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인형에게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고.. 20대 '돌 맘'을 아십니까?
6,989 60
2021.09.25 17:53
6,989 60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들, 잠투정이 심해 바운서(전동 아기침대)도 샀어요. 새벽에 일어나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가는 게 일상이랍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육아 브이로그. 가만 보니 누워있는 건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다. 인천에 사는 정여름(27)씨는 실제 아기 모습과 크기가 같은 인형 ‘리본 돌(Reborn Doll)’을 키우고 있다. 정씨는 아동 의류 50벌과 카시트, 침대, 옷장까지 구매한 ‘프로 육아맘’. 1년 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인형과 함께 ‘첫 미용실 간 날’ ‘영화관 탐방기’ 등의 영상을 올리고 있다. 정씨는 “아이를 낳고 싶지만 경제적 여건이 안 돼 인형으로 대리 만족한다”며 “퇴근 후 홀로 돌아와 인형을 보면 진짜 내 아이인 것 같아 마음과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https://img.theqoo.net/aJDVF
실제 아기와 똑같이 생긴 리본 돌(Reborn doll)을 키우며 육아 과정을 유튜브에 올리는 2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취재원 제공


정씨뿐 아니라, 리본 돌을 단순한 인형 이상으로 여기는 2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원래 리본 돌은 다시 태어난 인형이라는 뜻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리적 치유 목적으로 제작됐다. 인형 크기도 미숙아부터 3개월 아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기를 가질 수 없거나 낳을 형편이 되지 않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대상이 됐다. ‘유치원 등원 준비’ ‘리본 돌 목욕 시키기’ 등의 영상을 게시한 유튜브 채널도 수십 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리본 돌’ ‘리본 돌 키우기’ 게시글은 5700개 가까이 된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권시연(24)씨는 ‘서윤’이라고 이름 지은 인형과 지난주 서울 중구의 남대문 시장에 다녀왔다. 평소에도 권씨는 인형을 유모차에 태워 산책하거나 식당에 가는 것을 즐긴다. 지난 여름에는 호캉스(호텔+바캉스)도 다녀왔다. 시장에서 반나절을 돌아다닌 권씨와 마주친 사람들은 ‘왜 징그럽게 인형을 안고 다니냐’는 비난 섞인 조롱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권씨는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린다”고 했다.

왜 하필 신생아 모습의 인형일까. 경제적 여건이나 시간 부족 등 외부적 요인으로 출생률은 떨어지지만 아이를 기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다. 2020년 기준 여성이 가임 기간 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는 0.83명으로 채 1명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리본 돌 육아 사진을 올리는 김모(25)씨는 “진짜 아이는 교육비나 의료비처럼 주기적으로 드는 비용이 크고, 직장 생활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졌고 인형으로 상당 부분 충족이 된다”고 했다.

https://img.theqoo.net/IOIMx
아이를 낳기 어려운 여건 속 최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을 찾는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리본 돌 육아가 유행하고 있다. /취재원 제공

인형 육아가 20대 여성의 우울과 불안함을 달래주기도 했다. 정여름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우울증을 앓으며 진료를 받아왔는데, 인형과 함께하면서 나 자신도 보살피게 됐다”며 “인형 덕분에 집에 혼자 있어도 완전히 홀로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권시연씨는 “몇 년 전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해 힘들었는데, 세상에 내 편이 없는 것 같아 인형에게라도 기대고 싶었다”며 “친구 관계를 직접 해결해준 건 아니었지만 인형이 있으면 적어도 내가 혼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해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형 육아는 20대 여성들이 자신들의 여건 속에서 개발한 새로운 시간 보내기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여성학자인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아이를 낳기 어려운 여건 속 최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을 찾다 보니 리본 돌 육아가 유행하게 된 것”이라며 “이것이 20대 여성이 책임이나 희생을 피하면서 자신만의 심리적 즐거움과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놀이 중 하나인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6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LG생활건강💕] 모공고민 싹-! <케어존플러스 P-케어 모공탄력 세럼> 체험 이벤트 348 07.18 31,207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357,19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485,886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169,33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6,288,68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521,153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788,22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9 21.08.23 4,119,167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5 20.09.29 3,066,89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98 20.05.17 3,696,70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1 20.04.30 4,239,04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742,432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61271 이슈 [김지영] 요리 별 거 아니네! l 요알못도 거뜬히 하는 당근 케이크 만들기 17:40 100
2461270 유머 후이바오🐼 됴금만 비키세오 다들 미얀!! 3 17:38 585
2461269 이슈 키스오브라이프 쇼!음악중심 'Sticky' 마지막 무대 완료 🦋 2 17:37 113
2461268 유머 엄마랑 한 카톡...jpg 4 17:36 676
2461267 유머 신선한 야채와 유기농 재료를 고집하는 가게 7 17:35 747
2461266 이슈 일본에서 한국 소주 추천했다가 정부한테 경고 먹음 11 17:35 1,499
2461265 이슈 펌)사람들 생각보다 한국은 서민층이 경제적 여유가 많은 나라다. 10 17:33 1,519
2461264 정보 귀신잡는 해병대의 유래 (스압) 5 17:33 308
2461263 기사/뉴스 생후 1개월 장애아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부모 '집유' 7 17:31 820
2461262 정보 네이버 시리즈온 무료 영화 9 17:31 1,694
2461261 유머 못되쳐먹은 파스타 6 17:27 1,998
2461260 유머 @@: 하츄핑 관크...;; 33 17:24 2,698
2461259 이슈 피겨) 2425 주니어그랑프리 선발전 쇼트 결과⛸️.twt 3 17:22 928
2461258 유머 근데 너는 관리자잖아요 7 17:21 2,150
2461257 정보 ☔️ 카카오 돈으로 수해지역에 기부하자 ☔️ 10 17:18 867
2461256 기사/뉴스 "뒤늦게 알려진 미담"…김호중, 경찰 수사 중 1500만원 기부 49 17:18 2,413
2461255 유머 엌ㅋㅋ 덬드랔ㅋㅋ 세상에서 가장 말 잘 듣는 닭이 뭐게ㅋㅋㅋ 23 17:16 2,065
2461254 유머 색약 판독기로 쓰여버린 포켓몬 캐릭터.jpg 19 17:15 2,830
2461253 이슈 [국내축구] 수원삼성 Galaxy 축구교실 open - 부모와 자녀 모두 갤럭시 사용자만 지원 가능 17 17:14 1,259
2461252 기사/뉴스 유튜버 이진호, '김호중 엄마 사칭'사건으로 고발됐다 2 17:12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