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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대배우 송강호의 연기 비결을 알아보자 (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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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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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연기에 대해 언급한 이런저런 인터뷰 등을 모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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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괴물> 출연 때문에 머리를 살짝 노랗게 염색한 강호 선배가 걸어오는 모습을 보는데, 정말 그 어떤 여배우와 인사할 때보다 더 긴장됐다. (웃음)
악수를 하면서 “송강호입니다” 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키가 컸고 순간 압도당하는 느낌이 있었다.

<연애의 목적>을 못 봤다고 해서 DVD를 전하고 준비하던 <우아한 세계>(2006)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한 남자가 있는데 조폭이고, 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하고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버벅댔던 것 같다.

그리고 며칠 뒤 만났는데 불쑥 이런 질문을 하는 거다. “이 영화(연애의 목적)의 인문학적 의미가 뭡니까”라고.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하다.
순간 다급해서 이렇게 저렇게 막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는 어떤 의미가 있을 거고, 하여간 막 되는 대로 둘러대고 있는데 술을 한잔 권하면서 한마디 하셨다. “같이 하죠.”
사실 시나리오도 없을 때였는데, 뭘 믿고 같이 하기로 했는지 너무 고마웠다.

송강호
내 경우 완성된 시나리오가 없어도 감독과 얘기했을 때 갖게 되는 어떤 신뢰가 있다. 여기 계신 감독님들은 모두 그런 경우였다.
상대방의 화술의 문제가 아니라 만들고자 하는 작품의 어떤 ‘본질’은 배우로서 바로 알게 된다. <연애의 목적>은 그런 확신을 갖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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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원래 강호씨가 의심이 많다. 작품 들어갈 때마다 왜 자신을 캐스팅했는지 정말 집요하게 물어본다. 그런데 그게 자신의 캐릭터를 파악하는 중요한 작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송강호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연극 <비언소>였다. 누군지 전혀 모르고 연극을 본 것이었는데 꽤 인상적이었다.
뭐라고 표현할까, 음… 연기를 참 꺼림칙하게 한다는 느낌? 하여간 되게 꺼림칙했다. (웃음)

송강호
그 표현이 정말 절묘한 것 같다. 바로 이해가 된다. (웃음)

김지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봤을 때도, 그땐 <비언소>의 그 배우인지도 모르고 본 건데 역시 꺼림칙했다. 사실 영화에서 더 꺼림칙했지.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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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괴물>을 촬영하던 2005년이 나에게는 삼재의 해였다. 지난 20년 배우 인생을 되돌아보면 최악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괴물> 촬영을 다 끝내고 가족들과 캐나다에 가서 홀연히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렇게 돌아와 <우아한 세계>를 준비했다.

봉준호
강호 선배에게 가장 고마운 건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그냥 ‘배우 송강호’ 그 자체라는 점이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배우 송강호에게 눈곱만큼의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삼재의 해였다고 하지만, 촬영장의 그 누구도 그가 예전과 다르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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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우아한 세계> 때 놀라웠던 건 매 테이크 다 다르게 연기하시는 거다.
나로서는 강호 선배와 처음 작업해보는 거니까 이게 배우의 습관인지, 의식적인 건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현장에 놀러온 봉준호 감독님이 그러시는 거다. “강호 선배가 다 다르게 하죠? 나중에 편집실에서 보면 다 붙어요.” 순간 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봉준호
심지어 몇 번째 컷이 가장 좋다고 추천도 해준다. (웃음)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는지 정말 대단하다. 

봉준호
정말 기억력이 대단하다. <살인의 추억>은 일본의 이와시로 다로가 영화음악을 맡았는데, 보내준 샘플 CD를 같이 딱 한번만 들었을 뿐인데 “나는 4번, 8번이 좋네요. 내 얼굴이 나올 때 8번이 딱!” 하면서 정확하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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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우아한 세계> 마지막 장면이 지금도 기억난다. 강호 선배가 혼자 집에서 라면을 먹으며 우는 장면이었는데, 사실상 촬영 중반쯤에 찍었다.
과연 그런 감정 표현이 가능할까 걱정이 컸는데, 팬티와 러닝셔츠 차림으로 어디서 전화를 한참 하고 오시더니 한번에 끝냈다.

송강호
전화를 한 사람이 <밀양> PD였다. 빨리 좀 밀양에 내려오라고. (일동 웃음) 당시 두편을 동시에 촬영하고 있었는데, 서울 강남에서 경남 밀양까지 어떻게 단숨에 내려가냐고.

한재림
배우가 집중해야 하는데 전화로 막 싸우기에 걱정이 많이 됐다. 그런데 슛 들어감과 동시에 너무 잘하시는 거다.
강호 선배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건 배우에게 이른바 ‘감정 잡는 시간’이라는 게 필요한데 그걸 싹둑 잘라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는 거다. 전화 끊고 와서는 바로 촬영을 시작했으니까.
게다가 눈물 흘리는 연기를 하다가도 불쑥 “어때요?” 하고 물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심지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일동 경악)
인간적인 선배가 아니라 그냥 아이 같기도 하고, 진짜 예술가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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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나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배우는 지금 찍고 있는 걸 그냥 ‘현실’로 받아들이는구나.
많은 배우들은 ‘컷’ 하면 그 감정에서 못 빠져나와 겸연쩍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송강호는 그런 게 없다.
이 배우는 그저 서로 다른 수많은 현실의 집합 속에 있구나, 감독인 나도 그런 현실감각을 잃지 말아야지, 그렇게 계속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송강호라는 배우는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정말 뛰어난 현실 연기를 선보이지만, 막상 처음 모여 시나리오 리딩을 할 때는 정말 못한다. 그렇게 못할 수가 없다. (일동 대공감)
종종 신인배우들이 리딩 때 “감독님, 저 너무 못하죠. 죄송해요”라고 울상이 될 때 ‘대한민국에서 리딩 제일 못하는 배우’로 송강호의 예를 든다.

박찬욱
그 소문이 김지운 감독 때문에 다 퍼졌구나. (웃음)

송강호
그러게, 모르는 사람이 없던데. (웃음)

박찬욱
심지어 나는 리딩 시작하기 전에 ‘송강호는 원래 못하니까 너희들도 굳이 잘할 필요는 없다’고 미리 얘기까지 해둔다.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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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송강호라는 배우는 대사가 자기 입에 붙을 때까지 그 리듬과 호흡을 어떤 과정을 거쳐 가져가는지 궁금했다.
여기 있는 감독들 모두 송강호의 뭔가 부족한 리딩과 너무 뛰어난 현장에서의 연기, 그 사이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송강호
수많은 시나리오를 받아 보는데, 출연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당연히 내 배역을 읽으면서 본다. 당연히 리딩하러 모이기 전에도 크게 소리내 읽으면서 본다.

감독 일동
진짜?

송강호
이제는 거의 기계적인 훈련 그 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관상> 막바지 촬영 때쯤 <변호인>이 들어왔다. 한재림 감독님 앞에서 이런 얘기하기가 너무 미안한데, 현장에서 <변호인> 시나리오 연습을 했다.
그런데 이게 대충해서 될 게 아니더라. 거의 1인극이나 다름없어서 감독 모르게 훈련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변호인> 리딩을 하러 갔는데 김지운 감독님이 퍼트린 그 소문을 다들 알고 편하게들 왔더라고. (웃음) 
그 리딩 시간이 형식적인 시간일 거라 생각하며 농담 주고받으며 시작했는데, 옆 사무실에서 싸움난 줄 알고 구경 올 정도였다.
내가 리딩을 그렇게 하는 걸 보고 다들 깜짝 놀랐을 거다.

김지운
듣고 보니 송강호의 예를 들면서 배우들에게 “네 것이 아닌 건 하지 말라”고 했던 것 같다.
리딩 그 자체보다 인물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강호씨가 리딩 단계에서는 동기 부여라는 측면에서 “아직 내 것이 아니어서 잘 안 된다”고 했던 것 같다.
보통 리딩을 정확하게 잘 해내는 배우들은 막상 촬영 들어가서도 그것과 똑같이 한다. 만족스럽긴 하지만 딱히 긴장감이 생기지는 않는다. 반면 송강호는 나중에 현장에서 어떻게 할까 너무 궁금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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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송강호 선배는 언젠가 꼭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 중 하나다.

류승완
충무로에서 송강호가 섭외 1순위가 아닌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다들 기본적으로 송강호 선배와 작업하고 싶어 한다.

최동훈
난 꼭 할 거야. (일동 웃음)

김지운
다시 송강호와 만나 영화를 찍으면서 느끼는 건, 이 배우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하는 것이다. 송강호는 호흡하는 것도 연기의 일부다. 이건 배우 칭찬이지 내 영화 칭찬이 아니다.

류승완
어떤 배우든 예상 가능한 패턴이 있는데, 송강호 선배는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 한계가 없는 배우다.
<밀정> 현장에서 느낀 건, 원래 대사 연기를 잘하는 사람인 줄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가방을 들고 걸어가다가 슥 빠져나온 장면을 보는데, 몸짓이 너무 좋더라.
맞아, 몸 연기가 좋은 사람이었지, 새삼 깨닫게 됐다. 그 장면을 전후한 이야기도 모르고 딱 그 장면만 본 건데도, 그렇게 걷는 모습으로도 다 표현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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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보통 배우들이 한 문장을 연기할 때, 어떤 호흡으로 처리해야겠다는 의도를 갖고 한다. 그런데 송강호는 한 문장에서 호흡을 매번 바꿔서 연기하는 게 가능하다.
짧은 대사 한줄에도 엄청난 번민과 센스가 담겨 있다.

류승완
연기기능 장인이다. 연기기능사 자격증이 있다면 단연 1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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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2602





송강호
10년 전쯤, 〈공동경비구역JSA〉의 갈대밭 장면을 밤샘 촬영하고 나서였어요. 술 한잔 곁들여서 아침을 먹는데, 박 감독이 두 편의 작품을 동시에 제안하더라구요.
오래전부터 이 양반의 머릿속에 꼭 하고 싶었던, 그러니까 작가로서의 얘기가 있었던 거죠. 〈 복수…〉, 그리고 〈박쥐〉.

보그
〈 복수…〉와 〈박쥐〉 스토리를 듣고, 그 갈대밭에서 뭐라고 하셨죠?

송강호
아침부터 이게 웬 날벼락인가 했어요. 이제까지 한국영화가 걸어왔던 길과는 전혀 다른 문법의 영화를 내놓으니까.
그때 아무 말도 못했어요. 너무 놀라운 얘기를 하니까, 그냥 잘 들었다고. 낄낄. 사실 너무 당황스러웠죠.
그런데 이양반이 〈…JSA〉 개봉되고 진짜로 그 얘기를 쓰고 있는 거예요. 신하균은 바로 승낙했다는데 저는 3번을 정식으로 거절했어요.
너무 도발적이고 위험 요소가 많은 영화라서 용기가 필요했던 거예요. 혼자서 고민을 했죠.

보그
어떤 고민을 했나요?

송강호
내가 시간이 지나서 하고 싶은 진짜 영화가 뭔가? 그동안 배우로서 너무 안전한 성공을 바란 건 아닌가.

보그
〈 복수…〉의 결과는 심각하게 참담했죠?

송강호
어떤 비평가도 자신 있게 비평하지 못했고, 관객들도 차갑게 외면했죠. 하지만 〈복수…〉야 말로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깊이를 한 뼘 넓힌 작품이었어요.
당시엔 너무 하드하고 파격적이라 건드리질 못했지만, 그 작품의 희생플레이로 〈올드보이〉의 근친상간도 〈친절한 금자씨〉의 괴상한 유괴도 나올 수 있었던 거죠.
이제 관객들은 박찬욱이 어떤 얘기를 해도 놀라지 않아요. 받아들일 준비가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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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어려운 생각은 연기에 도움이 안 돼요.

보그
그러면 어떤 생각이 도움이 되나요?

송강호
생각을 안 하는 게 도움이 되죠. 생각이 많으면 몸과 맘이 경직돼요. 몸과 맘을 요리조리 던질 수 있게 가벼운 상태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해요.

보그
〈올드 보이〉와 〈복수는 나의 것〉은 샴 쌍둥이지만, 최민식과 송강호를 뒤바꿨더라면 대참사가 일어났을 거예요.
최민식은 앙상한 뼈마디에도 피와 살을 붙입니다. 송강호라면 뼈마디가 부딪히는 소리를 냈을 거예요.
최민식과 설경구가 울부짖는데 능하다면, 당신은 낄낄거리는데 능하지요. 왜 그렇게 낄낄거리시나요?

송강호
낄낄낄. 우는 걸 싫어한다기 보다는 감상적인 걸 싫어하는 것 같아요. 정답은 없어요. 슬픔이나 비극을 전달하는 데 얼마만큼 효과를 낼까,를 볼 때 감상적으로 표현하는 걸 안 좋아해요. 최민식, 설경구 씨와는 연기 스타일의 차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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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시대의 명감독들과 두루 작업하다니 정말 축복이군요.

송강호
그런 행운들이 내게 오다니 운이 좋아요.

보그
연기를 잘해서겠죠. 연기는 열정으로 하나요, 이성으로 하나요?

송강호
연기를 뜨거운 열정으로 하는 거 같지만, 그 이면엔 논리적인 냉정함이 있어요. 계산적인 머리가 아니라 이성적인 머리가 필요해요.
차가운 이성에서 열정도 나오고 인물과 세상을 보는 창조력도 나오는 거죠.

보그
송강호와 함께 대한민국 영화계가 확장된 느낌이네요. 영화 예술가로서 자신만의 파워는 무엇이죠?

송강호
파워라기 보다는 개성인 셈인데. 〈초록물고기〉에서처럼 이전의 영화 연기 패턴과는 전혀 다른 전복을 시도해본달까요.

보그
특히 다이얼로그에서 놀라운 엇박자 호흡을 만들어내더군요.

송강호
예를 들어 관객들이 저 장면에서 이렇게 들어올 것이다, 예상하는 걸 정반대 방향에서치고 들어가는 거죠.
박찬욱 감독이 송강호는 답안지에 정답이 아닌 답을 적는데, 그게 더 정답일 때가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후배들한테도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정답을 연기하면 첫걸음부터 잘못 간 거라고 얘기해요. 항상 다르게 비틀어서 시도해 보라고.
골대 앞에서 엉뚱한 슛을 하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자꾸 넣어봐야 강한 슛을 넣는 선수가 되는 이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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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넘버3〉의 ‘배신이야, 배반…’ 하던 다혈질 조폭이 그렇게 넣은 슛이었나요?

송강호
낄낄낄. 그게 12년 전 영화인데. 집에서 대사를 한번 해보니까 자연스럽게 격앙이 되면서 말이 더듬어지더라구요. 감독도 그 느낌이 너무 좋다고.

보그
그런 연기적인 태도를 누구에게 배웠나요?

송강호
누가 가르칠 수는 없어요. 연극과는 다르게 영화는 순발력과 순간 캐치가 중요한데, 그런 건 타고난다고볼 수 있죠.
예술가는 타고난 재능과 훈련을 통한 재능으로 완성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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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최민식에게는 동국대 안민수 교수가, 설경구에게는 한양대 최형인 교수가 있듯이 당신에게도 혹시… 가령 대사를 하지 말고 말을 하라거나, 배우는 위엄 있는 존재여야 한다거나….

송강호
저는 어릴 때부터 연기를 극단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웠어요. 연우무대 출신이니까 이상우, 김석만 선생님이 말 없는 스승이랄 수 있죠.
기계공학과에서 쇳덩이 깎는 법을 가르쳐 줄 순 있어도,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가르쳐줄 순 없는 거예요.

보그
그런데 왜 배우가 되셨나요?

송강호
중학교 2학년 때 제가 흉내를 내면 친구들이 많이 웃어줬어요. 옆 반 친구나 선생님 흉내를 내면 다들 너무 좋아하는거예요.
아, 내가 표현력이랄까 그런데 재능이 있구나, 그래서 배우라는 꿈을 처음 갖게 됐어요.







Q. 극중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유머를 구사하기도 한다.

송강호 : 그렇긴 한데, 그걸 계산하면서 연기하지는 않는다.(웃음)
아, 이 장면은 긴장감 있게 가야 되겠다. 혹은 이 장면은 유머 스럽게 가서 즐거움을 줘야겠다 하고 생각하면서 연기한 적은 이때까지 없다.
사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들이 있지 않나. 우리의 삶 자체가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으니까.
살아가다 보면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도 마음 한편에는 좀 우울하고 걱정되는 감정이 있는 때가 있다. 웃다가도 우울해지는 거다.
반대로 한창 슬프고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느닷없이 자연발생적인 유머가 튀어나와 웃기도 하고, 그게 사람 아닌가.
그런 인간적인 반응들이 연기 할 때 리듬감 있게 튀어나오는 것 뿐이다.


Q. 연기를 할 때의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송강호 : 음. 중요한 질문이다. 그 인물을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적인 요소를 비슷하게 하려는 것 보다는 그 인물의 본질이 뭔지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 그런 태도가 자신감의 근간이다.


Q. 그 배역의 정서를 담아내는 표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송강호 : <사도>(2015)를 찍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촬영을 결정하고 시간이 두어 달 정도 남은 상황이었는데, 도저히 겁이 나서 안되겠더라.
왕 캐릭터도 처음이지만, 그 영화의 특징이 여러 사람이 나와서 상황을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딱 부자지간 두 사람의 얘기만 한다는 거다. 그런 설정 자체가 내 마음 속에 잘 안 들어오고, 나 역시 그 이야기 속으로 잘 못 들어가겠더라. 그래서 후배 한 명을 데리고 두 번에 걸쳐서 개인적으로 몇 박 며칠로 연습을 떠났다. 첫번째 다녀와서 자신감이 좀 붙었는데 한 달이 지나니까 또 불안하더라. 그래서 다시 한 번 다녀오고. 그런 노력을 한다.
매번 <사도>때 처럼 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런 식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완성될 때 보면 그 영화의 분위기가 얼굴 표정을 통해 풍겨 나오는 것 같다. 그런 건 어느 한 순간에 나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젖어 들어가면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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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밀정>에서는 어떤 표정을 연기하고자 했나.

송강호 : 현대물을 찍을 때는 무심한 얼굴이 오히려 깊은 느낌을 준다. 워낙 자기 본능과 욕망을 표현하지 않고 숨기고 사는 흐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일제 강점기를 사는 사람의 얼굴은 자기 감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려 할 거라고 생각했다.


Q. 왜 그렇게 생각한 건가.

송강호 : 그렇게 해야만 생존할 수 있으니까. 그래야 적인지 아군인지 판단할 수 있는 시대 아닌가.
현대는 모두가 개인적이고, 자기 삶이 중요하지만 그 시절에는 집단, 나라, 조국 같은 것들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이 엮여 있는 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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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에게 송강호는 어떤 의미인가.

▲ 알약 같은 존재다. 나를 전담하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불안, 강박 증세가 심각하다"며 약을 계속 권해오고 있다. 하지만 나는 봉테일로 그걸 승화시키고 있다.(웃음)
다행스럽게도 직업이 이쪽이라 혼자 불안하니 늘 콘티를 그리고 어떻게 찍을지 생각하며 강박과 집착을 이겨내고 있다. 불안증의 에너지를 영화 쪽으로 다 분산 투자시키고 있다.
의사 선생님은 제게 '신기하다.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인데 어떻게 하고 있냐. 약을 꼭 먹으라'고 한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쓸 때 더듬이와 촉수가 예민해야 하기에 약은 먹을 수가 없다.
그런데 송강호 선배님이 인간 알약이다. 형님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된다. 저 형님과 함께 하면 뭐든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나를 지지해줄 것 같다. 이런 느낌은 '살인의 추억'을 함께 하며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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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배우 인터뷰 보면 말도 되게 잘 하는데,

시대 흐름을 알기 위해 책, 신문을 엄청 본다고 함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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