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져 쌍둥이 누나와 함께 보육원에 있다가 2살에 혼자만 호주로 입양되었다.
차무혁이라는 한국이름과 함께 대니 앤더슨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생겼다.
괴팍한 양아버지에게 갖은 구박을 받다가 10살이 되던 해에 가출했고
길거리 공연하는 삐에로 아저씨를 만나 아버지처럼 섬기고 살았다.
그러나 맘씨좋은 삐에로 아저씨도 무혁(대니)과 5년을 살고는
어떤 천박한 블론디와 눈이 맞아 그를 다시 버렸다.
들개처럼 살았다.
먹고살기 위해 갱들을 따라다니며 똘마니 노릇도 해보고
창녀촌에서 삐끼노릇도 해봤고 마약장사도 해봤다.
스무살이던 해, 파란 눈의 양오빠에게 겁탈당할뻔 한 여자애 하나를 구해줬다.
문지영이라는 한국인 입양아였는데 그 이후로 그녀는 무혁을 쫓아다녔다.
그렇게 사귀며 둘은 7년을 함께 살았다.
한국을 가르쳐주고 한국말을 가르쳐준 그녀 역시 그의 곁을 떠났다.
멜버른에서 손꼽히는 갑부이자 주지사인 쉰살의 늙은이에게.
그런 여자친구 지영의 결혼식에서 그녀를 구하려다 머리에 총을 맞는 사고를 당한 무혁.
제거하지 못한 총알이 아직 머리속에 남아있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삶을 살게 되었다.
죽더라도 한국가서 죽으라는 지영이의 말에 떠밀려 한국으로 돌아왔다.
무혁 : "사정이 있었겠지, 오죽했으면 제 속으로 낳은 새끼 버렸겠어?
왜 그럴수 있잖아? 분유도 못 사맥일 정도로 너무너무 가난해서
너만이라도 부잣집가서 잘먹고 잘살아라 그런거"
"불쌍한 우리엄마 만나서, 이쁜 옷도 사주고, 갈비도 사주고, 이쁜 집도 사주고 그럴라구.
기다려 엄마! 내가 가서 엄마 호강시켜줄게 5년만 기다려!"
죽기 전, 엄마 호강시켜주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러
힘들고 가난하게 살고 있을거라 믿었던 친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혈육을 찾을수 있는 유일한 증거, 보육원에 갈때부터 갖고있었다는 반지목걸이로 쌍둥이 누나를 찾았다.
아이보다 순진하고, 천진난만하고, 맑은 누나 윤서경.
무혁이만 입양가고 누나 혼자 고아원에 남아있던 5살 어느날,
원장 엄마에게 꾸중을 듣고 엄마를 찾아 나섰다가 트럭에 치인 후유증으로
27살인 지금에도 정신연령은 7세라고 했다.
아비 모르는 여덟살 먹은 아들과 함께 말이다.
노인 : "눈매가 니 애미랑 많이 닮았다. 제대로 컸네 자식.
그래, 너희도 엄마 만나게 해 줘야지, 이제 만날때가 됐지 너네 가족도."
누나와 조카가 사는 집에 가보니 왠 글쟁이 노인이 하나 있다.
엄마(오들희)를 찾아 그의 모습을 본 무혁은 참을수 없는 분노를 품게 된다.
왕년에 잘나가던 탑배우 엄마, 호화로운 저택, 끔찍히 여기는 탑가수 아들까지.
유일하게 믿어왔던 힘든 사정으로 인해 자신을 버렸을거라는 믿음이 산산조각났다.
'신라신문'편집국장으로 한때 꽤나 잘나가던 연예부 기자였던 노인은
27년전, 영화감독인 여동생의 남편이 배우 오들희와 바람펴 쌍둥이 자식을 낳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비밀을 위해 오들희의 엄마와 매니저가
오들희에게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 한 뒤
두 쌍둥이를 고아원에 버렸다.
하지만 오들희조차 이를 몰랐다는 사실을 알리없는 노인은,
병으로 죽은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오들희의 파멸만을 노리고
은퇴후 진실을 밝히는 책을 낼 것이라 무혁에게 말한다.
이를 모르는 무혁은 풍족한 환경에서도 자신과 누나는 버림받고 동생 윤이만 잘 키워지고 있었다고 믿어
배신감에 휩싸여 윤이의 매니저로 그들의 곁에 머물며 비정한 어미에 대한 처절한 복수를 계획한다.
엄마와, 그녀의 아들인 동생에게.
무혁 : "하느님 당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나 당신에게 약속합니다.
송은채, 내게 남은 시간 저 여자만 내 곁에 두신다면
저 여자로 내 남은 시간을 위로해 준다면
더 이상 날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냥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증오도 분노도 다 쓰레기통에 쳐넣고 조용히 눈 감겠습니다.
나 당신에게 약속합니다. "
하지만 또 다시 찾아온 사랑 송은채.
자신이 버림받는데에 일조한 오들희 매니저의 딸인 은채와 이를 모른채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운명의 장난일까, 무혁의 동생인 최윤이 사고를 당하고
심장이식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순간이 오자
윤의 절친한 친구였던 은채마저 윤이를 지켜줘야한다며 무혁의 곁을 떠난다.
무혁 : "이건 그냥, 한번 물어보는건데요. 날 살려볼 능력이 안되나요?
혹시, 통증이 심해지고 코피나고 이러는게, 살 날이 얼마 안남았다, 죽을날이 가까이왔다 그런뜻인가?
이건 정말. 그냥 한번 물어보는건데, 나 죽는거밖에 방법이 없나? 도저히. "
무혁이 시한부인생인지 모르는 은채는 그의 말이 진심인지 모르고 화를 내고.
오들희 : "당장 사람 바꿔. 이 친구와 계속 얼굴 부딪히는거, 내가 못참겠어. 아주 고문이야."
무혁이 윤이를 신경쓰지않아 윤이가 사고를 당했다고 믿는 들희는
원래도 못마땅했던 무혁을 증오함에 이르고 폭언을 부으며 자신들의 곁을 떠날것을 요구한다.
무혁 : "너 하늘에 바란다. 너와 함께했던 기억들 다 간직하고 떠날수 있기를.
나 하늘에 바란다. 그 모든기억, 넌 다 잊어주기를"
무혁이 시한부 인생임을 알게된 은채는 다시 무혁에게 돌아왔으나
무혁은 이미 죽음에 더 가까워져갔고.
지영 : "가자 무혁아. 내가 알아봤어. 독일에 제이슨이 아는 유명한 닥터가 있는데
내가 니 얘기를 했더니 수술 한번 해보자고, 어떻게든 해보자고했어.
해보자 우리, 할수있는데까지 하는데까지 해보자 무혁아."
제이슨과 헤어진 후 무혁을 찾아온 지영. 독일로 건너가 수술을 해보자고 한다.
윤 : "형 우리 같이 죽을까? 우리 같이 죽으면 우리 엄마 어떻게 되는지 보게, 같이 죽자.
형이 꿈꾸던 복수보다 훨씬 더 멋진 복수일걸?
'어머니, 무혁이와 윤이가 죽습니다. 당신의 보석같은 아들 윤이와,
쓰레기처럼 버려진 아들 무혁이가 함께 죽습니다. 당신이 어쩔수없이 버렸던 무혁이와
그 무혁이를 못 잊어서 그 아들 대신 키웠던 윤이가 함께 죽습니다.'
나 엄마가 데려다키웠어. 엄마가 낳은 자식 아니야. 입양아야 나.
피 한방울 안섞인 날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사람이 우리엄마야. 그런 사람이 우리엄마야.
분명히 사정이 있었을거야. 우리 엄마같은 사람이 자기 속으로 낳은 자식을 버렸다면,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을거야.
형한테 내 자리 뺏길까봐 말 안했어. 형 돌아왔다고. "
윤은 무혁에게 자신이 엄마의 친아들이 아님을 고백하고
엄마를 너무 미워하지 말것을 부탁한다.
은채아버지 : "자네 아버지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었네.
내가 버렸네. 미혼모자식으로 손가락질받으며 자기 엄마 인생까지 망가뜨려가며
불행하게 곪아가는것보다는 서로를 위해 나을거라고 믿었었네.
쌍둥이가 태어난지도 몰라. 자네 어미는 아무것도 몰라.
태어나자마자 죽었고, 화장까지해서 내 손으로 뿌렸다고 내가 말했네.
미안하네. 평생을 속죄하겠네."
무혁 : "내 인생은? 나랑 내 누나 인생은 한번이라도 생각해봤어?
당신때문에 내 엄마를 증오하고 미워하는데 내 나머지 인생을 다쓰고있었어. 알아?
미안하다고.. 꼭 벌받아."
모든 사실을 무혁에게 밝히는 은채 아빠.
오들희 : "살아있다면 27살 됐겠더라.
그 때 세상 한번 못보고 죽은 애.
살아있으면 27살이야.
나도 모르게 해가 바뀔수록 세고 있었어.
만약 안죽었으면 오늘이 생일이야."
잊은척 살지만 얼굴도 못봤다고 믿고있는 아이를 평생 그리워하고
누구보다 순수했던 오들희
오들희 : "내가 미스타차한테 혹시 잘못한게 있으면 다 용서해.
혹시 용서하지 못할게 있어도, 불쌍한 아줌마다 생각하고, 미스타차가 나 좀 봐줘.
나 벌받는거같아 아무래도. 죄는 내가 지었는데 내 자식들이 그걸 다 받나봐.
못난 애미 만난죄로 내 새끼들이 그 벌 다 받는것 같아."
무혁 : "밥 좀 주세요. 배고파요. 해주세요 밥. 밥 좀 해주세요."
죄책감에 힘들어할 어머니를 위해 자신이 아들임을 밝히지 않고 떠나기로 결심한 무혁은
운명의 지독함처럼 공교롭게 자신을 용서하라는 엄마의 말을 듣는다.
무혁 : "어머니, 다음 세상에서도 꼭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겠습니다.
그땐 꼭 어머니의 자랑스럽고 착한 아들이 될게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단 한순간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어요.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태어나서 죽기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라면한그릇을 받은 무혁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는 어머니를 향해 절을 한 뒤 모든 사실을 비밀로 한 채 모두의 곁을 떠난다.
무혁 : "이 돈 다가지고 책 네지마새요. 부탁함미다. 책내지마새요."
책을 펴 세상에 진실을 밝히며 복수를 계획하는 노인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주고 책을 내지 말아줄것을 부탁한뒤 떠난 무혁.
오들희 : "무혁아, 아들! 이쁜 내새끼, 금쪽같은 내새끼, 사랑한다! 사랑한다 아들!"
버림받지 않았다면, 자신이 아들인줄 알았다면,
자신에게 사랑스럽게 아들이라 불러주었을
어머니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공항으로 가던 무혁은 죽음을 맞이한다.
윤은 무혁의 심장을 받고 건강을 되찾고, 오들희는 다시 행복해졌으며,
비밀은 끝내 무혁이 오롯이 품고 떠났다.
무혁의 추억과 흔적을 찾아 호주를 찾아간 은채.
'호주 멜버른 외곽 묘지에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자의 시신 발견'
은채 : "살아서도 지독하게 외로웠던 그를 혼자 둘수가 없었습니다.
내 생애 이번 한번만, 나만 생각하고 나를 위해 살겠습니다.
벌 받겠습니다. 송은채."
은채 역시 무혁의 곁에 누워 생을 마감한다.
이경희 작가가
가슴찢어지도록 아픈 사랑이야기,
운명의 고통과 사랑의 지독함을 이야기하고싶어 썼다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가 늘 달고살아 상징처럼 여겨지는 "껌"
평소에도 껌을 자주 씹지만 보통 분노와 고통을 참을때,
혹은 아픔이나 절망을 잊으려하는 신이 나올때마다 껌을 꺼내 씹는다.
이는 유아시절 결핍된 모성을 충족시키려는 노력이다.
구강기에 모유를 먹지 못해 생긴 결핍이기도 한데,
구강기에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여 씹는 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사실 극본상 담배였는데, 공중파에서 담배가 안되서 껌으로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