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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조선시대 사극에서 거의 한번도 지켜진 적 없는 고증 : 왕자(대군,군)의 존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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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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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선시대에 대군 / 군을 뭐라고 불렀을까?


보기

1. 대군/군 마마

2. 대군/군 마노라

3. 대군/군 나리

4. 대군/군 자가

5. 대군/군 대감






정답


3. 대군/군 나리 (조선 초기)

4. 대군/군 자가 (조선 전기~)




왕의 딸이 자가 라고 불렸다는 사실은 이제는 널리 알려짐

(그전엔 공주 마마, 옹주 마마 라고 묘사됨)


근데 호칭을 정정하는 글이 널리퍼지면서 잘못된 정보도 같이 퍼짐. '대군과 군은 대감으로 불렀다' 라는 정보임


이 정보가 퍼진 이후 보통 사극에서 'OO대군/군 마마'라고 나오다가 최근 몇몇 사극들에선 'OO대군/군 대감'이라고 말하기 시작함


(+ 조선 초기를 다룬 옛 사극에서 '대군 나리' 라고 한 적이 있음. 이는 맞는 고증)




그런데 이것도 잘못된 정보임


왕의 아들과 왕세자의 아들도 똑같이 '자가' 라고 불렀음


그리고 인터넷에 퍼진 정보처럼 자가의 표기는 慈駕가 아니라 自家가 맞는 표기임

모든 기록에 등장하는 왕실 경칭 '자가'의 표기는 自家임


(慈駕는 조선 말기에 딱1번만 기록이 있고, 경빈 김씨에게만 예우의 뜻을 담아 표기했던것으로 추정됨 - 아래쪽에 설명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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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自家) 존칭을 받은 왕족들 : 왕의 아들과 딸, 왕세자의 아들과 딸, 왕의 후궁 빈


자세하게 말하면



왕의 자녀 : 대군(무품 상계), 군(서자, 무품 하계), 공주(무품 상계), 옹주(서녀, 무품 하계)


왕세자의 자녀 : 군(정1품 상계), 군(서자, 정1품 하계), 군주(정2품), 현주(서녀, 정3품)


왕의 으뜸 후궁 : 빈 (무품, 정1품)



이렇게만 '자가'라고 불릴 수 있었음



자가는 궁중 내에서 '마마, 마노라' 다음으로 높은 존칭이었고 그만큼 고귀한 신분만 받을 수 있었음


왕세자의 자녀는 곧 미래 국왕의 자녀가 될 신분이기에 왕의 자녀와 마찬가지로 자가 존칭을 받음



그런데 '대감'은 정2품 이상이면 양반들도 다 받는 호칭임

왕족 중엔 정1~종2품 '군' 봉작을 받은 왕실 종친, 종1품인 공주의 부마가 '대감'이라 불림


가장 높은 정1품 군봉작을 받아도 이들은 '자가'라고 절대 불리지 못함 - 왕과 왕세자의 아들이 아니기 때문에ㅇㅇ


대감 호칭을 왕의 아들, 왕세자의 아들에게 바친다? 신분을 낮춰서 부르는 행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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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니 그럼 왕자를 대감이라고 부른다는 말은 어디서 나온거야?


6-70년대 학자의 연구에서 참고한 글이 업데이트를 거치지 않고 지금까지 전해진 것. 당시엔 조선 말기의 한정된 기록만을 보고 그렇게 판단했었음. 종2품 이상은 대감이라 부르기 때문에, 아마 무품 상/하계인 대군과 군도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라는 추측이었음


이후 수많은 문헌이 발굴/해석되고 DB화 되면서 의견이 반박됨


다만 국어학자와 사학자가 중세문헌을 해석한 출판물에 주석으로 달린것들이 대부분이고, 몇몇 해석물은 구어체 존칭을 생략하고 해석해서, 직접 한문을 읽고 해석할 능력이 있는 전공자/연구자가 아니면 접근하기도, 알기도 힘들었음


(왕실 존칭만을 주제로 한 논문이나 출판물이 업데이트되어 나오지 않은 이유는 학자입장에선 딱히 관심 끌만한 연구감이 아니기 때문)



아래는 더 자세히 알고싶은 사람을 위한 문헌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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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문헌 예시는 대표적인 몇개만 한문빼고 간단히 씀

인터넷에 검색하면 원문 포함해서 정리된 글도 있고 더 나옴



* 자가의 뜻과 유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실의 귀한 사람을 일러 '자가(自家)'라 한다. - 순암선생문집 13권



나라의 풍속에 일컫기를, 왕자와 대군, 왕손을 자가(自家)라 하였다. 혹 직품과 관계가 있으면 그리 부르지않기도 했다. 나라 초기엔 나으리라 부르기도 했으나, 나으리는 오늘날 백관을 통칭하는 말이 되었다. - 이재난고 15권



조선 전기엔 왕의 아들을 '나리' 라고 불렀고, 중기 이후 '자가'라는 호칭이 도입됨



어디서 유래되어 도입된 호칭인지는 정확치 않으나, 아래 유추할만한 의견이 있음



자가’는 ‘자기(自己)’의 의미로써, 예스럽게 조금 높여 이르는 3인칭이다. - 한국고문서학회 명경일



중세 국어에서 '자가(자갸)'는 부처, 보살등을 이르는 존칭어로서 쓰이기도 하였으며, 근대에 들어서 존중어로서의 현대어의 '당신'에 해당되었다 - 국어국문학회 안병희


조선 세조대에 출간된 월인석보에 위의 용례가 확인됨 - 이때에 이미 '자가/자갸'를 존칭어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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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군, 군



2월 : 이자가二自家 (봉림대군)께서 종이 10속, 벼루 1면, 먹 5덩이를 보내주셨다.

3월 : 두분 자가兩自家께서 (봉림대군과 인평대군) 삭지 2권, 묵 5자루, 먹 3덩이를 보내주셨다.

이상은 임인년 정월 십칠일 자가自家께서 보내주신 것이다 - 윤선도 은사문


* 둘째(二)자가=인조의 둘째=봉림대군



유승지가 술에 취해 들어와 거만한 자세로 앉자, 좌객이 "대군 자가께서大君自家 계신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승지가 깜짝 놀라 일어나 절을 하며 '소신의 불찰입니다'라고 말했다 - 추국일기 3권


* 글 속 대군자가=인평대군


 "소인의 조모는 자갸(自家)[우리 나라 사람이 종실의 귀한 자를 ‘자갸’라고 부른다.] 계집종이었습니다. 잘못을 범하고 도망하였는데, 이제 많은 세월이 흘렀고 자손이 매우 많습니다. 숨어 살면서 찾아뵙지 못하였으니 죄가 더없이 큽니다. 그래서 감히 이처럼 나아와 고하는 것이니 처분을 내려주십시오.” - 순암집


* 글 속 자가 = 인평대군


지금 두분 자가兩自家께서 소학을 강독하시며 함양을 근본으로 삼는다. (중략) 엎드려 바라건대, 자가自家께서 잠(箴)으로 인해 스스로 경계하시길 바란다. - 서계선생문집 권3 잠(箴-훈계하는 글)


* 서계선생은 선조 서자 아들들(군)의 스승이었음



광해가 폐위되어 강화로 향할적에 선비와 백성이 나와 구경하니 우는자도 있었다. 압송해가는 도사가 말하기를, "인심이 이러한데 자가自家께서 폐모살제하지 않으셨다면 어찌 오늘 일이 있었겠습니까." 하였다. - 이재난고 15권


* 폐서인된 광해군을 자가라고 부름



이미 발소에 이르러 고함쳐 이르기를, 왕자군 자가王子君自家께서 왕림하였다고 아뢰었다. 왕자 자가王子自家께서 다례에 참여하시나 절사엔 참여하지 못하시니, (이하생략) 그날 늦게서야 소식을 들어, 대간의 건저(왕세자를 세움) 상소로 인해 다음날 자가自家께서 입궐하시어 춘궁(동궁)에 오르셨다. - 승정원일기


* 연잉군 시절 영조를 왕자군 자가, 왕자 자가, 자가 등으로 부름




왕세자의 아들에대한 자가 기록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으나, 아래 왕세자의 딸인 현주와 군주를 자가로 부른 것으로 보아 왕세자의 아들 또한 자가로 불렸을 것으로 봄


- 조선 중기 이후 왕실에 아들이 귀해지면서 왕세자의 아들도 몇 명 없었기 때문에 기록이 잘 발견되지 않는 것도 있음


(마마, 자가 등은 구어체 호칭이기 때문에 보통 기록엔 'OO대군이 이래저래했다' 라고 구어체 존칭을 빼고 쓰이므로 기록에 자주 등장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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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주, 옹주, 현주, 군주



다시 윤서가 아뢰기를, 덕온공주자가德溫公主自家께서 금월 28일 삼경 이점(시간), 딸 아기씨를 순산하였으니 임금께 아뢰라 하였다 - 승정원일기


상(임금)이 동작진에 이르러 비로소 그 기별을 들으시고 급히 이공 정귀와 신공 익성에게 명하여 자가를 맞아오셨다. - 조야회통 동양위 신익성의 졸기 (이괄의 난 당시 삼궁과 정명공주를 호위함)


* 이 글 속 자가 = 정명공주


자가의 수놓은 흉배도 있을 것이니 흉배와 자가의 붉은 장삼에 단 후수, 폐슬, 패옥은 쓰였을지라도 그려 쓰였을 듯하니 한데 들려보내시고, 삼간택에 입고 나가신 초록 단령도 있거든 한데 들여보내십시오 - 원 상궁이 윤의선(덕온공주의 남편)에게 보낸 편지


* 이 글 속 자가 = 덕온공주



임진(壬辰) 5월 26일에 본궁 자가本宮自家께서 낙신헌으로 으로 이접(移接)하시었다. 6월 13일 무자(戊子)시 낙신헌에서 졸서하시었다. -명온공주방상장례등록


* 여기서 본궁자가는 명온공주임



새로 태어난 옹주, 둘째 옹주자가二翁主自家께서 홍진(홍역)에 걸리셨다 - 효장궁일기


옹주자가翁主自家께서 궁으로 갔을 때에도 사람을 거느리고 가지 아니하옵고 믿을 수 있는 자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 효종2년 국청일기


* 여기서 옹주자가는 효명옹주임



이군주자가二郡主自家께서 졸하시어 20일 훈련은 21일 행한다 전하여 가로되 - 훈국등록


* 여기서 둘째(二)군주는 사도세자의 둘째 청선군주임



군주, 현주 자가郡縣主自家 제복 장삼 두수 너울 및 수원관과 시원관 제복은.. - 현목수빈빈궁혼궁도감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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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빈 (무품, 정1품)


션왕의 션효(聖孝)를 생각하고 (가순궁)자가(自家) 졍승<셩>을 다하미니 한심(寒心)하며 감격하미 엇디 다 측냥(測量)하리오. - 원본 한중록 제1편 읍혈록


* 가순궁 = 수빈 박씨 = 무품빈 (무품빈은 마노라 라고 부르기도 함)



예조에서 아뢰기를, 중부의 동몽 이영이 임금께 말씀을 올리니, 이조판서에 추증된 그의 오대조 이신선(李信瑄)은 연호궁 정빈 자가靖嬪自家 의 조부이다. - 일성록 451책


* 정빈 이씨는 정1품에 추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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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디선 자가慈駕라고 하던데 이건 뭐야?


고종 때 기록에 경빈 김씨를 (무품빈) 순화궁 자가慈駕 라고 표기한 것 때문에 '자가는 여성 존칭이고 慈駕라고 표기했다' 라고 추측 했는데

정빈 이씨, 수빈 박씨를 自家라고 표기한 기록이 발견되어 자가의 표기는 빈에게 부를 때도 自家라는게 밝혀짐


또 자가를 慈駕라고 기록한 기록은 이때 단 1건 뿐임. 나머지는 다 自家라고 기록했음. 심지어 동일 인물은 순화궁 경빈 김씨도 自家라고 부른 기록이 있음. 


그리고 慈라는 글자는 '임금의 어머니' 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기 때문에 남성 왕족뿐만 아니라 공주들에게도 바치는 존칭의 표기로는 부적합함



그렇다면 慈駕는 대체 무엇이냐?

- 가장 높은 가설은, 고종이 순화궁을 매우 극진히 대했는데, 예우의 차원에서 慈駕라는 존칭을 썼다는 것임



결론은 조선왕실 존칭 자가는 自家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고 慈駕가 예외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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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이야기


조선 중기 이후 쓰인 자가 존칭은 한글로는 '자가, 자갸' 등으로 표기되었고 (실제 당시 발음이 자갸 에 가까웠던듯) 표준어를 정립할때 '자갸'가 표준어로 오름 (네이버 국어사전에 검색하면 나옴)


'자갸'는 1960년대까지 '당신'을 부르는 존칭으로 사용되었음

그리고 자갸 가 현대에 상대에게 애정을 담아 부르는 애칭인 '자기야' 가 된거ㅇㅇ


마노라는 마누라로, 자가/자갸가 자기야로 두 표현이 옛 궁중 존칭에서 유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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