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인형에게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고.. 20대 '돌 맘'을 아십니까?
6,962 60
2021.09.25 17:53
6,962 60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들, 잠투정이 심해 바운서(전동 아기침대)도 샀어요. 새벽에 일어나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가는 게 일상이랍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육아 브이로그. 가만 보니 누워있는 건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다. 인천에 사는 정여름(27)씨는 실제 아기 모습과 크기가 같은 인형 ‘리본 돌(Reborn Doll)’을 키우고 있다. 정씨는 아동 의류 50벌과 카시트, 침대, 옷장까지 구매한 ‘프로 육아맘’. 1년 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인형과 함께 ‘첫 미용실 간 날’ ‘영화관 탐방기’ 등의 영상을 올리고 있다. 정씨는 “아이를 낳고 싶지만 경제적 여건이 안 돼 인형으로 대리 만족한다”며 “퇴근 후 홀로 돌아와 인형을 보면 진짜 내 아이인 것 같아 마음과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https://img.theqoo.net/aJDVF
실제 아기와 똑같이 생긴 리본 돌(Reborn doll)을 키우며 육아 과정을 유튜브에 올리는 2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취재원 제공


정씨뿐 아니라, 리본 돌을 단순한 인형 이상으로 여기는 2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원래 리본 돌은 다시 태어난 인형이라는 뜻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리적 치유 목적으로 제작됐다. 인형 크기도 미숙아부터 3개월 아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기를 가질 수 없거나 낳을 형편이 되지 않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대상이 됐다. ‘유치원 등원 준비’ ‘리본 돌 목욕 시키기’ 등의 영상을 게시한 유튜브 채널도 수십 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리본 돌’ ‘리본 돌 키우기’ 게시글은 5700개 가까이 된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권시연(24)씨는 ‘서윤’이라고 이름 지은 인형과 지난주 서울 중구의 남대문 시장에 다녀왔다. 평소에도 권씨는 인형을 유모차에 태워 산책하거나 식당에 가는 것을 즐긴다. 지난 여름에는 호캉스(호텔+바캉스)도 다녀왔다. 시장에서 반나절을 돌아다닌 권씨와 마주친 사람들은 ‘왜 징그럽게 인형을 안고 다니냐’는 비난 섞인 조롱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권씨는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린다”고 했다.

왜 하필 신생아 모습의 인형일까. 경제적 여건이나 시간 부족 등 외부적 요인으로 출생률은 떨어지지만 아이를 기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다. 2020년 기준 여성이 가임 기간 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는 0.83명으로 채 1명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리본 돌 육아 사진을 올리는 김모(25)씨는 “진짜 아이는 교육비나 의료비처럼 주기적으로 드는 비용이 크고, 직장 생활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졌고 인형으로 상당 부분 충족이 된다”고 했다.

https://img.theqoo.net/IOIMx
아이를 낳기 어려운 여건 속 최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을 찾는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리본 돌 육아가 유행하고 있다. /취재원 제공

인형 육아가 20대 여성의 우울과 불안함을 달래주기도 했다. 정여름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우울증을 앓으며 진료를 받아왔는데, 인형과 함께하면서 나 자신도 보살피게 됐다”며 “인형 덕분에 집에 혼자 있어도 완전히 홀로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권시연씨는 “몇 년 전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해 힘들었는데, 세상에 내 편이 없는 것 같아 인형에게라도 기대고 싶었다”며 “친구 관계를 직접 해결해준 건 아니었지만 인형이 있으면 적어도 내가 혼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해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형 육아는 20대 여성들이 자신들의 여건 속에서 개발한 새로운 시간 보내기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여성학자인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아이를 낳기 어려운 여건 속 최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을 찾다 보니 리본 돌 육아가 유행하게 된 것”이라며 “이것이 20대 여성이 책임이나 희생을 피하면서 자신만의 심리적 즐거움과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놀이 중 하나인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6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올여름, 코미디의 정석이 이륙합니다! <파일럿> 최초 무대인사 시사회 초대 이벤트 427 07.05 18,514
공지 [업로드 오류관련 개선작업 완료]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 07.05 25,80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166,615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829,03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850,88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115,461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392,36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9 21.08.23 3,987,93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5 20.09.29 2,931,98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4 20.05.17 3,577,54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8 20.04.30 4,141,11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620,68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48581 이슈 <서진이네2> 시청률 추이 3 08:10 387
2448580 기사/뉴스 영탁 측, 허위사실 유포·악성 댓글에 법적 대응 "합의나 선처 없다" 08:09 28
2448579 이슈 [KBO] 7월 6일 올스타전 선발투수 & 중계방송사 & 중계진 & 날씨 08:09 120
2448578 이슈 한문철TV 레전드 갱신.gif 3 08:08 198
2448577 기사/뉴스 총격·폭력으로 얼룩진 美 독립기념일…26명 사망·80여명 부상 4 08:07 240
2448576 정보 신한플러스/플레이 정답 2 08:01 121
2448575 기사/뉴스 "한 달만 넣어도 연 3% 이자 주네"…요즘 직장인들 비상금 재테크 6 08:01 1,209
2448574 유머 교과서 낙서 레전드 모음 4 08:01 339
2448573 기사/뉴스 테슬라 30억 '몰빵'한 삼성 직원, 열흘 만에 벌어들인 돈이…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5 07:58 1,073
2448572 이슈 세조vs영조 중 누가 더 개인적으로 유능했을까? 8 07:49 639
2448571 이슈 햄버거를 햄부기라고 부르는 친구 54 07:46 2,303
2448570 유머 우리아빠한테 보이스피싱 왔는데 아빠 답장 봐 3 07:42 2,927
2448569 기사/뉴스 "도박자금 300만원 왜 안줘"…홧김에 모친 집 가전제품 부순 40대 아들 4 07:32 674
2448568 이슈 운전중 페달 오조작 경험이 있습니다. 급발진 주장 사고에 대해 말씀드려 봅니다. [펌] 2 07:32 1,799
2448567 이슈 인생영화를 물으면 많이 대답하는 영화들 33 07:29 2,192
2448566 유머 어제 유튜브 방송 나와서 허웅이 당시 전여친집 무단침입해서 식탁에 쓴 글에 대한 해명 20 07:28 2,970
2448565 이슈 1년전 루이바오&후이바오 🐼 4 07:27 1,648
2448564 정보 인기가요 원빈. 8 07:26 590
2448563 유머 무묭이들아 내 이름은...!! 3 07:25 645
2448562 정보 여드름패치 붙이고 충격받았다는 라이즈 원빈 4 07:22 2,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