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나이스 먹통·오류에 정답 유출까지
“사전 시연 요구했는데, 무리한 도입”
“시험은 차분하게 출제해도 오류 발생 가능성을 무시 못해요. 당장 시험이 다음주 수요일(28일)인데, 이렇게 촉박하게 고치다가 문제가 생기진 않을지 걱정스럽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는 김아무개(29)씨는 2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학기 기말고사 시험 출제 준비로 분주하다고 말했다. 시험 출제는 진작 완료했고 시험지 포장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지난 22일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스템 오류로 일부 학교에서 다른 학교의 답안지가 출력되는 사고가 발생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혹시 모를 유출 가능성을 감안해 문항과 보기의 순서를 바꾸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인쇄된 기존 시험지를 모두 파쇄하고 수정 작업을 하게 됐다. 김씨는 “논리적 흐름과 난이도를 생각하며 문항 순서를 정해놓았는데 그걸 함부로 고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개통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4세대 나이스에서 오류가 발생하자 교육 현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답안지 유출 우려까지 커지면서 교사들은 1학기 기말고사를 코앞에 두고 시험 문항과 보기의 순서를 뒤섞는 중이다. 시험 일정까지 연기한 학교도 나왔다.
앞서, 교육부는 교육정책의 변화와 태블릿·스마트폰 등 이용환경 변화를 반영해 총 2824억원을 들여 4세대 나이스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 21일 개통했다. 나이스 시스템은 학생의 성적과 생활기록, 출결사항, 교원의 인사정보 등을 입력·관리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시험 답안지 입력과 출력도 이뤄진다. 그런데 개통 첫날부터 업무 집중 시간대에 시스템 속도가 느려지는 등 접속 오류가 속출했고 급기야 지난 22일 서울과 경기 지역 일부 학교에선 과목별 답안지를 출력하는 중 다른 학교의 답안지가 출력되는 일이 벌어졌다. 교육부는 같은날 답안지 인쇄 기능을 중지하고 시험 문항과 답안의 순서를 변경해달라는 공문을 전국 초·중·고교에 보냈다. 교육부는 이날 장상윤 교육부 차관 주재로 ‘4세대 나이스 개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총 10건의 오류 사례가 접수됐다”며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출력물을 생성해주는 소프트웨어에 부하가 걸려 오작동했다”며 “동일한 시점에 출력 요청이 들어오면서 회신을 하는 과정에서 헷갈려서 (답안지를) 잘못 전송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시험 문제를 손보게 된 교사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서울 지역 한 고교 수학 교사 김아무개씨는 “원래 26일에 기말고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이틀 뒤인 28일로 시험을 미뤘다”며 “보기 순서를 수정했고 내일 다시 한 번 점검하려고 한다. 만약 급하게 수정한 탓에 시험에서 오류가 생기면 재시험을 쳐야 하고 학생들의 신뢰도 잃을 수 있어, 많은 교사들이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애초 계획에 따르면 시험일이라서 급식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며 “어쩔 수 없이 단축수업을 해야 한다. 이틀이 붕 뜨면서 아이들이 이 기간을 일종의 명절처럼 쉬는 날로 여길까봐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고 중·고교 성적처리 기간인 6월 무리하게 시스템을 개통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교사노조는 “사전에 개발된 화면시스템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연을 지속적으로 교육부에 요구했으나 끝내 받지 못했다”며 “시행 시기가 성적처리 기간에 맞물려 학교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강력하게 전달했으나 사전 오류 테스트를 하겠다며 거부했다. 결국 평가와 성적에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켜 기말고사를 앞둔 중고등학교에서 시험 문항을 재배치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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