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정은 공항 먼 곳에서 가까운 곳 순으로, 숙소는 안 좋은 곳에서 좋은 곳으로 가라.
이건 여행방에서 얻은 팁인데 이 팁 덕분에 진짜 여행 수월하게 하고 왔다.
여행 초반에는 체력도 충분하고 아직 설렘이 남아있을 때라 긴 이동시간이나 조금 안 좋은 숙소도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즐거워하신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나도 부모님도 지쳐서 긴 이동은 짐이 되고 안 좋은 숙소는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날에는 가장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일정을 넣지말고 숙소는 공항 가까운 곳/이동이 용이한 곳으로 잡자.
2. 기억해. 부모님과의 여행은 패키지다. 하지만 만약 자유여행을 간다면 중간중간 현지 투어나 가이드를 고용하자.
4박 5일 일정 중 하루 가이드 고용했는 데 그 날이 내 유일한 휴일이었다ㅎㅎㅎㅎㅎㅎ.....
엄마아빠는 처음 가보는 해외에 궁금한 것도 많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은 데 현실적으로 내가 대답을 다 못해주니까 불만족이 쌓이고
나는 나대로 계속 물어보는 부모님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인다.
자유여행 좋지만 중간중간 현명하게 전문가를 고용하자.
3. 현지 돈으로 매일 용돈 드리기
이번 여행에서 나는 총무 겸 가이드 겸 사진사 역할이어서 돈 관리도 내가 다 했다.
대신 매일 아침 엄마 아빠한테 현지 돈으로 용돈을 드림. (중국돈 100원, 약 17,000원 정도)
의외로 이걸 굉장히 즐거워하셨는데 돌아다니다가 소소하게 뭔가를 사먹거나 기념품을 사거나 하면서 유용하게 쓰셨다.
물론 모자라면 더 드림.
자식한테 용돈받는 기쁨+현지에서 직접 물건을 사보는 경험이 합쳐져서 시너지가 난다.
이건 내가 사줄게! 하면서 으쓱해 하시는 모습도 귀여움.
별 생각 없이 한 건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잘했다 싶은게 부모님 입장에서 자식한테 이거 먹고싶어, 이거 사줘 일일히 이야기하는 게 편한 일은 아니겠더라.
내 친구는 가족 별로 역할을 나눠서 아빠 지도 보기/엄마 돈관리/나 사진찍기 이렇게 했다는 데 이것도 괜찮은 방법인듯.
4. 엄마아빠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행동이 훨씬 느리다.
이제 두 분 다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옷을 갈아입거나, 가방을 싸거나 하는 일상적인 행동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린다.
화장실을 갈 때도 최소 10분은 잡아야 한다.
하지만 본인이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 배분은 넉넉하게 하고 최소 10분 정도 일찍 움직이도록 당부하자.
(예 : 7시 30분까지 모여야 할 경우 7시 20분까지 오도록 전달)
그리고 가급적이면 자잘한 일은 맡기지 말고 내 선에서 처리하자. (가방 싸기, 쓰레기 버리기, 입을 옷 챙겨놓기 등등)
5. 마시는 소화제, 쌍화탕 챙겨가라.
낯선 음식, 환경 때문에 부모님이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번에 마시는 소화제(비타민 음료같이 생긴 거) 여섯 병 정도 사갔는 데 꽤 요긴하게 썼다. 마시고 나면 심리적으로 안정 되는 효과는 덤이다.
병으로 된 쌍화탕도 챙겨가면 좋음.
아 그리구 휴족시간도 하나 사가서 저녁에 붙여드리면 더 좋음. 휴족시간 인터넷 면세점에 파니까 면세품 살 때 끼워서 하나 사라.
(내가 챙긴 비상약 리스트 : 파스/후시딘/소독용알코올/밴드/종합감기약/소화제/지사제/타미플루/쌍화탕/마시는 소화제/비타민)
6. 똑같은 이야기를 열 번 이상 할 각오를 해라.(중요)
일정 미리 설명하고, 얼마나 걸리는지, 지금 어디를 가는지, 이게 뭔지 설명해도 똑같은 질문을 정말 최소 열 번 이상 듣게 된다.
이게 상상 외로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다.
아니 내가 한 말은 다 귓등으로 들었어요? 이런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할 것이다.
하지만 나야 일정 짜고 준비한 사람이니까 머릿속에 다 들어있을지 몰라도 엄마 아빠는 아니라는 걸 꼭 기억해라.
우리 학교 다닐 때도 다음 시간 뭐지? 맨날 물어보지 않았나.
엄마 아빠가 일부러 골탕먹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내 말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나이가 먹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증상이라는 걸 잊지 말고 인내심을 가져라.
짜증내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짜증내고, 그러고나서 돌아서면 남는 건 후회뿐이다. 내가 짜증내고 나서 주눅든 엄마 얼굴 보면 진짜 속상해진다.
아 엄마!!!!! - 난 슈레기야.... 의 무한 루프를 반복하지 말 것.
7. 기타
- 식당을 고를 때는 블로거를 맹신하자. 블로그에서 많이 언급되는 맛집/많이 먹는 메뉴는 적어도 한국인 입맛에 맞는다.
- 예전에 슼에 올라왔던 것 처럼 서약서 미리 써가자.
그러면 엄마 아빠가 조금 화를 돋구기 시작할 때 "어라 엄마 벌금?" 하면서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지적할 수 있다.
- 엄마 아빠가 안 먹는다는 건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 아니다. 엄마 아빠가 만지작 만지작 한다는 건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다.
괜찮다/필요없다는 이야기 믿지말고 음식은 넉넉히 주문하고 기념품도 여유있게 사가자.
- 사람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내 부모님의 경우 저녁에 외식하는 걸 별로 안내켜하셨다.
의사소통은 내 담당이라고 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편함은 부모님도 느낀다.
그래서 저녁 전에 호텔 들어오면 긴장 풀리고 피곤하니 그냥 편하게 있고 싶어하셔서 못 나감.....아니 밤은 이제 시작인데요ㅠㅠㅠㅠㅠㅠ
꼭 먹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가급적 점심에 먹거나 숙소 들어오기 전에 먹고 들어가자.
- 맡기는 짐을 최소화 하자. 왠만한 건 다 내가 챙기고 지갑/티슈/핸드폰 정도만 넣은 가방 하나만 들고 다니게 하자.
- 큰 사고는 대부분 마지막에 발생한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아빠는 여행 내내 잘 들고 다니던 가방을 마지막 날 체크아웃하면서 호텔에 두고 오셨고 엄마도 막판에 큰 사고를....
내 정신은 절대 한국오는 비행기 탈 때까지 놓지말자.
- 부모님이랑 함께 가는 여행은 절대 내 여행이 아니다. 나는 사진사 겸 가이드 겸 인솔자 겸 총무 겸 짐꾼 겸 통역사 겸 기타 등등...일 뿐ㅠㅠ
즐기겠다는 마음을 일찌감치 내려놓자... 이 여행에서 우리의 임무? 엄마아빠 카톡 프사 남겨주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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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준비하면서 엄마아빠 짐 싸고 일일히 체크하는 내 모습에 초등학교 때 내 가방 챙겨주던 엄마 모습이 오버랩되더라.
이제 두 분 다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싶어서 조금 맘이 아프기도 했고, 첫 해외여행 가서 엄청 업된 엄마 아빠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힘들긴 진짜 오지라게 힘들었는데 그래도 다녀오길 잘 했다 싶어.
부모님이랑 여행가는 덬들, 가서 화낼 거 한 번 만 더 참고 짜증낼 거 한 번 더 삭히고 사진 많이 찍고 좋은 시간 보내고 와라.
+)댓글에도 꿀팁 많으니까 정독하면 좋을 듯! 다들 힘들겠지만 잘다녀오렴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