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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기생충 통역사 샤론최의 기고문(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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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2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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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거칠어 이해해줘!



https://variety.com/2020/film/news/parasite-bong-joon-ho-interpreter-oscars-sharon-choi-1203505571/



봉준호의 통역사 샤론 최가 그녀 자신의 말로 되새기는 역사적인 '파라사이트' 시상식 시즌

By Sharon Choi


[img=https://pmcvariety.files.wordpress.com/2020/02/bong-oscar.jpg]



영화 ‘파라사이트’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첫 등장부터,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 샤론 최 씨는 자신도 모르게 시즌 MVP가 되어 있었다. 미니멀한 블랙 의상에 늘 수첩을 끼고 다니는 이 차분한 영화학도는 헐리우드의 가장 빛나는 무대에서 봉준호의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할리우드의 수백 건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샤론 최가, 지난 4월 전화 한 통으로 시작해 2주 전 돌비 극장에서 끝난 10개월간의 승차감을 버라이어티와 독점적으로 공유한다. 






정말 오랜만의 침묵이다. 6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고도 놀랍게도 가라오케 없이 끝난 그 역사적인 밤의 눈물겨운 작별인사들 때문에 내 눈은 여전히 부어 있다. 그날 밤은 이미 잠을 자기엔 너무 멀리 와 있었기에, 나는 별 생각 없이 일출을 보러 해변으로 향했다. 혹시나 기생충의 우주적인 승리 때문에 서쪽에서 해가 뜨지 않을까 생각하며. 지평선 위의 태양 대신 전날 밤 내린 비로 남겨진 잿빛 하늘에 달이 희미하게 들락날락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전날, 우리가 오스카로 가는 길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었다. 불안을 견디려 노력하고 있을 때, 차창에 빗방울이 세차게 부딪쳤다. 좋은 징조였다. 기생충은 비에 대한 영화니까.

지난 6개월을 되새겨보면 수많은 도시와 마이크, 좋은 뉴스, 그리고 목을 보호하기 끊임없이 주문해야 했던 허니 레몬차 등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이곳저곳의 관객을 만나면서, 나는 특별한 영화를 보았다는 흥분감으로 눈이 빛내던 수백 명의 사람들과 악수를 했다. 대학시절 개최한 내 영화 상영회의 주제였던 남자와 손 세정제를 나눠 쓴 어처구니없는 순간들은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있다. 어찌된 일인지, 내 이력에 초단편 영화들만 올라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할리우드의 중심부로 빨려 들어갔다. 이 말도 안 되는 일정이 끝나면 반드시 마주할 우울함의 파도에 휩쓸려가지 못하도록, 1월 한달간 안전한 해변에 꼭 붙어 있어야 했다.

2019년 4월 봉준호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역해 달라는 급작스런 메일을 받았다. 내 파일럿 대본 파일에 깜박이는 커서를 응시하며 날밤을 새다가 이미 한번 기회를 놓친 상태였다. 애써 놀란 티를 내지 않고 "앞으로는 다 가능하니 결정되면 나에게 알려 달라"고 대답하기 위해 나의 모든 프로페셔널한 기질을 동원해야 했다. 며칠 후 또 다른 요청이 왔고, 곧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모지와 펜을 가지고 책상에 앉아 내 신경질적인 방광이 앞으로 한 시간 동안 조용해지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이 전의 내 통역 경험은 다 합해도 1주일 정도였는데, 대부분 이창동 감독의 과소평가된 걸작 "버닝"으로 인한 기회였다. 그래서 통화 도중 봉 감독이 언급한 참고작 부분이 잘 들리지 않아 제대로 통역하지 못했을 때, 다른 통역사가 화장실을 두려워할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옥자'에서 스티븐 연을 통해 "번역이란 신성한 것"이라고 봉준호 감독이 선언한 적이 있다. 칸에 오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천지신명이 돕는 것 같았다. 공교롭게도 나는 이미 방학 때 프랑스 남부에 있을 계획이었다. 내가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보러 가는 길에 비즈니스 복장으로 가득 찬 배낭을 메고 다니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그 모든 저가항공과 8인용 호스텔 방을 예약하지 않았을 것이다.

칸느에서 영화가 초연되었을 때 뤼미에르극장에는 분명한 기운이 감돌고있었다. 내 나라에 대한 영화가 매우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모습이 매우 와닿았다. 어렸을 때 미국에서 보낸 2년은 나를 미국인이기엔 너무 한국인이고, 한국인이기엔 너무 미국인이고, 그렇다고 한국계 미국인도 아닌 이상한 잡종으로 만들었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면서 영어를 계속했지만, 난 대학을 위해 LA로 돌아왔을 때 일상적인 "What's up?"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과 나의 절반만 나눌 수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한 편의 영화가 두 가지 문화를 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모든 장벽을 쉽게 뚫는 것 같은 이 이야기가 있었다. 원래 나는 영화제에서 이틀 동안만 영어 통역을 하기로 되어있었지만, 기생충이 마지막으로 수상작 목록에 오를 때까지 전전긍긍하다 보니 폐막식 백스테이지에 서 있었다.

그 후 일년간의 내 모습은 모두 유투브에 있다. 사실 통역에 대해서는 추억거리가 없다. 통역이란 당시의 순간순간만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 다음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각각의 기억을 지워야만 했다. 동서양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봉 감독의 명료한 말을 적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나는 불면증을 달래기 위해 평생 봐온 영화들에 의존해야만 했다. 그의 배려 덕에 순조로운 통역이 가능했고, 그에 대한 대학 논문을 쓰면서 영화제작자, 사상가로서의 그의 언어에 이미 익숙해진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끊임없이 가면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었고, 내가 자라며 존경해 온 사람들 앞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의 말을 잘못 전달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싸우고 있었다. 무대 공포증에 대한 유일한 치료법은 무대 뒤에서 했던 10초간의 명상뿐이었고, 그들이 보고 있는 사람이 진짜 내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영화보다 더 사랑하는 매체는 없지만, 프랑스 홍보 담당자가 그녀의 스트레스 받은 동료들에게 "그냥 영화일 뿐이야!"라고 외치는 것을 우연히 들은 후 스스로 그 말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이 여정은 내게 크나큰 특권이었다. 봉감독과 송강호라는 코미디 듀오의 박장대소, SAG 어워즈에서 앙상블을 수상한 기생충 출연진에게 보내진 기립박수, 봉이 오스카 무대에서 마틴 스콜세지를 추켜세울 때 객석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모습을 나는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다. 난 내 영웅들을 만나기도 했다. 피비 왈러브릿지에게 크리스마스에 선물은 핫한 신부님이 좋겠다고 말했고, 새해 첫날에 울면서 본 "The Wall"로 소원성취했다. 나는 새벽 4시에 셀린 시암마와 함께 타코 벨에서 사랑과 연약함에 대한 생각에 빠졌다. 다양성과 이야기에 대해 몇 시간 동안 토론한 후, 나는 뒤에서 연주되는 "Closing Time"을 들으며 룰루 왕과 함께 레스토랑을 나왔다. 나는 존 카메론 미첼에게 그의 작품들 덕분에 내가 이 바닥에 몸담게 됐다고 털어놓았고, 봉 감독은 옆에서 팬미팅에 온 듯한 나를 계속 놀려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진정한 선물은 내가 이 일을 하는 동안 매일 보는 팀원 및 예술가들과 맺게 된 사적인 대화와 일대일 관계들이다. 나는 이 사람들과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내 인생의 향후 몇년간 최선을 다하며 보낼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칸느영화제가 끝나고 텔루라이드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 나는 흔해빠진 모든 종류의 어려움을 안고 있는 친구의 졸업 프로젝트의 심연에 깊이 빠져 있었다(하지만 동료들은 정말 훌륭했다!). 우리가 조심스럽게 촬영하려던 화장실이 당일 아침에 공사를 시작했을 때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첫 조감독을 맡자마자 아픈 촬영보조에게 당장 새 장소를 찾아오라고 닥달하기도 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지 3일 후에, 나는 오스카 캠페인을 시작하기 위해 텔루라이드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학생영화에서 기업영화로의 급격한 고도상승 때문에 산소 탱크가 필요할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참여하게 된 멋진 순간들에도 불구하고, 내 자리는 여전히 그 학생 세트장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 작고 진심 어린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한 투쟁의 한 가운데에 말이다. 나는 아직도 영화제작자로서 목소리를 키우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내가 잊지 못할 이틀이 있는데, 영화제작자로서 봉 감독의 눈을 엿봤을 때다. LA에 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홀리호크 하우스에서 뉴욕매거진과 인터뷰를 가졌는데, 이곳은 로이드 라이트가 캘리포니아에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공간이다. 봉 감독이 그 공간에 대한 직관적인 감상을 말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카메라, 공간, 인물의 성스러운 삼위일체 수업을 듣는 것과 같았다. W매거진에서 조여정과 함께 커버 촬영을 연출했을 때, 큰 어려움 없이 본 것을 표현하는 그의 능력은 더욱 두드러졌다. 항상 유머와 재치가 묻어나는 그의 재빠른 정밀함은 교훈적이고 고무적이었다. 감독의 그런 매력이 멋진 예술가들로 하여금 기생충에 숨결을 불어넣게 한 것이다. 그들이 기생충 세트장에서 보낸 하루를 지켜보고 기록할 수만 있다면, 내 인생의 어떤 경험도 기꺼이 바꿔줄 수 있을 것 같다.

내게 있어서, 두 가지 언어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것은 직업이라 할 수 없다. 그건 내가 아는 유일한 삶의 방법이다. 나는 20년 동안 나 스스로의 통역사였다. 2개 국어를 하는 아이들을 전문으로 하는 심리학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뇌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단일 언어에 1만 개의 단어를 알고 있다면, 2개 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각 언어로 5,000개밖에 알지 못할 것이다. 평생 동안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해 왔다. 이것이 내가 영화라는 시각 언어에 반한 이유다. 영화제작은 내 내부를 외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지만, 원어와 유사한 대응어를 검색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달랐다.

이 심리학자는 언어 모드를 바꾸는 것이 뇌의 언어 부분이 아니라 사고의 유연성을 통제하는 부분이라고도 했다. 즉 연습을 통해 기술을 익히는 근육이다. 유연성은 기생충을 지금의 위치에 가져다 주었다. 유연성은 이해와 공감을 증진시킨다. 감정이입은 영원한 "다른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해소해 주고, 나는 조금 덜 외로워지기 위해서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또... 시상식 시즌에 대한 각본을 쓰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직 처리하지 못한 깊고도 개인적인 경험이며, 시간이 지나야만 내 이야기로 소화해 낼 수 있을 듯하다. 내가 쓰고 있는 것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은 이야기이다. 봉 감독이 마틴 스콜세지의 진심 어린 말을 인용한 것처럼,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이기 때문이다.

내 소셜 미디어 피드에서 내 얼굴을 보는 것은 너무 기괴한 경험이었다. 나는 비아그라 광고를 위해 해시태그에 내 이름을 넣은 일련의 봇트윗을 발견했을 때 이것이 찰나의 인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뷰티 광고 제의도 있다고 하던데. 이 영화에 대한 온기를 나에게 전파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한국 정부가 2월 9일을 기생충 국경일로 선포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서 빨리 이 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 다음 번에 내 이름이 스팸 광고로 뜰 때는, 나 자신의 이야기로 나올 것이다.

당분간은 내 노트북만 마주할 것이고, 나와 영화 언어 사이의 번역이 내게 남겨진 유일한 일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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