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폭탄’ 아랑곳없는 상점들 현장 르포
“전기료보다 손님 받는 게 우선”
370m거리 70여곳 ‘개문 영업’
자동문, 열린 상태로 고정시켜
명동·홍대 개문냉방 69% 달해
대형아웃렛내 입점 점포도 29%
문 열고 영업시 전력량 66% 증가
전체 전기요금 33% 이상 더 나와
“문을 닫으면 손님들이 그냥 지나가죠. 이렇게 해야 구경이라도 들어와요.”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한 27일 정오 서울 중구 명동거리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활짝 문을 열어놓은 한 화장품 가게 입구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직원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이제야 막 활기를 찾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몇년 동안 장사를 아예 접어야 할 만큼 손님이 없었는데 전기료가 부담돼도 지금은 손님을 받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매장이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고 있다. 뉴시스 |
이날 명동지하쇼핑센터에서 명동성당까지 이어지는 370m가량의 명동 거리, 명동역 6번 출구부터 을지로입구역 방면으로 이어지는 명동 거리 골목 곳곳을 돌아보니 1층에 있는 70여개 상점 대부분이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맞았다. 은행, 음식점, 카페 등을 제외하고 문을 닫고 손님을 맞이하는 가게는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었다. 자동문이 설치된 매장은 아예 문을 열린 상태로 고정해 뒀고, 한 의류 매장은 2층까지 통으로 설치된 접이식 문을 모두 접어 열어뒀다.
줄지어진 상점 앞을 지나갈 때면 매장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의 냉기가 흘러나와 시원했다. 한 스포츠 매장 직원은 “손님들이 들락날락하면 어차피 문이 계속 열렸다 닫혔다 한다”며 “계속 문을 열어놓고 나가니 문을 닫기 어려워 여름철 명동에서는 문을 열어두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매년 여름마다 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개문냉방’ 영업이 지적되지만 올해도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 20∼22일 전국 26개 주요상권 및 4개 대형 아웃렛을 대상으로 ‘개문냉방 영업실태’를 조사해 이날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5298개 매장 중 12%인 634개 매장이 개문냉방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신발(47%), 화장품(36%), 의류(28%), 휴대폰(19%) 등 순으로 개문냉방 영업이 많았다. 지역별로는 서울(명동·홍대)의 개문냉방 영업 비율이 69%에 달했고, 충북(청주시외버스터미널·성안길, 38%), 대구(동성로·계명대, 26%), 대전(갤러리아백화점·둔산동, 17%), 경기(수원·범계역, 16%) 등 순이었다.
조사된 사업장 수가 4개 이상인 신발·화장품·휴대폰·음식점·편의점·카페 등 주요 프랜차이즈 6개 업종 218개소 중에선 39개(18%)가 개문냉방 영업을 했다. 프렌차이즈 업종별로는 신발(78%), 화장품(72%), 휴대폰(17%), 음식점(17%), 편의점(5%), 카페(5%) 순으로 개문냉방 영업 비율이 높았다.김포 현대프리미엄, 대전 현대프리미엄, 부산 신세계프리미엄, 부산 롯데프리미엄 등 전국 4개 아웃렛 입점 점포를 조사한 결과 681개 매장 중 199개(29%)가 개문냉방 영업을 했다. 아웃렛 내 전체 업종별로는 신발(55%), 식품(33%), 의류(32%) 등 순이었다. 아웃렛 별로는 부산 신세계 프리미엄(45%), 부산 롯데 프리미엄(30%), 김포 현대프리미엄(27%), 대전 현대 프리미엄(6%) 순으로 개문냉방 영업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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