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서리는 입김에
창을 열었더니
네가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다
/창, 육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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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문정희 -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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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큼 사랑스런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김남조, 편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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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최영미. 선운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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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그리움을 어찌할 수 없어
명치 끝이 아파 올 때면
가슴이 온통 그대로 가득 차
감당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고
보고 싶다는 생각에
온몸이 눈물로 젖는다
사랑하지 말 걸 그랬다
그대 나에게 올 때
외면할 걸 그랬다
그대 단 한 번이라도 꼭 안으면
이 모든 아픔은 사라질 것만 같다
용혜원, 밀려드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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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정함의 온도는
36.5도를 넘기고
내게 화상을 입힌다
김우석, 다정함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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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내 사랑은
짙은 안개 속처럼
참 난감해서 더 절절했다
절절 속 끓이며
안으로만 우는 안개처럼
남몰래 많이 울기도 했다
이제야 하는 얘기다
/오인태, 난감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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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따뜻한 한 편의 소설 속
너와 내가 주인공이길 바랐지만
너의 행복과 슬픔, 그리고 일생을 읽는 동안
나는 등장하지 않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지문에 눈물만 묻혀가며
말없이 페이지를 넘길 뿐이었다
소설 속 나의 이름은 고작
'너를 앓으며 사랑했던 소년1' 이였다
-서덕준,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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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잘 잃어버리는 것들을 사랑하곤 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찾는 일은 없었다.
/유실물, 서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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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바라보다 죽고 싶었다.
너는 알까?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 모를까?
네가 모른다면 나는 너무 서럽다.
죽음보다 서럽다.
<구의 증명 / 최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