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어지르고 치우기 힘들어 할 경우
주의력 결핍·우울증 등 건강상 이상 신호
만성 무질서인 ‘호딩’증상 미국인 150만명
“전문가 도움받아 인생의 변화 시도해야”
할러데이가 지나고 나면 물건을 담아둘 커다란 통, 선반 시스템, 색깔별로 분류해 넣을 수 있는 상자들을 카트에 가득 싣고 상점 문을 나서는 샤핑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집안을 깨끗이 정리하고 살자는 신년 결심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다.
‘컨테이너 스토어’‘캘리포니아 클로짓’ 등 정리정돈 관련 업체들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주변을 깨끗이 치우고 살고 싶은 미국 사람들의 집단 욕구는 분명히 드러난다. HGTV의 리얼리티 쇼 ‘미션 오거나이제이션’ 이나 라이프타임의 ‘하우 클린 이즈 유어 하우스?’ 같은 프로그램 역시 어지르지 않고 살고 싶은 국민들의 집념에 불을 지르고 있고 ‘리얼 심플’ 잡지는 집안 청소에 관한 13달러짜리 특집호까지 만들었다.
정리정돈이 몸과 마음에 유익하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낙상의 위험도 줄이고 병균도 제거하며 약이나 운동기구 등을 찾기도 쉬워진다.
메릴랜드 대학의 임상의학 교수로 건강과 정리정돈간 연관관계도 한 섹션에서 밝힌 책 ‘핏 투 리브’란 책을 쓴 사람인 파멜라 피크 박사는 “운동화를 찾지 못하면 걸을 수가 없죠. 농구공이 어디 있는지 모르면 어떻게 아들과 함께 공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문제에 잘못 접근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지르고 정돈하지 못하는 것을 서랍이나 빈 상자가 있으면 해결되는 공간상의 문제로 보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어지르는 것을 집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해결하려 하지만 그것은 집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예일대 정신의학과 조교수인 데이빗 톨린은 말한다. 정돈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심하게 어지르고 정돈하지 않고 사는 것은 더 큰 건강상의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증상인 경우가 많다. 정서적으로 심한 상처를 입었거나 뇌를 다친 사람은 집안 치우기를 도저히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로 여긴다. 주의집중력 결여나 우울증, 만성 통증이나 슬픔도 사람을 정돈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것들을 쌓아놓고 살게 만든다. 가장 극단적이고 만성적으로 쌓아놓는 증상인 ‘호딩’(hoarding)은 아직 정신과 의사들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서 정신병이라고 믿는 전문가들이 많다.
집안에 어질러진 물건들이 너무 많아 생활, 식사 및 수면 공간까지 파고들어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면 ‘호딩’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소유물과 헤어지는 것이 불가능하고 고통스럽게 여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강박적인 ‘호딩’에 시달리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에 최소한 150만명 정도는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톨린 박사는 최근 ‘호딩’하는 사람들의 뇌를 스캔했다. 스캐너 안에서 여러 가지 소유물을 쳐다보고 그것을 계속 갖고 있을지 아니면 버릴지를 선택하게 했다. 버린 물건은 눈앞에서 파쇄시켜 버려 한번 결정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음을 인지하게 했다. ‘호딩’하는 사람이 물건을 버리겠다고 할 때 연구자들은 결정 및 계획과 연관된 뇌 부위의 활동이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게 심한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심리학자와 정리정돈 전문가들은 이들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만성적으로 어질러놓고 살면서 정서적, 육체적,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인지행동 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성적인 무질서가 의학적인 진단은 아니지만 치료사와 의사들은 그런 환자를 위해 정리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매서추세츠주 퀸시에서 정리 전문가로 일하는 린 존슨도 그 중 한 사람으로 전국 만성무질서 연구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다.
존슨은 이렇게 설명한다. 즉 어떤 사람은 커피 잔이 가득 쌓여 있는 선반에서 오직 커피 잔만을 보지만 심각한 무질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그 커피 잔 하나하나를 옐로스톤에서 사 온 기념품이라거나 할머니에게 받은 소중한 선물이라는 등 독특한 물건으로 본다는 것이다. 많은 고객들이 이미 보관용 상자 및 서랍 같은 물건들을 쌓아 놓고 있고, 집안에 적절한 공간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룹을 지어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버릴지를 가르치기가 힘들다고 존슨은 말했다.
한편 존슨은 고객의 정리 노력과 체중 감소 사이에 연관이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말한다.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겠다. 물건을, 체중을 붙들고 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 같아요.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둘 다 인생을 변화시키는 결정이죠”
이 단체의 웹사이트(www.nsgcd .org)는 어지르는 문제의 심각 정도를 측정하는 저울도 제공하고 시간당 60~100달러 이상을 청구하는 정리전문가 찾는 일도 도와준다. 또 톨린 박사의 신간 ‘보물들에 파묻혀서’라는 책을 보면 무엇이건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충고를 얻을 수 있고 자가진단도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주의력 결핍·우울증 등 건강상 이상 신호
만성 무질서인 ‘호딩’증상 미국인 150만명
“전문가 도움받아 인생의 변화 시도해야”
할러데이가 지나고 나면 물건을 담아둘 커다란 통, 선반 시스템, 색깔별로 분류해 넣을 수 있는 상자들을 카트에 가득 싣고 상점 문을 나서는 샤핑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집안을 깨끗이 정리하고 살자는 신년 결심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다.
‘컨테이너 스토어’‘캘리포니아 클로짓’ 등 정리정돈 관련 업체들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주변을 깨끗이 치우고 살고 싶은 미국 사람들의 집단 욕구는 분명히 드러난다. HGTV의 리얼리티 쇼 ‘미션 오거나이제이션’ 이나 라이프타임의 ‘하우 클린 이즈 유어 하우스?’ 같은 프로그램 역시 어지르지 않고 살고 싶은 국민들의 집념에 불을 지르고 있고 ‘리얼 심플’ 잡지는 집안 청소에 관한 13달러짜리 특집호까지 만들었다.
정리정돈이 몸과 마음에 유익하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낙상의 위험도 줄이고 병균도 제거하며 약이나 운동기구 등을 찾기도 쉬워진다.
메릴랜드 대학의 임상의학 교수로 건강과 정리정돈간 연관관계도 한 섹션에서 밝힌 책 ‘핏 투 리브’란 책을 쓴 사람인 파멜라 피크 박사는 “운동화를 찾지 못하면 걸을 수가 없죠. 농구공이 어디 있는지 모르면 어떻게 아들과 함께 공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문제에 잘못 접근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지르고 정돈하지 못하는 것을 서랍이나 빈 상자가 있으면 해결되는 공간상의 문제로 보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어지르는 것을 집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해결하려 하지만 그것은 집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예일대 정신의학과 조교수인 데이빗 톨린은 말한다. 정돈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심하게 어지르고 정돈하지 않고 사는 것은 더 큰 건강상의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증상인 경우가 많다. 정서적으로 심한 상처를 입었거나 뇌를 다친 사람은 집안 치우기를 도저히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로 여긴다. 주의집중력 결여나 우울증, 만성 통증이나 슬픔도 사람을 정돈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것들을 쌓아놓고 살게 만든다. 가장 극단적이고 만성적으로 쌓아놓는 증상인 ‘호딩’(hoarding)은 아직 정신과 의사들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서 정신병이라고 믿는 전문가들이 많다.
집안에 어질러진 물건들이 너무 많아 생활, 식사 및 수면 공간까지 파고들어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면 ‘호딩’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소유물과 헤어지는 것이 불가능하고 고통스럽게 여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강박적인 ‘호딩’에 시달리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에 최소한 150만명 정도는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톨린 박사는 최근 ‘호딩’하는 사람들의 뇌를 스캔했다. 스캐너 안에서 여러 가지 소유물을 쳐다보고 그것을 계속 갖고 있을지 아니면 버릴지를 선택하게 했다. 버린 물건은 눈앞에서 파쇄시켜 버려 한번 결정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음을 인지하게 했다. ‘호딩’하는 사람이 물건을 버리겠다고 할 때 연구자들은 결정 및 계획과 연관된 뇌 부위의 활동이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게 심한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심리학자와 정리정돈 전문가들은 이들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만성적으로 어질러놓고 살면서 정서적, 육체적,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인지행동 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성적인 무질서가 의학적인 진단은 아니지만 치료사와 의사들은 그런 환자를 위해 정리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매서추세츠주 퀸시에서 정리 전문가로 일하는 린 존슨도 그 중 한 사람으로 전국 만성무질서 연구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다.
존슨은 이렇게 설명한다. 즉 어떤 사람은 커피 잔이 가득 쌓여 있는 선반에서 오직 커피 잔만을 보지만 심각한 무질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그 커피 잔 하나하나를 옐로스톤에서 사 온 기념품이라거나 할머니에게 받은 소중한 선물이라는 등 독특한 물건으로 본다는 것이다. 많은 고객들이 이미 보관용 상자 및 서랍 같은 물건들을 쌓아 놓고 있고, 집안에 적절한 공간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룹을 지어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버릴지를 가르치기가 힘들다고 존슨은 말했다.
한편 존슨은 고객의 정리 노력과 체중 감소 사이에 연관이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말한다.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겠다. 물건을, 체중을 붙들고 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 같아요.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둘 다 인생을 변화시키는 결정이죠”
이 단체의 웹사이트(www.nsgcd .org)는 어지르는 문제의 심각 정도를 측정하는 저울도 제공하고 시간당 60~100달러 이상을 청구하는 정리전문가 찾는 일도 도와준다. 또 톨린 박사의 신간 ‘보물들에 파묻혀서’라는 책을 보면 무엇이건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충고를 얻을 수 있고 자가진단도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