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인형에게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고.. 20대 '돌 맘'을 아십니까?
6,927 60
2021.09.25 17:53
6,927 60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들, 잠투정이 심해 바운서(전동 아기침대)도 샀어요. 새벽에 일어나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가는 게 일상이랍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육아 브이로그. 가만 보니 누워있는 건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다. 인천에 사는 정여름(27)씨는 실제 아기 모습과 크기가 같은 인형 ‘리본 돌(Reborn Doll)’을 키우고 있다. 정씨는 아동 의류 50벌과 카시트, 침대, 옷장까지 구매한 ‘프로 육아맘’. 1년 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인형과 함께 ‘첫 미용실 간 날’ ‘영화관 탐방기’ 등의 영상을 올리고 있다. 정씨는 “아이를 낳고 싶지만 경제적 여건이 안 돼 인형으로 대리 만족한다”며 “퇴근 후 홀로 돌아와 인형을 보면 진짜 내 아이인 것 같아 마음과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https://img.theqoo.net/aJDVF
실제 아기와 똑같이 생긴 리본 돌(Reborn doll)을 키우며 육아 과정을 유튜브에 올리는 2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취재원 제공


정씨뿐 아니라, 리본 돌을 단순한 인형 이상으로 여기는 2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원래 리본 돌은 다시 태어난 인형이라는 뜻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리적 치유 목적으로 제작됐다. 인형 크기도 미숙아부터 3개월 아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기를 가질 수 없거나 낳을 형편이 되지 않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대상이 됐다. ‘유치원 등원 준비’ ‘리본 돌 목욕 시키기’ 등의 영상을 게시한 유튜브 채널도 수십 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리본 돌’ ‘리본 돌 키우기’ 게시글은 5700개 가까이 된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권시연(24)씨는 ‘서윤’이라고 이름 지은 인형과 지난주 서울 중구의 남대문 시장에 다녀왔다. 평소에도 권씨는 인형을 유모차에 태워 산책하거나 식당에 가는 것을 즐긴다. 지난 여름에는 호캉스(호텔+바캉스)도 다녀왔다. 시장에서 반나절을 돌아다닌 권씨와 마주친 사람들은 ‘왜 징그럽게 인형을 안고 다니냐’는 비난 섞인 조롱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권씨는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린다”고 했다.

왜 하필 신생아 모습의 인형일까. 경제적 여건이나 시간 부족 등 외부적 요인으로 출생률은 떨어지지만 아이를 기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다. 2020년 기준 여성이 가임 기간 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는 0.83명으로 채 1명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리본 돌 육아 사진을 올리는 김모(25)씨는 “진짜 아이는 교육비나 의료비처럼 주기적으로 드는 비용이 크고, 직장 생활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졌고 인형으로 상당 부분 충족이 된다”고 했다.

https://img.theqoo.net/IOIMx
아이를 낳기 어려운 여건 속 최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을 찾는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리본 돌 육아가 유행하고 있다. /취재원 제공

인형 육아가 20대 여성의 우울과 불안함을 달래주기도 했다. 정여름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우울증을 앓으며 진료를 받아왔는데, 인형과 함께하면서 나 자신도 보살피게 됐다”며 “인형 덕분에 집에 혼자 있어도 완전히 홀로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권시연씨는 “몇 년 전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해 힘들었는데, 세상에 내 편이 없는 것 같아 인형에게라도 기대고 싶었다”며 “친구 관계를 직접 해결해준 건 아니었지만 인형이 있으면 적어도 내가 혼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해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형 육아는 20대 여성들이 자신들의 여건 속에서 개발한 새로운 시간 보내기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여성학자인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아이를 낳기 어려운 여건 속 최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을 찾다 보니 리본 돌 육아가 유행하게 된 것”이라며 “이것이 20대 여성이 책임이나 희생을 피하면서 자신만의 심리적 즐거움과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놀이 중 하나인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6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드라마이벤트] 이정재 주연 스타워즈 시리즈! 디즈니+ 팬시사 & 미니GV with 이정재 182 05.26 46,192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032,160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754,06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175,444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376,01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6 21.08.23 3,729,62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0 20.09.29 2,597,61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73 20.05.17 3,292,95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2 20.04.30 3,865,17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246,89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23905 이슈 나우어데이즈 첫 대학축제 행사 라이브 직캠 (연세대 미래캠 대동제).ytb 19:56 8
2423904 이슈 [KBO]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 홈런 9 19:55 430
2423903 기사/뉴스 '채상병 대대장' 정신병동 입원 "왕따 심해‥살아야 했다"(MBC 뉴스) 19:54 175
2423902 유머 고양이가 열리는 스퀘어 1 19:54 283
2423901 기사/뉴스 “7만전자는 웁니다”...반도체 전쟁 다급한데 첫 파업선언까지 터졌다 2 19:53 214
2423900 이슈 책을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19:53 613
2423899 이슈 대존예인 박보영 맥심모카골드 광고 촬영 비하인드컷.jpg 1 19:52 231
2423898 유머 은퇴한 프로파일러가 한 일 11 19:51 1,829
2423897 유머 보고싶은 푸바오❤️ 17 19:48 916
2423896 유머 막내가 화나서 문 잠갔어ㅜㅜ 11 19:46 2,284
2423895 기사/뉴스 ‘분당 흉기난동범’ 최원종, “교도관이 괴롭혀 힘들다” 43 19:46 1,630
2423894 이슈 헤메코 반응 좋은 뉴진스 해린 디올 팝업 기사사진 모음.jpg 24 19:46 1,234
2423893 이슈 오늘자 디올 팝업 뉴진스 해린 45 19:44 2,150
2423892 이슈 디올 팝업 한소희 25 19:43 3,299
2423891 이슈 내가 생각하는 바람의 기준은? 19:43 211
2423890 이슈 디올 팝업 행사 실시간 김연아 79 19:42 6,914
2423889 유머 오늘 툥바오가 툥후이 코 떼먹으려는 현장 🐼 8 19:41 1,863
2423888 이슈 에스파 아마겟돈 도입부 안무 찢는 카리나 6 19:41 951
2423887 이슈 "한국 망했네요" "더 줄어들었습니다" 40 19:39 3,666
2423886 이슈 버스를 탔는데 허벅지에 매미가 붙어 있음.gif 9 19:39 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