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지방 여고생들의 운명이란 그랬다. 서울대 갈 정도가 아닌 이상 여자애들 멀리 보내봤자 소용없다. 여자애들은 자취를 시키면 안 된다, 서울에서 사립대 다니려면 돈이 많이 든다, 어차피 서울 삼류를 가느니 지방 국립대가 낫다. 지방 출신 어중이떠중이 여고생들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었다. 남고생들은 서울 삼류대 잘도 보내던데
77,386 773
2023.02.04 19:03
77,386 773

 실제로 입시철이 다가오자 대부분의 친구가 성적과 무관하게 지역의 거점 국립대에 원서를 썼다. 그 운명은 나에게도 다가오고 있었다. 아빠는 취업이 잘된 다는 이유로 나와 상의도 하지 않고 지역의 간호대에 원서를 넣었다. 담임 선생도 당연하다는 듯 지역에 있는 국립대학의 원서들을 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그토록 고향을 떠나고 싶었던 것은 바로 '동네의 말' 때문이었다. 그곳에서는 '몰래'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부모님 몰래 연애라도 할라치면 어느새 동네 어르신 눈에 띄어 '당신네 딸이 웬 남자랑 손잡고 돌아다니더라' 하는 말이 부모님 귀에 들어갔다. 자율학습 땡땡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제 누구네 딸이 야자 안 하고 시내 돌아다니더라는 소식 역시 어김없이 목적지를 찾아 흘러들어갔다. 사생활이란게 없었다. 내 사생활은 CCTV보다 무서운 동네 어른들의 눈에 스캔되어 즉시 부모님에게 전송되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지역 사회의 평판이란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 

 내게 들려오는 남의 사생활도 문제였다. 듣고 싶지 않은 타인의 TMI를 매 순간 들어야 하는 것도 고통이었다. 뉘 집 딸이 사고를 쳤다더라. 뉘집 아들이 대학에 떨어졌다더라. 뉘 집 부모 사업이 망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은 성당이라는 종교 사회와 지방 소도시의 좁디좁은 인맥 속에서 휘몰아쳤다. 

 나는 숨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나를 드러내고 싶었지만 숨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 나는 떠나야 했다.  

=============================================================================================================================



지방출신 작가가 고향을 떠나야했던 이유 적은 건데 완전 공감, 나는 수도권 사람인데 지방 출신 친구가 이야기한 거랑 완전 똑같아ㅠㅠ



+ 추가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을 주제로 한 그림 전시회에 간 적이 있다. 작가는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었을 때 우연히 이 작은 소도시를 방문했다가 그곳의 여유로움에 반해 몇 년을 지내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곳이 자신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그렇게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된다고. 좀 쉬어도 된다고 자신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며 내 고향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냈다. 환하게 웃으면서 내게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도, 공감의 리액션을 할 수도 없었다. 
 나는 갤러리를 빠져나오며 '그건 당신이 그 안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라고 중얼거렸다. 작은 동네의 정, 여유, 소박함, 느림, 낭만, 그런 것은 선택권이 있을 때나 느낄 수 있는 사치일 뿐이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이방인의 낭만을 그 곳의 주민이었던 내가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출처 책 정유민, 아무튼 트위터



+ 대학급, 대학간판 이야기하면서 어디가 낫다 ~ 이런 난독 맥락맹 댓글 달려서 몇 자 적는데 여자들이 본인 능력으로 생에 처음으로 나고자란 곳으로부터 탈출해서 그 누구의 간섭없이 스스로 시야를 넓히고 자아실현할 기회를 얻는 건데 그 기회조차 박탈당한다는 게 요지임 본인이 지방탈출해서 서울로 가고 싶어도 주변 압박으로 못 가는 경우가 많다는 거임 서울이라는 큰 곳에 가서 시야 넓히고 식견을 기를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도록 강요당하잖아 

옛날부터 사람을 왜 서울로 보내라고 하겠어 학교가 다 가 아님 솔직히 지방보다 누릴거리, 즐길거리, 배울거리, 각종 정보 얻을 기회도 많고 이점이 많은 게 사실이잖아 가만히 걸어다니기만 해도 내 눈과 귀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은데 걍 지방에서 우물안개구리로 살기를 강요당한다는 거임 더 잘 될 수 있는데 스스로 본인 가치를 낮추고 

목록 스크랩 (0)
댓글 77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발을씻자💕] 발을씻자가 부릅니다. 강아지 발씻자 EVENT 446 07.05 45,673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 07.05 71,287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206,557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879,19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911,08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170,267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430,45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9 21.08.23 4,007,22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5 20.09.29 2,947,55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5 20.05.17 3,590,63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8 20.04.30 4,153,22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629,23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50363 유머 [텍스트 주의] 왜 알콜솜으로 똥꼬를 닦아 보았나.jpg 22:41 9
2450362 유머 장윤정×도경완 딸램 하영이 탕후루 챌린지 2 22:38 444
2450361 이슈 직장인들이 보면 오열하는 영상 1 22:37 699
2450360 이슈 이번달에 콘서트 하는 바다의 최근 라이브 1 22:37 124
2450359 유머 버스 지나갈 때마다 포즈 바꾸는 장꾸들 ㅋㅋ 2 22:34 713
2450358 정보 전문의 4년만해도 대학병원 의대 교수 될수있는 법 통과 8 22:32 916
2450357 이슈 현재 트리플에스 콘서트에서 부채 던져서 논란인 팬 34 22:32 2,335
2450356 기사/뉴스 지나가기만 하면 '쿠당탕' 인도에 무슨 마법이라도? 1 22:30 661
2450355 이슈 [KBO] 센스있다고 소소하게 화제되는 기아 타이거즈 장현식 올스타전 소감 인스타 16 22:30 1,521
2450354 이슈 한국음악콘텐츠 협회에서 얼마전 제시한 시상식관련 권고사항 가이드라인 (정리있음).jpg 6 22:29 958
2450353 기사/뉴스 옛 이웃에 흉기 휘두르고 자해..3명 사상 22:29 424
2450352 이슈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시기의 사람들을 위한 글 모음 25 22:29 920
2450351 기사/뉴스 [1박2일] “저 못 나가겠는데요?’ 촬영 거부(?) ‘펜싱 금메달리스트’ 김준호, 피구왕 통키로 변신! 22:28 393
2450350 이슈 배우 차인표 근황 ㄷㄷ 53 22:28 4,118
2450349 이슈 나는 이거 먹을 수 있다 vs 없다 14 22:27 702
2450348 이슈 다른 포유류 동물도 월경을 할까? 12 22:27 1,143
2450347 기사/뉴스 한 달 새 5조원 '껑충'‥가계대출 느는데, 정책은 엇박자 22:27 116
2450346 유머 간식 털이범 온앤오프 2 22:25 230
2450345 이슈 변우석 서울 팬미팅 콘텐츠 무한 제공 사건 17 22:25 1,608
2450344 기사/뉴스 에스파 윈터, ‘깜짝’ 놀랄 만큼 예뻐 [스타★샷] 3 22:24 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