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부 방법 (1)
현재는 변호사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피아노를, 대학교 1학년까지는 미술을, 그 후에는 수학을,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마케팅을 공부했다. 한 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의 공부를 한 경험이 있기에 아무래도 내 주변엔 효율적인 공부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참 곤란함을 느낀다. 내가 공부하는 방식은 사실 정말 나에게 최적화된 방식이라 똑같이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어려서부터 엎드려 누워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침대에서 할 때도 있고, 정 졸리면 베개 하나를 깔고 땅에 누워서 한다. 그리고 조용한 환경을 싫어하기 때문에 텔레비전에 시리즈물 같은 것을 켜놓거나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다. 변호사 시험을 공부할 때는 Making of a Murderer와 같은 범죄 다큐멘터리를 주로 틀어놓았다. 그래서인지 내 남동생은 나의 공부법을 '닌자 공부법'이라고 부른다. 아무도 내가 제대로 공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험 기간 내내 나를 지켜본 친구 한 명도 말하길, 만일 그의 어머니께서 내가 누워서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띵까띵까 공부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게으르다며 등짝 스매싱을 날렸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여태껏 사용하고 있는 (나에겐) 최고의 공부 방법이다.
그래도!!! 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내가 남들과 다르게 하는, 뻔하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고민해 본 결과,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도움이 될 법한 방법 몇 가지를 아래에 나누려 한다.
첫 번째, 목차부터 공부하기.
한 과목/분야를 공부하려 책을 열면 보통은 목차를 건너뛰어 바로 내용부터 읽기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와 반대로 나는 늘 책의 가장 처음을 장식하는 목차를 굉장히 신경 써서 읽을 뿐 아니라 목차 자체를 외워버린다. 목차는 한마디로 책 전체를 간단하게 정리해놓은 설계도면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노벨 문학상 수상자 헤밍웨이는 "작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기보단 건축설계가이다"라고 말했다.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동의하겠지만 목차란 작가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작성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제대로 된 설계도 도면이 있어야만 거기에 살을 붙이는 일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목차를 완성하면 책의 반은 이미 완성된 것이다"라고도 한다. 그만큼 목차는 중요하다.
목차를 외우면 머릿속에 설계도 같은 것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그러고 나면 어느 방이냐에 따라 각각 다른 콘셉트의 가구를 채워 넣듯, 머릿속에 설계되어 있는 방마다 알맞은 책의 내용을 채워 넣으면 된다. 요즘 흔히들 말하는 '빅 픽처'가 머릿속에 있어야 효율적인 정보 습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공부해놓으면 긴장을 한다고 해서 외웠던 부분을 까먹는 일도 드물어진다.
두 번째, 공부가 안되는 날에도 공부하기.
공부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놈의 공부도 잘되는 날이 있고 잘되지 않는 날이 따로 있다. 공부가 안되는 날에는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봐도 진도가 나가기 쉽지 않다. 공부가 정 안되면 그날만큼은 차라리 공부를 포기하고 푹 쉬어 휴식이라도 제대로 취하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험을 보는 그 중요한 날이 운이 좋아 공부가 잘되는 날에 맞아떨어질 수도 있지만, 컨디션 난조로 인해 공부 안되는 날에 시험을 보게 될 확률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공부가 안되는 날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승패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나의 공부가 안되는 날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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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워야 할 한 문단을 읽는다.
집중이 안 되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휴대폰으로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본다.
스스로가 한심해져서 휴대폰을 뒤집어엎어 놓고 다시 한번 똑같은 문단을 읽는다.
집중이 아직도 되지 않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휴대폰 화면을 보니 친구에게서 문자가 와 있다.
친구랑 5분 정도 문자를 나누다 정신을 차린다.
다시 책을 보고 다음 문단을 읽어본다.
그래도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올 리 없다.
다시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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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쯤 되면 보통 자리에서 일어나서 스트레칭이라도 하고 재정비를 한 뒤 돌아와 앉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때일수록 절대 일어나지 않고 엉덩이 붙이고 앉아 (나 같은 경우에는 누워있으니 배를 붙이고 누워) 꾸역 꾸역 공부하는 것을 권한다. 집중이 안 되어 한 문제 풀고 동영상 한 개를 보는 일을 50번, 100번 반복하는 한이 있어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날 80프로 이상은 딴짓을 하고 20프로 정도만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해도 괜찮다. 전혀 집중이 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쨌거나 공부를 해냈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직장에 나가지 않는 주말에는 하루 최소 12시간 이상을 공부했는데, 아무리 집중이 안 되더라도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는 일단 엉덩이 붙이고 (배 붙이고) 앉아 있었다. 공부가 안되는 날마다 이렇게 스스로를 절벽 끝까지 푸시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뇌를 트레이닝 시키기 위해서다.
예전에 뇌공학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뇌에게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즉 경험에 의해 변화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신경가소성의 선두주자인 노먼 도이지 박사(Dr. Norman Doidge)가 <뇌는 스스로 변화한다>라는 책에서 말하길, 특정한, 반복적인 일에 노출된 뇌는 이에 대응하여 변화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집중이 안 되는 상황에서 집요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뇌가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연습을 시킨다면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두뇌는 조금 더 빠른 시간 내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결국 뇌는 몸의 근육과 같아서 트레이닝을 시키면 시킬수록 그 힘과 지구력이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가지 더 보태자면 뇌 훈련은 나이에 상관없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마흔 살이든 여든 살이든 마음만 먹으면 훈련을 통해 집중력을 기를 수 있으며 힘들게 길러둔 집중력은 시험을 보는 날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실제로 내가 변호사 시험을 봤던 날도 정말 끔찍하게 공부가 안되는 날이었다. 집중력이 너덜너덜해진 상황 속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힘은 평소에 집중이 되든 안되든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훈련을 꾸준히 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현재는 변호사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피아노를, 대학교 1학년까지는 미술을, 그 후에는 수학을,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마케팅을 공부했다. 한 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의 공부를 한 경험이 있기에 아무래도 내 주변엔 효율적인 공부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참 곤란함을 느낀다. 내가 공부하는 방식은 사실 정말 나에게 최적화된 방식이라 똑같이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어려서부터 엎드려 누워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침대에서 할 때도 있고, 정 졸리면 베개 하나를 깔고 땅에 누워서 한다. 그리고 조용한 환경을 싫어하기 때문에 텔레비전에 시리즈물 같은 것을 켜놓거나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다. 변호사 시험을 공부할 때는 Making of a Murderer와 같은 범죄 다큐멘터리를 주로 틀어놓았다. 그래서인지 내 남동생은 나의 공부법을 '닌자 공부법'이라고 부른다. 아무도 내가 제대로 공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험 기간 내내 나를 지켜본 친구 한 명도 말하길, 만일 그의 어머니께서 내가 누워서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띵까띵까 공부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게으르다며 등짝 스매싱을 날렸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여태껏 사용하고 있는 (나에겐) 최고의 공부 방법이다.
그래도!!! 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내가 남들과 다르게 하는, 뻔하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고민해 본 결과,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도움이 될 법한 방법 몇 가지를 아래에 나누려 한다.
첫 번째, 목차부터 공부하기.
한 과목/분야를 공부하려 책을 열면 보통은 목차를 건너뛰어 바로 내용부터 읽기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와 반대로 나는 늘 책의 가장 처음을 장식하는 목차를 굉장히 신경 써서 읽을 뿐 아니라 목차 자체를 외워버린다. 목차는 한마디로 책 전체를 간단하게 정리해놓은 설계도면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노벨 문학상 수상자 헤밍웨이는 "작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기보단 건축설계가이다"라고 말했다.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동의하겠지만 목차란 작가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작성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제대로 된 설계도 도면이 있어야만 거기에 살을 붙이는 일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목차를 완성하면 책의 반은 이미 완성된 것이다"라고도 한다. 그만큼 목차는 중요하다.
목차를 외우면 머릿속에 설계도 같은 것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그러고 나면 어느 방이냐에 따라 각각 다른 콘셉트의 가구를 채워 넣듯, 머릿속에 설계되어 있는 방마다 알맞은 책의 내용을 채워 넣으면 된다. 요즘 흔히들 말하는 '빅 픽처'가 머릿속에 있어야 효율적인 정보 습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공부해놓으면 긴장을 한다고 해서 외웠던 부분을 까먹는 일도 드물어진다.
두 번째, 공부가 안되는 날에도 공부하기.
공부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놈의 공부도 잘되는 날이 있고 잘되지 않는 날이 따로 있다. 공부가 안되는 날에는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봐도 진도가 나가기 쉽지 않다. 공부가 정 안되면 그날만큼은 차라리 공부를 포기하고 푹 쉬어 휴식이라도 제대로 취하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험을 보는 그 중요한 날이 운이 좋아 공부가 잘되는 날에 맞아떨어질 수도 있지만, 컨디션 난조로 인해 공부 안되는 날에 시험을 보게 될 확률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공부가 안되는 날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승패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나의 공부가 안되는 날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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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워야 할 한 문단을 읽는다.
집중이 안 되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휴대폰으로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본다.
스스로가 한심해져서 휴대폰을 뒤집어엎어 놓고 다시 한번 똑같은 문단을 읽는다.
집중이 아직도 되지 않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휴대폰 화면을 보니 친구에게서 문자가 와 있다.
친구랑 5분 정도 문자를 나누다 정신을 차린다.
다시 책을 보고 다음 문단을 읽어본다.
그래도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올 리 없다.
다시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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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쯤 되면 보통 자리에서 일어나서 스트레칭이라도 하고 재정비를 한 뒤 돌아와 앉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때일수록 절대 일어나지 않고 엉덩이 붙이고 앉아 (나 같은 경우에는 누워있으니 배를 붙이고 누워) 꾸역 꾸역 공부하는 것을 권한다. 집중이 안 되어 한 문제 풀고 동영상 한 개를 보는 일을 50번, 100번 반복하는 한이 있어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날 80프로 이상은 딴짓을 하고 20프로 정도만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해도 괜찮다. 전혀 집중이 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쨌거나 공부를 해냈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직장에 나가지 않는 주말에는 하루 최소 12시간 이상을 공부했는데, 아무리 집중이 안 되더라도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는 일단 엉덩이 붙이고 (배 붙이고) 앉아 있었다. 공부가 안되는 날마다 이렇게 스스로를 절벽 끝까지 푸시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뇌를 트레이닝 시키기 위해서다.
예전에 뇌공학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뇌에게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즉 경험에 의해 변화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신경가소성의 선두주자인 노먼 도이지 박사(Dr. Norman Doidge)가 <뇌는 스스로 변화한다>라는 책에서 말하길, 특정한, 반복적인 일에 노출된 뇌는 이에 대응하여 변화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집중이 안 되는 상황에서 집요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뇌가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연습을 시킨다면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두뇌는 조금 더 빠른 시간 내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결국 뇌는 몸의 근육과 같아서 트레이닝을 시키면 시킬수록 그 힘과 지구력이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가지 더 보태자면 뇌 훈련은 나이에 상관없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마흔 살이든 여든 살이든 마음만 먹으면 훈련을 통해 집중력을 기를 수 있으며 힘들게 길러둔 집중력은 시험을 보는 날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실제로 내가 변호사 시험을 봤던 날도 정말 끔찍하게 공부가 안되는 날이었다. 집중력이 너덜너덜해진 상황 속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힘은 평소에 집중이 되든 안되든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훈련을 꾸준히 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