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서동주가 말하는 공부방법
45,359 365
2019.11.07 12:28
45,359 365
*나의 공부 방법 (1)



현재는 변호사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피아노를, 대학교 1학년까지는 미술을, 그 후에는 수학을,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마케팅을 공부했다. 한 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의 공부를 한 경험이 있기에 아무래도 내 주변엔 효율적인 공부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참 곤란함을 느낀다. 내가 공부하는 방식은 사실 정말 나에게 최적화된 방식이라 똑같이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어려서부터 엎드려 누워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침대에서 할 때도 있고, 정 졸리면 베개 하나를 깔고 땅에 누워서 한다. 그리고 조용한 환경을 싫어하기 때문에 텔레비전에 시리즈물 같은 것을 켜놓거나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다. 변호사 시험을 공부할 때는 Making of a Murderer와 같은 범죄 다큐멘터리를 주로 틀어놓았다. 그래서인지 내 남동생은 나의 공부법을 '닌자 공부법'이라고 부른다. 아무도 내가 제대로 공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험 기간 내내 나를 지켜본 친구 한 명도 말하길, 만일 그의 어머니께서 내가 누워서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띵까띵까 공부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게으르다며 등짝 스매싱을 날렸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여태껏 사용하고 있는 (나에겐) 최고의 공부 방법이다.



그래도!!! 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내가 남들과 다르게 하는, 뻔하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고민해 본 결과,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도움이 될 법한 방법 몇 가지를 아래에 나누려 한다.



첫 번째, 목차부터 공부하기.

한 과목/분야를 공부하려 책을 열면 보통은 목차를 건너뛰어 바로 내용부터 읽기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와 반대로 나는 늘 책의 가장 처음을 장식하는 목차를 굉장히 신경 써서 읽을 뿐 아니라 목차 자체를 외워버린다. 목차는 한마디로 책 전체를 간단하게 정리해놓은 설계도면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노벨 문학상 수상자 헤밍웨이는 "작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기보단 건축설계가이다"라고 말했다.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동의하겠지만 목차란 작가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작성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제대로 된 설계도 도면이 있어야만 거기에 살을 붙이는 일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목차를 완성하면 책의 반은 이미 완성된 것이다"라고도 한다. 그만큼 목차는 중요하다.



목차를 외우면 머릿속에 설계도 같은 것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그러고 나면 어느 방이냐에 따라 각각 다른 콘셉트의 가구를 채워 넣듯, 머릿속에 설계되어 있는 방마다 알맞은 책의 내용을 채워 넣으면 된다. 요즘 흔히들 말하는 '빅 픽처'가 머릿속에 있어야 효율적인 정보 습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공부해놓으면 긴장을 한다고 해서 외웠던 부분을 까먹는 일도 드물어진다.



두 번째, 공부가 안되는 날에도 공부하기.

공부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놈의 공부도 잘되는 날이 있고 잘되지 않는 날이 따로 있다. 공부가 안되는 날에는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봐도 진도가 나가기 쉽지 않다. 공부가 정 안되면 그날만큼은 차라리 공부를 포기하고 푹 쉬어 휴식이라도 제대로 취하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험을 보는 그 중요한 날이 운이 좋아 공부가 잘되는 날에 맞아떨어질 수도 있지만, 컨디션 난조로 인해 공부 안되는 날에 시험을 보게 될 확률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공부가 안되는 날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승패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나의 공부가 안되는 날은 이렇다.

-------------------------------------------------------

외워야 할 한 문단을 읽는다.

집중이 안 되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휴대폰으로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본다.

스스로가 한심해져서 휴대폰을 뒤집어엎어 놓고 다시 한번 똑같은 문단을 읽는다.

집중이 아직도 되지 않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휴대폰 화면을 보니 친구에게서 문자가 와 있다.

친구랑 5분 정도 문자를 나누다 정신을 차린다.

다시 책을 보고 다음 문단을 읽어본다.

그래도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올 리 없다.

다시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본다.

-------------------------------------------------------

사실 이쯤 되면 보통 자리에서 일어나서 스트레칭이라도 하고 재정비를 한 뒤 돌아와 앉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때일수록 절대 일어나지 않고 엉덩이 붙이고 앉아 (나 같은 경우에는 누워있으니 배를 붙이고 누워) 꾸역 꾸역 공부하는 것을 권한다. 집중이 안 되어 한 문제 풀고 동영상 한 개를 보는 일을 50번, 100번 반복하는 한이 있어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날 80프로 이상은 딴짓을 하고 20프로 정도만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해도 괜찮다. 전혀 집중이 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쨌거나 공부를 해냈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직장에 나가지 않는 주말에는 하루 최소 12시간 이상을 공부했는데, 아무리 집중이 안 되더라도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는 일단 엉덩이 붙이고 (배 붙이고) 앉아 있었다. 공부가 안되는 날마다 이렇게 스스로를 절벽 끝까지 푸시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뇌를 트레이닝 시키기 위해서다.



예전에 뇌공학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뇌에게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즉 경험에 의해 변화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신경가소성의 선두주자인 노먼 도이지 박사(Dr. Norman Doidge)가 <뇌는 스스로 변화한다>라는 책에서 말하길, 특정한, 반복적인 일에 노출된 뇌는 이에 대응하여 변화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집중이 안 되는 상황에서 집요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뇌가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연습을 시킨다면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두뇌는 조금 더 빠른 시간 내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결국 뇌는 몸의 근육과 같아서 트레이닝을 시키면 시킬수록 그 힘과 지구력이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가지 더 보태자면 뇌 훈련은 나이에 상관없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마흔 살이든 여든 살이든 마음만 먹으면 훈련을 통해 집중력을 기를 수 있으며 힘들게 길러둔 집중력은 시험을 보는 날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실제로 내가 변호사 시험을 봤던 날도 정말 끔찍하게 공부가 안되는 날이었다. 집중력이 너덜너덜해진 상황 속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힘은 평소에 집중이 되든 안되든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훈련을 꾸준히 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목록 스크랩 (301)
댓글 36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한율💛] 숨은 잡티부터 흔적, 톤까지 집중 잡티톤업! #5분에센스패드 ‘한율 달빛유자 패드’ 체험 이벤트 571 11.09 67,933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591,92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380,70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565,522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939,22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4 21.08.23 5,233,13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215,24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50 20.05.17 4,782,30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2 20.04.30 5,260,03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009,37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53241 이슈 4년전 오늘 발매된, 산들 "어른 일기" 22:43 15
2553240 이슈 김도영 일본 실검 1위.jpg 5 22:42 758
2553239 이슈 19세기 일본 지방정부와 영국 사이의 전쟁.jpg 2 22:40 276
2553238 유머 스파이더맨 영화인데 MJ 추락장면에서 오 너희 되게 멋있었엉ㅇㅅㅇ 하는 톰홀랟드 22:40 339
2553237 이슈 지드래곤 x CL x 테디 _ The Leaders (2009) 22:39 161
2553236 이슈 프리미어 12 김도영 선수 샤라웃에 여념없는 미국 기자 19 22:37 1,608
2553235 유머 [프리미어12] 오늘 한국-쿠바전에 MLB 20개 구단 스카우트가 찾아옴 24 22:36 1,475
2553234 이슈 나도 여자지만 여대의 필요성.. 잘 모르겠음... 89 22:35 5,099
2553233 기사/뉴스 배우 서윤아, 故송재림 애도 [전문] 3 22:34 2,599
2553232 이슈 원덬이 주기적으로 찾아보는 엔믹스 컬투쇼 Dash 라이브 6 22:34 149
2553231 이슈 세계관을 가진 케이팝 아티스트 최초의 시작 16 22:34 1,556
2553230 이슈 성수 9년차 남돌이 추천하는 성수 찐맛집 3 22:33 1,273
2553229 이슈 2024년 한국 스포츠선수 검색량 TOP40 2 22:33 414
2553228 이슈 TWS (투어스) : 'Last Bell' Concept Film 2 8 22:31 247
2553227 정보 🚃2024年 1~10月 서울 지하철역 수송인원 TOP 10 (~10/31)🚃 6 22:30 348
2553226 유머 🐈CatDrama🐈 1 22:28 258
2553225 이슈 2024 프리미어12 한국 - 쿠바 2차전 결과.jpg 5 22:28 1,595
2553224 이슈 지금까지 주연드라마 모두 10% 돌파한 김태리 17 22:28 1,039
2553223 유머 <속보> 저장버튼의 실물을 보게된 신입사원의 탄성 24 22:27 4,509
2553222 유머 원덬이 보고 빵터진 다이소 스노우볼 더쿠 후기ㅋㅋ (국내야구방/일톡펌) 40 22:26 3,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