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선샤인 (최고시청률 수도권 기준 21.8%)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작가 김은숙 (시크릿 가든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집필)
감독 이응복 (비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연출)
명색이 의병인데,
얼마를 받은 것인가?
얼마면 남은 생을 자식에게 부끄러운 아버지로
부끄러운 아들로,조국도 없이
살 수 있나 해서
어디를갈까 생각중이오
노리개를 쫓아 원수에게 갈까
사발을 쫓아 은인에게 갈까,
이렇게 날이 좋으니
그저 소풍이나 갈까...
난 어딘가 계속 멀리 가고있소
어디가 제일 먼지 모르겠소
아님 다 온건지...
변복과 차별을 두려고 평상시엔 장신구를 하는 편이오
신문에서 작금을 낭만의 시대라 하더이다
그럴지도, 개화한 이들이 즐긴다는
가베, 블란서양장, 각국의 박매품들 나 역시 다르지않소
단지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안에 있을뿐이오
혹시 아오?
그날 밤 귀하에게 들킨게 내 낭만이었을지
나는 그의 이름 조차 읽을수없다.
동지인줄 알았으나.
그 모든순간 이방인이었던 그는
적인가, 아군인가
저마다 제가 사는 세상이 있는 법이요.
제각기 소중한것이 다 다를것이고
내 세상에선 조선도, 가족도, 부모님이 주신 이 머리카락도
다 소중하오 나는 빙관사장이 어떤 세상을 살아왔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내 세상에 최선을 다하고있소
허니, 내 앞에서 그리 위악떨지 마시오
봐 버렸지 뭐야
다른 여인을 볼 때 어떤 눈빛인지
협조를 한 게 아니라
방해한 건데 결국 더 가까이 가더구나
소식은 들었네, 돌아왔다고
돌아와서 그리 산다고
보기도 보았고,
내 눈에 자넨 백정이 아니라 그저 백성이야
그러니 바로알게, 내눈빛이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자네를 그리 본것은
자네가 백정이라서가 아닐세
변절자여서였으니
그리 알게
꽃을 보는 방법은 두가지요 꺾어서 화병에 꽂거나,
꽃을 만나러 길을 나서거나
나는 그 길을 나서보려 하오 이건 나에게 아주 나쁜 마음이오.
내가 나선 길에,
꽃은 피어있지 않을 테니
'그대는 꽃같소'
그게 내가 이 정혼을 깨려는 이유요
사내 손에 든게 고작 꽃이라
평안하지 않습니다.
어쩌자고 전, 답을 하고 싶어지는 걸까요?
하마터면 잡을 뻔 했습니다
가지말라고, 더 걷자고 저기 멀리까지만
나란히
조선에서 전 저기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저기로... 저기 어디 멀리로 자꾸만 가고있습니다
한성에서는 언제 오십니까?
보고싶습니다. 쓰고보니 이 편지는
고해성사 같아서 부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질투하라 꽃을 주십니까,
꽃처럼 살라 꽃을 주십니까?
여인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한철에 시들 꽃이 아니라
내 진심이지요
오래된 진심이면 더 좋구요.
누구하나 망하게 하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이건,
내가 망하는 길이었소
그 숱한 시간이 내겐 준비였소
구해야하오 어느날엔가 저 여인이
내가 될 수 도 있으니까
부모의 죄가 자식의 죄라면 태중에 있었다해도 뭐 다르겠소?
그러니까 당신 부모와 나 사이에 서지 마
없는 죄도 만들고 싶어지니까
누구나 제 손톱 밑에 가시가 제일 아플수 있어
근데 심장이 뜯겨나가 본 사람 앞에서
아프단 소리 말아야지 그건 부끄러움의 문제거든
나도 꽃으로 살고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거사에 나갈 때 마다 생각하오 죽음의 무게에 대해,
그래서 정확히 쏘고, 빨리 뛰지 봐서 알텐데?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꼭 필요하오, 할아버님께 잔인하나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하오
불꽃으로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에는 누가 사는거요?
백정은 살 수 있소?
노비는 살 수 있소?
먼저 가시오
더는 나란히 걸을 수 없을 듯 하니
그댄 이미 나아가고있소
나아가던 중에 한번 덜컹인 거요
그댄 계속 나아가시오 난 한걸음 물러날테니
그대가 높이 있어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침묵을 선택해도 됐을 텐데,
무시를 선택해도 됐을 텐데,
이리 울고있으니 물러나는 거요
날 ... 그냥 정혼자로 두시오
그대가 내 양복을 입고 애국을 하던 매국을 하던
난 그대의 그림자가 될 것이오
허니 위험하면 달려와 숨으시오
그게 내가 조선에 온 이유가 된다면 영광이오
그를 만났던 모든 순간을,
그의 선택들과 나의 선택들을,
그의 선택들은 늘 조용했고, 무거웠고,이기적으로 보였고
차갑게도 보였는데 그의 걸음은 언제나
오른쪽으로 걷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가졌던 모든 마음들이 후회되지 않았습니다.
전 이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를 만나기 전으로
그러니 놓치는 것이 맞습니다.
놓치지 않으면 전 아주 많은 것을 걸게 될 것 같습니다.
애기씨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십니까?
그런 얘기도 하시려나...
그럼 왜 하는지도 아십니까?
이놈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뵐 줄 몰라서...
이놈, 칼을 씁니다
제가 제일 처음으로 벤 이가 누구였는지 아십니까?
고르고 골라 제일 날카로운 말로 애기씨를 베었습니다.
... 아프셨을까요?
여직 아프시길 바라다가도, 아주 잊으셨길 바라다가도
안 되겠지요 나으리,
제가 다 숨겨주고 모른척해도...
안 되는 거겠지요 이놈은..
이 쪽이오
내 쪽으로 걸으시오 내 총구속으로 들어온
사내의 손, 내가 잡는 거요
봄이 왔나보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여기 다 있구려
난 이리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오늘 나의 사인은...
화사요
우리 내기합시다.
이긴 사람 소원들어주기
이건 반드시 내가 이겨야하는 내기라
내가 이겼소
내기를 했으니 들어주시오
우리 이제 분분히 헤어집시다.
이젠 그댄 나의, 나는 그대의 정혼자가 아니오
이것이 내 소원이오.
저 문을 나서면 온갖 수근거림이
그대에게 쏟아질거요 부디, 잘 버텨주시오.
그대가 한때 내 진심이었으니까
학당에도 가지 마십시오
서양 말 같은 거 배우지 마십시오
날아오르지 마십시오
세상에 어떤 질문도 하지 마십시오.
세상 모두가 적이 되도
상관없겠다 싶어졌거든요
그게 애기씨여도 말입니다
누가 제일 슬플 지는 의미없었다
인생 다 각자 걷고 있지만
결국 같은 곳에 다다를 우리였다.
그대를 사랑한다...
그러니 그대여 살아남아라...
하여 누구의 결말도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다.
그 여인이 처음 배웠던 영어 단어는
건, 글로리, 새드엔딩이었다고 한다.
인생 다 각자 걷고 있지만 결국 같은곳에 다다를 우리였다.
우리의 걸음은 우리를 퍽 닮아있었다.
유서를 대신하여 써내려가는 호외와, 부서지는
몸속으로 남은 생만큼
타들어가는 아편과, 끝끝내 이방인에게 쥐어진
태극기를 들고 우리가 도착할 종착지는
영광과 새드엔딩... 그 사이 어디쯤일까
멈출 방법을 몰랐거나
멈출 이유가 없었거나
어쩌면... 애국심이었는지도
없던 우정도 싹텄던 더없고 뜨거운 여름밤이었으니까
다른 사내를 기다렸지
호텔 뒷마당에서, 길에서, 전차에서, 그 사내의 방에서
살아오라고, 꼭 살아오라고
오직 고애신을 사랑해서
사랑에 미친
사랑해서 미친
그런 사내를 나는 기다렸지...
이 길 눈 오면 예쁘겠다
눈 오면 나 보러와, 기다린다..
그 한참을 넌 더 살라고... 빨리 오지말고...
역시 이놈은 안될놈입니다
아주 잊으셨길 바랐다가도, 또 그리 아프셨다니
그렇게라도 제가 애기씨 생의 한순간만이라도 가졌다면
이놈은 그걸로 된 것 같거든요...
울지마시오
이건 나의 히스토리이자
나의 러브스토리요
그래서 가는 거요 당신의 승리를 빌며.
그대는 나아가시오
난 한걸음 물러나니.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 다시 타오르려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나의 영어는 여직 늘지 않아서
작별인사는 짧았다
잘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