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theqoo.net/xvtRqs
스물다섯 살 김주경씨의 멘토는 제인 구달이었다. 침팬지 행동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이 2008년 방한했을 때 김씨는 부모님과 함께 강의를 들으러 가기도 했다. 김씨의 어머니 신동림씨(52)는 “처음에 애기(딸)가 제인 구달을 보러 가자고 했을 때는 무슨 구단의 야구 경기에 가자는 줄 알았다. 누군지도 모르고 우리 주경이가 좋아하니깐 새벽부터 광주에서 서울까지 갔다”라고 말했다. 딸과의 추억을 떠올리던 신씨는 감정에 북받친 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애기가 원숭이를 참 좋아혔제.” 옆에 앉아 있던 김씨의 아버지 김희중씨(57)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두 사람의 딸 김씨는 지난 1월6일 세상을 떠났다.
https://img.theqoo.net/UnWvAX
(중략)
https://img.theqoo.net/cQECSB
친구에게 “동물사 철창문에 당했네”
23일간의 투병 끝에 김씨는 숨졌다. 김씨의 오빠는 동생의 죽음을 주변에 알리기 위해 동생의 미니홈피에 접속했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12월12일 김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얼굴 왼쪽에 상처가 난 ‘셀프 카메라’를 올렸다. 어찌된 일이냐는 친구의 댓글에 김씨는 “동물사 철창문에 당했네”라고 남겼다. 또 다른 친구와의 카카오톡에서도 “동물사 문에 부딪혔어-철문과 광대뼈가 충돌, 대박 얼굴이 피멍이여”라고 쓴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유족은 에버랜드가 밝힌 김씨의 죽음에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고 여겼다. 노무법인 현장의 문은영 노무사는 “사업주의 과실이든 본인 실수든 일하는 중에 업무와 관련해서 재해가 발생하면 산업재해다”라고 지적했다.
https://img.theqoo.net/MEpgqT
하지만 삼성에버랜드 홍보팀의 말은 달랐다. “김씨가 12월9일 동료 직원 두 명과 술을 먹고 넘어졌다. 10일 손님들과 찍은 사진에 보면 상처가 보인다. 김씨가 투칸(부리가 큰 새의 일종)이 있는 철창문에서 다쳤다는 주장이 나와서 우리도 관련 CCTV 기록을 찾아봤다. 12월8일 모이를 주러 들어갔고, 9·10일 김씨의 출입은 없었고, 11일 오후 청소한다고 들어갔다. 12일은 휴무, 13일에도 출입이 없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공유정옥 산업보건전문의는 김씨가 패혈증에 걸린 사실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처가 나면 균이 들어간다. 균이 피부에 머물면 고름이 되고, 뇌에 머물면 뇌염이 된다. 면역 체계가 정상적이면 균의 공격을 그 자리에서 막는다. 그런데 패혈증은 염증이 온몸에 다 퍼진 것이다. 면역이 심각하게 약해졌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에 걸리는 병이다. 평소 지병이 없던 스물다섯 살 젊은 여성이 갑자기 패혈증이 걸렸다면, 지난 10개월 동안의 업무가 어땠는지를 밝혀야 한다.” 김씨의 부모는 입사 전 78㎏ 정도였던 딸이 10㎏ 가까이 살이 빠지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월급명세서의 급여가 이를 보여준다고도 지적했다. 김씨는 입사 초기인 지난해 3월 108만원가량 받았는데, 지난해 8월에는 178만원가량을 받았다. 그만큼 잔업이 늘었다는 게 유족과 삼성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에버랜드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김씨는 성수기인 4월부터 8월까지는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아침 8시30분에서 저녁 6시30분까지 근무해왔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씨가 입사 당시 자기 몸무게를 65㎏이라고 적어냈다고도 말했다. “작년 3월 건강검진 기록을 보면 72㎏, 작년 12월 의무기록지를 보면 68㎏이다. 여자가 자기 몸무게를 좀 작게 적는 걸 감안하더라도 72㎏에서 68㎏이면 4㎏이 빠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노조와 다산인권센터는 팩트를 다르게 말한다.”
https://img.theqoo.net/hONrsD
1월26일 오후, 삼성에버랜드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삼성 노동조합, 다산인권센터, 김주경씨 부모 등이 참석했다. 발언에 나선 김씨의 아버지 김희중씨는 짤막하게 토해내듯 말했다. “자식을 보낸 아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 애기가 하늘에서 꼭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랄 겁니다. 꼭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씨의 앞뒤, 옆으로 까만 옷을 입은 에버랜드 직원 50여 명이 서 있었다. “영원한 행복의 나라 에버랜드로 오세요”라는 음악소리와 “고 김주경씨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지 마라”라는 구호가 뒤섞였다. 김씨 유족은 곧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할 계획이다.
전문: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334
스물다섯 살 김주경씨의 멘토는 제인 구달이었다. 침팬지 행동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이 2008년 방한했을 때 김씨는 부모님과 함께 강의를 들으러 가기도 했다. 김씨의 어머니 신동림씨(52)는 “처음에 애기(딸)가 제인 구달을 보러 가자고 했을 때는 무슨 구단의 야구 경기에 가자는 줄 알았다. 누군지도 모르고 우리 주경이가 좋아하니깐 새벽부터 광주에서 서울까지 갔다”라고 말했다. 딸과의 추억을 떠올리던 신씨는 감정에 북받친 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애기가 원숭이를 참 좋아혔제.” 옆에 앉아 있던 김씨의 아버지 김희중씨(57)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두 사람의 딸 김씨는 지난 1월6일 세상을 떠났다.
https://img.theqoo.net/UnWvAX
(중략)
https://img.theqoo.net/cQECSB
친구에게 “동물사 철창문에 당했네”
23일간의 투병 끝에 김씨는 숨졌다. 김씨의 오빠는 동생의 죽음을 주변에 알리기 위해 동생의 미니홈피에 접속했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12월12일 김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얼굴 왼쪽에 상처가 난 ‘셀프 카메라’를 올렸다. 어찌된 일이냐는 친구의 댓글에 김씨는 “동물사 철창문에 당했네”라고 남겼다. 또 다른 친구와의 카카오톡에서도 “동물사 문에 부딪혔어-철문과 광대뼈가 충돌, 대박 얼굴이 피멍이여”라고 쓴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유족은 에버랜드가 밝힌 김씨의 죽음에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고 여겼다. 노무법인 현장의 문은영 노무사는 “사업주의 과실이든 본인 실수든 일하는 중에 업무와 관련해서 재해가 발생하면 산업재해다”라고 지적했다.
https://img.theqoo.net/MEpgqT
하지만 삼성에버랜드 홍보팀의 말은 달랐다. “김씨가 12월9일 동료 직원 두 명과 술을 먹고 넘어졌다. 10일 손님들과 찍은 사진에 보면 상처가 보인다. 김씨가 투칸(부리가 큰 새의 일종)이 있는 철창문에서 다쳤다는 주장이 나와서 우리도 관련 CCTV 기록을 찾아봤다. 12월8일 모이를 주러 들어갔고, 9·10일 김씨의 출입은 없었고, 11일 오후 청소한다고 들어갔다. 12일은 휴무, 13일에도 출입이 없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공유정옥 산업보건전문의는 김씨가 패혈증에 걸린 사실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처가 나면 균이 들어간다. 균이 피부에 머물면 고름이 되고, 뇌에 머물면 뇌염이 된다. 면역 체계가 정상적이면 균의 공격을 그 자리에서 막는다. 그런데 패혈증은 염증이 온몸에 다 퍼진 것이다. 면역이 심각하게 약해졌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에 걸리는 병이다. 평소 지병이 없던 스물다섯 살 젊은 여성이 갑자기 패혈증이 걸렸다면, 지난 10개월 동안의 업무가 어땠는지를 밝혀야 한다.” 김씨의 부모는 입사 전 78㎏ 정도였던 딸이 10㎏ 가까이 살이 빠지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월급명세서의 급여가 이를 보여준다고도 지적했다. 김씨는 입사 초기인 지난해 3월 108만원가량 받았는데, 지난해 8월에는 178만원가량을 받았다. 그만큼 잔업이 늘었다는 게 유족과 삼성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에버랜드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김씨는 성수기인 4월부터 8월까지는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아침 8시30분에서 저녁 6시30분까지 근무해왔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씨가 입사 당시 자기 몸무게를 65㎏이라고 적어냈다고도 말했다. “작년 3월 건강검진 기록을 보면 72㎏, 작년 12월 의무기록지를 보면 68㎏이다. 여자가 자기 몸무게를 좀 작게 적는 걸 감안하더라도 72㎏에서 68㎏이면 4㎏이 빠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노조와 다산인권센터는 팩트를 다르게 말한다.”
https://img.theqoo.net/hONrsD
1월26일 오후, 삼성에버랜드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삼성 노동조합, 다산인권센터, 김주경씨 부모 등이 참석했다. 발언에 나선 김씨의 아버지 김희중씨는 짤막하게 토해내듯 말했다. “자식을 보낸 아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 애기가 하늘에서 꼭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랄 겁니다. 꼭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씨의 앞뒤, 옆으로 까만 옷을 입은 에버랜드 직원 50여 명이 서 있었다. “영원한 행복의 나라 에버랜드로 오세요”라는 음악소리와 “고 김주경씨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지 마라”라는 구호가 뒤섞였다. 김씨 유족은 곧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할 계획이다.
전문: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