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죽음의 신
하데스(Hades)
죽음과 지하세계를 관장한다는 어마무시한 타이틀과는 달리 그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의외로 공정한 면모를 한가득 보여주는데..
하데스 이름의 유래는
그리스어로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에서 파생했음.
그래서 하데스 이름의 뜻도 '보이지 않는 자'
'보이지 않는 자'라는 명칭에 맞게 하데스를 대표하는 장비는 '투명 헬멧'
이 헬멧을 쓰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었음
('죽음은 소리없이 다가오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었다고 함)
하데스는 이 투명헬멧을 사용하여, 다른 신들과 함께 티탄족과의 전쟁에 참전하기도 함
이때는 아무도 몰랐음.. 이것이 내향형 신 하데스가 참여한 얼마 안되는 올림포스 빅 이벤트라는 것을..
아무튼...
사실 하데스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자식들 중 넷째로, 아들 중에서는 가장 맏이로 태어났음
제우스: 하데스 형아
하데스: 어 그래, 막둥아
↑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불러야 했음.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자'라는 명칭처럼 욕심도 보이지 않았는지,
티탄과의 전쟁이 승리로 끝난 후 전쟁에 참여한 신들이 각자 관장할 영역을 선택할 때에
제우스 (원래 막둥이) : 난 하늘*을 지배하겠어
(*사실상 하늘과 하늘이 영향을 미치는 땅 모두를 지배하겠다는 이야기)
포세이돈 (원래 다섯째) : 그럼 난 바다를 관장하도록 하지
(출처: EJDM)
하데스 (원래 넷째) : ..?
제우스: 하데스는 황천을 관장해주시오,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아주 신성한 역할이지.
하데스: 아.. ㅇㅇ..
황천 세계.. 즉 지하세계와 죽음을 관장하게 됨.
하데스의 다른 이름은 '플루토(로마시대에 불렀던 이름)'인데
'플루토'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재물, 부(富)'를 뜻하는 '플루토스'에 어원을 두고 있음. 옛 그리스 사람들이 지하세계에 보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임.
그리고 실제로 그리스 사람들은 하데스라는 이름보다 플루토에서 파생된 플루톤, 플루토스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 함.
왜? 하데스라고 부르면 무서우니까 ㄷㄷ 죽음의 신이니까 ㄷㄷ
하데스는 거의 헤스티아급으로 그리스로마신화에 잘 등장하지 않는 신인데
왜냐면 신들이 맨날 모여서 회의하고 노는 올림포스 신전에 하데스의 자리가 없음.
(그래서 하데스는 올림포스 12신에 안껴줌. 대신 주요3신에는 들어감)
하데스가 지하세계를 관장한 이후로, 하데스는 지하세계에만 머물러야만 했음.
가끔 지상으로 올라오긴 했지만 정말 드문 사건...
사실 죽음의 신이니 지상으로 올라와도 할 것도 없고.. 사람들도 무서워하면서 피하고.. 신들이랑도 어색하고..
그냥 애완견(케르베로스; 머리 셋 달린 개)이랑 집에 있는게 제일 좋을...
이런 하데스가 지상에 올라와서 크게 벌인 사건 중 하나가 '신붓감 구하기'
하데스는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신이기 때문에 하데스와 결혼하게 되면 누구라도 지하세계에서 평생을 살아야했기 때문에.. 아무도 하데스와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음.
여기에서 그리스로마신화 판본에 따라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하나는 우연히 지상으로 올라온 하데스가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에게 반했다는 이야기와
다른 하나는
제우스가 넌지시 데메테르 딸 '페르세포네'가 괜찮다던데, 만나봐라(=납치해봐라)라고 독려했다는 이야기
또 다른 하나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있음.
거인족이 일으킨 지진으로 인해 땅이 갈라져서 틈이 생겨버림.
하데스는 지상과 지하 사이에 틈이 생겼기 때문에 걱정되어서 정말 오랜만에 지상으로 출타함.
하데스: (괜찮나..) ← 오만년만에 지상으로 출타
그 때, 지상으로 나온 하데스를 본 아프로디테가 아들 에로스를 시켜 하데스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도록 함
(출처: https://lindsayrappgallery.com/)
왜냐하면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여신이고, 사랑에 대한 믿음과 신념으로 권위를 부여받는 여신인데 올림포스의 주요3신(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중 하데스만이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
그래서 자신의 권위가 흔들린다고 생각한 아프로디테가 수를 쓴 것임.
아프로디테: 사랑은 아름다운건데.. 왜 안해서..날 빡치게..만들어...?
(아프로디테는 미혼신 아르테미스한테도 사랑에 관한 설교를 하다가 무시당한 적도 있음)
때마침 들판에서 꽃을 따고 있는 곡식과 풍요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
페르세포네: (엄마한테 드려야지 🥰)
사랑의 화살을 맞은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보고 바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페르세포네를 납치해서 지하세계로 끌고 감.
(ㅠㅠㅠㅠ)
이후에 헤르메스가 가서 페르세포네를 데려오려고 했지만,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에서 석류 6알을 먹어 완전히 지상으로 돌아올 수 없고~ 뭐 이런 이야기가 있지만 대부분 다 아는 이야기일 것 같으니 스킵하겠음.
그럼 왜 그리스 사람들은 하데스의 신붓감으로 페르세포네를 선택했는가.
왜냐하면 '페르세포네'라는 이름이 '씨앗'이라는 뜻을 지니기 때문임.
'씨앗'은 땅 속에 심고, 몇개월 시간이 지난 후에 지상으로 새싹을 틔워 나오니 이거.. 지하-지상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찰떡콩떡.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출처: EJDM)
하데스는 죽음의 신이기 때문에 자식을 가질 수 없는 것이 맞음.
죽음에서 생명이 잉태된다는 건 이상하니까..
근데 학자들이 '씨앗'을 상징하는 페르세포네와 결혼했기 때문에 자식을 낳을 수 있었던거라고 해석을 하더라고..
사실 하데스의 '자식'에 대한 문제도 논쟁 아닌 논쟁을 낳았음.
왜냐면 판본에 따라 하데스 자식이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이 많았기 때문임.
(근데 요즘엔 있다고 보는게 우세한 의견인듯함. 여기에 대해서는 논문을 안 찾아봐서 확실히는 모르겠음)
아무튼 그래서인지 외국 웹소설, 판타지 소설계에서는 '하데스의 자식'을 주제로 한 소설들이 대세였던 적이 있었음.
'우리 아빠가.. 지하세계와 죽음을 관장하는 짱짱갓 하데스야.. 근데 난 그걸 몰랐어.. 하지만 이제 알아...' (하데스버스)
대충 이런 내용 多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제우스의 아들 → 왠지 바람펴서 낳은 아들같음.. 그리고 자식들 겁나 많음.. 존재감 없을 것 같음..
포세이돈의 아들 → 인어..아님..?
하데스의 아들 → 뭔가 비밀스러움.. 신비로움..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았음... => 소설 주제로 찰떡..
이래서가 아닐까.. 추측..
간혹 '하데스 바람폈다며!' 하면서 요정 민트의 이야기를 들고 오는 경우도 있는데
민트 이야기도 판본에 따라 다름. 아예 없는 판본도 많고, 민트 이야기가 있어도 아예 서사가 다름.
그래서 그리스로마신화 원본이 아닌 시간이 흘러흘러 후대에 추가된 이야기로 보는게 맞는듯.
민트와 하데스, 페르세포네와 관한 이야기는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몇개만 소개하겠음.
버전1)
요정 민트가 지하의 신인 하데스에게 반해서
민트: 멋져..
페르세포네를 도발했다가 허브(민트)가 되었다는 버전.
버전2)
원래 하데스랑 사겼던 민트.
하데스가 사랑의 화살을 맞고 페르세포네를 데려온 게 너무너무 마음에 안들었음.
민트: ㅂㄷㅂㄷ 하데스는 원래 나랑 사겼는데.. 내가 페르세포네보다 더 아름다우니 하데스는 곧 날 다시 좋아할거야
라고 했다가 페르세포네 엄마인 데메테르가 빡쳐서 허브(민트)로 만들었다는 버전.
(이유: 내 딸보다 예쁠 순 없다)
버전3)
페르세포네와 결혼생활 도중, 민트와 바람을 핀 하데스.
민트: 하데스님 사랑해요
빡친 페르세포네가 허브(민트)로 만들었다는 버전..
(참고로 페르세포네는 완전 쎔. 에로스와 결혼한 프시케를 영원한 잠에 빠져들게 한 것도 페르세포네의 잠이었음)
버전4)
페르세포네가 들판에서 꽃을 따고 있을 때에 (납치 직전)
페르세포네: 민트야 같이 따자~^^
옆에 있었던 친구 민트.
민트: 그래요 페르세포네님~^^
근데 페르세포네가 납치를 당하자, 페르세포네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허브가 되었다는 버전..
이외에도 엄청 다양함.
그러면 왜! 하필! 민트가 하데스랑 엮일까?
왜냐하면 장례식에서 시신의 냄새를 가리기 위해 민트를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함.
장레식 = 죽음 = 하데스
장례식에 민트 이용...! 무릎 탁.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그리고 관련 요정(민트)에 관한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사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하데스의 비중은 이 이야기가 90%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외의 이야기에선 비중이 별로 없음. 왜냐면 고대 그리스에서조차..... 그렇게 하데스를 숭배하지 않았기 때문임..
하데스의 신전은 다른 주요신들의 신전보다 그 수가 확연히 적음.
그리스의 '테스프로티아'라는 지역에서 하데스에 관한 신앙(죽음에 대한 신탁)이 있었던 것으로 연구되었지만 그 지역에서조차도 하데스 신전이 많지 않고, 하데스 조각상도 별로 없음.
왤까, 죽음의 신이라서?
ㄴㄴ 단순히 죽음의 신이라는 이유는 아니었을 것임.
왜냐면 다른 신들은
아프로디테: 나 안믿으면 벌받음 ^^ 대신 나를 믿으면 평생의 연인을 줄게~
(아프로디테는 가녀린 외양과는 달리 실제로 자기한테 대항하면 엄청나게 극대노한... 무서운 신이었음..)
제우스: 나는 신들의 왕 제우스, 나를 믿지 않으면 천벌을 내리리!
아르테미스: 나는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 신도들의 준엄한 맹세를 어긴다면 죽음을 선사하겠다.
이것처럼
나 믿으면 → 좋은 일
나 안 믿으면 → 나쁜 일
이렇게 상과 벌의 체계가 분명했음.
그런데 하데스는
하데스 숭배해보려는 인간: 하데스님, 하데스님을 믿으면 죽음을 피할 수 있나요?
하데스: ..?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 피할 수 없다.
하데스 숭배해보려는 인간: 아;;;; 아니... 그럼 죽음을 조금 늦출 수 있을까요?
하데스: 그것은 운명의 여신의 관장일뿐. 늦출 수 없다.
하데스 숭배해보려고 고민하는 인간: (뭐야..) 그..그럼 제가 죽은 후에 심판을 좀 잘 해주실 수 있나요?
하데스: 죽은 이후의 심판은 생전의 업으로 판단하는 것.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게 아니다.
하데스 숭배 그만둔 인간: ? 뭐야. 됐어요, 안믿어. 믿어도 좋을게 하나도 업네;;
하데스: .....
그리스로마신화에서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과정을
아케론(비통의 강) → 코키토스 (시름의 강) → 플레게톤 (불의 강) → 레테 (망각의 강) → 심판의 벌판으로 진입
으로 봤는데, 이 '심판의 벌판'에서 옳은 삶을 살았다고 심판받은 사람은 엘리시온으로, 옳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심판받은 사람은 스튁스를 거쳐 타르타로스(나락)으로 가게 됨.
근데 하데스는 이뻐하는 인간 X, 특별히 미워하는 인간 X 니까
심판을 할 때에도 주관적인 감정 개입의 여지 0%.
하데스를 숭배하든 말든 주관성의 개입 여지 0%이기 때문에 하데스 숭배한다고 엘리시온 가는 것도 아니고, 안 숭배한다고 타르타로스 가는 것도 아님..
믿어봐야 특별히 좋은 점도 ㄴㄴ.. 안믿어도 특별히 나쁜 점도 ㄴㄴ..
굳이 신전 만들어서 숭배해서 믿을 필요가 있나..? 싶은..
트로이 전쟁에서도
신들 저마다 마음에 드는 인간 골라서 그리스편 VS 트로이편 들면서 싸울 때
하데스는 관여 X 참여 X
다만, 트로이 전쟁 이후 저승으로 몰려드는 영혼들 때문에
하데스랑 하데스 밑 지옥 공무원(?)들만 처리할 일만 졸라 많아진...
하데스 부하1: 하데스님.. 오늘도 야근인가요...
하데스 부하2: 어제 또 큰 전투가 있었대요.. 지금 대기인원만 해도 어마어마해요.
하데스 부하3: ...하데스님, 만약 저희가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
(출처: https://www.trendhunter.com/trends/pixiv-artist-j)
하데스: 하.. 난 그 전쟁 관심도 없었는데 왜 우리만 바빠....
그저 지하세계 공무원...
그리고 포세이돈을 비롯한 헤라, 아폴론, 아테나 등의 신들이 제우스에 대해 반란을 일으켰을 때에도
포세이돈: 이얍!
하데스는 참여 ㄴㄴ
주요 3신 중 한 명인데, 참여안했다는게 오히려 특이하게 느껴지기도..
정의를 담당하는 여신 아테나가
자기한테 깝쳤다(?)는 이유로 인간에게 벌을 주고
바다의 신이지만 성질은 불같았던 포세이돈이 허구헌날 인간들이랑 싸우고..
자기한테 제물 안 바쳤다고 왕비랑 웬 소랑 사랑을 나누게 해서 괴물을 낳게 하고...
최고 여신이자 가정의 행복을 관장하는 여신인 헤라가
여러 사람들 괴물로 만들고 벌을 주었던거 생각하면..
(이외에도 신들의 만행은 많지만 이정도로 줄이는 거..)
미스터 하는 사사로운 일로 인간을 처벌하는 일이 그리스로마신화 통틀어 한 번도 없었음.
다만, 리라를 잘 연주했던 '오르페우스'가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살려달라고 간청했을 때에 딱 한 번 인간의 부탁을 들어준 일이 있음
(이것도 페르세포네가 오르페우스의 연주에 엄청 감동받아서 들어준거. 어찌나 아름다운 리라 소리였는지 강아지 케르베로스도 감동했다고 함)
'저승을 다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아라... 그럼 아내가 살아날 것이다' 라는 조건부로 오르페우스의 소원을 들어주었는데...
결과는 나도 알고 덬들도 알고 하데스도 알고.... 결국 오르페우스는 지상까지 세 걸음을 남기고 뒤를 돌아봤고,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으로 떨어지게 됨.
오르페우스가 다시 하데스한테 가서 '제발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지만 얄짤 X.
저승의 질서를 흩뜨리는 부탁... 두 번은 안들어준다..
(Gustave Moreau, Orpheus, 1865)
불쌍한 오르페우스는 미쳐서 돌아다니다 디오니소스의 광신도들에게 희생당하게 됨..
결과적으로는 하데스가 사사로운 감정으로 인간의 운명을 바꾼 일은 0번......
인간 공정....
아니.. 신 공정...
이렇게 보면은.. 미스터 하... 하데스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가장 공정한 신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봄.
참고:
David M. Johnson, Hesiod's Descriptions of Tartarus, "Pheonix" Vol. 52, 1999, pp. 8-28.
H. L. Tracy, Hades in Montage, "Pheonix" Vol. 8, No. 4, 1954, pp. 136-141.
James Wiseman, InInsight: Rethinking the "Halls of Hades", "Archaeology" Vol. 51, 1998.
Nikolas Dimakis, Ancient Greek Deathscapes, "Journal of Eastern Mediterranean Archaeology & Heritage Studies" Vol. 3, No. 1, 2015, pp. 27-41
https://www.thecollector.com/hades-greek-god/
+ 아트앤스터디 하데스편
그림출처: 핀터레스트 / 그림을 조금 수정하였음! (출처를 달고 싶었는데 핀을 안해놔서 정확한 출처가 안나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