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유독 허기가 졌다
황혼을 먹고 싶었다
낭만실조에 걸린 것 같았다
날 보고, 네가 웃었다
포만감에 숨 쉬지 못했다
이훤, 낭만실조
사랑해, 당신을 너무 사랑해.
밤하늘의 달과 구름 어둠 속에 스러져가는 이름 없는 별들조차 당신을 애타게 부르고
땅 위의 모든 짐승들과 숲과 호수와 들판의 버려진 꽃들조차 당신을 보고 싶어 해
당신 없는 세상은 무덤 속의 좀비 얼간이 끓어오르는 오물통
당신과 함께라면 그 어떤 재난도 불행도 아름답고 황홀하겠지
나 미쳐 보여?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나 미쳐 보여?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 이토록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니
그래요, 나 역시 숨이 막힐 것 같아 당신의 모습이 한순간도 떠나질 않고
지금, 여기, 눈앞에 당신이 있다는 사실조차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랍고 신기해
그 어떤 고통도 두려움도 씻은듯이 사라져 버려
어째서, 어째서 우리에게 이런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황병승, 아름답고 멋지고 열등한
당신의 숨소리 하늘을 날아
날아와서 두 귀에 박혀도
내 귀는 여전히
당신의 숨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살갗에 부딪히는
빗방울의 떨리움은
보드라운 당신의
손길을 닮았습니다
그러하기에 비가 오는 날에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너무나,
너무나 좋은 날입니다.
유인숙, 빗속의 연가 中
너는 목성의 달
내 삶을 끝까지 살아간다 해도
결국 만져볼 수 없을 차가움
한강, 에우로파 中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황인숙, 꿈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테니
길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이수동, 동행
별과 별 사이는
얼마나 먼 것이랴.
그대와 나 사이,
붙잡을 수 없는 그 거리는
또 얼마나 아득한 것이랴.
바라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 갈 수는 없다.
그 간격 속에 빠져 죽고싶다
이정하, 간격
아, 당신이라는 현기증.
당신이라는 눈물겨운 문장.
나는 오늘도 당신이 사라질까 두려워
당신을 옮겨 적는다.
최갑수, 잘 지내나요 내 인생 中
당신의 눈빛은
나를 잘 헐게 만든다
아무것에도 익숙해지지 않아야
울지 않을 수 있다
미열을 앓는
당신의 머리맡에는
금방 앉았다 간다 하던 사람이
사나흘 씩 머물다 가기도 했다
박준, 문병
당신이 문득 그 별을 보게 된거라고 생각하죠?
별이 당신을 발견하고 비춘 거예요.
은희경, 생각의 일요일들 中
같이 있으면서도 늘 내것이지 못했던 사람아
너를 보면 눈물이 난다
박성철, 너를 보면 눈물이 난다
나는 이 생에서 하늘을 보았고 그것은 다만 너로 인해서였다.
오귀스트 로댕이 카미유 클로델에게 보낸 편지 中
얼마만큼 날 좋아해?
온 세계 정글 속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 버터가 되어버릴 만큼 좋아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中
네가 나를 선한 사람에
끼워주기를 바랐지만
막상 네가 나더러 선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다른 게 되고 싶었어
이를테면 너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로 인해서,
너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어느날 네가 슬피 울 때,
네가 기억하기를
네가 나의 자랑이란 걸
기억력이 좋은 네가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나는 얼쩡거렸지
김승일, 나의 자랑 이랑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