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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무기력증으로 고통받던 사람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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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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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읽고 힘내려고 가져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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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후기방 https://theqoo.net/1231228243


나는 무기력증이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지난 이 년여의 시간을 통해 배웠다.

무기력증은 아주 천천히 삶을 파괴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은 없다. 숨을 쉬고 살아가는 이상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산책하던, 공부하던 그 무엇이든지 간에…


오랜 기간의 학습된 무기력을 벗어나기 위해 생각은 많이 했지만 정작 실천은 하지 않았다.

책을 잔뜩 쌓아두고, 닭가슴살을 잔뜩 쌓아두고 내일부터 해야지의 무한 반복


유튜브로 동기부여 동영상을 본다. 보고나니 나 자신이 한심스럽다. 내일부터 달라진 삶을 살아야지

시간을 보니 새벽 네 시 오전 일곱 시로 설정해두었던 알람을 끈다. 괜찮아 합리화를 한다. 그리고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오전 열한 시 배가 고프다. 밥 먹어야지

통장 잔액을 확인한 후 배달음식을 주문한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에 들어가 뉴스를 본다
이런 일이 있었구나 배달음식이 도착했다. 밥을 먹는다. 다 먹고 나니 기분이 나쁘다. 이유는 없다 그냥 기분이 나쁘다.

시계를 본다 오후 한 시 밥 먹고 소화하고 공부해야지


넷플릭스를 본다 오분도 지나지 않아 끈다. 재미가 없다. 넋 놓는다. 뭐해야 하지 시계를 본다.

오후 두 시 세시부터 공부해야지 휴대폰을 만진다. 또다시 시계를 본다. 어느덧 네 시

저녁에 공부해야지 잠이 온다

누워서 휴대전화를 한다. 잠이 든다. 일어나니 창밖이 어둡다. 시계를 본다. 오후 일곱 시 청소한다 청소하고 나니 벌써 오후 일곱 시 삼십 분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어디야? 나 너희 집 근처야 나와 씻고 화장을 한다. 풀 메이크업을 한다. 화장품 냄새와 바디워시 냄새를 풍기며 밖으로 나간다 첫 외출이다.

오늘 하루 뭐했느냐는 친구의 물음에 공부했다고 말한다. 친구의 얘기를 듣는다.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집에 돌아와 씻고 누워 휴대폰을 본다.

동기부여 동영상이 자꾸만 보인다 보기 싫다. 내일부터는 정말 다르게 살아야지 정신 차리자

계획표를 짠다. 오전 여섯 시 기상 새벽 두 시까지 공부

그동안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이렇게 해야 한다.

새벽 세시 잠이 든다 오전 여섯 시 알람이 울린다 알람을 끈다 또다시 같은 하루의 반복

 
인터넷을 보다 취성패를 알게 되었다 상담을 받고 학원등록을 했다. 열심히 해야지 집에 와서 복습한다. 나 자신이 기특하다.

정말 마음잡고 열심히 해야지 근데 하지 않던 공부를 하니 너무 피곤하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저녁  여덟 시 잠이 든다. 오전 일곱 시 씻고 학원에 갈 준비를 한다.

학원에 도착해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


자격증 시험일을 검색하고 메모한다. 지금 같은 마음으로는 다 딸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사고 자격증 시험 등록을 한다. 며칠 남았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흐른다. 자격증 시험이 일주일 남았다 시험공부 안 했는데 취소할까?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난 이 년여간 나는 뭘 했나 한심하다

시험 전날, 밤을 새워야겠다. 밤을 새우면 시험에 붙을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가는 길에 커피를 두잔 산다. 한잔은 냉장고 한잔은 마신다.

조금 있다 해야지 저녁 여덟 시 책을 찾는다. 피곤하다. 조금만 누워있다가 해야지 일어나니 아침 잠이 든 지도 몰랐다

시험을 치러간다. 공부하지 않았지만 붙었으면 좋겠다 떨어졌을 게 분명하지만, 결과를 확인한다. 불합격

한 두 개 차이로 다 떨어졌다 후회가 된다.


공부할걸 이건 내 탓이 아니야 자격증 시험 일정이 일주일 간격으로 있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다.

모두 내 탓이다. 간절한 만큼 열심히 하지 않은 내 탓

시험 결과를 물어보는 사람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쥐죽은 듯이 조용히 지낸다.

성격이 날카로워진다. 점점 모난 사람이 되어간다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한다. 무기력한 나 자신? 똑같은 삶을 살기 싫다. 벗어나고 싶다. 

다음 시험일정을 확인한다. 한번 해 보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
책상에 앉아 공부한다. 정말 간절해서 눈물이 난다. 무기력해지는 나 자신이 싫다 이렇게 살기 싫다


우선순위를 정한다

가장 급한 것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자


새로운 자격증 시험 전날 공부하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 한번 해보자

친구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앉아서 공부한다.

이번에는 꼭 합격하고 싶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나 자신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다
시험 다음 날 채점을 해본다. 안정권으로 합격. 믿기지 않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하면 되는구나.

하면 된다. 이 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하기 까지 얼마나 오랜시간이 걸렸는지..


말하는 대로 노래를 듣는다. 이 노래를 무한도전을 통해 처음 들었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은 가사가 너무 슬프고 와 닿는다.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봤지 일으켜 세웠지 내 자신을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걸 알게 된 순간

고갤 끄덕였지

나는 지난 이 년간을 무기력으로 나의 이십 대를 보냈다

이제 더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지도 먼 미래를 생각하지도 않는다.

책상에 앉아 포스트잇에 적어둔 우선순위 항목을 보며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인을 한다.
너무 급하게 하지 말자 하나하나씩 하자 매일 이렇게 다짐한다.


이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숨고 싶을 정도로 창피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변화하고 또 새로운 습관이 자리잡기까지는 아주 오랜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이 글을 쓴다
무기력증이 다시 오려고 할 때 읽기 위해 쓰는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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