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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정말 오랜만이야 ㅜㅜ 너무 늦게 왔나? 이것저것 일이 많고 요즘 글 쓸 시간도 안나서...미안해.
주제가 주제인지라 10개 모아서 한번에 올리려고 했거든. 근데 그러다보니까 완성이 아득해서 막 미루게됐어...
이러다 정말 계속 안 쓸 것 같아서 일단 5개라도 써서 올려보려고 해.
이번 글의 주제는 저번 글에서 예고했던 대로 '순전히 원덬의 취향대로 뽑는 최고의 보드게임 Top 10'
기준은 순전히 내 맘대로.
내 생각에 이 게임들이 가장 재밌는 최고의 게임들이다 (X)
적어도 나한테는 이 게임들이 가장 재밌다. (O)
원덬의 취향을 대충 설명하자면
1. 플레이 타임이 아무리 길어도, 룰이 복잡하고 더러워도, 잔룰이 많아도, 귀찮고 어려워도 재미만 있으면 모든게 용서된다.
(입문하는 덬들은 함부로 덤비면 안되는 게임들도 많아)
2. 평소엔 신작도 많이 즐기지만 베스트를 뽑을 때는 오랜 시간동안 검증된, 그리고 나도 많이 플레이 해본 '클래식'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보드게임덬들이 보기엔 이 목록이 굉장히 올드해보일거야.)
3. 기본적으로 '건조한'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임하면서 얘기도 많이 나누게 되고, 진지하게 플레이하는 와중에도 웃고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는게 좋다.
('스플렌더' 같은 게임을 하면 대체로 남들이랑 상호작용하기보단 자기 갈 길만 가고 생각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말수가 없어지지?
반면 '보난자' 같은 게임은 정말 떠들썩해지고. 이 두 게임의 차이를 생각하면 편해.)
10. 백시트 드로잉 (플레이 가능 인원: 4인 이상, 추천 인원: 6~12인)
이 목록의 유일한 파티게임 ㅋㅋㅋㅋ 내가 처음으로 접해본 드로잉 게임이야. 그림을 그려서 제시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지.
응? 그냥 평범한 파티 놀이 아니냐고? 문제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문제의 출제자가 아니라 정답을 맞추는 사람들이라는 점.
각 팀의 출제자는 같이 제시단어를 보고 그걸 설명해서 문제 푸는 사람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푸는 사람들은 설명대로 그려지는 그림을 보고 추론을 해야 해.
가장 중요한 점은 출제자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정보를 줄 뿐, 이 단어 자체에 대해서는 일절 설명할 수는 없다는 거야
다시 말해 '물고기'를 설명할 때 '강이나 바다, 호수 등에 살고 비늘이 달렸고 몸에 난 지느러미로 헤엄치는 척추동물' 뭐 이런식의 설명을 할 수 없고
'유선형의 물체를 그려(몸통). 위쪽에 사각형을 그리고(등지느러미) 옆쪽에는 삼각형을 하나 붙여서 그려(꼬리지느러미). 방금 그린거 반대 쪽에 작게 동그라미를 그리고(눈)'
이런 st의 설명을 해야 해. 그리고 또 중요한 점은 출제자는 자신의 팀원들이 자기 설명에 따라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
그리는 사람들이 출제자한테 질문을 하는 것도 금지야. 그냥 시키는 대로만 그려야 해.
때문에 화이트보드에는 알아볼 수도 없는 괴물체가 그려지고 그것 때문에 서로 답답해하는 출제자와 팀원들의 고군분투가 볼거리.
장점: 빵터지는 재미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보장. 사람들마다 스타일의 차이를 알아보는 재미도 있고 역할 바꾸면서 역지사지하기도 하고. MT 같은거 할 때 좋다.
규칙만 알면 종이와 펜 만으로 가능하다.
단점: 파티게임이 늘 그렇듯이 무척이나 시끄럽다. 공공장소에선 자제하자.
9. 쉐도우 헌터스 (플레이 가능 인원: 4~8인, 추천 인원: 5~8인)
이 게임은 '뱅'이랑 꽤 비슷해. 보안관과 무법자가 싸우는데에 중립인 배신자가 끼어있듯이 쉐도우 진영과 헌터 진영이 싸우고 중립캐릭터들이 껴있지.
뱅이 서부 배경이라면 쉐도우헌터스는 판타지 세계가 배경이라서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같은 친숙한 캐릭터들도 있어.
중립 캐릭터가 여러명일 수도 있는데 그 경우엔 중립끼리 같은 편인게 아니고 각각의 승리조건들이 있어.
이 게임이 뱅보다 재밌는 이유는 바로 이 중립 캐릭터들의 능력과 승리조건 때문이야.
'게임 끝까지 살아남기만 하면 승리','자기 오른쪽 사람이 이기면 편승해서 승리', '모든 캐릭터 중에 최초로 사망하면 승리' 같은 독특한 승리조건들이 있거든.
방금 말한 승리조건을 보면 알겠지만 쉐도우 진영과, 혹은 헌터진영과 같이 승리하는 것도 가능해.
그래서 게임을 하다보면 분명 중립인데 명백하게 한쪽 편을 들고 있을 때가 있어. 진행되면서 갑자기 반대쪽으로 갈아타기도 하고.
또, 뱅에서 보안관만 정체를 까고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은 행동으로 맞춰야 하는 것과 달리 이 게임에선 보다 직접적으로 상대의 진영을 유추할 수 있어.
뱅이 워낙 인기작이라 그렇지 뱅을 대체할 만한 게임들은 굉장히 많은데 아류작들이 후대에 나온 만큼 해보면 더 재밌는 경우가 많아.
이 게임은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오래 즐겼고, 좋아하는 게임이라서 넣어봤어.
장점: 뱅보다 훨씬 잘 와닿는 테마와 캐릭터들의 개성. 탐색전의 지루함을 들어내서 초반부터 활기차다.
단점: 한글화가 안 됐다. 뱅보단 낫지만 탈락한 사람은 좀 지루하다
8. 위자드 (플레이 가능 인원: 3~6인, 추천 인원: 4~6인)
이전에도 많이 설명했던 '트릭테이킹' 장르의 대표적인 게임. 이 장르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들 보면 될 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트릭테이킹은 '위자드', '스컬킹', '마이티'인데 마이티는 트럼프 게임이라 제외했고 스컬킹은 저번에 설명했으니까...
'스컬킹'과 비교하면 좀더 단순하지만 전략적이야. 특수카드 종류가 적어서 뜬금없는 변수는 잘 안 나타나거든.
그리고 스컬킹은 특수카드가 좀 많은데다 물고 물리는 상성 때문에 처음에 많이 헷갈리거든.
게임의 룰 자체가 처음엔 언뜻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 특수카드 때문에 더 배우기가 어려워.
위자드는 그 면에서 우월하지. 특수카드가 딱 두 종류, 내면 무조건 이기는 카드와 내면 무조건 지는 카드. 어때 간단하지?
이 게임에 대해선 "일단 해봐"라고 하고 싶어. 규칙을 처음 들으면 잘 이해도 안 가고 이게 뭐가 재밌을까 싶지만
일단 몇 라운드만 돌려보면 이미 중독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할거야.
장점: 전략성과 압도적인 리플레이성. 장르 입문용 게임으로도 좋다.
단점: 일러스트가 저게 뭐니..... 리뉴얼이라도 하든가...
7. 세븐원더스: 듀얼 (2인 전용)
내가 가장 좋아하는 2인 전용 게임. 단 둘이서 즐기기 좋은 보드게임 편에 나왔던 세븐원더스 듀얼이 7위야.
난 2인 전용 게임 자체를 추상전략게임 (바둑이나 오목, 체스 같은 게임을 말해)을 제외하면 세븐듀얼로 처음 접했어.
둘이서 보드게임방을 갈 일이 있었는데 사장님한테 추천을 부탁하니 이걸 들이미셨지. 원작인 '세븐원더스'도 상당히 좋아하던 게임이라 즉시 룰 배우고 해봤어.
세븐원더스는 캐주얼 문명 게임의 대표주자로 30분 안에 끝나면서 문명 게임의 세세한 묘미를 전부 조금씩은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지.
그리고 해본 후의 감상은... 세븐원더스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시킨, 훨씬 발전된 시스템의 게임이라는 평이야.
조금 단순하고 긴장감 없던 군사력 경쟁이 까딱 잘못하면 국고가 털리고 심하면 본진 털려서 바로 승부를 내버릴 수도 있는 요소로 격상됐고
그냥 점수뽕 맞는 것 밖에 못하던 과학력도 다방면에 영향을 끼칠수 있게 함은 물론, 과학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는 중요한 경쟁력으로 탈바꿈했어.
문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봐야 할 보드게임.
장점: 문명류 게임 중에선 상당히 간단하면서도 재미는 놓치지 않았다.
단점: 문명류 특유의 복잡함이 희석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어디 가지는 않는다. 한 턴 추가하는 원더가 너무 강력하다.
6. 아컴 호러 (플레이 가능 인원: 1~8인, 추천 인원: 4인, 6인)
이 게임은 한 판 하면 기가 쫙 빨리는 게임 중 하나지... 그래서 그날의 마지막 게임으로만 할 수 있어.
엄청나게 귀찮은 세팅과 복잡하고 조잡한 룰 설명, 무지막지한 플레이타임, 암울한 분위기의 테마, 뜬금없이 날 후드려패는 게임 시스템...
기본 룰도 복잡한데 잔룰도 엄청 많아. 룰북의 규모부터 30cmx30cm 종이 16페이지라면 짐작이 가? 경험자 없이 돌리면 백퍼 에러플 잔뜩 나.
이딴 게임을 왜 하냐고? 그야 당연히 무진장 재밌으니까!!
장르는 RPG 시나리오 게임이고 테마는 '크툴루 신화'라고 우리나라에선 생소한데,
간단히 말해서 수많은 마법과 초능력으로 무장한 외계 종족과 이해할 수 없는 괴물들, 신적 존재들이 잔뜩 들어찬 우주에서 인간은 그야말로 벌레만도 못한 존재가 돼.
별다른 이유도 없이, 거대하고 웅장한 계획이나 신의 변덕이나 거부할 수 없는 우주의 법칙 때문에 사람들이 저항도 못하고 쓸려나가지. '코스믹 호러'의 대표작이야.
그런 세계관에서 고대의 신이 깨어나려해. 차원의 틈새를 열고, 그 때문에 다른 세계의 괴물들이 들어오고, 신화적 영향으로 인한 기현상들이 나타나.
신이 강림하는 여파로, 혹은 그 신 자체 때문에 세계가 멸망할 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의 플레이어들은 괴물도 때려잡고 이세계도 탐사하고 단서들을 모아 추적하면서
고대의 강력한 존재를 봉인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야.
너희들 RPG 게임하면서 좀 끔찍하게 생긴 괴물들 본 적 있지? 그 게임에서 현실성 반영한다치고 캐릭터가 '저 괴물 너무 무섭게 생겼어!! 난 못싸우겠어..' 하는거 본적 있니?
이 게임에선 그렇게 돼^^ 무서운 괴물을 보면 멘탈이 깎이다가 바닥나면 캐릭터가 미쳐버려. PC게임 중에 '다키스트 던전' 생각하면 쉬워.
각종 이벤트 같은게 터지는데 또 그런걸로 체력이 닳아서 실려가기도 하고 정신력이 깎여서 정신병원 끌려가고...
플레이어들은 딱히 국가기관에 소속된 요원이 아니고 대학생, 사립탐정, 과학자, 작가 등 각자의 직업이 있는 사람들이야. 그래서 수상한 짓 하고 다닌다고 체포되기도 함 :)
이런 난관을 뚫고서, 자기 돈과 시간을 써가며(필요하면 은행대출까지 받고), 세상을 구하려고 온몸을 바치지만 성공한다고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어. 어차피 아무도 안믿거든.
배경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세속적이고 고색창연한, 금주법이 시행되고 있는 1920년대의 미국이야.
슈퍼히어로들과는 달리 갑부도 아니고, 초능력도 없고, 말도 안되는 물건을 발명할만한 초지능도 없는데다가 무한한 의지와 용기도 없어서 멘탈 팍팍 부서지다 실려가기 일쑤지.
마법은 있는데, 해리포터나 닥터스트레인지 같은게 아니라 자기 정신력 깎아가면서 사용하는 잡기술이야. 이동을 더 한다든지, 괴물을 피해간다든지 하는 식으로.
대부분의 아이템은 총이나 칼, 랜턴, 지도, 오토바이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물건들. 그래도 세상을 멸망을 막을 수 있는 건 나 뿐이니 내가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배경에 몰입할 수록 재밌는 게임이야. 관심가면 한번쯤은 해봐. 숙련자 꼭 껴서
참고로 내가 설명한 건 2판이고, 3판도 나왔는데 나는 안해봐서 모르겠다. 게임의 느낌이 많이 달라졌대
장점: 친숙한 RPG 장르.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사건을 해결하는 재미. 구석구석 스토리 텔링. 협력게임이라 모두가 함께 느낄 수 있는 성취감.
단점: 세팅 시간이랑 룰 설명시간 더하면 30분 넉넉히 잡아먹고 플레이시간은 3시간 남짓. 이 게임 초행길은 4~5시간 정도 잡아야 합니다.
거기다 재미붙이면 다가오는 확장팩 8개의 압박. 확장을 끼면 더 재밌어 지는건 확실한데 가격도 가격이고 확장은 하나도 한글화가 안 됨 ^^ 후... 너넨 이런거 하지 마라....
다음편 5위에서 1위까지는 너무 늦지 않게 금방 돌아오려고 해볼게...
다음편에 그냥 10위부터 합본으로 올릴 것 같아.
아 그리고 다른 덬이 타사이트에서 보드게임 글 퍼온 것도 있던데 관심있는 덬들은 그 시리즈도 참고하면 좋을것 같아!
사실 내가 구상했던 다음 시리즈들에 나올 예정이었던 게임들이 그 글들에 이미 다 나왔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Top 10 다 쓰고나서도 다음 글을 쓸 지는 불투명함. 나도 그렇게 많은 게임을 해본 건 아니거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