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작품 훼손한 아이 덕에 관심 커져... 고놈이 내겐 봉황이야”
63,064 749
2021.06.12 13:43
63,064 749
[남정미 기자의 정말]

이건희가 사랑한 한국화의 거장
왼손 없는 無學의 화가 박대성

https://img.theqoo.net/JPYNN
봄비 내리는 5월, 신경주역에 내렸다. 한국화 거장 박대성(76) 화백을 만나러 경북 경주시 삼릉으로 가는 길이었다.

얼마 전 그가 신문 사회면에 실렸다. 지난 3월 경주엑스포대공원 내 솔거미술관에서 열린 박 화백의 특별 기획전 ‘서화(書畵), 조응(調應)하다’의 작품 일부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미술관에 왔다. 이들은 전시관 한가운데 있는 박 화백 작품 위에 눕기도 하고, 거꾸로 미끄럼틀을 타듯 내려오며 무릎으로 문지르기도 했다. 작품 속 일부 글자가 뭉개지고 훼손됐다. 이 작품은 통일신라 시대 최고 명필로 꼽혔던 김생의 글씨를 박 화백이 모필한 것으로, 가로 39㎝ 세로 19.8m에 이르는 대작이다. 액자에 넣기 어려울 정도로 커서, 미술관에서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길게 늘어뜨려 전시했다. 보험 평가액만 1억원이 넘는다.

작품이 훼손된 사실을 안 미술관 측은 폐쇄회로(CC)TV에 녹화된 화면을 통해 아이들 부모를 찾았다. 아이들 아버지가 이를 제지하지 않고 사진을 찍어준 사실도 알게 됐다. 정작 이 소식을 들은 박 화백은 미술관에 “아무 문제도 삼지 말라”고 했다.

삼릉은 신라 제8대 아달라왕,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으로 추정되는 박씨 3왕의 능이 있는 곳. 과거엔 지나가는 사람들이 능을 보고 인사한다고 해, 절 배(拜) 자를 써서 ‘배동’이라 불렀다. 화가의 집은 이 근처에 있다. 삼릉을 향해 도열하듯 서있는 소나무 수십 그루를 바라보고, 또 그 사이를 거닐며 21년째 이곳에서 산다.

박대성은 훼손된 작품에 대해 “봉황이 지나간 자리에 그 정도 발자국은 남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껄껄 웃었다.

https://img.theqoo.net/BCSOP
작품 훼손? 고놈이 내겐 ‘봉황’이다

–봉황이라니, 무슨 뜻인가.

“작품이 훼손됐다는 뉴스가 유튜브에서 218만회 재생됐다고 한다. 그 아이가 아니었으면 사람들이 내 작품을 그렇게 많이 봤겠나. 그러니 고놈이 봉황이지. 전시관에 다시 가서 보니 아이들 눈에는 미끄럼틀같이도 보이겠더라.”

–그래도 애써 그린 작품이 훼손됐는데.

“내가 보상을 요구하면, 그 아이 부모가 아이를 얼마나 원망하겠나. 아이도 위축될 테고. 아이가 미술관에서 가져가는 기억이 그래서는 안 된다. 인간이 서로 원수지고 살 필요가 없다. 왜 이렇게 다들 ‘네 편 내 편’ 하며 비싼 에너지를 값싸게 소진하나. 물론 관람 문화가 좀 더 개선될 필요는 있다. 이번에 여러 기사가 나가면서 이런 부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 본다.”

그는 ‘봉황’인 아이 덕분에 자신이 유명해졌다고 했지만, 이는 대단히 겸손한 표현이다. 1969년부터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서 내리 8번 입선했고, 관 주도 공모전의 폐해에 맞서 출범한 중앙미술대전에서 장려상과 대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가나아트의 전속 화가였으며, 호암 갤러리에서 650평을 가득 메우는 개인전을 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당시 전시된 그의 작품 대부분을 구매했을 정도로 이병철·이건희 부자(父子)가 편애한 작가이기도 하다. 얼마 전 공개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에도 그의 작품 ‘일출봉’ ‘서귀포’ 등이 포함됐다. ‘일출봉’ 연작은 ‘장백폭포’와 함께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접견실 정면에 걸린 그림이기도 하다. 지난해엔 조선일보 100주년 기념 한글 특별전 ‘ㄱ의 순간'에 참여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619671?s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74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발을씻자💕] 발을씻자가 부릅니다. 강아지 발씻자 EVENT 438 07.05 39,895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 07.05 56,596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198,09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856,88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885,69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144,314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415,11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9 21.08.23 3,999,97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5 20.09.29 2,942,93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5 20.05.17 3,586,93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8 20.04.30 4,145,44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626,91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49583 정보 신한플러스/플레이 정답 08:07 15
2449582 이슈 엄마가 컴퓨터를 너무 오래써요 08:06 204
2449581 유머 우리중에 스파이가 있어! 08:03 233
2449580 이슈 뉴진스 음악을 이끄는 작곡가 두 명 11 08:00 656
2449579 이슈 새벽 3시 반까지 커뮤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정체.jpg 2 07:58 686
2449578 이슈 교토 스타벅스에서 시험 공부하다 들은 말.jpg 25 07:56 1,771
2449577 유머 국가정보원 피셜 홍석천에 관한 진실(유머) 13 07:28 3,206
2449576 이슈 20년 전 오늘 발매된_ "열정" 5 07:21 929
2449575 기사/뉴스 방시혁 엔하이픈에 존칭+하트, 서로 존중하는 하이브 회사 문화 자랑(전참시) 76 07:20 3,627
2449574 이슈 트위터에서 알티수 2만 좋아요 4만 넘은 태민 영상 9 07:13 1,350
2449573 유머 팬이 사귀어달라고하니 사귀어준 아이돌 ㅋㅋ 1 06:59 4,038
2449572 이슈 그 드높은 중전마마와 기싸움했거나 미친 권력을 가졌던 조선 후궁들 7 06:56 2,661
2449571 이슈 야구팬들도 감탄한 원필 얼굴…올스타전 빛낸 데이식스[뮤직와치] 7 06:51 1,477
2449570 정보 아일릿 마그네틱 스포티파이 3억 스트리밍돌파 25 06:49 1,506
2449569 기사/뉴스 5천만원 발견된 아파트 화단서 또 2천500만원 현금뭉치 8 06:25 4,097
2449568 유머 친일파 청산이란말 쓰지마세요 13 06:13 4,478
2449567 유머 🐱어서오세요 오전에도 운영하는 고등어 식당 입니다~ 5 06:09 862
2449566 유머 😺어서오세요 오전에만 운영하는 치즈냥 식당입니다~ 7 05:54 2,520
2449565 이슈 26년 전 오늘 발매♬ 스핏츠 '楓/スピカ' 3 05:43 1,757
2449564 유머 (실시간) 라이즈 앤톤 때문에 걍 ㅈ됐다는 한 남성(진짜 ㅈ돼 보임) 42 05:38 8,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