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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엠팍펌] 우두머리 숫사자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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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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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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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남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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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그 중에서도 ‘말라말라(Mala Mala)’라는 지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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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크루거국립공원 왼쪽에 있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다.

말라말라 보호구에는 샌드리버(Sand River)라는 긴 강이 흐른다.

샌드리버는 불펜의 사자팬들에게는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그 강 상류에 스플릿록(Split Rock)이라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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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바위산 위해 묘하게 갈라진 큰 바위가 있어 붙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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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플릿록을 중심으로 말라말라에 꽤 넓은 영토를 가진 사자왕 형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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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이름은 스카(Scar)와 타이슨(Tyson).

스카는 코 왼쪽에 깊은 상처가 있어 붙은 이름이다.

타이슨은 워낙 타고난 싸움꾼이라 붙은 이름이다.

그렇다고 스카가 싸움을 못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둘 모두 무시무시한 전사들이다.

그들은 열 살로 아직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건장한 형제는 스플릿록 컬리션(Split Rock Coalition)이라 불린다.


그들은 3년 전, 치열한 싸움 끝에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말라말라 북부를 제패했다.

그 후로는 영토를 순찰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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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록 형제의 왕국에는 당연히 여왕도 있다.

그녀 이름은 세라(Shera).

그녀는 자매들과 함께 왕국의 안살림을 도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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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프라이드는 대식구다.

이 근방에서 가장 큰 프라이드다.

세라를 포함해 6마리의 암사자와 2마리의 아성체 수사자들이 있다.

이 거대한 프라이드의 이름은 찰랄라 프라이드(Tsalala Prid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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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랄라 프라이드에는 아기사자도 3마리 있다. 딸 둘, 아들 하나.

아기들의 아버지는 물론 스카와 타이슨이다.

세라는 아이들을 낳아준 대가로 이 강력한 컬리션의 보호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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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외아들이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강력한 아비들을 둔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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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안전할 뿐이다.

야생에서 절대적인 안전 같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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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랄라 프라이드 근처에는 라일라라는 암표범이 살고 있다.

그녀는 매우 능숙한 사냥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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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의 활동범위는 스플릿록 컬리션의 영토에 통째로 포함된다.

그녀는 언제나 사자들 때문에 고통 받아왔다.

그래서 늘 아기 사자들을 노린다.

아기 사자를 죽이는 것은 복수일뿐더러 자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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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의 사랑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두 마리 수표범도 있다.

쿠발라와 드리프터.

쿠발라는 이 근처에 터를 잡은 지 3년차인 베테랑이다.

드리프터는 최근 들어 모습을 나타낸 도전자다.

라일라뿐 아니라, 이 수표범들의 활동범위도 스플릿록 형제의 영토와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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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수컷은 영토와 사랑을 두고 수시로 충돌한다.

그러나 사자들에게 세 표범의 복잡한 삼각관계 따위는 알 바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 표범들은 자식들을 위해 경계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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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표범보다 훨씬 경계해야 할 적들이 있다.

사자의 영원한 앙숙 하이에나들이다.

섀도우는 그 일대의 하이에나 여왕이다.

그녀는 하이에나 무리를 이끌며 호시탐탐 사자들의 허점을 노린다.


하지만 하이에나마저 스플릿록 수사자들의 진정한 적수는 아니다.

모든 수사자들이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수사자의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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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남아프리카의 모든 동물들에게 가장 힘든 때가 왔다.

본격적으로 건기가 시작되는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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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말라간다.

초식동물들은 풀과 물을 찾아 떠난다.

따라서 포식자인 사자들은 굶는 날이 많아진다.

이런 힘겨운 때,

스플릿록 형제와 찰랄라 자매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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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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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갈기는 확연히 짧다.

아직 아성체 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애송이들인 것이다.

이 젊은 침입자 형제는 세 살 정도 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영토와 암컷을 찾아 헤매며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일단 배부터 채워야 한다.

그들도 굶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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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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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 한 마리가 고개를 땅에 처박고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먹이의 흔적을 찾는 건지, 암컷의 흔적을 찾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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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득 그가 깜짝 놀라 고개를 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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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형제가 치사하게 혼자 뭘 처먹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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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가 사냥한 것도 아니다.

표범이나 하이에나가 먹다 흘린 찌꺼기를 운 좋게 주웠음이 분명하다.

애초에 덩어리가 너무 작아 나눠먹기도 뭐하긴 하다.

형제에게 들킨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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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가 없다.

콩 한쪽도 나눠먹으라 했거늘 뭐 저런 게 다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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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형제에게 다가간다.

나도 좀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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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쉽지 않다.

형제의 기척을 느낀 욕심꾸러기가 눈치를 살피며 더욱 가열차게 먹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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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싸움이 벌어지고 만다.

남이 먹다 남긴 찌꺼기를 놓고 형제끼리 싸우다니 수사자 체면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배가 고프다.

그만큼 그들은 지금 고달픈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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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는 무심하게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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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기는 찰랄라 사자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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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수컷도 축 늘어져 지치고 굶주린 기색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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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의 부담감은 커져만 간다.

빨리 무슨 수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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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녀의 눈에 물을 찾아 이동하던 버팔로 무리가 들어온다.

저 많은 것들 중 한 마리만 잡아도 온 식구가 배불리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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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가 자매들을 이끌고 버팔로 무리를 따라나선다.

이보다 좋은 기회는 당분간 없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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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미행을 눈치챈 버팔로들도 경계의 눈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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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와 자매들은 은밀히 숨어서 적당한 사냥감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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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버팔로 경계병이 좀처럼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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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순식간에 버팔로 무리가 떠나가기 시작한다.

그날의 사냥은 시도조차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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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암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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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록으로 돌아온 그녀들은 한동안 더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의 아버지인 스플릿록 형제는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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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라고 마냥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스카가 배고픔을 억누르고 연신 사자후를 토해낸다.

혹시 모를 불청객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타이슨도 영토 어딘가에서 순찰 중일 것이다.

수사자들이 게으르다는 것은 편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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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기통 엔진에 비견되는 사자의 포효는 무려 8km 밖까지 전달된다.

왕국의 초입을 서성이던 이 불청객 형제도 스카의 사자후를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

이제 그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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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라는 자식들 보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이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툭하면 사라진다.

세라가 그들을 찾아내 한 마리를 물고 프라이드로 돌아온다.

그러면 나머지 두 마리는 알아서 열심히 쫓아온다.

얼핏 평화로운 일상 같지만 여전히 굶주린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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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난 어느 날 밤,

세라가 무리를 이끌고 사냥에 나선다.

원래 사자들의 전공은 밤사냥이다.

며칠 전 낮에 실패했던 세라가 전공을 살리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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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이번에도 버팔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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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사자들은 성체 수컷 버팔로 한 마리를 고립시키고 포위하기 시작한다.

어른 수소는 대단히 힘든 상대다.

찰랄라 프라이드의 암사자 6마리가 모두 덤벼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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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은 이야기가 다르다.

아성체 수사자들은 물론 스카와 타이슨까지 총동원된 것이다.

그만큼 사자들에게도 명운이 달린 사냥이다.

세라가 수소의 등에 올라타자 스카와 타이슨이 뒷다리를 물고 늘어진다.

나머지 암사자들은 주위를 맴돌며 숨통을 끊을 기회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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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수소는 몇 차례 세라를 떨궈냈지만 이제 너무 지쳤다.

입가에 그의 피를 잔뜩 묻힌 세라가 다시 그의 등에 올라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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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수소가 무너져내렸다.

사자들이 쓰러진 그에게 달려든다.

이는 수소에게는 큰 비극이지만,

사자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다.

그들은 오늘 모처럼 포식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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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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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랄라 프라이드 사자들이 만찬을 즐기고 있다.

또다시 사냥에 성공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카와 타이슨 형제가 보이지 않는다.

영토를 순찰 중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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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침입자 형제가 나타났다.

그들은 어느새 왕국에 잠입해 있었다.

그야말로 불청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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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가 이빨을 드러내며 불청객들에게 맞서보지만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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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세라를 제압한 침입자 형제는

찰랄라 프라이드의 식사에 무턱대고 끼어들어 허겁지겁 먹어댄다.

어지간히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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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짜증까지 낸다.

찰랄라 사자들 때문에 자기네 몫이 줄어든다고 여긴 모양이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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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깜짝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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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왕, 스카와 타이슨이 분노의 함성을 토해내며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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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들의 출현에 몹시 화가 났는지,

타이슨은 입가에 게거품까지 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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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형제는 왕들의 등장이 놀랍고도 두려워 어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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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이 속도를 올려 달려오기 시작한다.

젊은 불청객들은 빨리 결정해야 한다.

싸울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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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들은 현명한 선택을 했다.

쏜살같이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아직 왕들의 적수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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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불청객들은 다시 정처없는 방랑을 해야 한다.

입가에는 조금 전 만찬의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다.

언제나 또 배불리 먹을 수 있을까?

하지만 괜찮다.

그들은 아직 젊디젊다.

그들의 삶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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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은 물러갔지만 왕들의 큰 분노는 아직 다 풀리지 않았다.

감히 내 땅을 침범하다니!

스카는 성난 사자후를 토해내며 여기저기에 오줌을 갈긴다.

영역 표시를 확실히 해두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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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슨도 여기저기 둘러보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오늘도 두 용감한 형제는 왕국을 지켜냈다.

그들이 버티는 한 스플릿록 왕국은 언제나 난공불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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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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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또 사냥에 성공한 암사자들이 만찬을 즐기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로운 만찬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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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암사자들이 갑자기 식사를 중단하고 허둥지둥 달아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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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스카가 나타나 암사자들을 난폭하게 쫓아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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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가 항의하려 들자 스카는 거칠게 그녀를 메다꽂는다.

스카와 타이슨 형제는 언제나 여왕을 존중해왔다.

스카가 이토록 그녀에게 난폭하게 군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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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를 쓰러트린 스카는 매정하게 돌아선다.

억울함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납작 엎드려 있는 세라.

그녀에게 타이슨이 다가가 뭔가 호소하듯 으르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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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기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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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녀에게서 돌아서는 타이슨의 입가에 피가 묻어 있다.

그것은 과연 누구의 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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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자신의 피다.

각혈을 한 것이다.

그는 얼마 전 결핵에 걸렸다.

결핵에 걸린 버팔로 고기를 잘못 먹은 듯하다.

침입자 형제를 물리치기도 전의 일이다.

그는 이미 오랫동안 앓고 있다.

상태는 점점 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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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걱정스런 눈으로 남편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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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에 다가가는 스플릿록 형제.

스카가 암사자들을 내쫓은 것은 자기 배가 고파서가 아니었다.

병에 걸린 형제의 끼니를 마련해주고픈 것이었다.

원기를 회복하려면 일단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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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형제는 먹이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엎드려 있을 뿐이다.

타이슨에게는 이제 식욕도 없고 먹이를 뜯을 힘도 없으며,

스카에게는 그런 형제를 곁에 두고 혼자 배를 채울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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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있을 힘도 없는 타이슨은 어느새 누웠다.

스카는 여전히 우두커니 엎드려 있다.

두 형제는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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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슨의 병세와 상관없이 세월은 또 무심하게 흐른다.

그리고 드디어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ㄸㄷ ㄸㄷ ㄸㄷ

드디어 지루한 건기가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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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침이 밝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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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린 비에 나뭇잎들이 촉촉이 젖어 있다.

빗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두 생명력의 결정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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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이 푸르름을 되찾자 영양들도 돌아오고 버팔로들의 수도 늘었다.

표범은 짝짓기에 열광하며 생명력을 과시하고 코끼리들은 한가로운 물놀이를 즐긴다.

말라말라는 완전히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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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자 무리에게는 우환이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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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의 자매 하나가 꼬리에 끔찍한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녀의 꼬리가 위태롭게 덜렁거린다.

조만간 끊어질 것이다.

꼬리를 잃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균형감각을 상실해서 사냥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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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사냥꾼의 상실은 무리에게도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과연 이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사냥에 나설 수 있을까.


그녀들은 어젯밤 식사 도중 섀도우의 하이에나 무리에게 급습을 당했다.

그녀의 부상은 패전의 흔적이다.

찰랄라 암사자들은 쓰라린 추억을 떠안고 쓸쓸하게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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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다.

어느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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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팔로 사냥에 성공한 암사자들이 포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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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만찬은 스카와 함께이기에 한결 안전하다.

스카는 막내아들과 함께 먹고 있다.

그런데 타이슨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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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슨은 근처에 홀로 힘없이 누워 있다.

이제 그에게는 뭘 먹을 기운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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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타이슨이 누운 채로 눈을 부릅뜨고 크게 울부짖기 시작한다.

그의 포효는 이제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그는 무엇이 그토록 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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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는 묵묵히 남편의 절규를 듣고 있다.

그녀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남편이 이대로 떠난다면,

곁에 있는 이 아이의 운명은 어찌 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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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다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의 샌드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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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썩 마른 수사자 한 마리가 강물을 들이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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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그는 타이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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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마시고 돌아서는 타이슨의 몸이 끔찍할 정도로 말랐다.

집요한 병마가 이 강인한 수사자를 마침내 굴복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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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그는 몇 걸음 떼지 못하고 조심스레 주저앉는다.

이제 걸을 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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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초점을 잃은 채 가냘픈 숨을 내쉬는 타이슨.

언제 마지막 숨결이 될지 알 수 없다.

그의 충직한 형제 스카는 어디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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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는 홀로 영토를 순찰 중이다.

혼자서라도 왕국을 수호하는 것이 왕의 직무다.

타이슨도 그의 형제가 왕의 직무에 충실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서글퍼 보이는 것은 감상적인 작성자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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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타이슨은 최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앙상한 몰골로 가쁜 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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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밭에 얼굴을 파묻은 채 추억에 잠기는 타이슨.

그에게는 좋은 추억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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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영토를 자유롭게 누볐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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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위엄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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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나는 적을 뒤쫓아 실컷 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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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동안, 그와 스카는 진정한 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부질없다.

다 옛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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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 어린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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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의 운명은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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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슨은 언제나 스카와 함께였다.

그들 형제는 태어난 후 언제나 함께 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죽음과 삶으로 나뉘게 되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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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슨은 마침내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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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슨의 갈기가 바람에 나부낀다.

그것이 그가 이 세상에서 보여준 마지막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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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가 울부짖는다.

하지만 그의 포효를 듣고 늘 달려오던 형제가 이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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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사자후를 멈추지 않는다.

죽은 형제를 위해 한바탕 곡이라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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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포효를 마친 스카의 눈이 촉촉하게 빛난다.

이제 그는 혼자만의 힘으로 왕국을, 아내들을, 자식들을 지켜야 한다.

그 어느때보다 막중한 짐을 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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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는 홀로 스플릿록에 올라 넓은 영토를 내려다본다.

이제 강력한 형제는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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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앞으로의 운명은 전에 없이 가혹할 것이다.

과연 그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

또 언제까지 그것이 가능할까?



- 끝 -



몇 가지 이야기.

1.  이번 이야기는 "predators in peril"이라는 다큐를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FYJH7AzG0Q&t=2094s



2. 사자 다큐의 정체성에 관해서

사자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의 다큐 중에 '다큐 무비'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제가 지난 설에 올렸던 "어느 암사자 이야기"의 원본인 "the last lions"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다큐 무비는 실화를 기반으로 하되,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여러 장면들을 다른 데서 빌려와 대입하여 사용합니다.

the last lions의 경우,

암사자 마티타가 남편과 자식들을 차례로 잃은 후,

다른 암사자들과 연합해서 새 프라이드를 만들고 하나 남은 자식을 키우는 기본 골격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남편의 죽음을 목격하는 장면, 은빛 눈 암사자가 마티타의 아들을 지켜주는 장면 등은

다른 영상들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이번 predators in peril의 경우, 

비교적 순수한 다큐물로 보입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다큐 무비는 다름아닌 마포호 형제들을 다룬 

"brothers in blood : the lions of sabi sands"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너무도 많은 사자들이 마포호 형제의 대역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오늘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저 장면은 분명 predators in peril의 스카의 모습인데, 

brothers in blood에서는 뻔뻔하게도 킨키테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3. 작업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전에는 수십 장의 사진을 합쳐 다섯 장의 큰 사진으로 만들어 올렸었는데,

그렇게 하니 너무 많은 분들이 무단으로 그것들을 이 사이트 저 사이트에 올리셨더군요.

"어느 암사자 이야기"의 경우,

보배드림, 클리앙, 오유, 일베 등에 마구잡이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처를 밝힌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http://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1902120027870707&select=&query=&user=&site=&reply=&source=&sig=hgjTGg-16h9RKfX@h-j9Gf-gkhlq


제가 옹졸하다면 옹졸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남이 고생해서 올린 글을 출처도 밝히지 않고 함부로 옮긴다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굳이 제 허락까지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야 할 이유도 없구요.

그러나 제 이름까진 안 밝히더라도, 엠팍에서 퍼온 글이라는 정도는 밝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정말 최소한 그냥 펌글이란 것 정도는 알려야겠지요.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는 수십 장의 사진을 링크로 걸어서 올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서 고생 좀 했습니다.

다행히 두 분께서 그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이 글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4. 스카는 어떻게 되었는가?

스카는 약 1년 후에 다른 두 마리의 젊은 컬리션에 의해 쫓겨납니다.

그리고 몇년 간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사라졌습니다. 아마 죽었겠죠.

스카를 쫓아낸 컬리션은 롤러코스터라는 컬리션인데,

이 이야기 속의 저 젊은 두 사자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롤러코스터 컬리션의 전성기는 길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두 마리의 컬리션의 압박에 시달리며 전전긍긍하게 되죠.

그들은 바로 무시무시한 동마포호 컬리션,

킨키테일과 미스터티였습니다.


5. 꼬리를 다친 암사자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녀는 꼬리의 환부가 썩어가자 스스로 꼬리를 통째로 잘라 버립니다.

그리고 한동안 사냥도 하지 못하고 죽을 고생을 하죠.

그러나 그녀는 그 시련을 극복합니다.

그리고 엄청난 전설을 만듭니다.

샌드리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암사자로 남게 되죠.


J1xZI4u.jpg



6. 꼬맹이 수사자는 어떻게 되었는가?

A0V4WPW.jpg

이 녀석은


wmi3ShY.jpg

이렇게 늠름하게 자라납니다.

그리고 아비들은 상상도 못했을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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