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명품 매출 신장률 최대 79%
4명 중 1명 "노력해도 사회적 지위 높아지지 않아"
유튜브 해외여행 브이로그 등 SNS 영향도
[아시아경제 김가연 인턴기자] #자취를 한다는 직장인 A(27) 씨는 "따로 나와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나가는 게 많다"면서 "매달 월급에서 생활비, 학자금 대출 등을 제하면 고작 몇십 만 원 정도만 남는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처음에는 적금을 들었었는데, 언젠가 '이렇게 해서 무슨 소용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여윳돈이 몇백씩이면 몰라도, 몇십 정도로는 꼬박꼬박 모아도 그다지 큰돈은 안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사고 싶은 거 사고, 여행 다니는 게 스트레스받으며 얼마 안 되는 돈을 모으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훨씬 좋다고 생각해서 다 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20·30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자)를 중심으로 '가심비', '소확행', '욜로'(YOLO) 등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가심비는 가격보다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더 중요시하는 소비 행태로, 지난해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를 트렌드로 꼽았다.
이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의 명품 구매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20대 명품 매출 신장률은 27%~79%에 달했다. 같은 기간 3·40대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10%에 그친 것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문화를 두고 "미래에 대해 기대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가 이런 소비 행태를 만들어냈다"는 비판도 나왔다.
누리꾼들은 "예전에는 돈을 모으면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돈을 모아도 웬만한 중산층 따라잡기도 힘들다. 그에 대한 좌절감이 소비 행태로 나타나는 것 같다", "어차피 집도 못 사는데 그냥 스스로를 위해 쓰겠다", "솔직히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게 인생 아니냐. 젊을 때 사고 싶은 거 사면서 인생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며 입을 모았다.
연구 결과, 4명 중 1명은 노력을 해도 현재 상황이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가 지난 5월 발표한 '2018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 중 27.7%가 '노력하면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질문에 '낮다'고 답했다. '가능성이 높다'라고 응답한 수보다 '낮다'라고 답한 수가 많아진 것은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11년 이후로 최초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SNS 및 유튜브 콘텐츠가 과소비를 조장한다"라는 주장도 있다.
대학생 B(20) 씨는 최근 한 명품 브랜드의 지갑을 구매했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이 지갑을 보고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몇 달을 고민했다"라면서 "요새 SNS를 보면 친구들도 명품을 쉽게 구입하는 것 같아 '나도 못 살 게 뭐 있나' 싶어 구매했다"라고 밝혔다.
B 씨는 "사실 한 달 생활비만으로는 살 수 없는 가격대이긴 하다"라면서 "그래도 아르바이트를 해 비용을 충당했고, 할부로 결제해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관련해 3명 중 1명이 SNS로부터 영향을 받아 과소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최대 온라인 주식중개업체 찰스 슈왑이 지난 5월 발표한 '2019 현대재산조사(MWS)'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1000명 중 35%가 '친구들이 소셜미디어들에 올리는 사진, 영상, 글 등을 보고 수입 대비 과소비를 한다'라고 답했다.
특히 20·30 밀레니얼 세대는 48%가 '그렇다'고 답해,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외신은 이러한 현상이 동료 집단 사이에서 받는 사회적 압력, 이른바 '또래 압력'(Peer pressure)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CNBC 등 외신은 지난해 북미 알리안츠 생명이 발표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밀레니얼 세대 응답자 중 90%가 SNS를 통해 재산 및 생활 방식을 지인들과 비교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행에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포모증후군(FOMO·the Fear Of Miss 해석된다.
소비자 분석부의 폴 캘시는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SNS 영향을 크게 받는다"라면서 "이러한 소비습관은 빠르게 바로잡지 않을 경우, 재정 문제에 장기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