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사느라고 애들 쓴다
5,026 82
2020.09.03 22:46
5,026 82

사느라고 애들 쓴다.
오늘은 시도 읽지 말고 모두 그냥 쉬어라.
맑은 가을 하늘가에 서서
시드는 햇볕이나 발로 툭툭 차며 놀아라.

/김용택, 쉬는 날

TLwRY









배추는 먼저 올려보냈어.
겨울 지나면 너 한번 내려와라.
내가 줄 것은 없고
만나면 한번 안아줄게.

/박준, 해남에서 온 편지

AQNmn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인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인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멀리서 빈다

CRhRV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더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라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너무 적게 웃고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피우며
너무 늦게까지 깨어 있고 너무 지쳐서 일어나며
너무 책을 적게 읽고, 텔레비전은 너무 많이 본다.
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말은 너무 많이 하고
사랑은 적게 주며
거짓말을 너무 자주 한다.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수명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
외계를 정복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
공기 정화기는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한다.

서두르는 것은 배웠지만 기다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엄청나게 일을 하지만 성공하지는 못한다.
자유는 늘었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다.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관계는 더 나빠졌다.
맞벌이가 늘어나지만 이혼은 늘고
집은 근사해지지만 가정은 깨지고 있다.
세계 평화를 더 많이 얘기하지만 전쟁은 더 많아지고
여가 시간은 늘어났어도 기쁨은 줄어들었다.
식품은 다양해졌지만 영양가는 줄어들었다.

수많은 컴퓨터를 설치하여 더 많은 정보를 얻지만
소통은 더 줄어들었다.
아는 사람들은 늘어났지만
친구는 줄어들었다.

더 빨라진 고속철도
더 편리한 일회용 기저귀
더 많은 광고 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쇼윈도에는 수많은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저장고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시대

/제프 딕슨, 우리 시대의 역설

GToyr










바람이 숲에 깃들어
새들의 깊은 잠을 깨워놓듯이
그대 어이 산에 들어 온몸으로 우는가
새들이 바람 그치면
다시 고요한 가지로 깃들듯
그대 이젠 울지 마소
편안히 내 어깨에 기대소

바람이 숲에 깃들어
솔 향 가득 머금고 돌아가듯이
그대 산에 들어 푸르러지는가
구름이 산에 들어서
비를 뿌리고 가벼워지듯이
그대 근심 두고 가소
깃털처럼 가벼워지소

/한보리, 바람이 숲에 깃들어

JuUEf








당신의 진실이 무엇이든,
그 진실 때문에 당신을 판단하지 않는 것.

사랑하는 이의 마음 속에서
우리의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어 있을까.

부디, 사랑하는 이의 눈에 비친
우리 모습이 이미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매일매일 조금씩 덧칠되는
아직은 여백이 많은 캔버스이기를.

/정여울, 잘 있지 말아요

mweLe









이 순간 내가
별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피천득, 이 순간

gAiLq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 하지 말고
-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

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내 가는길만 비추기 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준다면
내가 노래하듯이 또 내가 얘기하듯이
살길 난 그렇게 죽기 원하네
삶의 한절이라도 그 분을 닮기 원하네
사랑 그 높은길로 가기 원하네

/성경 & 찬양

MXQej











아득히 떨어진 곳에서
아무 관계없는 것들을 보며
조금 쓸쓸한 기분으로
나는 너를
보고픈 너를 떠올린다

아 애닳다
일부러 그러나
넌 어떨까
오늘도 어여쁜가
너 너

어딘가 너 있는 곳에서도
여기와 똑같은 하늘이 뜨나
문득 걸음이 멈춰지면

그러면 너도 잠시 나를
떠올려주라

다 너같다
이리도 많을까
뜨고 흐르고 설키고 떨어진다

너 너

아득히 떨어진 곳에서
끝없이 흐노는 누구를 알까
별 하나 없는 새카만 밤
나는 너를
유일한 너를 떠올린다

/아이유 습작곡 너

sPAYR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젖이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
-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를
원망하지도 말라.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느니라.
-

베풀어주되 베풀어준다는
그 생각조차 하지 말라.
-

분노와 교만에 지배되지 말아라.
그 뿌리를 뽑아 버려라.
또 유쾌한 것이나 불쾌한 것이나
모두 극복해야 한다.
-

물 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 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눈을 아래로 두고, 두리번거리거나 헤매지 말고, 모든 감각을 억제하여 마음을 지키라.
번뇌에 휩쓸리지 말고 번뇌에 불타지도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경

DYFYU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람들은 별을 가져다 기껏
노래를 만들었다
 
오늘도
천만 년 된 햇볕이
내 얼굴에 와 부딪힌다
천만 년 전
태양을 떠난 그 햇살이 내게 말한다
 
생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삼키는지
똑똑히 지켜보라
욕망이 욕망에게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
 
천만 년 전 그 첫날이 뒤늦게
도착하고
두 번째 날도 세 번째 날도
 
계시는 언제나
천만 년 전으로부터 왔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내 생은 나를 삼키고 있었다
 
위대한 것들은
위대해서 아득하다 친애하는 생이여

/허연, 행성의 노래

HWPUe










"밤에는 고민해도 말짱 삽질이야" 
언젠가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밤에 생각하면 우울해지고 불길한 쪽으로 이끌리기 쉽다. 
밤에 쓴 편지는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읽어보고 
보낼 건지 다시 쓸 건지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밤에 번민하지 않기로 했다. 
고민은 하되 결론은 내리지 않기로 

/기시모토 유키코, 유쾌하게 사는 여성 中

nJDuh











네 개의 계절이 있다는 것. 우리가 조금 변덕스럽다는 것. 감정이 많다는 것. 허물어지고 또 쌓는다는 것. 둘러볼 게 있거나 움츠러든다는 것. 술 생각을 한다는 것. 불쑥 노래를 지어 부른다는 것. 옷들이 두꺼워지다가 다시 얇아진다는 것. 할말이 있다가도 할말을 정리해가는 것. 각각의 냄새가 있다는 것. 우리가 네 개의 계절을 가졌다는 것.

/이병률, 네 계절

KUPQp

원글 https://theqoo.net/square/1229674361

목록 스크랩 (67)
댓글 8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올여름을 뜨겁게 달굴 마블 환장커플! <데드풀과 울버린> 내한 레드카펫 초대 이벤트 192 14:33 3,381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546,23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380,68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783,449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주의] 16.05.21 23,045,56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7 21.08.23 3,924,23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4 20.09.29 2,824,52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2 20.05.17 3,514,74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5 20.04.30 4,074,16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531,38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43479 기사/뉴스 [단독] 진서연·유이·설인아·박주현, 철인 3종 도전…tvN '무쇠소녀단' 론칭 2 16:36 276
2443478 이슈 친구가 저랑 밥 먹기 싫다는데요 제가 잘못한 건지 객관적으로 봐주세요 21 16:35 641
2443477 이슈 [속보] 대한민국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팔레스테인, 쿠웨이트와 같은 조 편성 47 16:34 908
2443476 유머 건강하게 오래 산 사람들의 습관 2 16:34 269
2443475 이슈 NCT 정우 인스타 업데이트 1 16:34 140
2443474 이슈 지금의 영지가 16살 영지에게 해주고 싶은말 3 16:33 318
2443473 이슈 굉장히 공감되는 일본 트윗 20 16:32 921
2443472 기사/뉴스 허웅 측 ‘책임 회피’ 논란에… “두 번 결혼하려 했다” 45 16:31 2,543
2443471 팁/유용/추천 산리오 이치고신문 8월호 PC/휴대폰 배경화면 (헬로키티) 2 16:30 308
2443470 유머 급똥 때문에 미국 화장실 갔다가 굴욕당한 청소광 1 16:29 920
2443469 기사/뉴스 사이노슈어 루트로닉, 박신혜 세르프 모델로 선정 16:28 280
2443468 이슈 노르웨이 미국 독일 호주 프랑스에서 컬러 방송이 시작되던 순간 16:26 364
2443467 기사/뉴스 “부처인가 마구니인가...” 네팔의 ‘부처 소년’ 미성년자 성학대 혐의 ‘유죄’ 2 16:25 938
2443466 기사/뉴스 [단독] 손흥민, 압구정 최고급 펜트하우스 주인됐다…400억원에 매입 47 16:25 3,069
2443465 유머 못난이 개그 장르 부활을 꿈꾸는 개그맨들 25 16:23 1,304
2443464 정보 잔나비, '스페이스 공감' 명반 시리즈 출연...2집 '전설' 비하인드 스토리 공개 (7월 3일 밤 10시 45분, EBS 1TV) 1 16:22 141
2443463 유머 ??? : 아버님!!!!! 틀니 두고 가셨어요!!!!! 11 16:19 1,939
2443462 이슈 스팀 유저들이 구매하고 방치한 게임들 상황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jpg 123 16:18 8,427
2443461 이슈 6년전 어제 발매된 이진아의 'RUN (with GRAY)' 2 16:17 166
2443460 이슈 조선왕조실록에 이상하리만큼 기록이 적은 후궁.jpg 10 16:15 3,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