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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일본인의 특이한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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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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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슈이치의 <일본문화의 시간과 공간>.

10년 전쯤 일본문학이나 일본영화 등등에 빠져있던 무묭이가 거기서 드러나던 일본인의 기묘한 사고방식이 궁금해졌을 때 "아 과연 그런 거구나" 생각하게 됐던 책이야.

잘 줄이질 못하겠어서 그냥 출판사 서평 긁어와서 대신할게. 꽤 길고 자세해서 무슨 내용인지 잘 정리돼있음. 10년 전에 나온 책이라 대형서점에 잘 없을 수도 있는데, 인터넷 주문 되는 곳도 아직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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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후 대표적 교양인으로 알려져 있는 저자가 타계하기 전 발표한 마지막 작품이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에 대해서는 ‘지금’, 공간에 있어서는 ‘여기’가 집약된 “지금-여기”의 문화가 일본문화의 특징이라고 결론짓는다.

“과거는 물에 흘려 보낸다” “내일은 내일은 바람이 분다”는 일본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사회가 “과거를 물에 흘려 보내고 미래는 당시의 풍향에 맡기고 사는 강한 추세”를 갖고 있으며 “현재 사건의 의미는 과거의 역사와 미래의 목표와의 관계에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 및 목표에서 독립적으로 그 자체로 결정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특징이 현재까지 일본인의 행동양식을 규정한다고 주장한다. 분석의 씨줄과 날줄인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축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문학작품에 나타난 일본인의 시간의식, 대표적인 건축과 회화에 드러난 공간의식이 차례차례 조명된다.

“지금-여기”의 특징이 빚어낸 일본인의 행동양식은 근대 개항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비되면서 더욱 선명히 부각된다. 

[대세순응주의, 일본인의 행동양식]

미래와 과거를 지시하기 위한 조동사가 거의 없는 일본어의 시제에 나타나는 특징에서 일본의 “객관적 시간보다 주관적 시간을 강조하고, 과거·현재·미래를 예리하게 구별하기보다도 현재에 과거 및 미래를 집중하는 경향”(60쪽)을 제시하고, 전후의 역사적인 예를 인용하여 “과거를 잊고, 실책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현재의 대세를 좇아 절박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전통적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135쪽)고 단언한다.

저자는 이러한 일본인의 행동양식을 ‘대세순응주의’로 규정한다.

“대세순응주의에서 ‘대세’란 집단 성원의 대부분이 특정 방향을 향하는 운동이다. 그 방향에 분명한 목표가 있는 경우도 있고, 목표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결국 그 방향의 옳고 그름이나 굳고 곧음과는 상관없이 다수가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운동에 참가하거나 동조하여 부화뇌동하는 것이 대세순응주의이다. 대세순응주의는 대세를 강화시키며, 대세를 따르는 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대세에 말려든다. 대세순응주의는 언제나 이른바 ‘눈사람 효과’를 동반한다”(125쪽)고 설명한다.

“어제의 입장으로부터 분리된 오늘의 대세를 그것이 오늘의 대세이기 때문에 따르자고 하는 것이 대세순응주의의 태도”이며 “물론 대세순응주의는 일본문화에 고유한 특징은 아니”지만, “전통문화 속에 ‘대세순응’ 대 ‘신념의 자유’, ‘집단주의’ 대 ‘개인주의’라는 날카로운 긴장관계를 포함한 사회와 개인의 신조나 양심의 자유라는 강력한 주장을 그 지배적인 가치 체계 속에 포함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대세순응주의가 드러나는 방식에 당연히 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요컨대, “개인의 신념과 양심 대신에 집단의 규범이 기능하는 사회에서는 과거에는 과거의 대세를 따르고 현재에는 현재의 대세를 따른다는 태도에 저항이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1945년 패전 이후 일본이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창출하거나 ‘이니셔티브’를 쥐지 못했던 이유는 “그 배경에는 필시, 과거를 잊고, 실책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현재의 대세를 좇아 절박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전통적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134쪽)

[공간의 폐쇄성; 수평지향, 비대칭성, 증축주의]

저자는 일본문화의 공간의 특징에서는 일본의 강한 집단 소속감을 지적하고 ‘외부’와 ‘내부’를 나누는 명확한 경계에 주목한다.

“사적 생활공간의 비밀성은 다름 아닌 그 공간 경계의 폐쇄성이며, 마을의 경계나 국가의 경계가 가진 폐쇄성을 낳은 것과 동일한 사회 심리적 경향이 이를 낳았음에 틀림없다. 이는 가족의 일상생활을 외부로부터 차단하여 내외의 구별을 강조하려고 하는 것이지, 가족 내부에서 개인의 사적 소망이나 행동을 존중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172쪽)

이어 일본문화의 공간적 특징을 건축에서의 수평적인 측면의 강조와 증축에서 찾아낸다.

“일본에선 층을 5층 또는 3층으로 제한하고, 폭이 넓은 차양을 거의 수평으로 유지한 채 네 방향으로 내어 수직선을 숨겼다. 일본화라는 말은 탑의 비非탑화를 의미한다. 다수가 지어진 5층탑은 일본건축에서도 높이를 향한 경향이 있었음을 증언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는 종교건축에 있어서조차도 하늘을 가리키며 상승하는 경향은 없었다는 것, 혹은 대단히 미미했다는 것, 오히려 건축적 공간을 수평면을 따라 구성하는 경향이야말로 분명히 왕성했다는 사실을 증언한다.”(173-4쪽)

저자는 수평지향이 건축적 공간만이 아니라 일본무용에 있어서도 공통된 특징을 발견한다.

“무용수의 발은 마루 위를 더듬고, 두 발이 동시에 마루에서 떨어지는 법이 없다. 무대 위 배우의 움직임도 마찬가지이다. 노를 공연하는 무대에서는 연기자가 종횡으로 움직이지, 상하로 움직이는 법은 없다.”

증축주의(다테마시)로부터 전통적 공간의식의 두 가지 특징을 지적한다. 즉 ‘작은 공간’을 선호하는 기호와 좌우(상하)대칭성의 기피이다. 후자는 ‘비대칭성’의 기호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다.

저자는 증축주의로부터 전체로부터 세부를 향하기보다는 세부로부터 전체를 향하는 사고 경향을 끌어낸다. 그 영향은 당연히 세부 즉 ‘작은 공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심리적 경향을 낳을 것이다.

[부분에서 전체로 향하는 일본인]

이러한 일본문화의 공간적 특징으로부터 저자는 “ ‘여기’는 신축하고 여러 층으로 겹치”고, “‘여기’에서 세계 전체를 보는 것이지, 세계질서라는 전체로부터 그 일부인 일본 즉, ‘여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229쪽)

따라서 “‘여기’의 문화도 ‘지금’의 문화도 동일하게 부분과 전체와의 관계로 환원된다. 다른 말로 하면, 부분이 전체에 선행하는 심리적 경향의 표현, 즉 시간에 있어서의 표현은 현재주의이며, 공간에 있어서의 표현은 공동체 집단주의이다. 부분과 전체의 관계에 있어서 ‘지금’ 문화와 ‘여기’ 문화는 서로 만나 융합하고 일체화하여 ‘지금-여기’ 문화가 된다.” 

[일본인은 과연 지금-여기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가?]

이 책의 결론격인 3부에서 주관주의와 부분 중시 같은 말을 보충설명하면서 “전체에서 부분으로”가 아닌 “부분에서 세계로”라는 사고 과정을 특징화하며 ‘지금=여기’라는 일본문화의 특징이 어떻게 현재에 살아 있는지를 상세히 고찰한다.

일본인이 처한 조건에 대한 상세한 고찰은 결국 일본인이 과연 지금-여기로 압축되는 시간적 공간적 의식의 제약에서 탈출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도달한다.

저자에 따르면, “공동체인 집단의 습관이 제도화되고, 엄밀하게 조직화된 때는 특히 17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에 이르는 약 3백 년간”이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사회적 불만이 표출된 상징적 사건이 ‘누케마이리’ ‘오카게마이리’로 불리는 집단적인 이세신궁 참배(부모나 주인의 허락 없이 집을 나와 이세신궁을 참배하던 일)이며, 저자는 이 사건을 ‘지금-여기’로부터 일본인이 탈출하는 양식의 전형으로 지목한다.

“이세 신궁은 미래의 이상사회와 같은 목표가 아니다. ... 고대 중국인의 봉래산蓬萊山이나 오키나와 사람들의 니라이카나이가 아니다. 이세는 아마테라스의 성지이다. 그 성지는 우리들의 ‘지금-여기’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 내부에 있다. ‘지금-여기’가 연장될 수 있는 최대의 영역은 일본이며, 일본은 세계이자 세계는 이세의 성지를 둘러싸고 있다.”(233쪽)

저자는 지금(시간), 여기(공간)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주제를 여러 고전 문학작품의 예와 근대 지식인들의 행태를 통해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예컨대, 우라시마 전설(거북이를 살려준 우라시마타로가 상자를 열지 말라는 약속을 어기고 여는 순간 노인이 되었다는 전설) 속의 용궁 속 시간은 현실에 비해 느리게 흘러간다. 반면 중국 한단몽의 고사에서 시간은 현실에 비해 엄청나게 빠르게 흘러간다.

우라시마 전설의 주인공이 원했던 것은 “다른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쾌락이나 행복이 아니라, 마을로부터의, 즉 공동체로부터의 적어도 일시적인 탈출”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고사에서 나아가 일본 문학사에서 여행에 관한 문헌이 많지 않다는 점, 근대 일본 지식인들이 탈출을 소망하여 망명한 예가 드물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일본인이 과연 지금-여기로부터의 탈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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