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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필사하기 좋은 구절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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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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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실로 대단한, 돌도 씹어 먹을 나이지 하고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실로 범상한, 돌도 씹어 먹을 나이지 하고 심드렁해합니다 나는 으적으적 씹으며

생각합니다 사람을 녹이면 무슨 색깔일까요 염소를 고아 먹고 더 많은 염소를 위해 쓰겠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찰랑거리는 나의 뿔 속에 부유물이 많은데요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이었습니다

너 모자 크니까 빌려줘
너 손이 크니까 잡아줘
그런 이야기들이 다정합니다 더 많은 것을 먹고 더욱 많은 것을 위하려는 것 같았어요

둘밖에 없었지만 저요? 제 손요? 자꾸 한 번 더 묻게 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두 번씩 묻는 나를 대단한 염소야 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한 번 더 묻는 나를 말귀도 어두운 멍청아 하고 걷어찹니다 나는 마른 잔디를 으적으적 씹으며
별 뜻 없어요 습관이에요 부끄러워합니다

같이 바다에 갈까? 약속하면 바다로 향하는 도중에 깨어납니다
내일도 바다로 향하는 도중에 깨어나 첨벙거리며 혼자서 두 번씩 첨벙첨벙하면서
해변의 커다란 바위를 향해 찰랑거리는 뿔을 흘리고 있습니다
어쩌다 부끄러운 습관밖에 남질 않았고

먹는 내가 있습니다 커다란 바위 하나는 다 먹을 겁니다
찬사와 야유를 퍼붓던 사람들 모두 나의 건강을 염려하기 시작합니다 돌이라니 어쩌자고 그런 것을 먹으려는 거야? 죽으려는 거야? 하고 울고 있습니다 사람을 녹이면 무슨 색깔일까요
생각을 멈추지 않습니다 오래된 돌의 기억이 머리 위로 쏟아집니다
부유물이 많고 투명합니다
돌을 씹어 먹는 다른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해변에 남기로 합니다
누군가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면
저요? 저 말이에요? 혼자 열심히 쪼개지면서요

웃는 돌/유계영



사랑하는 나의 고아에게
오늘의 심장은 어제의 심장이 아니란다
건초더미라는 말은 녹색의 풀이 한 계절을 지나왔다는 말
세계를 끝으로 밀려난 먼지들의 춤도 이와 마찬가지
소리가 되기 위해 모음이 필요한 자음들처럼 이제 그만 울어도 좋단다

단 하나의 이름/이제니



모든 죽음은 자살 아니면 의문사라고
당신을 보내고 내가 삼킨 문장들
식어가는 잉걸불처럼 가물대는 별 됐다
아침이면 삭제 가능한 부록 됐다
엔딩 크레딧의 별책부록 다 됐다

별책부록/정끝별



무슨 말부터 시작할까 햇빛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질경이가 좋겠다고 했다 투명한 유리병이 더 낫겠다고 했다 하얀 말을 따라가고 싶다고 했다 그냥 노래를 부를까 노래를 부르느니 물로 들어가겠다며 발끝을 바라본다 몽환적이라는 말을 좋아하느냐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모든 말에 속고 있다고 했다 차라리 일요일의 햇빛을 생각하겠다고 했다 무심한 지렁이를 생각하겠다고 했다 가벼움에 대한 얘기를 다시 하고 싶다면서 울먹였다 가볍고 빛나게 떨어지고 있는 고독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텅 빈 모음만을 발음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그들만 사는 섬에서 나오지 않았다 흐린 눈빛의 그들은 언덕을 그리거나 나무를 심거나 물고기를 불렀다 물빛을 닮은 눈빛은 항상 먼 곳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다른 곳을 말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들을 따라가고 싶기도 하다며 희미하게 웃었다 더 웃거나 웃지 않는 방법에 대해 생각 중이라고 했다

시작/박지혜




흑백영화 속
주인공은 왜 자꾸 도시를 헤매는 걸까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볏짚이 탄다 잉걸불이 인다 불씨는 자기를 새라고 불러주는 사람을 만나면 새라고 믿고 날아가, 연기를 꿰어 노래를 만들었다

찻집이 모여 있는 골목을 지나면 공방이 나왔다 손으로 뜬 수세미와 골무를 보고 있었다 옷걸이 모양대로 빨래가 말라 있었다 부들부들했다 멀미가 났다 빚어서 만든 찻잔과 식기들
주인이 웃으며 바라봤다 다음 주에 전시회가 있으니 꼭 오라고

풀려버리고 난 후에도 스웨터의 모양을 기억하는 털실처럼
나는 다시 오지 않을 이 도시에서 약속을 하고
오후라고 말했다 비라고 말했다
수요일이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사람들은 창 너머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어둠과 더 짙은 어둠이 빠르게 지나갔다 붓 끝을 털거나 손끝으로 밀어서 그린 듯 흘러내렸다
숲은
우는 사람의 옆모습을 닮아 있었다

눈이 쌓이고 난 후의 흰빛이 음악이 된다고 믿었다 눈은 내리고 오래지 않아 더러워 보였다 나는 거기까지를 눈이라고 불렀다

후숙/여세실



내게는 얼마간의 압정이 필요하다. 벽지는 항상 흘러내리고 싶어 하고
점성이 다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어 한다.

냉장고를 믿어서는 안된다. 문을 닫는 손으로. 열리는 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옆집은 멀어질 수 없어서 옆집이 되었다. 벽을 밀고 들어가는 소란. 나누어 가질 수 없다는 게

다리가 네개여서 쉽게 흔들리는 식탁 위에서. 팔꿈치를 들고 밥을 먹는 얼굴들. 툭. 툭. 바둑을 놓듯

식탁에서/안미옥



자기에게 이런 이야기가 있는 것을 아는 것처럼 그 누구에게도 저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았다면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는 식의, 건강에도 나쁜 생각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모자/황정은



만일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너는 참 좋을 텐데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너를 위해 시를 써줄 턴데

시인의 사랑/진은영



다만 언제나 올라가며 생각하는 것은
내 머리카락이 물에 휩쓸려 요동칠 때
네 머리카락 사이사이로는 정오의 빛이 지나가 항상

투명해지고 있다는 것
그런 것을 생각하고 금세 잊어버린다

발을 구른다

수영법/강지이



나는 슬리퍼를 신고 베란다에 서 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 아이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이다.

나는 그 애에 대해 너무 자주 생각하는 것 같아. 그 애를 지운다는 것이 그만 슬리퍼를 지우고 만다. 맨발로 서서 그 애를 생각한다. 발가락을 오므렸다 펴면서.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방에 딸기를 몆 박스나 사두었기 때문에

이 많은 걸 어떻게 없애면 좋을까.

턱을 어루만지고 있자니 그 애는 어느새 다가와 슬리퍼 옆에 쭈그려 앉는다. 잘 익은 딸기를 소매로 슥슥 대충 닦아 베어 문다. 하얀 손목을 따라 핏줄과 비슷한 모양으로 과즙이 흐른다.

싱싱하네,
그 애는 표현하지 않는다.
혀로 누르면 뭉그러지는 딸기의 맛
그 애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 애는 얼굴에 로션을 잘 바르지 않는 편이다.

그 애는 잘 미끄러지지도 않고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그 애는 잘 웃다가도 말없이 베란다 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 애의 작은 등. 얼음이 녹듯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새 때가 젖은 수건처럼 베란다 위로 후드득 떨어진다.

불빛의 개수로 기억되는 이웃들

해변을 지우고
별장을 지우고
어두운 백사장을 정신없이 달리다가

그 아이를 생각하다가

어느 날
나는 문득 떠올린 것처럼 흔들리는 버스 안에 서 있다.

사람이 가득한 공간은 뜨겁고 어지럽다.

월요일/조해주



나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랑 때문에 괴로워했다. 우리는 사랑이 없는 세계에서 살았다. 배운 사람들이 우리를 괴롭혔다. 그들은 책상 앞에 앉아 싼 임금으로 기계를 돌릴 방법만 생각했다. 필요하다면 우리의 밥에 서슴없이 모래를 섞을 사람들이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서로를 위해 정성스레 만들고 있는 예쁜 독약을
둘이 먹다가
두 사람 모두 죽는다면
미안해는 누가 처음으로 했던 말일까
용서는 죽인 사람이 돌아왔었던 흔적일까

돌아갈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며
몰래 뒤돌아본 적 있어
맨눈 위로 떨어지는 빛을 보며 아파해 본 적 있었다

공통점/조온윤



나는 까치발을 들고
귓속에 붙은 천사들을 창밖으로 털었다

세례/정현우



바이닐은 붉은색이다 너는 신중히 지문을 고른다 그때의 RPM은 33이었다 비가 내리거나 겹겹이 두터운 목소리를 가지게 되는 날에는 45가 되기도 했다

바 자리에서는 같은 방향을 보게 된다
헤드 셸이 바이닐 위로 수평 이동을 하는 것처럼

어떤 마음은 물속에 손을 넣어 물거품을 만지는 것 같다

FRACTAL/장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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