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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씨네21에서 한동안 고현정 인터뷰 코너가 있었음
그때 조인성이랑 YG방문해서 진행했던 타블로 인터뷰 (2012년 초)
타블로가 힘든 사건 겪고 솔로앨범 <열꽃>으로 컴백한 이후임
글은 김혜리 기자!
고현정의 '쪽' - 눈물 없인 못 듣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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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_안녕하세요. (정중한 목례) 정말 뵙고 싶었어요.
타블로_(마주 정중한 목례) 저도 뵙고 싶었습니다.
고현정_전부터 타블로씨를 만나보라는 권유는 받았고 에픽하이 음반도 꼬박꼬박 들어왔지만 힙합이 제가 즐겨 듣는 장르는 아니다보니 이런 코너를 진행한다고 부러 만나는 인상을 줄까봐 망설였어요. 제가 타블로씨 음악에 좀더 감흥을 받고 방아쇠가 당겨질 때 만나야 좋지 않을까 했어요. 근데 우연히도 그 계기를 오늘 여기 온 조인성씨가 마련해줬어요. 어느 날 영화 얘기를 포함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어떻게 좋은 일만 있겠니, 나쁜 일도 있는 거지” 하고 있는데 인성이가 “누나, 그런데 요즘 제가 이 노래로 살아요” 하면서 들려준 음악이 ≪열꽃≫이었어요. 1번 트랙 <집>부터 흘러나오는데, 처음엔 대화에 집중하고 있던 제가 점점 (곁눈질 시늉) “야아, 이거 장난 아니다. 왜 이래 이 노래?” 하면서 급기야는 전곡을 초집중해서 두번인가 세번 연달아 들었어요. 그리고 인성씨에게 물은 거죠.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분을 만날 수 있냐고.
조인성_그래서 제가 이튿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타블로 형님에게 연락을 넣었어요. 원래 임무를 받으면 바로바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좌중 웃음)
고현정_너무 내 스타일이야. 그래서 매번 결혼하자고 하는 거예요!
조인성_(짐짓 정색) 쉬운 여자는 안 좋아해서요. 얼마 전에도 누님 동생분 결혼식에 갔는데 “예식장도 빌렸겠다, 부모님도 와 계시겠다, 우리도 지금 바로 올라가서 결혼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진작 말씀하시지, 저희 부모님도 오셔야 하는데 지금 연락드리면 연말이라 차가 막혀 늦으실 거예요”라고 난색을 표했어요. 그래도 제가 장남인데 집안의 첫 경사를 부모님 없이 치를 순 없잖아요. (모두 폭소) 타블로 형과는 원래 문자 몇번 오가고 군복무 중 공연에서 만나 잠시 인사드린 게 전부였는데요. 인터뷰라면 공적인 일이잖아요?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건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이라 전화 거는데 무지 떨렸어요. 날 이상하게 보면 어쩌나, 원래 이런 놈처럼 느껴지면 어쩌나,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이런 모습 또한 나니까 하면서 걸었어요. (웃음) 일단 현재 인터뷰할 컨디션인지 아니면 앨범 홍보가 끝나 공연만 하는지부터 여쭤보았죠. 전 본인의 상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흔쾌히 “예, 해요”라고 대답해주셨어요.
타블로_전화 받은 제가 훨씬 떨렸을걸요? 앨범이 나온 직후 조인성씨 스타일리스트가 혜정(아내 강혜정 배우)이 일도 함께하는 분이라 전달해드렸는데, 노래 좋다는 문자 주셔서 혜정이한테도 자랑했어요. 이번 앨범은 방송도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와 순위 프로그램 한번씩만 했어요. 방송 활동에 대한 근본적 입장이 바뀐 건 아니고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공포증이 공존해서 느리게 걷는 중이에요. 언젠가 다시 여기저기서 활짝 웃으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뜨거워요. 딱히 인터뷰를 하느냐 마느냐보다 두 배우를 제가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제가 이 음악을 만들지 않았다면 없었을 기회니까요.
고현정_얼마나 좋아요. 사람에 따라 미심쩍게 받아들일 수도 있잖아요. 일부러 누가 이런 구성으로 자리를 기획했다면 잘 안됐을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행복해야겠다고 생각하면 행복할 이유가 만 가지고 불행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또 만 가지인 거예요. 오늘 전 무엇보다 ≪열꽃≫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듣는 사람은 그냥 전체적으로 좋다고 할 수도 있지만 뮤지션 본인은 멜로디라든가 악기 구사라든가 관련해 이런 상태로 들어주면 좋겠다 싶은 바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타블로_개인적인 내용과 감정이 담겨 있어서 ≪열꽃≫을 제 인생 한 시기를 담고 있는 자서전으로 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만약 가사 중에 “나만 섬인가봐” 혹은 “사는 건 누구에게나 화살세례지만 나만 왜 마음에 달라붙은 과녁이 클까” 같은 대목이 공감되신다면 듣는 분의 노래이길 바라요. 힘들거나 아플 때, 어느 영화나 책의 문구가 자기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것 같아 위로를 얻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렇게 마음의 실어증에 걸린 분들이 위로를 얻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왠지 그런 분들의 마음을 저만큼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도 흔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감히 들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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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_(코를 팽 풀고) 에픽하이는 가사집을 읽다보면 “그래 맞아” 하고 끄덕이다가 음악으로 들으면 갑자기 발칙해져요. “장난 아닌데? 좀 까졌구먼?” 하는 느낌? 그런데 ≪열꽃≫은 거의 무슨 심수봉 선생님 트로트를 들었을 때처럼 후욱 건드려줘서 속이 후련한 게 있어요. <Airbag>도 그렇고 누가 들어도 강혜정씨한테 하는 이야기인 <밑바닥에서>도 그렇고. 눈물 없인 듣지 못하는 앨범을 만들었다는 거 아세요?
타블로_아! 실은 제가 <여자라서 웃어요>라고 심수봉 선생님의 트로트를 한번 쓴 적이 있는데 그렇게 표현하시니 재미있네요. 사실 끝곡 <유통기한>의 가사는 대중문화 일을 하시는 분들, 특히 배우나 가수들에게 선물해드리고 싶기도 했어요. 제가 어려서 꿈이 영화감독이었고 지금도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드라마를 보든 영화를 보든 연기 자체를 되게 즐기거든요. 스토리에 빨려들어간다기보다 그걸 연기하는 사람들에게 매료되는 쪽이에요. 연기 잘하는 분들을 보면 그렇게 신기하고 즐거울 수가 없죠. 고현정씨도 그런 분이고요. 제가 <무한도전>을 좋아하는데 그 프로그램에 배우가 게스트로 나오는 예가 꽤 있잖아요? 다들 즐겁게 열심히 하고 가시지만 전 팬으로서 <무한도전>이 게스트 없이 멤버끼리 가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한데 조인성씨는 예외였어요. 심지어 영화배우인데도 무도 멤버들과 어울려 있는 모습이 게스트 없는 회보다 더 즐겁고 좋은 느낌이라 저분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발이 좁은 편이라 제쪽에서 먼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거든요.
고현정_발 치수가 몇 밀리미터인데요? (본인이 물어보려고 했다며 아쉬워하는 조인성) 저는 언제부터 타블로씨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을까요?
타블로_<모래시계>부터요. 방영 당시에도 봤지만 지난해 힘든 일을 겪으며 집에 계속 있는 동안 전편을 다시 봤어요. 오히려 지금 만들어졌다면 편성이 힘들었을 것 같은 작품이었어요. 영화에서도 다루기 힘든 이야기이고 연기 자체도 요즘 작품들에 비해 뭔가 농도가 짙다고 할까.
조인성_전 <모래시계>를 현정 누나와 <봄날>을 찍은 뒤에 일본에 머무는 동안 봤어요. 바깥에 나가지도 않고 1회부터 끝까지 통으로 봤죠. 그때 제가 스물다섯에서 여섯으로 넘어가는 시기였으니 <모래시계> 속 누나와 비슷한 또래였어요. 현재의 누나와 저를 비교한다면 누나가 훨씬 위인 건 당연하지만 과거의 제 나이 무렵 누나랑 연기를 비교할 때는 비슷하게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게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보면서 “상대가 안되겠구나” 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할 수도 있겠다가 아니라, 안되겠다 싶어 무릎이 훅 꺾이는 거죠.
고현정_막상 그땐 한참 연애하느라 작품에 완전히 집중도 못했는데. (웃음)
조인성_누나의 그 말씀을 듣고 아, 뭔가 의도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노리면 엇나가는구나. 군대에서도 경험이 있었지만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잘해줘야지 하는 순간에 내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제가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더라고요. 생각을 덜어내고 툭툭 움직였을 때 훨씬 피드백도 리액션도 좋다는 걸 알았어요.
나한테 집중하고,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사랑하고
고현정_음반을 만들고 곡을 쓸 때도 이번 앨범은 이런 느낌으로 채우고 싶다고 작심하면 더 잘 안되지 않나요? 스스로 그득 차서 넘칠 때가 아니라, 명분이나 계기가 채 무르익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은 이렇게 가자는 욕심이 앞설 때 말이에요.
타블로_예전에는 정말 슬픈 노래를 만들어서 다 울려야지, 이 곡은 정말 신나게 해봐야지 하는 각오를 갖고 작업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열꽃≫은 전혀 그런 욕심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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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_앨범을 듣고 ‘이건 정말 아름다운 음반이야. 의도한 게 하나도 없어. 다 사실이잖아?’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곡 하나에도 기승전결, 클라이맥스가 있고 앨범 역시도 그러해요. 세련된 거죠. 또 하나. 저는 ≪열꽃≫의 가사집을 책 형태로 다시 펴내도 좋을 거라는 상상을 했어요. 앨범 아트워크도 타셈 싱 감독(<더 셀>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 들면서 좋았고요.
타블로_아, 정말 그런 생각도 있긴 해요. 앨범 나온 뒤 “너의 가사들을 묶어 작은 책으로 갖고 있으면 들고 다니다가 힘들 때 펼쳐 볼 수 있고 좋겠다”라는 식의 말을 주변 사람들이 자주 해서 상상만 해봤는데 용기가 안 나요. “네가 뭐 대단한 걸 썼다고 또 책을 내?”라는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계속 들려서. (웃음) 말씀 들으니 좀더 힘이 나네요.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해야죠. 여러분, 원하시면 제 트위터로 멘션 날려주십시오. (웃음)
고현정_아무래도 에픽하이보다는 타블로의 이름으로 나온 이 앨범이 제 나이나 감성과는 맞는 것 같아요. 에픽하이 음악도 좋은 가사를 담았지만 ≪열꽃≫은 들으면서 가사를 필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타블로_의도가 없어서 더 그랬을지도 몰라요. 이번 앨범은 영화로 치면 액션이랑 컷을 외쳐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데드라인도 없고, 꼭 만들어야 되는 작품이 아니고, 어쩌면 영영 음악 안 해도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제 음악을 기다리는 분도 있었겠지만 전 거기에 별로 귀기울이고 있지 않았고. 굳이 누가 이 음악을 필요로 할까라는 의문조차 가질 필요가 없으니 작업하다 스스로 어느 순간 컷하면 끝이었거든요.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음악 만들긴 힘들겠지만, 허공에 붕 떠서 작업해보니 장점도 있었어요. 내게 걸린 기대의 내용을 모르니까 그저 생활하듯 음악을 하게 되더라고요.
고현정_의도가 없었지만 듣는 이들이 타블로씨 본인의 이야기로만 읽을지 모른다는 점이 혹시 부담스러운가요?
타블로_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시기 사람들이 제게 바란 음악은 뭔가 분노가 강한 음악이었던 거 같아요. 굉장히 억울하고 화나 있는, 그런 내용을 원했던 것 같은데 제가 느낀 감정이 막상 그게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신경 쓰지 않았고 역으로 그런 기대에 맞는 음반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것 역시 누군가에게 맞춰주는 거니까.
고현정_나한테 집중하고,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사랑하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치를 정확히 알고 주변을 잘 정리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것들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어쩌다보니 한 직업을 갖고 나이 먹고 “대충 리서치해보니 지금쯤 이런 걸 해야 하나보다” 어림잡아 맞춰가고 그러면 결국 다 무너져요. 그거야말로 자만이고 내가 멋대로 기대치를 추정해버린 대중에게도 실례예요. 그분들에게 일일이 물어본 적 없잖아요? (웃음) 인성씨한테도 가끔 말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지금 자기 상태예요. 글쓰는 사람은 글로, 음악 만드는 사람은 음악으로 현재 상태를 스스로 노출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있어야 수용자들도 서서히 걸러지면서 나중에 든든한 보루가 되는 것 같아요. 일일이 상대의 기준에 맞춰 흔들리다보면 나는 나대로 소모돼 만신창이가 되고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그래, 얘는 원래 하라는 대로 하는 애니까”라고 의식해요. 포지션이 괴상하게 역전되는 거죠.
조인성_정확해요. 제가 <권법>(박광현 감독의 신작)의 촬영이 늦춰지는 상황이 무척 아쉬운 이유도 똑같아요. 내가 필요한 타이밍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작품을 딱 붙들었는데 바로 못 가고 있으니까 그 상황에서 다른 작품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직접 작업하는 입장이 아닌 주변이나 회사에서는 이해 못하고 조바심을 내죠. “이것도 괜찮잖아?” 하면서. 적당히 하면 “괜찮긴” 해도 구경거리 이상은 안될 그림이, 직접 하는 사람의 눈에는 뻔히 보이는데 표현이 잘 안되는 게 괴로워요. 음악인이 부러운 점은 누나 말씀대로 현재 상태를 스스로 폭로하는 작업이 바로 가능하다는 거예요. 배우는 일단 뭔가 만들어져 있어야 하고 그중에 골라야 하니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조건이 갑갑한 경우가 많거든요.
타블로_혜정이와 비슷한 대화를 하는데 거꾸로 저는 배우의 수동성이 부럽기도 해요. 전 작업할 때 망망우주에 떠 있는 기분이거든요. 일을 하려면 제가 다 만들어야 하니까요. 특히 이번 앨범은 소속사도 없는 상황이었고 1, 2년간 거의 무직 상태였죠. 누가 가이드라인 아니면 ‘시나리오’ 같은 밑그림을 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죠. 배우인 혜정인 저를 부러워하고요.
고현정_그러니까 다들 결핍은 좀 있는 게 좋아. 어떤 사람이든 꽉 채워지면, 그만 살아도 되죠. (좌중 웃음) 이따금 TV에 나온 신인배우, 신인가수를 보면 굉장히 안정적인 친구들이 있어요. 안전하고 딱히 흠잡을 데도 없는데, 궁금하지도 않거든요. 반면 불안정함이 확 느껴지는데 아 저 사람은 연예인이, 스타가 될 수 있겠다 싶은 경우가 있죠. 안정적인 유형이라면 차라리 탄성이 나올 만큼 치밀하게, 고상하게 가는 쪽이 맞는 것 같아요. 이도저도 아니면 기획회의의 결과물 수준을 결코 넘지 못하는 예가 많다고 봐요.
(글) 김혜리 vermeer@cine21.com
고현정의 '쪽' - “저의 자아 역시 일부는 대중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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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_사람들이 내게 분노를 기대했지만 막상 나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는 타블로씨 말이 감동이네요. 감히 제 사연과 얽으려는 건 아니지만 저도 <무릎팍 도사> 나가서 과거 이야기를 할 때 모나게 굴지 않았던 건 그 모습이 좋아 보일 것 같아서가 아니라 진짜 제 상태가 그래서였거든요. 그런 성격의 DNA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요. 하지만 진정으로 관심 없는 사람들은 본인이 겪은 일이 아니니 알 길이 없는 거죠. 시련이라 불리는 어떤 경험도 어설프게 빗맞으면 망가질 수 있지만 제대로 정타로 잘 맞으면 그게 뭐든 인간 자체는 점프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웬만한 이야기는 다 들어줄 수 있고 심정도 잘 알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나쁠 게 없는 거죠.
타블로_공감해요. 힘든 일 겪고 음악이 좋아졌다는 ≪열꽃≫에 대한 세평 때문은 아니고요. 음악을 발표하기 전 완성하고 먼저 듣는데 저의 현재 상태를 여한없이 잘 담았다고 느낀 것만으로도 만족했어요. 좋은 평가는 보너스고요.
조인성_어쨌든 사회구조가 승패싸움으로 되어 있고 결과물로 평가받는 게 현실인데 그럼에도 성패 여부가 두 번째 내지 세 번째로 밀리는 순간이 확실히 있어요. 그중 자신감은 방금 형이 말씀하신 것 같은 경험을 통해 생기는 것 같고요. 일하다보면 과정이 아름다울 때가 있고 결과가 중요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된 연예인은 본인 의사와 별개로 기획된 (캐스팅) 조합에 들어가야 한다고 통보받고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땐 결과라도 좋아야겠죠. 그런데 결과마저 나빠서 위안이 아무것도 안될 때의 허탈함과 쓸쓸함은 어디 가서 충전할 수도 없어요. 배터리를 꽂을 데가 없다니까요? (웃음)
고현정_게다가 배우들은 뮤지션처럼 작품을 대리로 내보낼 수가 없잖아요. 그 자리에 내가 직접 가야 해요. 그런데 스타 시스템은 안에 있는 사람에게 두려움과 불안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어요. 바깥 소식을 직접 듣기 힘들고, 듣더라도 “기사는 이렇게 나왔지만 이러저러한 속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야”라는 귓속말도 있고요. 때로 그건 날 조종하기 쉬운 인간으로 만들어놓으려는 시도이기도 하고, 본인도 그게 익숙해지면 자기가 그런 인간인 줄 알아요. 때문에 연애건 작품이건 완전히 발가벗겨져서 제대로 통과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어려서 유명세를 얻은 경우, 보통 사람들 다 하는 인터넷뱅킹, 택배부치기, 투표 이런 것도 안 해봐서 뒤늦게 배우려면 초라해질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그때라도 하면 돼요. 연기하고 노래하고 다른 데에서 그만한 일을 했던 사람이라면 미뤄뒀을 뿐이지 충분히 다 할 수 있거든요. 유난과 유별은 내가 아니라 작품이 떨면 되는 거예요.
타블로_저는 두분과 다르게 스타 시스템 밖에서 활동하다가 인지도를 얻은 경우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굳이 소속사가 아니더라도 대중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 수도 있고 때로는 본인의 사고방식 때문에 자신을 가둬둘 수도 있는 곳이 연예계가 아닌가 싶어요. 지금 저는 저의 자아 역시 일부는 대중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렵게 배운 거죠.
고현정_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한국형 유명인들에게 맞는 해소법이 있어요. 지금 우리 몸은 여기 있고 어제까지 살아온 나를 지우긴 어렵잖아요? 그리고 왜 지워요, 아깝게. 그거 이루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웃음) 몸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가만히 둔 채 (정수리에 손을 올려 휘리릭 움직이며) 정신으로 이곳저곳을 돌며 시원하게 풀고 오는 거예요. 머리까지 갇혀 있으면 불건강해지거든요. “자… 오늘은 이태원에 가볼까? 그 집 옆에 뭐가 있더라? 그래 그게 맛있었지. 일본 여행을 가볼까? 가만… 민박도 좋겠다” 하면서 적어보기도 하고 지인에게 물어도 보고. 그래도 몸은 가만있는 것이니 전 요주의 인물이 아닌 거예요. (웃음) 머릿속 지도로 언제든 세계일주까지 가능해요. 자꾸 그러다보면 진짜 가고 싶은 마음이 차오르고 남들이 보기에도 “저 정도는 해도 돼” 할 즈음에 실제로 가게도 되죠. 하루 24시간, 한달 30일로 정해진 세상의 시간 단위를 내 나름의 길이로 만드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남들이 볼 땐 석달 동안 매여 있었지만 내 시계로는 “일주일쯤 힘들었던가?” 하게 되는 거죠. (이때 커피와 간식을 양손 가득 든 강혜정이 살며시 들어온다. 모두 반색하며 환영.)
타블로_어려서부터 혼자 생활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힘든 일이 있어도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서 그 사람들까지 침체시키는 걸 원치 않아요. 그리고 우리가 타인을 만나는 까닭은 즐거움과 따뜻함을 찾으려고 하는 건데, 하소연으로 써버리기엔 시간이 아까워서요.
고현정_남자가 너무 하소연을 많이 해도 좀 그렇죠.
조인성_(표정)
고현정_인성이는 나한테 그래도 되지. 우린 결혼할 사이니까. (좌중 폭소) 좋은 말이네요. 남한테 토로는 안 하고 나중에 그냥 토해버리는 거야. 그게 나아요. 변깃물 내려버리면 되니까.
타블로_언젠가 길에서 완전히 정신나간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뭐에 대한 불만인지는 모르겠지만 “니가 나한테 그랬어? 날 알아?”라며 온 사방에 욕하고 있었죠. 분명 억울한 사연이 있나보다 짐작했지만 동시에 저래서 달라지는 건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상태가 되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는 거죠.
강혜정_예전에는 그러기도 했어요. 결혼하기 전엔 밤새 술 마시고 해 뜬 뒤에 마주친 학생들 학교에 바래다주기도 하고. (좌중 웃음)
타블로_마주치는 사람 모두랑 대화를 했죠. 뭐랄까,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이었어요. (웃음) 지금은 혜정이가 말려서 안 하는 게 아니고 제가 변한 거죠.
“썩는 건 꼭 나쁜 게 아니라 안쓰러운 것”
조인성_그러고 보니 에픽하이 앨범 중에 ≪혼(魂)≫이라는 제목도 있었잖아요?
타블로_영혼, 지형도 그런 단어들을 썼는데 당시에는 진심으로 진지하게 만들었지만 돌아보면 겉멋도 컸던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 의도가 앞서다보니 제목도 어딘지 화려하고 머리를 써서 만든 듯한 느낌이 있었죠. 반면 ≪열꽃≫은 생각해서 나온 게 아니라 아이가 아파 응급실에 갔다가 들은 단어예요. 다른 단어로 이 노래들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기에 제 앞에 불쑥 나타난 단어를 받아들인 셈이죠. 이런 이야기는 과거 음악을 좋아했던 분들에게 미안한 말씀일 수도 있지만….
고현정_예전 팬들에게 왜 미안해요. 내가 에픽하이 팬이라면 좋을 거예요. 정말 팬이라면 그 무렵 나이와 마음을 알 것이고 팬들도 더불어 나이를 먹었으니까 오히려 과거를 자꾸 포장하면 설득력이 없을 거예요.
조인성_형님은 지금 과거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인정하면서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현정 누님이 훨씬 잘 알겠지만 처음 사랑받고 인기를 얻을 때에는 팬들이 지역별 지부가 생길 정도로 많아요. 그러다 한 13년 활동하다보면 수가 점점 줄면서 정말 이해하고 인정하는 팬들만 남아요. 겉멋 또한 젊었을 때 보여드리고 그분들은 즐기다가 같이 성숙하는 거예요. 치기어렸던 부분까지 인정하면서 사랑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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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_타블로씨의 2012년을 맞는 기분은 어땠어요?
타블로_원래는 새해 오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한살 더 먹는 거잖아요. 그런데 2011년 마지막 날은 뭔가 후련한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 가족에게 쉽지 않은 한해였으니까. 새해 카운트다운 불꽃놀이를 식구들과 함께 보는데 “저 불꽃처럼 신나고 즐겁게 살자”가 전부였던 예전과는 다른 감흥이 있었어요. 아이가 태어나니 세상의 병소나 썩은 데가 더 보이지 않냐고 묻는 분도 계신데 그렇지 않아도 그런 부분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결혼을 하고 아기가 태어났다는 편이 맞는 설명이에요. 특별히 아기 때문이라기보다 아이의 존재 때문에 그런 문제에 더 집중하는 거죠.
고현정_사실 썩은 걸 발견한다는 건 기쁜 이야기예요. 한때는 걔가 신선한 적이 있단 말이니까요. 플라스틱은 썩지도 않잖아요? 그러니 썩는 건 꼭 나쁜 게 아니라 안쓰러운 거죠.
타블로_썩은 것은 안 썩을 수도 있다는 희망과, 다시 깨끗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눈에 보이는 거죠. 어떤 사람에겐 썩은 상태가 정상처럼 보일 수도 있거든요.
고현정_썩은 애를 포기하지 않고 팍 더 썩게 하면 그 애도 덜 고통스럽고 다른 생명을 키우는 퇴비가 될 수도 있잖아요. 썩은 형태를 잘 들여다보며 신선했던 과거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면 내겐 아름다운 존재도 될 수 있죠. 반대로 지금 당장은 아름답게 연출해놓은 것이라도- 예컨대 그게 사람이라면- “말도 안돼. 꾸민 게 저 정도면 집에 가면 어떻게 될 거야?” 끔찍할 때도 있고요.
타블로_꼭 그런 생각으로 쓴 건 아닌데 ≪열꽃≫ 중 <출처>라는 곡에 “아름다움이 추악함에서 왔다면 아름다움인지”라는 가사가 있었네요.
강혜정_우리의 편리함이 다른 사람의 고통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곡.
고현정_그러니 당연해 보이는 것들에 대해 계속 묻는 게 중요해요. 진짜 그런가? 아, 정말? 왜? 갑자기 그럴 때 있잖아요. 길 가다가 ‘마포XX’라는 간판을 봤는데 갑자기 인식이 포커스 아웃되면서 우리가 다 아는 그 동네가 생각나지 않고 “마포가 뭐지?” 멍해지는 거죠. 반면 이런 경험도 있어요. 내가 지금 살짝이라도 긴장을 놓아버리면 좌중이 엉망이 될 게 보이는 상황.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준비해놓았어도 내가 순간 휘리릭 엇나가면 무너지는 거죠. 시상식 같은 자리에서 그런 걸 느껴요.
조인성_지나치게 엄숙할 때 그렇게 저질러버리고 싶은 충동이 심해지죠. (웃음)
타블로_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저도 흔들어놓은 적이 몇번 있었던 것 같은데요? (웃음)
고현정_해버릴까? 아냐, 하지 마. 해도 돼, 너가 먼저 시작하면 이 자리가 재미있어질 수 있어. 속으로 온갖 생각이 지나가죠. 지난 연말 TV연기대상 시상식에는 대상 시상자로 나갔는데 정말 오래 기다려서 올라가 한석규 선배에게 상을 드렸어요. 근데 시상하신 사장님은 금세 나가버리시더라고요. 늦은 시각까지 머리하고 메이크업하고 높은 힐 신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준비 대비 용역이 너무 없는 거예요. 아까워서 그냥 혼자 안 나가고 사회자 옆에 한참 서 있다 내려왔어요. (좌중 폭소)
그들의 교집합, 그리고 터놓고 하는 이야기들
고현정_앨범이 나온 뒤 반응은 어떤가요?
타블로_대중적 반응은 회사에 물어보면 충분히 브리핑을 받을 수 있는데 그렇게까지 알아보고 싶지가 않아요. 지금 저는 빨리 다음 작업을 생각하는 일이 우선이니까요.
강혜정_거기에 대해선 제가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는데, (타블로가 만류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속삭인다) 내가 살려주는 거야.
조인성_(부러운 한숨) 나는 누가 살려주지? 아, 결혼하고 싶다.
강혜정_“난 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나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심이 많지만 내 음악을 사람들이 얼마나 샀는지는 회사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했어요.
고현정_어머, 사는 사람들 굉장히 중요해요. (좌중 폭소) 단편영화에 출연했었다고요? 영화 작업을 해볼 생각은 없나요? 연기나 연출이나.
타블로_어렸을 때 조감독을 하면서 경험해봤는데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작업이 제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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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_감독을 하면 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감독 말을 듣게 돼 있어요. (웃음)
타블로_한두명까진 몰라도 저는 남들이 제 말을 듣는 상태를 무지 어려워하거든요. 좋은 관객이 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여럿이서 영화를 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즐거움을 얻어오는 편이거든요. 웃음도 감동도. 똑같은 돈 내고 덜 즐기는 친구들이 안타까울 때도 있어요. 최근에는 <머니볼> 보러 가자고 사람들을 몰고 갔어요. 영화 끝나고 치하 받을 줄 알았는데 저랑 혜정이를 빼고는 다들 불평하는 거예요.
고현정_그 요령을 책으로 써서 남들한테도 알려줘요. 타블로씨, 조인성씨, 제게 궁금한 건 없으세요? 재혼 계획이라든지.
타블로_(머뭇거리다) 재혼하실 거예요?
고현정_해도 될까요? 어떤 남자를 조심해야 할까요?
강혜정_음, 맨 정신에 만나면 심심한데 술 먹을 때는 통하는 게 많은 남자? (일동 감탄)
타블로_이런, 난 술 마시면서 토 많이 하는 남자로 들었어요. (폭소) 하지만 술 마시면 토 많이 하는 남자 역시 조심해야 될 것 같습니다.
강혜정_예전에 타블로씨도 술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안 마신 상태에서도 둘이 재미있게 노니까 할 일이 많아지더라고요.
타블로_그런데 오늘 이 자리는 진짜 술만 없다 뿐이지, 하하….
조인성_전 누나랑 정색하고 이야기하자면 할 말이 없어요. 누나에겐 특별한 기운이 있고 전 그 기운이 좋은 기운이라고 생각해 지금껏 뵙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만날 거니까요.
고현정_그러니까 이게 프러포즈잖아?
조인성_저렇게 오해를 하니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던 건데. (좌중 폭소) 그리고 저는 강혜정씨와 <권법>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고현정_전 이런 말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우리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까불고 움직이고 방정떠는 폭이 넓어져야 보는 대중도 즐거우시잖아요. 안전한 귀감만 좋은 건 아니란 거죠. 엔터테인먼트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축시키고 이것저것 제어하고, 행동반경을 너무 작게 잡아놓으면 얻을 수 있는 재미가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삶이 고될수록 저희라는 도구를 잘 활용해주셨으면 해요. 활동반경을 넓혀주시면 더 많이 까불고 여러 ‘짓거리’들을 더 많이 할 수 있어요. 그래주신다면 ‘노는 것’이 직업인 저희들은 즐거움을 드리는 데에 있어서 게으르지 않을 거란 생각을 타블로씨 ≪열꽃≫ 앨범을 들으면서 했어요. 시련을 겪어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들 하지만 전화위복의 당사자는 정말 힘들거든요. (웃음) 그런 지독한 경험 없이도 뛰어놀게 해주시면 촉이 다 있는 애들이니까 여러분께 해되지 않는 활동을 보여드릴 거예요.
강혜정_보여드릴 스펙트럼이 넓으니까 하나의 선만 강요하지 말라는 말씀이시죠?
타블로_다행히도 외부로부터 그런 요구가 있을수록 더 벗어나는 사람들도 나와요. 양면성이 있는 거죠. 어떻게 보면 특별해지기가 더 쉬운 환경인지도 몰라요.
고현정의 선물
to . 타블로
“그때 네가 그린 그림을 찍은 폴라로이드, 아직도 갖고 있어.”
몇해 전 강혜정은 고현정 집에 놀러가 CD를 뒤적여 DJ 역할을 하고 한쪽 벽에 내키는 대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의 멋졌던 선곡도, 독특하기 짝이 없는 그림도, 고현정에겐 사랑스런 추억이다. 강혜정과 타블로의 결혼 당시 기회를 놓쳤던 고현정의 지각 축혼 선물은 그새 태어난 두 사람의 딸 하루양 차지로 돌아갔다. 노란 종이꽃 장식 아래 드러난 선물은 어른용 의자를 시침 뚝 떼고 줄여놓은 디자인의 의자. 어리광이라곤 한 알갱이도 찾아볼 수 없는 스타일이, 조숙한 숙녀에게 딱 어울릴 법하다. 후속 취재 결과 당사자의 반응은 흡족한 듯. “의자 위에 배우 포스로 앉아 있습니다. 하하하. 원래 있던 아기 소파는 당장 치우라고 해서 치웠습니다.” 아빠 타블로의 전언이다. 당장 치우라는 명령의 주체가 꼬마 아가씨인지 그녀의 어머니인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사진) 손홍주 lightson@cine21.com
(글) 김혜리 vermeer@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