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무명의 더쿠 = 10덬 2023-03-24 18:34:20
"제길..."
의정부대공이 이를 까득 갈며 중얼거렸다. 벌써 지하철이 30분 연착되고 있었다. 광운대 행...청량리 행...창동 행...또 청량리 행.....대공이 기다리는 소요산행은 당췌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 플랫폼에 선 모두가 옷을 두껍게 껴입은 겨울이었지만 북부대공만은 경량패딩 하나만을 입은 채였다. 그에게 이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지하철 문이 얼어붙어야 진정한 겨울이 왔다는 증거였다.
232. 무명의 더쿠 = 10덬 2023-03-24 18:42:28
의정부대공은 문득 뜨거운 스튜를 떠올렸다. 평소엔 즐겨먹는 식사가 아니었지만 매 가을이 되면 마을 축제때 사랑받는 전통음식이어서 사람들이 스튜거리에 모이곤 했다. 음유시인들은 부대스튜의 맛있음을 찬양했고, 여인들은 뜨거운 스튜에 육수를 연신 부어주었다. 버석한 콩과 짠 햄이 잔뜩 들어있는 스튜는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났다. 소요산 행을 기다리며 북부대공은 집에 가면 뜨거운 스튜에 화이트 이슬 와인을 곁들이겠다고 다짐했다.
262. 무명의 더쿠 = 10덬 2023-03-24 18:55:22
"나는 이렇게 추운 곳은 경험해 본 적이 없어요" 북부대공의 영지에 도착한 수원 영애가 중얼거렸다. 영애가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뽀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수원성 기술을 전파하기 위해서라며 아버지가 닦달을 해서 온 북부대공의 영지엔 넓은 호수를 빙글빙글 도는 영지민들만 보일 뿐이었다. 찬 기운이 올라오는 이 넓은 호수의 이름은 일산호수라고 했던가.버석한 호숫가의 풀이 이곳이 북부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영애는 어깨를 여미며 호숫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대공을 만나려면 일단 이 호숫가에서 벗어나야 했다.
302. 무명의 더쿠 = 10덬 2023-03-24 19:14:47
대공의 영지에 가까워져 올 수록 두꺼운 군복을 입은 군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도봉산과 수락산을 넘어가자 수도에서 사 온 새로운 전서구가 몸을 파득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지내려면 이 정도 추위에는 강해져야 해. 전서구를 향해 대공은 알아들을 리 없는 주의를 주었다. 대공의 영지로 가는 지하철엔 유난히 이상한 사람들이 많았다. 추위에 돌아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대공은 그들을 도울 수 없었다. 남쪽 땅에서 영애가 온다고 했던가. 소식을 듣고 집사에게 거위솜을 먹인 두꺼운 롱패딩을 준비하라 일러두었던 것이 기억났다. 남쪽 영애에게 북부의 평범한 경량튜닉으론 어림도 없을 터였다. 그런데 왜 일산에서 여기로 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영애의 마차가 길을 잘못 든 것일까? 그곳의 호수는 장관이지만 그 부근의 마두(ma-du)에는 6천원밖에 없는 자들이 득실댈 터인데.....대공은 얼굴도 본 적 없는 영애를 걱정하며 영지로 향했다.
318. 무명의 더쿠 = 10덬 2023-03-24 19:20:49
해설: 전서구가 몸을 파득이는건 겨울만 되면 맛탱이가 가는 북부대공의 스마트폰을 뜻함.
마두6천원: 314덬이 말한 그 드립 맞음 ㅇㅇ
(314 유재석이 무한도전에서 마두역에서 하하한테 배신당했는데 통화하면서 6천원밖에 없다고함 하하씨 나 6천원있어요 여기 마두역이네 5년전에 여기 와봤어요)
354. 무명의 더쿠 = 10덬 2023-03-24 19:43:16
"대공님 오셨습니까" 집사가 북부대공을 맞으며 인사했다. 그러나 북부대공은 귀찮다는 듯 고개만 끄덕이고는 곧 집무실로 향했다. 수도에 다녀온 동안 북부 전선의 위병들에 대한 소식이 와 있을 터였고, 영애의 방문을 위해 성을 조금 단장해야 했다.
"목욕물을 가져다 드릴까요?"
"좋아. 부대스튜도 방으로 올려다 주게. 화이트 와인은 처음처럼으로."
집사가 바는 대공의 말을 따르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며 하녀들에게 뜨거운 목욕물을 올리라 능숙하게 지시했다.
"아,그리고. 영애가 도착하면 가장 따뜻한 방을 내어주고 내게 알리게. 햇빛이 잘 드는 방이 하나쯤은 있겠지?"
집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을 머릿속으로 짐짓 세어보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북부대공의 성의 가장 따뜻한 방은 남쪽 별채에 있었다.
"극세사 이불을 준비해야 할 것 같군."
북부대공의 말에 집사는 깜짝 놀랐다. 수원 영애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은 것일까? 이렇게 세심하게 챙기는 대공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377. 무명의 더쿠 = 10덬 2023-03-24 19:52:28
한편 수원영애는 대공의 성에 거의 다다르고 있는 중이었다.
"북부의 사람들은 모두 표정이 저런가요?"
영애가 단 한번 북부에 다녀온 적이 있다는 시종장에게 물었다. 시종장은 눈을 굴리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시종장 역시 여름에만 북부를 방문해 이런 추위는 처음 겪기 때문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적국과 가까우니 성벽을 더 튼튼히 쌓는 일부터 일러줘야겠군요. 빨리 전수하고 이 얼음장같은 땅과 작별의 키스를 나누고 싶군요."
영애는 손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영애의 눈에는 그저 벽돌 건물이 투박하게 올라간 북부대공의 성과 그 앞에 떡 하니 서 있는 고위기사 이성계의 동상*이 보이고 있었다.
* 각주
404. 무명의 더쿠 = 10덬 2023-03-24 20:02:45
(건너뛰고.....북부대공과 영애가 만났음)
"멋진 성이네요. 찬 바람이 하나도 들지 않겠어요."
"꽁꽁 언 벽 같다는 말을 그렇게 하시다니, 과연 영애답군요."
"고맙네요."
직설적으로 말하는 북부대공의 화법에 영애는 짐짓 놀라며 차갑게 대답했다.
"전통 스튜가 준비되어 있소. 함께 식사하겠소?"
"그 유명한 부대스튜 말이죠? 미안하지만 이미 남부의 송탄에서 먹어본 적이 있어요. 수원에도 놀부영주의 부대스튜가 있고요. 그저 그렇더군요."
"그곳의 부대스튜는 진정한 부대가 아니오."
송탄의 이름을 듣자마자 북부대공의 눈이 싸늘해졌다. 뿐만 아니라, 영애 일행을 에워싼 북부대공의 신하들의 눈길이 매서워졌다.
"이곳이 진짜요. 먹어보면 알 거요. 내가 직접 식당으로 안내하지."
북부대공이 앞서 걸으며 영애에게 차갑게 내뱉었다.
'그깟 스튜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영애는 입술을 깨물며 북부대공을 따랐다.
의정부 대공x수원 영애 로판 소설임
작가님 왜 댓글에서 실시간 연재를???
나머지는 원글로
https://theqoo.net/2754225501
+) 의정부 대공x부산 영애 소설 작가 무묭이도 등장
359. 무명의 더쿠 2023-03-24 19:47:20
의정부대공은 고작 한뼘 정도 쌓인 눈을 보고 경악하는 부산영애를 이해 할 수 없었다.
"당장 대책을 세워야해요."
10년 전 부산에서 미끄러지던 수 많은 마차들을 떠올리며 눈보다 더 새하얗게 질려가는 부산영애를 보며 의정부대공이 피식 웃었다.
"북부에서 이정도는 눈이 왔다고 표현하지도 않아.."
그러니 괜한 걱정말고 눈 구경이나 하라며 의정부대공은 부산영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