기사/뉴스 '목동맘' 장영란 "전문직으로 키우려 '영끌'…욕심이더라" (엑's 현장) 10:59 228
2445301 유머 한국게임유저들이 사랑하는 Y존 (적나라함주의) 1 10:58 752
2445300 유머 마족이 인간나라를 침공한 이유.jpg 5 10:58 269
2445299 이슈 죽는 날을 미리 아는 게 좋다 VS 모르는 게 좋다 6 10:58 150
2445298 유머 실시간 스파이더 푸 🐼.jpg 10 10:57 689
2445297 기사/뉴스 [KBO] 헬멧 벗고 인사→홈런→안타→도루…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KT, 비수 꽂았는데 왜 웃지 못했을까 3 10:56 460
2445296 기사/뉴스 '헝가리 유람선 참사' 유족들, 한국 여행사 상대 승소 3 10:55 653
2445295 이슈 호불호 레전드 김밥.jpg 9 10:55 819
2445294 이슈 현재 문과의 현실............ 15 10:54 1,320
2445293 이슈 배우 김범 근황....twt 6 10:53 1,636
2445292 이슈 서진이네2 대표 메뉴 3가지 7 10:52 1,493
2445291 유머 팬들 반응 좋은 에스파 예능 자컨 - EP.03 어느 날 전학생이 되었다 10:52 175
2445290 이슈 결식아동들에게 무료 나눔한 정육점 사장님 근황... 15 10:52 1,809
2445289 이슈 그때 그 시절 제임스 맥어보이.....gif 15 10:50 864
2445288 이슈 수지 인스타 업데이트 with 박보검 공유 26 10:46 1,806
2445287 이슈 친구 사귀기 힘든 사람들의 특징 47 10:44 3,079
2445286 정보 약국 스테로이드 연고중에 제일 약한 제품.jpg 31 10:41 4,380
2445285 팁/유용/추천 백예린 - I Like It + What You Won't Do for Love (Cover) 10:40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