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커뮤'란 무엇인가? 보통 커뮤를 달리는 커뮤러들이 '커뮤 뛴다'라고 말할때의 '커뮤'는 디시, 오유, 더쿠, 뽐뿌, 엠팍, 웃대, 루리웹, 네이버카페 등등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세계관에 맞춰 '자캐'라고 불리는 창작 캐릭터를 통해 역할극을 하며 노는 '자캐커뮤'를 말한다. 이 경우 잘보면 커뮤를 '한다'가 아닌 '뛴다', '달린다'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따로 홈페이지를 만들어두고 거기서 그림을 그려올려 활동하는 '비커(비툴커뮤니티)', 일정 분량 이상의 글을 써서 활동하는 '소커(소설커뮤니티)', 비커나 소커처럼 글 혹은 그림으로 활동하지만 홈페이지 대신 네이버 카페를 이용하는 '카커(카페커뮤니티)'를 말하는 거였지만 최근에는 이 세가지는 거의 드물고, 짧고 간편하게 달릴 수 있는 '트커(트위터 커뮤니티)'가 99.5%이므로 특별히 '비커'등으로 일컫지 않으면 대부분 트위터 커뮤라고 보면 된다.
형식
캐릭터가 심심해보이는 얼굴로 '아무도 없나... 조용하네.' 라고 생각하는 그림을 올린 후, 댓글로
[브리트니 점례(오너 닉네임) | 김철수(캐릭터 이름)]
안녕하세요~ 좋은 저녁입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자비란(자유롭게 그림 올리는 곳)이 한산하네요. 다른분들 오실 때까지 자리깔고 기다려봅니다~
라고 쓰면
(다른 사람이 무료하게 서 있는 김철수를 뒤에서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는 자신의 캐릭터를 그려올린 후)
[뱀딸기 | 장민철]
안녕하세요! 자비란에 심심해보이는 철수가 있길래 브점님네 철수군 슬쩍 훔쳐보며 등장해봅니다~
이런식인 게 비커,
김철수 : 아무도 없나? 조용하네....
ㄴ장민철 : (때마침 근처를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보고) 안녕, 철수씨. 매일 바빠보이더니 오늘은 어째 한가한가봐?
이런식으로 캐릭터 이름과 얼굴 프사를 걸고 행동지문과 대사를 통해 캐릭터의 입으로 직접 대화를 주고받는 게 트커의 '역극'이다.
(같은 캐릭터임에도 '장민철'의 분위기 차이에 주목하자.)
도입부에서 설명했다시피 커뮤의 형식은 그림과 일정 분량의 글로 활동하는 비커/소커/카커를 거쳐 현재의 대세인 트커로 이동했다.
장기간의 러닝기간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수고롭게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고, 제명되지 않으려면 커뮤의 메인 스토리에 따라 주기적으로 '미션'이라는 이름의 정해진 주제와 분량의 만화나 소설을 제출해야하며 닉네임을 달고 활동하면서 오너(캐릭터의 주인)과 캐릭터를 분리해서 활동하던 예전의 비커/소커/카커와 달리, 운영자가 공들여 홈페이지를 만들 필요도 없고 미션도 없으며 스마트폰만 있으면 짧은 기간동안 간단하게(보통 3일에서 7일 혹은 14일정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손가락만 움직여 인스턴트하게 달릴 수 있는 트위터 커뮤는 커뮤를 달리거나 직접 열어 운영하는 것에 대한 진입장벽을 엄청나게 낮추었다. 덕분에 누구나 부담없이, 정말 아무데서나 시도 때도 없이 커뮤를 달릴 수 있게 되었으며 온갖 커뮤도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룰
대부분의 커뮤는 대략 이정도의 보편적인 룰이 있다.
-연령제한(전체이용가, 15세이상, 19세이상)
-지인플, 편파 금지
-낚고(낚시 고록) 및 짝록(짝사랑 로그), DM고록 금지
-상대가 반응하기 곤란한 장문의 독백, 괄호 안 지문 자제할 것
-총괄계를 끼지않은 캐릭터간 DM금지
-러닝기간 중 오타수정 외의 오너트, 목떡 업로드, 계실캡쳐 및 언급, 짤방 및 초성체 사용금지
-차원을 부수는 메타발언 금지
-캐릭터의 성격을 빙자한 무례한 역극, 단답형 역극 금지
-@Null, @xxx 등을 이용한 타임라인에 보이지 않는 모든 트윗 금지
-모든 질문 및 신고, 건의사항은 총괄에게 DM으로 문의
-공지, 세계관 제대로 읽고 질문하기
-오너간의 개인적인 불화, 커뮤 바깥에서의 일을 커뮤내로 끌고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총괄은 이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제명될 수 있다.
-경고 2회(혹은 3회) 누적시 제명되며 중대한 룰위반시에는 경고없이 바로 제명될 수 있음
(*공지에 사용된 각종 커뮤용어들에 대한 설명은 아래의 본론에 첨부되어있다.)
그래서 본론인 문제점
1.과몰입
트커의 이러한 특징들과 가상의 세계에서 간편하게 내가 상상하는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하여 지나치게 커뮤에 과몰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밤낮도 없이 커뮤를 달리느라 잠도 안 자고 밥도 안먹는다. 수업이나 모임도 째고 커뮤 뛰느라 현생과 건강을 갈아넣고 학점을 꼴아박는다. 심지어 트위터 특유의 분위기와 맞물려 이게 자랑이라도 되는양 오늘도 과제나 학점을 포기하고 밤새 커뮤를 달렸다는 식으로 보란듯이 드립치듯 떠벌리는 경우도 많다.(트위터에서 맨날 위염이나 장염 있다면서 불닭볶음면이나 마라탕 먹었다고 트윗하는 것과 비슷하다.)
-심하면 커뮤에서의 인간관계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로 각종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우울증, 각종 정병, 위염, 배탈, 탈모, 기타 스트레스성 증상)
-대다수의 오타쿠가 디자인, 영상, 미술 등 예체능 비율이 높기 때문에 커뮤 홍보지, 윅스 홈페이지, 로고, 홍보영상 등등을 만들 때 경쟁적으로 퀄리티를 높인다.
예전의 비툴커뮤니티의 홈페이지나 홍보지가 어지간한 상업회사나 실제 게임 홈페이지 못지않은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했는데, 트커에도 그런 경향이 옮겨오기 시작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초고퀄의 홍보지를 만드는 통에 홍보지는 무조건 고퀄로 만들지 않으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없다는 분위기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 결과 디자인 툴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돈을 주고 커뮤로고, 타이틀, 홍보지, 윅스홈페이지 커미션을 맡기는 일도 늘어났다.(물론 주 연령층이 어리다보니 모든 커뮤가 이렇다는 건 아니고 각자 형편이 되는대로 간편하고 심플하게 홍보지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그러던 와중에 이런 병적인 분위기의 정점을 찍은 일이 발생했는데, 바로 어떤 커뮤 운영자가 거의 실제 상업애니에 가까운 초 고퀄리티의 홍보영상을 올리자 이게 알티를 타고 화재가 되면서 '지나치게 사람들의 눈과 홍보지퀄리티의 기준을 높여 다른 예비총괄(운영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이유로 조리돌림을 당하며 엄청나게 두들겨 맞은 사건이다. 심지어 ㅇㅇ(해당커뮤 이름) 때문에 우울해서 죽고 싶다며 심각한 우울트를 쏟아내는 정병 계정까지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충격을 받은 해당커뮤의 운영자가 자신은 애니과의 학생이며, 개인 사정으로 더이상 애니와 관련된 길로 갈수가 없게되어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함께 모든 열정과 애정을 쏟아부어 제작한 영상이 이렇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며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커뮤를 개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공지를 띄웠다. 해당 커뮤의 운영자는 결국 이 일로 인용알티, 디엠테러, 멘션테러 등 사이버불링을 당한 것 때문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되었다.
2.유사연애
과몰입의 연장선상으로 이어지는, 과몰입과 더불어 자캐커뮤 만악의 근원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커뮤에서 활동하며 캐릭터의 행동을 표현하는 글 / 그림 / 트윗등을 '로그'라고 하는데, 마음에 드는캐릭터나 사귀고 싶은 캐릭터('관캐'라고 한다)에게 '고백로그'라는 것을 주어 '답록'을 통해 수락을 받으면 정식으로 커플이 되며 상대방을 '앤캐(애인캐)'라고 부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온갖 문제가 생겨나게 되는데,
-말그대로 연애 하려고 커뮤를 뛰는 케이스. 캐릭터의 모든 행동이 연애를 위해 썸을 타고 플러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부류. 다 큰 성인남캐가 같은 남캐끼리 초면에 툭하면 팔짱을 끼거나 포옹을 하고, 손을 잡고, 귓가에 속삭이며, 손가락으로 턱끝을 들어올리는 짓을 한다. 모든 역극에서 수어필을 하거나 끼를 부리며, 묘한 분위기로 몰아가려고 하거나 찔러보기 식으로 모든 캐릭터에게 일부러 달콤한 멘트를 날리며 플러팅을 한다.
-'관캐견제'라고 하여 자기 관캐가 다른 캐릭터와 사이좋게 이야기만 나누어도 갑자기 끼어들어 훼방을 놓거나, 역극으로 시비를 걸거나 해당캐릭터를 저격하는 행동을 하는 부류.
-관캐에게 고백할 용기는 없거나, 아무리봐도 관캐의 관캐가 자신이 아닌 것 같을 때, 혹은 관캐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을 때, 관캐가 다른 캐릭터와 잘 되어간다 싶을 때 익명잡담란에서 티나게 앓이를 하거나 본계에서 주변 지인들에게 관캐때문에 죽고싶다며 우울트를 쏟아내며 민폐를 끼치는 부류. 심하면 밥도 안 먹고 시시때때로 우느라 위장병오고 쓰러져서 병원에서 링거를 꽂았다는 식의 징징과 하소연을 시전하기도 하며 그걸 또 트위터에 낱낱이 전시한다.
-소위 '멘마(멘탈마조)'랍시고 '관캐를 앓느라 이렇게 아프고 힘들지만 고백은 하지 않는 나☆'에 취해 매일 트친들에게 관캐 타령을 읊지만 정작 고록을 파진 않는다.놀랍게도 이것도 커뮤러들 사이의 일종의 유행같은 느낌이다.
-자신의 캐릭터가 연애상대로서 멤버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관캐와의 관계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 낙심하거나 탈관(관캐에 대한 마음을 정리)한답시고 러닝기간 도중에 갑자기 무통보 잠수 혹은 하차해버리는 경우.
-커뮤에는 주로 커플게임, 수갑게임이라고 하여 말그대로 이벤트기간동안 임시로 커플이 되는 이벤트, 혹은 둘이서 한쪽씩 수갑을 나누어 차고 함께 행동해야 하는 이벤트가 있는데 보통은 총괄이 디엠으로 '찌름(누구누구랑 엮어주세요)'을 받거나, 사다리타기등을 통해 랜덤으로 발표한다. (한 명의 캐릭터를 여러명이 지목했을 경우도 랜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와 맺어지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캐릭터와 맺어지면 상대방을 방치하고 이벤트기간내내 잠수를 타버린다. 이런일이 하도 많아서, 급기야는 운영자(총괄)이 수갑게임이나 커플게임 기간에 잠수하는 사람은 제명시키겠다는 공지를 띄우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가는 커뮤마다 새 커플을 만들어와서 기존 커플은 전부 다 방치하는 커플 콜렉터. (방치당한 상대방은 자컾(자캐커플)때문에 오늘도 술을 깠다며 지인들에게 하소연을 하고, 앤오(앤캐오너)에게 방치당한 것 때문에 실제 연인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첫날부터 서로에게 꽂혀 커뮤기간 내내 서로 온갖 플러팅을 주고 받으며 둘이서만 그사세 찍는 부류.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연애적 관계의 여지를 남겨놓으려고 덕캐(덕질하는 캐) < 호캐(호감캐) < 눈캐(눈길가는캐) < 환캐(이쯤되면 무슨 뜻인지 짐작도 안 간다) < 관캐 순으로 나노단위로 단계를 나누어 캐릭터간의 관계를 정의하는 온갖 창조적인 호칭을 만들어낸다. 거의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이런 신조어가 새로 생겨나 있는 수준이다.
-단순히 인형놀이를 넘어 모니터 너머의 실제 사람(오너)에게까지 집착하는 경우. 앤오(앤캐오너)가 가는 커뮤마다 무조건 따라가고, 상대방이 다른 커뮤에서 새로운 커플을 만들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하면 앤오가 가는 커뮤마다 쫒아다니며 다른 캐릭터와 맺어지지 못하게 견제를 하기도 하며, 상대방이 자신의 카톡이나 디엠에 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다른 트친 및 커뮤 지인들과 친하게 지내는 꼴을 못 보는 등 독점욕을 드러낸다. 또한 실제 레즈비언 성향 여부와 상관없이 오프라인에서 실제 앤캐오너에게까지 스킨십을 하려들거나 연인관계처럼 굴기도 한다.
-나이차이, 성별, 기혼자 설정 등으로 인해 자기 캐릭터의 잠재적 연애대상이 될만한 여지가 없는 캐릭터에게는 관심조차 주지않거나 성의없는 역극으로 일관한다.
-유독 둘이서 케미가 좋거나 죽이 잘맞는 캐릭터들이 있으면 무조건 성애적인 분위기로 몰아가며, 은근슬쩍 커플성사를 기대하는 뉘앙스로 단체로 호들갑을 떨며 해당 캐릭터들에게 압력을 넣는다. (ex 저희 커뮤는 핑크없나요? & 우리 커뮤 고자인가요...?ㅠ / 헐.... 저 둘 아무리봐도 완벽한데 왜 안사겨요? / 사겨라!(짝) 사겨라!(짝) / 우리커뮤 다들 이케이케...다들멋지고 귀엽고 케미 쩌는데... 왜때문에 안 커플이요? 등등.)
-아래에 후술할 '편파'유발.
-이런 경향은 옛날 비툴커뮤 시절부터 유구하게 있어왔던 것이지만, 문제는 예전에는 이런 부류가 어느 커뮤를 가나 꼭 하나씩 있거나 많아봐야 서넛쯤 있는 유형이었다면 최근의 트커는 커뮤 분위기 자체가 캐릭터간의 연애를 위한 장으로 변질되어 연애가 아닌 역할극, 스토리 등 커뮤 자체의 순수한 재미를 즐기러 온 커뮤러들이 '제발 커플이랑 유성애 없는 커뮤 좀 뛰고싶다!!!!'라고 외쳐대기에 이르렀다.
3.편파 플레이
특정 캐릭터를 차별, 배척하는 것을 '00편파'라고 하는데, 가령 여캐를 따돌리거나 배척하는 것을 '여캐 편파'라고 한다. '편파'라는 단어의 본래 뜻대로라면 정반대로 여캐에게만 호의적이라는 의미이지만, 어째선지 고쳐지지않고 계속 '여캐편파'라는 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캐편파
기본적으로 커뮤러들 대부분이 헤테로 여성인데다 캐릭터간의 연애를 목적으로 커뮤를 뛰는 경우가 많고, 커뮤판에서 BL에 비해 GL, NL(노말)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마이너하기 때문에 당연히 여캐는 알게모르게 찬밥신세가 된다. 키가 크고 듬직하며 잘생긴 남캐는 인기가 폭발하며 장문의 역극이 이어지는 반면 여캐는 관심조차 못 받거나 시큰둥한 반응, 편파가 룰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마지못해 의무적으로 대꾸해주는듯한 형식적인 역극이 이어지며 겉돌다가 하차나 잠수로 조용히 사라져버리곤 한다. 이런 여캐편파에 진저리가 난 여캐 커뮤러들이 아예 여자학교 기숙사 배경 등 GL커를 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글러 차별
말 그대로 그림을 그리는 '그림러'가 아닌 글 로그나 역극만으로 활동하는 '글러' 들이 관심을 받지못하고 묻힌다. 캐릭터의 스토리가 담긴 장문의 에버노트 링크를 올려도 마찬가지이다.
-존잘핥기
동인계 전반에서의 인기도는 글러 < 존잘글러 <<<보통의 그림러<<<<<(넘사벽)<<<<<<존잘 그림러이다. 오타쿠 취미인 자캐 커뮤에서도 당연히 이런 경향이 여과없이 반영된다.
-떡커에서의 바텀 차별
19금 성인커뮤에서 '떡커'혹은 '수위프리커'라는 것이 있는데, 말그대로 전자는 플러팅을 주고 받고 떡을 치기 위한(...) 커뮤이고 후자는 아예 떡 자체가 목적인 떡커는 아니지만 캐릭터간의 섹스나 에로한 분위기, 수위높은 스킨십도 허용하는 커뮤이다. 앞에서 설명한대로 커뮤러들 대부분이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캐릭터의 성비와 BL선호가 압도적으로 높아 주로 BL떡커가 많은데, 문제는 탑과 바텀간 비율의 심한 불균형으로 탑은 소수고 바텀만 넘쳐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바텀들이 러닝기간 내내 소위 말하는 '씹탑'들을 바라보며 손가락만 빨다가 결국 탑끼리 맺어지고 바텀들은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되는 일이 허다한데, 이건 수요와 공급의 문제인데다 탑이 주로 리드하는 입장인지라 떡극을 진행할 때 지나치게 수동적인 바텀들에게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탑 혼자 멘트치고, 체위나 분위기, 행동지문 제시해가며 떡을 치고 있자면 바텀은 그저 박히면서 신음하는데서 그친다.) 자연히 비교적 능동적인 성향인 탑끼리 끌리는 것에 대하여 바텀에 대한 배척이다 아니다라고 말하기에 좀 애매한 감이 있다. 그리고 떡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같은 포지션인 바텀끼리는 딱히 할만한 얘깃거리도 없어서 어쩌다보니 그저 형식적인 역극만을 주고받게 된다.
4.연령층과 매너문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는 20대 중후반이상의 커뮤러들은 다들 회사를 다니느라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낡고 지쳐서 커뮤를 못 뛴다. 그리고 미성년자 커뮤러들의 텐션과 체력을 못 따라간다. 기존의 성인 커뮤러들이 떠나고 커뮤의 연령대가 어린 미성년자층으로 교체되면서 오랜기간 이런저런 사건사고를 거치며 형성된 동인계의 암묵적인 룰과 매너가 어느새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고, 전체적인 커뮤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가벼워지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후술할 5, 6, 7 항목의 문제점들이 생겨났다.
5.소재와 설정의 자극적, 선정성
트커의 주연령층이 어리다보니 유혈, 고어, 폭력, 선정성과 캐릭터의 사망, 부상, 불행한 과거 등 자극적인 설정과 세계관이 많다.
물론 나름대로의 나이제한이나 방통위 심위등급표등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고 일상 힐링커처럼 축제, 아파트나 빌라, 카페, 고등학교등을 배경으로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목적인 평화로운 분위기의 커뮤도 있지만 당장 커뮤 홍보봇을 살펴보면 쏟아져 나오는 커뮤들 중 대다수가 트리거 워닝이 주렁주렁 달린, 캐릭터가 죽거나 다치거나 혹은 다른 캐릭터를 죽이는 것이 허용되는 극시리(어스) / 대립 / 몰살 / 조사 / 추리 / 식인 / 교도소 / 인체실험 / 노예시장 / 마피아커 등이 홍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일상힐링커는 캐릭터의 부상이나 심한 욕설도 금지할 정도로 정말 평화롭다.)
또한 캐릭터의 행동과 사고, 스토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가급적 프로필에 자세히 적어두던 예전의 비커, 소커, 카커와는 달리 트커만의 영문모를 기묘한 문화가 하나 있는데 바로 캐릭터 프로필에 '비설'이라고 불리는 '비밀설정'란이 따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말그대로 비밀 설정이기 때문에 운영자에게 신청서를 보낼때만 프로필에 쓰고 합격해서 프로필을 걸고 활동할 때는 해당부분을 지우고 게시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운영자인 '총괄'과 오너만 아는 설정.)
문제는 이놈의 '비설'문화에 커뮤러들 사이에서도 '불행포르노 전시 작작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누구의 캐릭터가 제일 암울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마치 불행배틀이라도 즐기는 듯한 수준의 분위기가 맞물려 오로지 상대방의 뒤통수를 치고 충격을 주기 위한, 오직 불행만을 위한 자극적인 불행이 끼얹어진다는 점이다. 장르불문 소재불문, 어느 커뮤를 가든 방금전까지 아무렇지않게 수다 떨면서 잘 놀던 상대방이 갑자기 분위기를 잡으며 대뜸 자기의 우울하고 불행한 과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게다가 이게 한둘이 아니라서, 보통 24명에서 30명 정도되는 커뮤 멤버중에 절반 이상이 사실은 자신이 과거에 강간 당한 적이 있다거나(심지어 다 큰 성인 남캐다), 모종의 이유로 가족이 몰살당했다거나, 어릴때 부모에게 학대를 당했다거나 자신의 아버지를 제 손으로 죽였다거나 이런저런 트라우마가 있고 지금까지 보여온 밝은 모습은 다 가식인데다 실제로는 정신에 어딘가 어두운 구석이 있다는 점을 어필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걸 시리커같은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커뮤가 아닌, 유혈고어와 폭력이 금지된 일상 힐링커에서도 허구한날 일삼는다. 러닝기간동안 실컷 하하호호하면서 훈훈한 분위기로 잘 놀다가, 마지막날에 엔딩 후 오너트윗을 허용하는 순간 갑자기 얘는 사실 감정이 없고 사악한 싸패라서 지금까지의 밝고 착한 모습이 다 가식이었다는 설정을 오너트 한줄로 찍 싸서 밝히는 것이다. 그나마 러닝기간동안 역극이나 로그를 통해 지속적으로 꾸준히 떡밥을 던지거나 스토리를 제대로 풀기라도 했다면 그건 나름 양반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운영자들이 아예 신청서 단계에서 커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설정, 암울한 비설이 있는 캐릭터는 거르는 경우도 있다.
6.모든 것에 대한 무분별한 커뮤 소재화
-말 그대로 세상 모든 게 다 커뮤나 캐릭터를 위한 소재화 된다. 유명한 시, 노래가사, 명언, 격언들까지도 맥락이나 의미에 상관없이 자캐의 한마디나 프로필, 혹은 커뮤 홍보지에 장식할 간지나는 인용구 한줄로 전락한다.
-심지어 '목떡(목소리 떡밥)'이라 하여 일본 우타이테나 실제 유명 가수의 노래를 원본 그대로 혹은 멋대로 키를 조작하여 '우리 뫄뫄(자캐) 목소리'라며 업로드하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길을 가다가 유명 가수의 노래가 들리면 '아 저거 우리 앤캐 목소린데' 라고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당연히 해당가수의 팬들과 창작물의 저작권 및 아티스트 존중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에게 극혐하는 시선을 받았다.
-소위말하는 '그림러'가 아니거나, 그림을 그리긴 하지만 '존잘'이 아니거나, 아니면 그냥 단순히 귀찮아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실사 인장'이라고 하여 실제 연예인이나 아이돌, 실존 인물들의 사진을 내걸고 역극을 하는 경우는 아예 역사가 깊다. 하지만 이 경우는 커뮤 내부에서도 거부감을 사는 편이라 총괄들이 애초에 실사인장을 금지하거나 커뮤러들 중에서도 실사인장을 허용하는 커뮤나 그런 커뮤를 뛰는 사람들은 무조건 거른다는 사람들이 많아 메이저는 아니(었)지만, 나이가 들어 이런저런 이유로 고인물 1세대 커뮤러들이 커뮤판을 떠나고 새로 유입된 커뮤러들로 인해 전체적인 커뮤 연령대가 낮아지고 하루에도 수십개의 커뮤가 우후죽순 쏟아져나오면서 실사인장을 쓰거나 아예 아이돌 실사인장 사용이 필수인 커뮤도 부쩍 늘기 시작했다.
-또한 예전에 세월호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인 이후 배인지 잠수함인지가 침몰해서 캐릭터 전원이 사망하는 결말의 몰살커뮤가 나온 적이 있는데, 커뮤 홍보이미지부터가 온 몸이 물 속에 완전히 잠긴 채 내뻗은 손만 물 밖으로 나와있는 사진이었다. 당연히 엄청나게 욕을 처먹은 후 해당 커뮤의 총괄(운영자)가 커뮤의 모든 설정은 세월호와는 관계가 없고 세월호를 염두에 둔 의도는 절대 없다고 해명했지만 하필 이 시국에 /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실제사건인데 / 세월호 터진지 얼마나 지났다고 / 몇년이 지나도 가시지 않을 전국민의 트라우마인데 눈치&개념없이.... 라는 것이 여론이었기에 결국 무산되었다. 그 이후에도 독립군vs일본군 소재의 BL커가 나오는 등 정신빠진 커뮤소재문제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곤 했다.
-원작따윈 1도 몰라도 원작의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설정만 쏙쏙 빼다가 ~~기반 커뮤혹은 자캐 AU의 소재로 쓴다. 대표적인 게 단간론파, 해리포터, 배틀로얄 등. 특히 단간론파의 경우 자극적이고 잔인한 '처형'시스템과 '초고교급~' 으로 일컬어지는, 캐릭터의 특정분야에 천재적인 능력이 하나씩 있다는 설정이 자주 이용되는데 문제는 이 게임이 청불등급이라는 것이다. 미성년자들이 애초에 청불 게임을, 원작을 소비하지도 않았으니 당연히 원작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혹은 불법적으로 원작을 즐기고) 해당작품의 독창적이고 자극적인 설정만 끌어다 당당하게 커뮤의 소재로 써먹고 있으니 단간론파의 팬들은 단간커라고 하면 학을 떼며 극혐한다. 심지어 자캐커뮤 문제가 대두된 인천 여아 살인사건에서 범인이 단간커를 뛰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으나 자캐커뮤의 대략적인 예시로 단간론파가 언급되는 바람에, 게임위에서 사회적 파장과 모방범죄등을 우려해 이 게임의 신작인 [뉴 단간론파 V3]가 등급거부를 받고 결국 국내 발매가 중지되기까지한 일도 단간론파 유저들이 단간커라고 하면 치를 떠는 데 한몫하게 되었다.
7.매개체인 트위터 자체의 문제
알다시피 트위터는 편협하고 극단적인 논리가 판치는 것으로 악명높다. 부정적이고,극단적이며, 공격적이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각종 혐오가 넘쳐나며 무절제한 생활과 우울전시가 넘쳐난다. 또한 자퇴를 아무렇지않게 생각하며 심지어 말리기는 커녕 부추기는 성인들도 있다. 트커를 하면서 트위터를 안 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이것들은 트커가 아닌 트위터 자체의 문제니 부수적인 것이고, 커뮤와 관련된 부분을 말하자면 가뜩이나 한줌인 오타쿠판에서도 자캐커뮤는 하는 사람만 하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또 한줌이라 자캐커뮤판은 정말 좁다. 커뮤가 끝나고 '연공(연락처공유)'이라고 하여 트친소를 하고보니 한다리 건너 다 지인이거나 이미 진작에 상호블락한 경우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게다가 커뮤에서 나긋나긋하고 온화하며 밝고 착한 성격의 캐릭터였던 오너의 본계를 팔로하고보니 모니터 너머의 사람은 온갖 욕트, 폭트, 섹트를 쏟아내며 보기 거북한 것들을 알티하는 부류인 경우가 적지않은데 한다리 건너 다 지인이다보니 뮤트, 블락하기도 눈치가 보여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 또 개인간에 조금의 트러블이라도 있을라 치면 개인끼리 알아서 1:1로 해결하지 않고 무조건 에버노트부터 써서 공론화 하는 것으로 선빵을 치는데, 지인이나 앤오간에 있었던 일, 커뮤의 멤버들끼리 있었던 일, 커뮤의 멤버와 운영자(총괄)간에 있었던 일 등등 도대체 저딴걸 왜 제 3자들한테 동네방네 공론화 하는지 모를 것들로 에버노트가 넘쳐나다보니 결국에는 에버노트=입장문, 선빵 공론화, 조리돌림의 동의어가 되어 트위터리안들이 '뫄뫄님 우리 이러다가 에버노트 받는 거 아니에요?' 하는 식의 우스갯소리를 주고 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굳이 커뮤를 달리는 장점이 뭔가?
어쩌다 가끔 정말 좋은 멤버들, 좋은 운영자와 세계관, 분위기를 만나 병크 없는 훌륭한 커뮤에서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때 빼고는 사실상 없다. 현실은 저 모든 항목 하나하나가 극히 드문 환상종 유니콘 같은 케이스이다. 실제로 커뮤를 달리는 커뮤러들을 지켜보다보면 커뮤를 달리는 것이 즐겁고 기쁘다는 말보다는 하나같이 관캐징징, 편파징징, 커뮤 때문에 정신병 생길 것 같다, 병크 & 비매너 & 동결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탈주하고 싶다, 혹은 이미 탈주했다 라는 말이 대부분인 걸 볼 수 있다. (물론 인터넷의 수많은 부정적인 의견들이 그렇듯 과몰입 안하고 문제없이 즐겁게 잘 달리고 있는 사람들은 굳이 인터넷이나 트위터에 구구절절 커뮤얘기를 쓸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커뮤를 달리는 이유는 저런식으로 짜증나는 게 8할이지만 나머지 2정도의 깨알같은 매력과 즐거움이 굉장히 중독적이며 다른 것으로의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냥 돌덕들이 돌덕질을 안하고 애만덕이 애니랑 만화를 안 보고 겜덕이 게임을 안 하면 뭘 해야할 지 몰라서 넋부랑자가 되는 것처럼 캐릭터나 세계관, 혹은 스토리를 짜고 노는 덕후가 덕질을 끊지못해 계속 달리는 것이라 보면 된다. 당장 나이먹어서 커뮤판에 환멸나고, 체력딸리고, 진로도 불투명하고 현생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면 당장 커뮤부터 그만두게 되는 것이 좋은 예이다.
결론
사실 나도 이걸 굳이 왜 쓰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딱히 결론같은 건 없다. 어쨌든 가급적이면 자캐커뮤는 ㄴㄴ다. (물론 말린다고 말려지는 것도 아니지만.)
그리고 위의 항목들은 커뮤러들 내부에서도 주기적으로 피로감을 느끼거나 자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부분이므로 혹시라도 모든 커뮤러가 무조건 저 루트를 밟는다고 주장하거나, 저기에 해당하지않는 멀쩡한 커뮤러들까지 싸잡아서 욕하려는 의도는 없으니 괜한 오해는 접어두고 그냥 재미로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