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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상깊었던 GQ 이예지 에디터의 인터뷰들 (남주혁, 김세정, 수현, 설현, 서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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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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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최근에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연예인 인터뷰들이 다 GQ의 이예지 에디터 작업이더라구

더쿠에서도 반응 좋았던 것들 많고 해서 모아봤는데 전문은 너무 길어서 일부만 띄엄띄엄 가져왔어

링크 첨부해놨으니 전문 읽는거 추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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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지지 않고 살고 싶어요”>


좋아하는 선수 있어요? 저는 그냥 잘하는 선수가 좋아요. 메시, 호날두 같은 선수들. 멋있잖아요.


너무 잘하기만 하면 매력 없지 않아요? 근데, 잘하는 선수도 알고 보면 사연이 있어요. 우린 완성된 모습만 보잖아요. 개인사를 찾아보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다 사연이 있더라고요. 그런 게 재미있어요.


예전에 배우 지수와 찍은 <꽃미남 브로맨스>에서 고향인 부산에 갔을 때, 산꼭대기를 가리키면서 저 빌라에 살았다고 했죠. 그 시절은 어땠어요? 거긴 아빠랑 같이 살던 집, 부산 좌천동이에요. 그 집엔 화장실이 없고, 문도 여닫이문이었어요. 아빠랑 일곱 살 때부터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살았는데, 그때 생각하면, 뭐 했지…. 늘 혼자 있었어요.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나가서 동네 친구들이랑 비비탄 총 싸움하고. 그 후로는 영도로 이사를 갔죠.


어머니와는 쭉 떨어져 지낸 건가요? 엄마를 보고 싶어도 연락처를 찾을 방법이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친구가 밑에 누가 저를 찾아왔다고 전해준 거예요. 전 엄마일까 생각하고, 엄마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떠올려봤어요. 머리가 짧은지, 통통한지…. 엄청 떨면서 내려갔는데, 이모가 찾아오셨더라고요. 그래도 이모 덕에 엄마와 만날 수 있었어요. 그때 엄마 연락처를 받고, 휴대전화가 없으니까 메일로 편지를 주고받았죠.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수원에서 엄마와 살게 됐어요. 그때 다짐했죠. 정말 잘해드려야겠다고.


<역도요정 김복주>의 준형이 어머니를 만나는 신에서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 알 것 같네요. 찍기 전에 어머니 역을 하신 윤유선 선배님 얼굴을 보지 않았어요. 보면 눈물 날 것 같아서. 리허설 때 뵌 순간부터는 눈물이 막…. 그때 찍었어야 하는데, 하하.


부산 여행 마지막에, 해운대 고층 아파트를 보면서 저런 집 하나 갖는 게 꿈이라는 얘기를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꿈이 소박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절대요! 지금도 불가능해요. 부산 살 땐 광안대교 보이는 집에 사는 게 로망이었어요. 좌천동, 영도랑 달리 해운대는 화려하고, 빌딩도 많고…. 하지만 이젠 그런 데 살고 싶지 않아요. 조그만 집이어도 돼요.


행복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나요? 자라면서 그렇게 됐어요. 어릴 때는 그렇게 ‘난 커서 잘될 거야, 무조건 잘살 거야’라고 다짐했는데, 이젠 그냥 마음이 편하면 돼요. 돈은 먹고살 만큼만 있으면 되고.


지난해엔 모교에 어려운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기부했죠. 어릴 적 생각하다가 그러고 싶어졌어요. 나도 학교에서 지원 받았으니까 이젠 나도 해야겠다. 저도 모델을 하고 싶었지만 학원에 다니지 못했고, 운 좋게 장학금을 받아서 될 수 있었거든요. 그때는 꿈을 꿀 시기잖아요. 다른 이유로 꺾이지 않았으면 해요.


배우로서 사회 진출을 빨리 했지만, 십 대부터 지금 남주혁의 나이까진 특히 그럴 시기죠.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받아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청춘이잖아요. 불완전하고 금방 지치지만 또 금방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시기요. 하지만 대학에 가려면 등록금이 필요한 것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꿈을 접게 될 수도 있어요. 뭐 하다가 안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시작은 해봐야 하잖아요? 누구든 하고 싶은 걸 시작만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한 거예요. 앞으론 더 많이 도와주고 싶으니까 저도 더 열심히 해야죠.


운동선수를 하다가 부상으로 진로를 바꿀 땐 무슨 생각했어요? 운동을 그만둘 때 생각했어요. 공부는 도저히 못 따라잡겠다. 근데 난 커서 잘 살아야 해. 뭘 해야 하지? 주변에서 장난처럼 모델 하라고 말했던 걸 기억했고, 진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고등학교 입학해서 자기 소개할 때 “저는 남주혁이고 제 꿈은 모델이 되는 겁니다”라고 할 때, 다들 엄청 웃었어요. 그때 웃은 애들 얼굴 아직도 기억나요. 하하하. 하지만 저는 그때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어릴 적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긍정적인 믿음만 갖고 살아왔다는 게 좀 흥미롭게 들리네요. 저도 비관적인 생각 많이 했어요. 난 왜 저렇게 평범하게 살지 못하나,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게 너무 화가 나서, 이렇게 사는 게 화가 나서. 난 커서 이렇게 살지 않을 거야, 라는 마음뿐이었어요. 거기엔 난 될 거라는 믿음이 필요했고. 난 할 수 있어, 무조건 할 수 있어. 그렇게 믿다 보니 정말 긍정적인 사람이 됐어요.


남주혁은 역전에 소질이 있나요? 누군가를 제치는 데는 소질 없지만, 스스로에게는 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어요. 더 괜찮게 살고,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계속 그렇게 지지 않고 살고 싶어요.


http://bitly.kr/R5l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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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 세정의 진심>


김세정의 욕심과 승부욕은 어디서 나와요? 무엇보다 지기 싫었던 건 돈이었어요. 정말 가난했을 때, 돈한테 지는 순간이 너무 쪽팔린 거예요. 그러다보니 내가 돈보다 가치 있어지는 수밖에 없겠구나, 느꼈죠. 그러려면 전부 다 잘해야 했어요.


어머니에게 한 ‘꽃길만 걷자’는 말이 희대의 유행어가 됐죠. 그 시절엔 어떻게 자신을 지켰어요? 어두운 시절이었지만 그 상황을 꽃처럼 보려고 노력하면서 컸죠. 엄마는 제게 언제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라고 했고, 전 늘 그 말을 지키려 했어요.


자신에게 부끄러운 건 어떤 거예요? 타협하는 것.


이름 같은 사람이네요. 세상 세에 바를 정. 전 제 이름 정말 좋아해요. 이 이름을 따라 살게 된 것 같아서.


아까 생일 케이크 초 불기 전에, 뭔가를 빌었잖아요. 어떤 소원이었어요? 그만 힘들게 해주세요.


어떤 게 제일 힘든가요? 기준을 내려놓고 자신을 마주하는 것.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해서 사람들이 1등처럼 보이던 나를 좋아해준 줄 알았어요. 1등이 아니어도 괜찮은 나를 인정하면, 발전을 안 할 것 같은 느낌인 거예요.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못 예뻐하고…. 날 어느 정도까지 예뻐해 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예쁘다, 예쁘다 해줘야죠. 얼마나 예쁘고 잘해요. 정말요? 하하. 그렇게 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지금은 좀 내려놨나요? 조금은요. 얼마 전 아침에 눈을 떴는데 갑자기 해방촌에 있는 책방에 가보고 싶은 거예요. 무작정 갔어요. 살면서 한 번도 그런 델 놀러 가본 적이 없는데. 혼자 처음 보는 골목을 걷다가 예쁜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쓰는데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그간 강박에 갇혀 있었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하루를 갑갑하고 무섭게만 살 필요는 없어, 라고.


김세정에게 철이 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아재라는 별명도 있죠. 어린 나이에 비해 상당히 조숙한, 세상 다 살아본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신기했어요. 전 늘 뭔가를 배우려고 하니까, 지금 나이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이상을 넘보려는 건 있어요. 그럴 때면 아까 말한 신을 떠올려요. 이러면 모순이 있을 텐데, 하면서. 그런데 결국 보면, 전 애에요. 남들은 다 저를 애어른이라고, 아저씨 같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항상 제가 무너지는 건 딱 스물셋에 겪을 법한, 스물셋이 힘들어할 만한 일이더라고요. 내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내 진짜 친구는 누굴까? 그럴 때 나 진짜 어리구나 싶죠.


그렇게 어린 김세정을 판단하고 있는 어른스러운 김세정도 있는 거고요. 그렇네요? 하하하.


http://bitly.kr/Sfx9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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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개척자 수현>


과거 인터뷰에서 ‘마블의 신데렐라’라는 표현에 대해 “마블에 합류한 아시아인에게 붙여준 수식어”라고 쿨하게 말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운이 좋았던 건 사실이죠. 하지만 신데렐라라기엔 한국에서부터 열심히 연기했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랍니다. 하하하.


신데렐라보단 개척자라는 말이 어울리겠죠. 부끄럽지만, 한국 배우로서 처음인 것들이 있긴 하죠.


수현은 키가 크고, 영어가 유창하고, 교포로 오해도 받죠. 한국에선 소위 ‘차도녀’ 역할을 주로 해왔고요. 연기하는 입장에선 짐이 될 때도 있었나요? 제가 풀어야 할 숙제예요. 한 감독님은 “수현 씨는 카페에서 알바할 얼굴이 아니잖아”라고 하신 적도 있어요. 한국에선 여자 주인공을 맡을 수 있는 수수하고 귀여운 얼굴이라는 게 따로 있다는 건가? 한국에선 여자 배우를 센 캐릭터와 귀여운 캐릭터로 이분하는 경향이 있고, 들어오는 역할에 한계가 있었어요.


그런 수현의 가능성을 할리우드에서 먼저 알아본 거네요. 도전할 계기를 만들어준 거죠. 할리우드에선 제 배경이나 성장 환경에 관심 없어요. 한국이란 나라에서 온 신인일 뿐이니까. 키는 거기서도 큰 편이지만, 신경 쓰일 일은 없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고생했지만 자유로웠어요. 한국에서 굳어진 편견을 부수면서 새로운 날 발견했죠.


기존의 것을 버리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나요? 아녜요, 재미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거든요. 힘든 건 한계 짓는 시선이었어요. “거기서 하면 얼마나 더 할 수 있겠어?” 같은 말들. 이젠 의연하게 넘겨요. 네 편의 영화와 드라마 두 시즌을 찍었고, 카자흐스탄과 런던을 오가며 말을 타고 뛰어다녔고, 점점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지금 할리우드는 영화 안팎으로 여성 운동이 뜨겁게 일어나는 곳이잖아요. 거기서 일하는 건 어떤가요? 현장에서 일할 때 젠더 의식이 확실하다고 느껴요. 인종 문제에 대해선 더 열려야 하지만,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그려내는 문제에선 한국보다 고민이 앞서 있어요. 전 여자로서 다른 여자들에게 힘이 되는 존재를 연기할 때 행복한데, 그런 건 만족스럽죠.


여자로서 다른 여자들에게 힘이 되어줄 때가 있나요? 대단치는 않지만 일상적으로요. 어떤 여성에게 성차별적 농담을 하면, “뭐라고? 다시 말해봐. 진심이야?”라고 바로 짚어요. 여자들을 지키려는 마음이 되게 강한데, 여대를 나온 게 큰 것 같아요. 백팩 메고 여성학 특강도 열심히 찾아들었죠.


수현에게 힘이 되어준 여성이 있었다면요? 어릴 때 아무리 졸려도 꼭 CNN 일본계 여성 앵커인 카루나 신쇼의 뉴스를 봤어요. 그때부터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대학 시절 영자 신문 기자도 했고, 방송 기자 인턴도 했어요.


이야기를 하는 배우가 됐으니 그 꿈은 이뤄진 셈이네요. 맞아요. 이젠 제 목소리를 잃지 말아야죠.


수현은 뭘 믿나요?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겨라.” 로마서의 한 구절인데 신념처럼 여겨요. 선하다는 건 착하다는 게 아녜요. ‘바르다’는 것에 가까울 거예요. 선한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해요.


http://bitly.kr/x9Jh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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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현의 결심>


수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끊임없이 의식해야 하는 건 힘든 일이죠? 오늘은 내 얼굴, 내 몸이 어떻게 보이는지 덜 의식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너무 편했어요. 왜 진작 이런 화보를 안 찍어봤을까 싶을 정도로. 불특정 다수 앞에 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중의 시선은 직업인으로서 제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남들이 “넌 이런 건 별로야”, “이게 예뻐” 하고 판단하는 걸 제가 자꾸 따라가게 되는 것만큼은 경계해요. 싫은 게 있다면, 깨려고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내 모습이 싫은 거죠.


대중에게 설현을 각인시킨 건 늘씬한 뒷모습으로 손짓하는 등신대 광고였어요. 이 광고가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설현은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매혹적인 아이콘이 됐죠. 그걸 깨고 싶은 마음도 있었나요? 처음엔 사람들이 절 알아준 계기라 마냥 신기하고 신났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계속 같은 모습만 원하시는 거예요. 너무너무 같은 것만요. 한동안 딜레마였어요. 왜 계속 크롭티만 입으라고 하지? 다른 것도 해보고 싶은데…. 물론 그것도 제 모습이지만, 저한텐 다른 모습도 많거든요.


어쨌거나, 남들이 생각하는 자기 이미지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맞아요. 제가 바꾸려 해도, 대중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모습이니까. 그 고정된 이미지라는 게, 내 가치관을 잊어버리게 한다고 할까요? 그게 나인 것 같아요. 대중이 판단하는 모습이 진짜 저 같거든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전에 남들이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판단해주니까 스스로의 생각을 놓치면, 그 방향대로 흘러가게 되는 거예요. 그걸 알고 있다 해도, 다르게 가기란 어렵고요.


그 속에서 자기만의 치열한 싸움이 있었겠네요. 그랬죠. 작년까지 저는 되게 갇혀 있었어요. 깨려고 해도 깰 수 없는 벽이 내 앞에 있는 것 같았고, 스스로가 되게 실패한 것처럼, 별로인 사람처럼 느껴졌죠. 하지만 한계에 부딪혔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도 ‘나 여기까지인가’ 하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나 더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에 가까웠죠. 그러다 어느 순간 딱,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내가 뭘 무서워하고 있지? 아직 스물넷밖에 안 됐는데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지?’


그 두려움을 어떻게 떨칠 수 있었어요? 괜찮다, 실패해도. 그렇게 생각하면서부터요. 생각해보면 그래요. 여태까지 쌓아온 게 다 무너질까봐 두려워서 안전한 길로만 가니까, 계속 똑같은 것만 나왔던 거예요. 이제는 두려워 하지 않고, 시도하고, 나아가고 싶어요. 스스로를 고정된 틀에 가두어두지 않으려고요.


어디로 갈 진 몰라도, 확실한 한 발을 내딛었군요. 저는 더 탐험하고 싶어요. 설사 대중 분들이 좋아하지 않는 모습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다양한 모습을 탐구하고 보여줘야 하는 게 배우이기도 하고요.


설현도 이제 자기 목소리를 찾고 있는 것 같아요.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뭇매를 맞은 적도 있고, 가십에 오르내린 적도 있지만, 점점 단호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최근 합성사진을 유포하고 음란 메시지를 보낸 악플러를 선처 없이 고소했죠? 저에게는 그런 믿음이 있어요. 나는 어떤 역경이 와도 잘 이겨내왔고 잘 이겨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 힘든 일을 겪는 모습을 보면 되게…, 끌어주고 싶어요. 선처 없이 고소한 것도 ‘이 사람들이 내게 수치심을 줬으니 고소해야지’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런 범법 행위를 저지르면 큰 벌을 받는다는 선례를 보여서, 다른 사람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동료와 후배들을 지키려는 거였군요. 제가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어요. 데뷔 초에는 신체 일부분만 집요하게 확대한 ‘움짤’이라든지, 말할 수 없는 것도 되게 많았어요. 우리, 그리고 지금 활동하는 친구들이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똑같이 겪고 있는 거예요, 지금도. 그들도 그런 일들이 불합리하고 불쾌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바꿔나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는 비록 그런 일을 겪었지만, 앞으로 활동할 친구들을 위해서.


악플 같은 것도 신경 많이 써요? 아뇨. 그분들은 진짜 저를 모르잖아요. 제가 상처받는 건 제가 직접 만난 사람들, 제 모습을 진짜로 본 사람들이에요. 날 아는 사람들이 날 안 좋게 말한다면 상처 받겠죠. 하지만 만난 적 없는 분들의 악플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맞아, 나 그런 것 같아’라고 공감되는 댓글에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책하지만. 내가 판단했을 때 ‘아니, 그거 아닌 것 같아’ 싶으면 상처 안 받아요.


방금 한 말, 단단하게 들려서 좋았어요. 나를 모르는 남들의 말들보다 자기 판단을 믿게 된 것. 맞아요. 나를 알아가니까 점점 그렇게 돼요. 내가 나를 알아가고, 나를 사랑해주는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이젠 남이 보는 내가 아닌 그냥 나 자신을 많이 생각해요. 이를테면, 옷을 입을 때 남들은 이게 예쁘고 저한테 맞는다고 해요. 그런데 나는 다른 게 예뻐요. 그러면 그 판단은 잘 안 바뀌어요.


이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게 됐나요? 조금은. 하지만 다 알게 됐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나는 소심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그렇게 생각하면 그 틀에 갇히더라고요. ‘아니, 소심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닐 수도 있어’라고 하면서, 나 자신을 계속 궁금해하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http://bitly.kr/GQ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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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강준과의 낮고 조용한 대화>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한 사람 같네요. 맞아요. 친구도 몇몇이 전부예요. 사실 제겐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있지만, 그게 이 사람이 내 사람이 되면 좋겠단 생각으로 이어지진 않거든요. 그냥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인 거죠.


그런 서강준과 친구가 된 건 어떤 사람들이에요? 굳이 뭘 하지 않아도 어느새 내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 벽이 높은 건 아니에요. 사람을 싫어해서 문을 닫고 있는 게 아니라 애쓰지 않는 것뿐이니까.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쓱 들어오기도 해요.


외롭지 않아요? 외롭지만 저한텐 당연한 거예요. 사춘기 때는 친구들을 원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때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을 느꼈죠. 함께 있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걸 하게 되고,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해야 하고. 같이 있어도 같을 수 없다는 걸 알았죠. 함께 있는 게 더 외로워서 맨날 울었어요.


이건, 기질적인 외로움 같기도 하네요. 네. 전 가정환경도 평범하고 사랑도 많이 받고 자랐는데, 아주 어릴 때부터 외로움을 갖고 있었어요. 사람들 속에서도 항상 공허했고, 그 공허라는 단어조차 몰랐을 때조차 늘 그랬어요. 독립적으로 커가면서 이젠 그게 저한테 당연하고 편한 게 된 거죠. 전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지금이 좋아요.


어린 시절 날 외롭게 하던 존재들, 타인에 대해 지금은 어떻게 생각해요?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날 사랑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는 말도 이해하게 됐어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내가 싫은 건 남에게도 안 하게 돼요.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니까. 내가 소중한 만큼 너도 아주 소중한 사람이니까.


이런 질문 뻔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네요. 서강준은 왜 사나요? 전 어떤 원동력으로 살지 않아요. 단지 살아지는 거죠.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잖아요. 생각해보면 배우도 제 꿈이지, 삶의 목적은 아니죠. 지금은 연기를 하고, 언젠가는 아빠가 되고,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게 살다가 제 선택으로 조용히 떠나고 싶어요. 그게 전부예요.


좋아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더 듣고 싶어요. 어떤 영화 좋아해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처럼, 우리 삶을 가까이서 적나라하게,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드>도 정말 좋아해요. 진짜 사람 얘기예요. 사람의 깊은 속마음을 볼 수 있는 작품은 잘 없는 것 같아요. 영화 속에 누군가를 위해 총 맞아 죽고, 피 흘리며 지키는 장면은 넘쳐나지만, 거기에서 진짜 말과 마음들은 보이지 않거든요. 전 그저 진실한 걸 좋아해요.


어떤 게 진실하다고 생각해요? 솔직한 것. 솔직하다는 건 단지 마음속 말을 다 내뱉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살면서 선의의 거짓말이나 가식, 의례적 예의도 필요하지만, 전 필요한 선까지만 지키고 다른 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솔직하게 해요. 제 마음이 원하는 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이토록 주관이 뚜렷한 서강준이 흔들리기도 하나요? 끊임없이. 마음이 소란해지면, 그냥 흔들리는 대로 맡겨요. 고층 빌딩이 바람에 흔들려도 무너지진 않잖아요? 바람이 잦아들면 다시 고요해질 테니까요.


그리고 서강준이라면 그걸 티내지 않겠네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타인은 영영 날 모를 수도 있겠다.


인공지능 로봇을 연기한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대사가 떠오르네요. “내가 누구일 것 같습니까? 보이는 대로 믿고, 믿고 싶은 대로 믿으시죠….” “…나는 그냥 나일 뿐이니까.” 저만 아는 저도 있듯 남들이 보는 저도 저겠죠. 어쨌든 저는 저니까요.

http://bitly.kr/ZZl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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