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 가면,
'희다' 라는 뜻의 단어가
열일곱 개나 있다고 한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온통 흰 것뿐인 세상
그대와 나 사이엔
'사랑한다' 라는 뜻의 단어가
몇 개나 있을까
- 이정하 , 북극으로
빛을 줘, 그림자를 빌려줄게
-김선재, 바람이 우리를
당신이 옆집에 살았으면 좋겠다
종량제 봉투 안에 가득 찬 악몽을 들고
엘레베이터에서 눈인사를 할 수 있도록
- 성동혁, 口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풍경을 견딜 수 있었을까
- 도종환, 풍경
사랑해. 그것만은 나의 잘못이었지.
- 조혜은, 장마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 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 이해인,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
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 성동혁, 1226456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 신철규, 눈물의 중력
너에게 달려가는 것보다
때로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것도
너를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겠다
- 이정하, 길의 노래
너무 애쓰지 마
우리는 잊혀 질 테니
- 이규리, 여름 신림동
당신의 목소리는 참 이상하다
당신의 목소리는 자꾸만 나를 머뭇거리게 하지
- 황병승, 눈보라 속을 날아서
불빛이란 게 이렇게 요란한 줄 몰랐네. 축제 같다. 근데, 남의 축제. 내 축제일리가 없어.
- 은희경, 대용품
그러니까 지금처럼 으음 앞으로 뭐든 열심히 안 해야지. 아 잠만 열심히 자야지 열심히 안 해 아무것도. 지금까지 열심히 한 적도 없지만 앞으로도 안 한다. 안 해 절대 안 해.
- 박솔뫼, 안 해
그냥 지금 자살해야겠다.
너무 괴롭다. 진짜 너무 많이 괴롭고 왜이렇게, 괴로우려고 사는 거면 그냥 살기 싫다. 사랑도 필요 없고 그냥 자살하면 되겠다. 돈 같은 것도 벌기 싫고, 음식도 먹기 싫다.
그냥 너가 죽지 말래서 사는 거다.
- 김승일, 1월의 책
만나는 사람들 모두
상처받았다 받았다 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내가 상처를 사탕처럼 나눠주었나봐요
- 이규리, 의자
공기 중에 칼이 너무 많아 숨 쉬기가 힘들다
- 박성준, 잘 모르는 사이
"아무도 스무살이 이토록 무의미하다는 걸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 진은영, 아름답게 시작되는 시
아이한테 물었다
이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대답 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 나태주, 꽃그늘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합니다
나는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 한용운, 행복
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황인찬, 유독
맑은 하늘이 서서히
잿빛 구름으로 멍드는 걸 보니
그는 마음이 울적해진다고 했다.
하늘은 흐리다가도 개면 그만이건만
온통 너로 멍든 내 하늘은
울적하단 말로 표현이 되려나.
- 서덕준, 멍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가지 못했다.
- 나희덕,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당신 생각을 많이 해요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그리고 그 사이의 시간과
그 바로 앞, 바로 뒤 시간에도
- 다니엘 글라타우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네가 나의 눈을
태양이라고 불러준 이후로
나는 그늘에서 나왔지
- 이제니, 블랭크 하치
정말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다면
식물을 대하듯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알았지
하루 종일 화분만 들여다보고 어루만지는 게 아니라
내 할 일도 해가면서 물 주는 것만 잊지 말고
그랬어야 했는데 나는 아주 화분을 업고 다니려고 했었어
너무 좋았거든
-트위터.
그래도 나는 아직 그대 꽃병 속에 박힌 봄꽃이에요
봄이 가도 나는 안 가요
갈 데가 어디 있겠어요?
그대가 가지 않는데
- 강정, 나는, 그대를
헤어지는 방법을 모르는 소년을 찾고있어.
사랑하려고.
- 황혜경, 소년을 만드는 방법적 소녀
당신을 만나 안고 안기는 것이
꽃이고 향기일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지금 그리로 가고 싶어요
- 김용택, 거기 가고 싶어요
"서울에 연애하러 가냐?"
"연애도 할 거 아냐."
"하겠지."
"좋겠다."
"너도 하든가."
"너 없어서 안 할 거다."
걸음을 멈췄다.
- 김이설, 비밀들
내가 먼저 빠졌다.
만만하게 봤는데 목숨보다 깊었다.
- 전윤호, 물귀신
가, 라고 한 글자만 말하면 나는 갈 거야. 갈까?
-짐승의 끝
안녕 일요일에 나타난 사람
파란 하늘 아래 서 있는 아름다운 사람
- 솔롱고, 빨래
"당신 냄새가 마치..."
"알아요, 생선같죠."
"아니요... 인어 같아요."
- 티핑 더 벨벳, 바닷가 굴 식당에서 매일 굴을 따며 일하는 주인공 낸이 그녀의 첫사랑인 배우 키티와 처음 만났을때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