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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강스포) 이동진 평론가의 '랑종' 해석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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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3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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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말씀을 잘하셔서 직접 보는걸 추천함.



1. 그 공장에는 무슨 사연이 있었나?


이는 전체적인 줄거리를 관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악령들이 밍을 통해서 하는 행동은 전부 밍의 부계-모계가 한 행위를 복수하는 것이다.


이 복수의 원인은 아버지-어머니 가계 둘 다에게 있다.


부계를 보자. 남자들은 고용한 노동자들에 의해 죽거나/방화로 인한 보험사기를 들켜서/젊은 나이에 암으로/자살로 인해 죽었다.

이 집안의 남자들이 죽는데는 한가지를 관통하는 저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밍의 퇴마의식을 치루는 곳은 밍의 할아버지가 방화를 저지른 공장이다.

이로 인해 유족들은 이 집안을 저주한다. 또한 원혼들이 생겼다. 이 이유 두가지가 밍에게 들어가 학살극의 원인이 된다.

마지막을 보자. 노이가 어떻게 죽는가? 밍이 노이를 불태워 화형시켜 죽는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암으로 사망하고 화장을 통해 묻힌다.

이는 원혼들의 복수라고도 볼 수 있다.


모계를 보자. 이 영화에서 노이는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노이는 태국에서 금지하는 '개고기 판매'를 하는 인물이다. 이유는 그냥 시어머니의 일을 물려받아서.

또한 노이는 고기를 제공하는 것에 죄책감이 없다.

도입부를 보자. 님과 상담하는 고객이 '뱀을 담가 술을 먹다가 탈이 났어요'라고 한다.

님은 '뱀의 원혼이 들어가서 네 몸의 탈을 일으켰다'라고 답한다. 

나는 이것이 똑같이 밍에게 적용됐다고 생각한다. 밍의 몸에 개의 악령이 들어가 학살극의 다른 원인이 된 것이다.



2. 노이(언니)와 님(동생)에겐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극중에서 바얀신이 있다. 바얀신은 원래 어머니 노이에게 씌여야 했다.

그러나 이 바얀신은 여자에게만 신내림으로 내려온다. 원래 첫째 노이에게 신이 씌여야 했다.

이게 싫었던 노이는 신을 거부한다. 심지어는 이를 위해 성당에 다니기까지 한다.

이로 인해 님이 바얀신을 섬기는 무당이 된다. 이로 인해 님-노이 자매의 사이는 멀어진다.

(또한 1번에서 언급한) 다른 부분도 연관되어 있다. 님은 노이의 시댁이 벌인 학살극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설정은 인간의 실존적인 딜레마(선과 악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러니까 나홍진의 세계관이 깔려있다.

이 집안 대대로 바얀 신이 내려온다는 운명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누구에게 내려오는가?는 분명한 우연이다.

이 영화는 복수극에 대한 이야기다. 가문이 저지른 악행을 밍을 통해 복수하는 영화다.

여기서 밍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밍은 무슨 잘못인가? 왜 밍이 빙의의 대상으로 선택되었나?

답은 '알 수 없다.'다. 이렇게 필연과 우연이 부딫히는 상황이 나홍진 감독이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3. 님의 이른 퇴장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영화의 2/3 지점까지의 님은 완벽한 주인공이다. 근데 너무 허무하게 퇴장한다.

원래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굉장히 끔찍하게 죽는다. 근데 님은 그냥 자다가 죽는다. 완전한 우연이다.

이 영화의 전면에 나오는 님이 왜 죽을까를 생각해보자. 님은 일단 그렇게 능력이 있는 무당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는가?' 대한 님의 추측은 전부 오답이었다. (바얀신 - 맥의 원혼이 찾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전부 아니었음.)

이런 사건들을 지나며 님이 일찍 퇴장하는건 4번과도 연관되어있다.


4. 그래서, 바얀 신은 무슨 일을 하는가?


영화를 끝까지 보자. 바얀 신은 단 1가지도 하는 일이 없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바얀신은 침묵한다. 

이는 영화에서 암시된다. 바얀신의 목이 참수되는 장면과 밍의 꿈이다.


밍의 꿈에서 누군가의 목을 참수하는 사람은 원혼들로 볼 수 있다. 당하는 쪽은 바얀 신이고.

님이 알고 싶은 것은 바얀신의 의견이다. 명확한 도움을 요청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한다.

반면에 악령은 눈에 띄일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피해도 준다. 근데 바얀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는 악과 선의 비대칭적인 전력을 드러내기 위한 설정이고 나홍진 감독의 세계관과도 닮아있다.

<곡성> <추격자> <황해>의 세계관에서 이런 것이 잘 드러난다.


우리의 삶에서 괴로운 일은 다분히 분명한 것들이다. 악은 확실하다는 뜻이다.

이에 싸우기 위해서 우리가 가져고 기대야 할 선이 있다. 근데 선과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러니까 악은 분명한데 선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아이러니 속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고통 속에 놓인다. 


공포영화가 다루는 감정은 공포다. 인간은 왜 공포를 느끼는가? 무지다.

밍이 왜 악령에게 빙의되는지, 수많은 사람들을 도륙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악령의 정체도 특정할 수 없다.

반면에 선신인 바얀신을 품은 주인공 님은 후반부에 '바얀신이 몸속에 들어와있다고 한번도 확신해 본 적이 없다'라고 답한다.

이런 양자의 딜레마 속에 놓여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이 영화라고 볼 수 있다. 


5. 왜 그 장면으로 이 영화가 끝날까?


3,4번과 내려오는 이야기다.

영화 마지막은 님의 인터뷰 내용이다.

'솔직히 퇴마의식이 잘 될거라고 확신 못하겠다. 바얀신이 내 몸에 있다고 100% 여겨본 적 있다고 생각 안해봤으니까.'

이 영화 속에서 악령과 당연히 맞서싸워야할 님조차, 바얀신을 품고 살아왔던 님조차 선의 존재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

인간이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고 무엇도 믿을 수 없다는 걸 토로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무지와 무력감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님이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나홍진 감독의 영화에서 알 수 있다. <곡성>을 보자.

결국 종구는 딸의 폭주를 막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님이 죽지 않았더라도 

이 영화의 엔딩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6. 싼티의 퇴마의식을 관통하는 핵심은 무엇인가?


이 영화에서 중요한 설정인 두개가 있다.

1) 님이 일찍 퇴장함 2)이에 대한 집전자가 싼티라는 것이다.


싼티 입장에서도 둘이 같이 해야 할 퇴마의식을 혼자서 하게 생겼다. 완전 멘붕이 된 거다.

날짜를 바꿀수도 없고 무를수도 없다. 이런 입장에서 엄마 노이를 이용한다. 귀신을 속여 노이를 통해 퇴마의식을 진행한다.


이와 관련해서 굉장히 중요한 떡밥이 있다. '이 차는 빨간색입니다'라는 스티커다.

피디가 싼티에게 묻는다. '당신 마닛에 차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본 적 있는가?'

빨간색의 상징은 국가마다 다르다. 태국은 초자연적인 일을 상징하고 또 무당에게도 좋은 색이라고 한다.

근데 내 차가 빨간색이 아닐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스티커를 붙힌거다.

이는 퇴마의식을 관통하는 키워드와도 닮아있다. 실제로 퇴마의식에 나온 사람은 밍이 아니라 밍의 어머니였다.

노이의 업보와도 닮아있다. 싼티는 과거에 신을 속였던 노이를 악령을 속이는 도구로 사용했다.

또 재밌는 것은 반대편 밍에게 벌어지는 일이다. 외숙모를 속여 아기 울음소리를 흉내내 문을 열게 만들고 모든 계획이 실패한다.

즉 그러니까 노이의 업보 - 싼티의 퇴마의식 - 악령의 악행이 서로 닮아있다는 것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똑같이 돌려준다'라는 모티프가 작동한 것이다.


7. 노이가 느낀 것은 바얀신이었을까?


님이 죽고 싼티가 집전자가 된다. 싼티는 악령에 의해 죽는다. 싼티가 죽고 나서 노이가 집전하게 된다.

노이가 말한다. '난 바얀신을 느꼈다. 이제 나를 따라라'라는 것이다.

이때 노이의 몸에 들어간게 바얀신이었을까?


내 추측은 이것이다. 일단 세가지로 좁혀보자. 1)진짜 바얀신 2)바얀신 척 하는 악령 3)아무것도 안들어감이다.

내 생각은 2번이다. 첫번째. 님이 달걀을 깰 때 검은 액체가 나온다. 또 퇴마의식을 진행할때 노이가 검은 구토를 하는 장면이 있다.

다음은 영화의 초반부 장례식장 신이다. 님이 노이의 심부름을 잘못해서 서로 다투는 장면이 있다.

이는 자매의 소원한 사이를 보여주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사실 노이가 악령을 잘못 배달받았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첫번째 이유와 이 암시를 바탕으로 난 그 몸에 들어간 (바얀 신으로 착각하게 만든 악령) 악령이 시아버지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악령이 몸에 들어갈때 어떤 방식으로 들어가나. 보통 친족이 우선순위가 된다.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은 밍에게 들어가 있다. 이 모든일을 만든 시아버지의 영혼은 노이에게 들어가게 된다.

시아버지의 영혼이 들어간건데 왜 그걸 바얀 신으로 생각했던 걸까?

바얀 신은 조상신 즉 친족에 관한 신이다. 바얀신의 이런 속성 때문에 바얀신의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악령들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노이는 마지막에 하이라이트처럼 밍에 의해 몸이 불타 죽는다.

밍의 몸에 있는건 <피해자들>이고, 노이의 몸에 있는건 <가해자>다.

즉 밍이 노이를 죽인 것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죽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노이가 집전을 하게 된 이유도 밍의 몸에 있는 악령들과 싸우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8. 이 영화와 곡성은 어떤 관계인가.


나홍진 감독은 이 <랑종>을 곡성의 전 이야기로 기획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랑종>과 <곡성>은 닮은 곳이 있다. (자녀가 불행을 겪고 부모가 이를 위해 맞서 싸우지만 한계에 부딫히는 이야기)

<곡성> 들여다보자. 일광은 선을 섬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악을 좇는 인간이다.

난 감독이 일광과 밍을 동일시했다고 생각한다. 악을 믿지 않았지만 결국 밍은 악 그 자체가 된다.

(후에 감독 인터뷰에 밍이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다른 곳으로 떠나는 걸 계획했다고 합니다.)


다른 쪽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님을 일광과 동일시 시키는것이다.

님은 선신을 믿지만 그것에 대해 확신은 못한다. 반면에 님이 악령과 싸우다 보니까 확고한 존재들에 이해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침묵하는 선에서 분명한 악으로 전향하는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두가지로 읽힐 수 있어서 재미있는 이야기다.


9. 이 영화는 왜 페이크 다큐일까? (글쓴이 주 : 존나중요함)


이 영화의 주요 포인트는 '압도적인 악의 힘'이다.

우리가 만약 할리웃에서 본다면 장르적인 인공성으로 인해 즐기게만 된다.

근데 만약 페이크 다큐가 된다? 사실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


이 영화에는 두개의 영화가 있다. 영화 안에 나오는 다큐멘터리 제작진의 <랑종의 후예들>과 우리가 보는 영화 <랑종>이다.
우리는 다큐팀이 편집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근데 영화의 제작진들은 다큐감독의 의도들과 다르게 에필로그를 넣었다.
이는 이 둘 영화를 구분하는 그러니까 '님이 선을 확신한 적이 없다'고 말한 이 지점은 두 영화를 구분하는 핵심포인트다.
다른 말로 하면, 이 다큐 제작진들은 굉장히 중요한 인터뷰를 무시한 것이다. 다큐의 흐름을 위해 의도적으로 내용을 자체검열한 것이다.


페이크다큐 형식을 가지고 가다 보니까 카메라가 무조건 존재해있다는것을 전재로 깐다. 
이러다 보니까 방식과 마찬가지로 영화 안에서 부주의한 묘사가 보인다.
여성의 몸을 다루는 방식이다. 물론 내적인 이유가 있다. 밍속의 악령은 추하고 더러운 방식으로 인간을 조롱한다.(성적인 타락, 앉아서 소변)
근데 이걸 실제로 촬영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다. 밍이 화장실로 달려가고 카메라가 뒤따라간다.
피가(생리혈이) 다리에 흐르니까 화장실로 밍이 후다닥 달려간다.
이 피를 화장실에서 닦는 모습을 카메라가 촬영한다. 안의 내부 모습을 찍는 것이다. 이건 영화 내적으로도 문제고 외적으로도 문제다.
이걸 굳이 문틈으로 찍는다? 이건 내적 관점에서 카메라의 윤리적인 문제이며 또한 외적 관점에서 관음증적인 측면을 겨냥하고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는거다.
이 장면이 전체 서사에서 꼭 필요한가? 설정만 보여줘도 된다. 

이건 분명히 부적절하고 부주의하다. 근데 이 영화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정반대의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밍은 카메라맨들을 싫어한다. 엔딩부분을 보자. 밍이 흑화해 카메라를 뺏고 그 본 소유주의 카메라맨이 창자가 다 드러나오게 죽는 것을 촬영하는 것이다. 이런 윤리의식을 무시한 카메라를 복수하는 내용도 있다.

분명히 이것은 부주의, 의도, 부적절이 1/3씩 섞여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10. 이 영화의 악은 무엇일까?


이 영화가 보는 악은 자연과 세계 자체다. 아 영화의 이야기를 자연의 관점으로 본다면 악이 아닐수도 있다.

악의 핵심은 알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공할만한 힘이 있다. 이것은 인간이 자연을 보는 태도와도 닮아있다.

자연재해를 생각해보자. 이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는가? 아니다. 이를 악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가 악을 통제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무속과도 닮아있다. 무속은 신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에 근거한 종교다.

신이 내 몸속에 있으니까 인간에게 유리하게 작동시킬 수 있을거라고 믿는 것이다.

이 영화의 엔딩은 그 무당이 신을 확신해본 적이 없다고 말함으로서 끝난다.

다시 말하면, '나는 아무것도 작용할 수 없다(무력감)'을 토로하고 긑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작용할 수 없다는 것은 자연일 것이다.


노자가 한 말이 있다. <천지는 어질지가 않아서 만물을 추구로 여긴다>는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예배를 할 때 진짜 개 대신 지푸라기 개를 바쳤다. 그걸 추구라고 부른다.

예배가 끝나면 그냥 추구를 갖다 버린다. 자연은 우리를 이렇게 추구처럼 여긴다. 즉 노자의 말은 자연이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세계가 인간에게 절망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나홍진 감독의 세계관과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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