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이 정도만 알면 고증오류 소리는 피할 수 있는 서양의 귀족계급
65,969 817
2020.02.05 05:02
65,969 817

1. 공작-후작-백작-자작-남작?

일단 이 개념은 서양에서 만든 게 아님. 중국의 봉건왕조인 주나라에서 오등작이라며 만든 거고, 개국공신이나 자기 친족들한테 작위를 나눠줌으로써 주나라의 천자를 잘 보필하도록 땅을 떼어준 것이 그 시초임

예를 들어 진나라 제후는 백작위를, 송나라 제후는 공작위를 받는 식이었고, 주나라 천자님이 주신 작위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변동되는 일도 없었음(나라가 망하는 거 말고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됨). 어차피 나중 가면 주나라 천자님 어쩌고 다 필요없이 모두 왕을 자처하기 때문에 작위따위 상관없어짐. 그래도 이 개념은 남아서 오등작-십등작-이십등작 식으로 세분화되다가 슬금슬금 더 생기기도 하고 덜 생기기도 하고, 통합되기도 하고 아예 없어지기도 하면서 명맥을 유지해 온 제도임. 봉건왕조였던 고려도 작위를 내린 적이 있고, 고려의 왕도 중국에서 작위를 받은 적이 있고, 조선 초기에도 공작으로 분봉(명목상)하기도 해서 뿌리깊이 박혀있는 개념


그럼 왜 서양놈들의 귀족 작위를 오등작으로 표현하느냐?

얼추 비슷해보이고, 알아먹기 편하니까. 이 개념의 차이가 많은 혼란을 빚게 됨. 사실 남작 밑에도 세습기사라던가 뭔가 엄청 다양하고, 어떤 나라는 후작에 해당하는 작위가 있는데 어떤 나라는 없고, 하여간 뭐 엄청 복잡한 개념인데 이걸 퉁쳐서 공-후-백-자-남으로 치니 헷갈릴 수 밖에. 뭔가 공작이 제일 세력도 크고 대단하고 백작은 어중간해보이고 남작은 X밥일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음


2. 봉건군주는 동양의 왕과 다릅니다

'왕'하면 드는 생각.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굽어살피소서, 하늘이 내리신 이 나라의 어쩌고 저쩌고....근데 이게 봉건제도의 서양으로 가면 의미가 전혀 달라짐. 봉건군주로서의 왕은 진짜 쉽게 말하면 개중에 좀 나은 영주 정도로 보면 됨. 그리고 왕도 다른 귀족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봉건제후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서약할 수 있었음.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왜 이렇게 됐는지를 정확히 설명하자면 정말정말로 어렵고 책 한 권 정도로는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복잡하면서도 일견 난잡하기까지 한 지식들을 요구함. 그나마 쉽게 말하는게 세계사 공부할 때 나오는 쌍무적 계약관계 정도라고 보면 됨


절대왕정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왕은 그래서 그냥 같은 문화권, 인종, 국가라고 부를 수 있는 애매모호한 테두리 안에서의 대표자 정도밖에 안 되는 존재였고, 왕이 깝치다가 다른 귀족 두셋이 연합해서 쳐들어오면 털리는 그런 존재였음

그런데 거대한 궁전을 짓는다? 돌과 철로 된 궁성에서 저새끼가 내 통수를 칠까 안칠까 하는 고민을 하기에도 바쁜 판에 어떻게 궁전을 지음?

부인들과 귀족 아가씨들이 모여 사교파티를 연다? 혼인으로 동맹을 맺을 거 아니면 만날 일도 없음. 애초에 A백작의 딸과 B백작의 딸이 친하게 지낸다? 둘이 손잡고 내 통수를 치겠다고 의심할 판임


앞서 쌍무적 계약관계라는 말을 했는데, 정말정말로 쉬운 설명을 하자면 '땅을 주셔서 감사함다. 근데 제 땅에선 제 꼴리는 대로 하겠슴다. 알아서 정해진 세금 갖다 바치고 전쟁 나면 잘 도와드릴테니 내 영지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십쇼.'라는 계약을 체결하는 거임. 왕이 이래라 저래라 한다? 판타지 소설처럼 영주들끼리 전쟁을 하는데 국왕의 승인을 받는다? 국왕 승인보다 더 먼저 생각해야 할 게 저 새끼가 어떤 계약을 어떻게 맺어서 누구의 원군이 얼마나 올 것인지임. 재수없으면 계약이 물리고 물려서 국왕도 상대편으로 참전하는 수가 있음


한국에 성이 많지 않은 이유, 축성기술이 서양이나 일본만큼 치열하게 발달하지 않은 이유는, 서양에서 중세 봉건영주들이 겁나 치고박고 싸우다가 어느날 갑자기 왕이 '어? 근데 내가 존나 쎈데? 이 새끼들 딱 대라 충성서약이고 지랄이고 왕권은 신이 주신 거다'라는 걸 깨달아 갈 때쯤, 한반도에서는 이미 조선이라는 나라가 세워져서 600년동안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했기 때문임. 성은 전쟁을 위한 시설물인데 국토에서 전쟁을 할 이유가 없으니 4군6진 저 멀리 함경도 외곽에나 몇 개 지어놓으면 충분한 거였음. 그런데 서양 봉건영주들은 항상 저 새끼가 나를 집어삼키지 않을까, 통수를 맞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음


3. 백작이랑 공작이 싸우면 누가 이겨요?

이건 사실 존나 어려운 문제임. 정확히는 봉건제도 하에서는 백작이 이길 거고, 절대왕정 제도에서는 왕이 편들어주는 쪽이 이김. 계속 얘기하듯 일반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서양의 봉건제도이기 때문에 아닌 케이스도 있지만, 공작은 거의가 왕의 친족이거나, 독립된 세력을 가졌지만 왕을 자처하기엔 국력이 모자랐거나, 독립된 세력에서 귀순해 온 케이스임. 즉 일종의 명예직이라고 볼 수 있음


그럼 공작은 왜 자꾸 털리느냐? 왕위 계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임. 스토브리그에서 권경준이 지나가다 돌 맞아 뒈지면 권경민이 물려받게 되는 것처럼, 공작은 왕의 후계구도나 정당성, 정통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자 혈연으로 묶인 우군이기도 했음. 자연스럽게 세종대왕 치세의 양녕대군이나 효령대군처럼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내려가 하고싶은 거나 하면서 살아야지, 자기 세력을 가지면 안되는 포지션이 대부분이었음

그래서 판타지 소설처럼 뫄뫄 공작이 어마어마한 세력을 갖고 왕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뛰어난 모략가에 모든 일의 흑막이었다...같은 일은 왕이 제정신이면 절대 일어날 수가 없음


반면에 백작은 변경백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 영지에서 자기 병력과 세력을 갖고있음. 물론 왕의 친족이기에 공작한테 개겨서 좋을 것도 없고, 빛좋은 개살구 괜히 자극해서 빡친 공작이 왕이나 다른 영주들 꼬셔가지고 날 조지러 오면 바로 음경되는 거기 때문에 소 닭보듯 하는 사이라고 보면 됨. 백작이 기껏 휘하에 기사들과 남작들을 갖추어서 정예부대를 만들어 놨는데 왕이 빡쳐서 기사랑 남작들한테 백작위랑 자치 권한을 인정해줘서 독립시키기라도 하면 그냥 손 빨다가 망해야 하니까


당장 영국 왕실에서 왕위계승권 순위 높은 양반들 작위가 뭔지만 봐도 답이 나올거임. 그리고 계승서열이 낮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4. 절대왕정 절대왕정 하는데 봉건제와 절대왕정의 차이는?

일단 중앙집권이 확립되고, 관료가 생기고, 상비군이 생김.

왕좌의 게임이나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을 보면, 지방의 영주들 별로 영토 방어와 행정에 필요한 직제를 제각기 갖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음. 왕은 어느 정도의 권한과 권위는 주어지지만 지방 영주들이 들고 일어나면 털릴 수도 있고.

그런데 절대왕정 시대가 되면 일단 행정조직이 중앙정부로 일원화되고, 관료라는 것이 생겨남. 자연스럽게 기존의 후작이나 백작, 남작들이 다스리던 영토의 권리는 왕에게 넘어가고, 해당 지역에는 중앙정부의 행정관이 파견됨. 그러면서 작위라는 것이 마치 벼슬과 같이 취급되고, 세금을 걷을 권리, 병사를 양성할 권리를 빼앗긴 단순 '지주'로 변모함. 그렇게 지방귀족과 중앙귀족이 생겨나기 시작함


절대왕정으로 변하는 계기는 여러 가지지만, 일단 왕이 영주들을 돈으로 찍어누를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재력을 갖췄거나, 화기가 개발되어 견고한 성벽보다 한 번에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의 수가 더 중요해졌다거나 하는 것들이 대표적임. 그렇게 지방 영주들이 가진 권한을 뺏어오고, 왕권은 하늘이 내린 것이라는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는 등 다양한 체제선전의 프로파간다 시행을 통해 이 체제를 굳혀나가기 시작함


기존에 맺은 쌍무적 계약은 어떻게 되냐고? 그거 지키라고 떽떽거리다 총 맞아 죽으면 그냥 개죽음 되는 거임



아아주 일부만을 그나마도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예제를 통해 어떤 것들이 고증 오류인지 확인해 보자



1) 당신은 이세계로 소환되었습니다. 당신이 떨어진 곳은 나라에서 임명된 군수가 다스리는 지역으로, 사법과 치안은 통일된 법률에 따라 지켜집니다. 이 나라의 설명으로 맞는 것을 고르시오.

  (1) 이 나라는 내전이 빈번할 것이다

  (2) 귀족가의 영애와 영식들이 모여 춤추고 정보를 교류하는 사교 파티가 자주 열릴 것이다

  (3) 이 지역과 옆 지역은 같은 나라지만 세율이 다를 것이다

  (4) 이 나라의 왕은 세력이 약할 것이다


2) 궁정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참가한 당신, 어처구니 없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왜일까요?

  (1) 왕이 황제가 되겠다고 말해서

  (2) 다들 왕이 하는 말에 껌뻑 죽는 시늉까지 하는 게 어이없어서

  (3) 뫄뫄 백작이 왕에게 인사를 대충 해서

  (4) 왈츠를 출 줄 알았는데 트월킹이 시작되어서


3) 영지전이 열린다고 합니다. 틀린 보기를 고르시오.

  (1) 영지전의 승리는 보통 상대편의 궁전을 점령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2) 이 날을 위해 건강한 장정 500명을 선발하여 특수 별동대를 만들었다.

  (3) 이기는 쪽이 지는 쪽의 영토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다.

  (4) 설사 왕이라 할 지라도 이 싸움을 말릴 권한은 없다.


4) 수도에 산다는 뫄뫄 공작에 대한 추측으로 적절치 못한 것은?

  (1) 젠틀하고 온화한 사람일 것이다

  (2) 왕의 친척일 것이다

  (3)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4) '공'작이지만 포지션은 수일 것이다


정답은 2-3-1-3

목록 스크랩 (676)
댓글 81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어퓨🥚] 각질/모공/피지 걱정 ZERO! <어퓨 깐달걀 라인 3종> 체험 이벤트 602 10.30 50,596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394,441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139,98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277,501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635,01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2 21.08.23 5,103,65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084,97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7 20.05.17 4,671,82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1 20.04.30 5,134,71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9,866,51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42686 이슈 누군가에겐 발작버튼이었을 2023년 연간 탑텐 14:33 111
2542685 유머 가슴 몽글몽글해졌던 시스타 막내 부둥부둥해주는 영상 14:33 69
2542684 이슈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용산🐽 14:32 182
2542683 정보 전체 판매량은 적지만 오직 이것만 사는 마니아층이 있어서 반드시 넣는다는 색깔 32 14:28 2,262
2542682 이슈 도영콘에서도 팩트체크 떼창을 참을 수 없었던 NCT 127 팬들 4 14:27 337
2542681 유머 새주의) 부모의 사랑 6 14:26 423
2542680 기사/뉴스 길고양이 밥에 쥐약 섞고 얼려 죽였는데 '벌금 30만원'…가해자 "사람이 먼저" 11 14:25 399
2542679 이슈 인급동에 든 라이즈 새 자컨에 달린 댓글들 상태 32 14:23 2,260
2542678 이슈 엄마된거같은 챤미나.jpg 7 14:23 1,317
2542677 이슈 전 커뮤에서 망했다고 난리였던 뉴진스 하우스윗과 최근 르세라핌 아일릿 신곡 비교 50 14:23 1,854
2542676 정보 미사모 MISAMO(TWICE) JAPAN 2nd MINI ALBUM『HAUTE COUTURE』Album Preview♬ Highlight Medley 1 14:23 112
2542675 기사/뉴스 밀매 잡는 라따뚜이?... 아프리카 거대쥐는 훈련 중 1 14:22 233
2542674 유머 이게 당근이구나(경주마) 14:21 99
2542673 이슈 늑대의유혹 시절 조한선 이청아 강동원.avi 1 14:19 374
2542672 이슈 [뉴아르] 원래 캣츠아이(하이브 걸그룹) 이름 후보 중 하나였던 것 133 14:18 9,171
2542671 기사/뉴스 김경일 파주시장, 긴급 호소 “생지옥된 대성동, 괴기음 멈춰달라” 12 14:17 1,529
2542670 이슈 ENA 새월화 드라마 <취하는 로맨스> 김세정 이종원 네컷사진 5 14:17 469
2542669 이슈 플레이브 하민 - Boyfriend (Acoustic Version) (원곡 : Justin Bieber) 6 14:15 209
2542668 유머 사이좋게 푸루후스빌 즐기는 쌍둥이 아기판다 루이후이🐼🐼💜🩷 22 14:13 1,410
2542667 이슈 몇 년이 지나도 막내 손에 물 안 묻히려 하는 오마이걸 13 14:08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