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에서 동대문 역사 공원에 이르는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 지구 을지로. 과거 구리개, 황금정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였으나 1946년 을지문덕의 성을 따라 지금의 ‘을지로’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과거 약방이 발달하고 행정 기관이 들어서는 등 번영하였으나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후, 서울이 다시금 활발하게 재건되자 전국의 건축 자재상들이 모여들었다. 군수물자를 만들던 청계천 공구 상가와 더불어 철물, 페인트, 도배 상가 등이 모인 이곳은 건축 붐을 타고 호황을 누렸다.
또 골목을 지날 때마다 잉크 냄새가 꼬리처럼 따라오던 인쇄소 골목, 조각 금형 점포들, 조명 상가 등도 을지로를 북적이게 했다. 1990년대엔 ‘두타’를 중심으로 패션 거리가 활발하게 번영하기도 했다.
요즘의 을지로는 높은 빌딩 숲이 들어선 다른 서울 지역에 비해 활력이 줄어들었지만 레트로 붐을 타고 곳곳에 식당과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힙지로’라는 명칭을 얻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은 변화를 택했고 세운지구의 재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문을 닫은 동원집(2월 초 다른 곳으로 이전), 세진식당, 전주집(장소 이전), 양미옥(남대문점 영업), 안성집에 이어 일부 유명 노포가 1월 말부터 폐업하거나 이전을 시작한다. 노포를 사랑하는 식도락가라면 이곳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 을지로의 시간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한 끼를 꼭 즐겨보시기를 권한다.
을지로의 맛집으로는 우래옥, 을지면옥, 은주정, 평래옥, 통일집, 안즈, 안동장, 사랑방칼국수, 경상도식당, 이남장 을지로본점, 삼수갑산, 장수보쌈, 보건옥, 순흥옥, 임마지노, 강산옥, 문화옥, 오구반점, 커피한약방, 동경우동, 조선옥, 석산정, 분카샤, 을지오뎅, 우일집, 꾸왁칼국수, 전주옥, 호반집, 호랑이, 녁, 레드스타, 나드리식품, 줄리아, 다전식당, 금샤빠, 고향집, 숙희, 을지로보석, 부타이 제2막, 을지다락, 스탠딩바 전기, 구움양과, 을지 장만옥, 을지깐깐 등이 있다.
1. 골목에서부터 식사가 시작되는 듯한, ‘을지면옥’
이미지 출처: byxjune님 인스타그램
의정부파 평양냉면의 계보를 잇고 있는 평양냉면의 강자. 마치 맹물인 듯 반투명한 육수위에 정갈한 국수가락과 파, 고춧가루가 소박한 올라간 모양새가 인상적이다. 자매가 운영하고 있는 충무로의 필동면옥에서도 흡사한 냉면을 만날 수 있다. 기름기가 적당한 편육은 특제 양념과 김치에 곁들여 먹으면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돼지 맛이 일품이다. 을지면옥은 투박한 손글씨 간판을 지나 골목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식사가 시작되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는데, 어떤 모습으로든 새롭게 변할 것을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마감 일정 및 장소 이전 등은 아직 미정이다.
[식신의 TIP]
▲위치: 서울 중구 충무로14길 2-1
▲영업시간: 11:00~21:00 (B/T 15:30~17:00) 매주 일요일 휴무
▲가격: 냉면 13,000원, 온면 13,000원, 편육 28,000원
▲후기(식신 지은): 육수가 간간해서 처음으로 면 다먹고 국물에 후추 약간 뿌려서 밥까지 말아 먹어봤는데, 차가운 고깃국에 밥 먹는 느낌? 나쁘지않았고 육수가 맛있어서 텀블러에 담아가고 싶었는데 육수 테이크아웃은 안된대서 아쉬웠습니다. 재방문 의사 있는 곳!!
2. 빈티지한 공간에서 즐기는 한우구이, ‘통일집’
이미지 출처: y_bar_chef님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y_bar_chef님 인스타그램
을지로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통일집. 날씨가 좀 풀리면 가게 앞 골목에 대강 놓인 스텐 테이블과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고기를 굽는다. 주변에 널린 공구와 페인트로 쓰인 간판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주지만 그것 또한 통일집을 찾는 매력이다. 퀄리티 좋은 암소 한우등심을 화력 센 불판에 얹어 구우면 육즙을 촉촉하게 가둔 구이가 금세 완성된다. 고기가 많이 들어가 고소한 된장찌개는 느끼한 입을 씻어주기에 제격이다.
[식신의 TIP]
▲위치: 서울 중구 충무로 68-12
▲영업시간: 11:00~21:00 (매주 토,일 휴무)
▲가격: 한우등심 45,000원, 된장찌개 4,000원
▲후기(식신 ii애기야ii): 메뉴는 단1가지. 생등심만을 취급하기에 다른메뉴를기대하고 간다면 못먹음과 실망감을 동시에얻을수있습니다… 80-90년대 소설속 이미지가 떠오르는 깊은세월을 가진 맛집.
3. 짙은 연탄불향의 소갈비, ‘조선옥’
이미지 출처: jh2_bro님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seorae_village_cho_chef님 인스타그램
달콤하고 고소한 소갈비가 유명한 을지로의 노포. 을지로3가역 6번 출구에서 골목을 따라 오르다 보면 만날 수 있다. 약 70년 전통의 노포이지만 실내는 리모델링을 해서 깔끔한 느낌을 준다. 놋그릇에 단정하게 나오는 김치와 찬류는 고기와 함께 먹었을 때 합이 좋다. 전통 양념갈비는 구워서 서빙되며 테이블 앞에서 슥슥 손질해 주어 편하게 먹기만 하면 된다. 슴슴한 맛의 양념과 불향이 어우러진 고기 한 점은 두툼한 크기로 식감이 좋다.
[식신의 TIP]
▲위치: 서울 중구 을지로15길 6-5
▲영업시간: 11:30~21:30 (매주 일요일 휴무)
▲가격: 전통양념갈비 41,000원, 한우 특 양념갈비 49,000원, 한우육회 비빔밥 15,000원
▲후기(식신 몬스터합창단): 오래된 고깃집. 가격이 좀 나가지만 소갈비이기도 하고 추억 소환할 겸 다녀왔어요. 육질이 연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이 아니라 약간 질기다 싶을 정도로 터프한 스타일입니다. 가실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4. 애환을 달래던 소곱창 한 점, ‘우일집’
이미지 출처: 0r_hoo님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joooonyoung_food님 인스타그램
60년 전통의 소곱창집. 을지로에서 양대창으로 유명한 집이 ‘양미옥’이라면 곱창으로는 우일집이 손꼽히곤 한다. 육질이 좋고 신선한 고기를 손질해 손님상에 낸다. 가게는 좁지만 앞마당에 노상 테이블을 설치해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한다. 굴이 들어간 무말랭이 반찬과 배춧속 반찬은 다른 곱창집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반찬이지만 이곳의 음식과 꽤나 어울린다. 점심엔 칼국수를 판매하는데 사골 육수에 빨간 양념장을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우일집도 재개발을 앞두고 있으며 이후 계획은 아직 미정.
[식신의 TIP]
▲위치: 서울 중구 을지로15길 7
▲영업시간: 11:00~22:00 (일요일은 14시 오픈)
▲가격: 한우곱창 19,000원, 대창 19,000원, 막창 19,000원, (점심) 칼국수 7,000원
▲후기(식신 대머리독수리): 겨울이지만 감성 못 잃고 야외테이블에 앉아서 먹었어요 ㅋ 담요도 주셔서 괜찮았습니다. 대창 맛있어요 ㅠ
5. 비법 숙성으로 쫄깃한 감성돔 회, ‘갯마을횟집’
이미지 출처: cmiii1215님 인스타그램
소박한 간판 아래 숨겨진 내공의 회 맛을 볼 수 있는 곳. 감성돔만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양념 쌈장과 김, 손질된 쌈채와 식감을 올려줄 해초까지 밑반찬이 깔리면 곧이어 주인공 감성돔이 등장한다. 투박하게 썰린 회지만 가시가 제거되어 먹기 편하다. 회는 비법 숙성을 거쳐 쫀쫀한 식감에 씹을수록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치고 올라온다. 회를 주문 시 생선구이와 매운탕이 함께 나온다. 1월 31일까지만 영업하고 도보 7분 거리의 장소로 이전한다.
[식신의 TIP]
▲위치: 서울 중구 충무로14길 6-12
▲영업시간: 17:30~22:00 (매주 토, 일 휴무)
▲가격: 감성돔 회 (특) 85,000원, (대) 75,000원, (중) 65,000원
▲후기(식신 cora3): 시내에서 먹기 힘든 감성돔 + 도심 한복판 골목집의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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