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올해의 책
1위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우리 모두 한때 어린이였고, 우리 곁에는 늘 어린이가 있다. 그런데, 어린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독서 교육 전문가 김소영은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만난 어린이들의 이야기, 어린이들의 세계를 우리 앞에 펼쳐 놓으며 함께 어린이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손 내민다.
어른보다 시간이 걸릴 뿐이지만 스스로 신발 끈을 묶을 줄 아는 현성이, 마음을 담은 책을 선물로 건네는 자람이, 생활 계획표를 '게임, 야구, 놀기, 텔레비전 보기, 휴식, 잠'으로 빈틈없이 채운 현우 등 다양한 얼굴의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김소영은 그들의 눈높이에서 마음을 다하여 바라보고, 함께 호흡하고, 함께 나눈 시간과 경험을 이 책에서 들려준다. 저자의 시선에서 섬세하게 관찰하여 기록한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웃음과 감동을 주고, 때로는 어린이를 잊고 살아온 시간들에 대해 반성하게 만든다. 어린이의 세계에 다시 진입할 수 있도록 여러 감각을 깨워줄 뿐 아니라, 어린이를 대하는 시선과 태도와 마음에 관해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어린이라는 세계>. 이 작은 책이 우리의 세계를 넓힐 수 있는 문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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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이 유행하는 요즘 시대에 꼭 읽어봐야할 책
원덬도 읽어봤는데 책 진짜 따뜻하고 좋아
2위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3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미나리마 에디션)
J.K. 롤링 지음, 미나리마 그림, 강동혁 옮김 / 문학수첩
영화 [해리 포터]와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 비주얼 그래픽을 담당했던 스튜디오 ‘미나리마’가 직접 디자인한 책. 이 책에는 J.K. 롤링의 이야기가 완벽하게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페이지에 컬러 삽화가 들어 있으며, 8가지 기발한 입체 종이 공작 요소가 실려 있다. 독자들은 해리가 받은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를 직접 펼쳐 보거나 다이애건 앨리로 통하는 마법 통로를 열어 보고, 대연회장에 화려한 연회를 준비할 수 있다.4위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이반지하 지음 / 문학동네
퀴어, 노동자, 생존자, 유머리스트, 예술가 총 다섯 가지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이반지하'에 관한, 그가 경험해온 세계에 관한 진솔한 기록이다. 깊은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지나 유니크한 예술 세계를 이룩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서사를 거침없는 문장으로 시원하게 펼쳐 보인다. 시종일관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장착하여 슬퍼하거나 좌절할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각 글의 말미에 실린 촌철살인의 '이반지하의 말'은 놓치거나 잊고 사는 감각을 확실하게 깨워준다. "뭘 하든 좋은 방법은 없으니까요 마음대로 사시면 돼요."
5위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단 두 권의 소설집만으로도 문장의 질감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작가 최은영이 오랜 기다림 끝에 첫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자꾸 '왜'를 묻곤 했던, 그저 있는 그대로인 내 모습 그대로 용인받고 싶었었던 우리의 유년을, 그 외로움을 작가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왜 사람이 사람에게 이렇게 잔인한 일을 저지르냐고, 왜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영영 없어져버리는 거냐고, "천주님에게 사과받고 싶"(124쪽)다고, 언젠가 별이었을, 우리의 몸에 깃든 이 고통은 무엇이냐고. 그 서럽고 외로웠던 이들의 물음에 응답하는 답장. 최은영이 편지를 쓴다. 이제 밝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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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고 눈물템... 개존잼임ㅠㅠㅠㅠㅠㅠ
6위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출간 전 알라딘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초엽은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이 매우 극심하던 때'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절망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타인과 세계의 회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한 작가의 마음이 무성한 숲을 꿈꾸게 한다. 무엇이 있을지 알지 못하면서도 우주선을 탄 <우.빛.속>의 할머니 과학자처럼, 나오미와 아마라는 이 절멸의 세계에 식물을 퍼뜨리기 위해 호버카를 탄다. "타인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게 가능했던 사람들"(226쪽)만이 살아있는 세계라는 걸 알면서도 아직 이 세계를 사랑하고 있다면, 당신도 김초엽이 내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7위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샌델이 보는 능력주의는 곧 '세속적 성공과 도덕적 자격의 결합'이다. 능력주의가 공공선인 사회에서 노력과 능력은 개개인의 부와 성공에 대한 알리바이가 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속적 성공을 이룬 삶은 겸양을 기를 필요가 없고 가난한 이들은 비난의 화살을 스스로에게 돌린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 삶에 대해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이 크면 클수록 우리 삶의 결과에 대해 찬양하거나 비하할 소지 또한 커진다." 마이클 샌델은 종교의 섭리론과 역대 미 대통령들이 조성한 담론들을 통해 현재의 능력주의 사회가 형성된 배경을 분석하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8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
'가지 않은 길'을 수없이 가볼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뮤지션 혹은 동네 펍 주인이 되는 삶, 빙하학자나 수영 선수가 되는 삶, 헤어진 전 연인과 다시 만나는 삶, 도전적이지만 불안정한 삶, 안정적이지만 지루한 삶, 아이가 있는 삶… 노라는 '완벽한 삶'을 찾을 때까지 무수한 책들을 펼쳐 새로운 삶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노라는 어쩐지 자꾸만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후회 없는 삶, 완전히 만족할 수 있는 삶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 다른 삶으로 작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판타지.
9위 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유나는 행복은 덧셈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112쪽)라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이야기를 읽는 내내 영화처럼 선명해진다. (소설을 읽는 동안 영화 <콜> 전종서의 광기 어린 연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500쪽이 넘는 묵직한 이야기. 꼭 맞는 옷을 입고 독자를 찾은 정유정의 2021년 최신작. '우리는 타인의 행복에도 책임이 있다'는 작가의 말을 함께 기억하게 된다. <7년의 밤>에서 <종의 기원>까지 악의 3부작을 넘어, 시작되는 정유정의 '욕망 3부작' 그 첫번째 이야기가 찾아왔다.
10위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5월 광주, <소년이 온다>의 모진 문장을 읽은 독자들이 그 시대를 살았던 것처럼 깊은 상처를 경험했듯, 작가도 '그 소설'을 쓰기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듯하다고 한강은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말했다. 죽은 사람의 얼굴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는 녹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1948년의 소녀가 그 이후에도 긴 삶을 살아냈다는 걸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강이 쓴 1948년 4월 3일 제주에서 벌어진 일에 관한 이야기, 혹은 우리를 살게하는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작가 스스로를 구한 이 소설이, 독자에게도 가닿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