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는 이른바 치매 환자였다.
남편에게 버림 받고, 양육권도 잃은 뒤, 아버지가 고모를 거둬 돌보아주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던 고모였지만,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묘하게 귀여워 해주셨다.
아마 고모의 큰아들이 나와 비슷한 나잇대였기 때문이었겠지.
하지만 병 때문인지 어딘가 조금 이상해서, 주변 사람과 트러블을 빚기도 하고, 나한테도 노성벽력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엉엉 울기도 하고, 엉망진창이었다.
어느날, 고모는 우리 집에서 비스듬하게 앞쪽 집에 살던 I씨와 작은 트러블을 빚었다.
하지만 고모치고는 드물게도, I씨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고모는, [저놈은 어차피 지붕에서 떨어져 죽을 거니까, 괜찮아.] 라고 말했다.
고모는 그렇듯, 망상과 현실의 구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형한테는 [트럭과 트럭 사이에 끼여 죽을거야.] 라고 말했고, 어머니한테는 [머리에 암이 생겨서 죽어.] 라고 말했다.
아버지에게는 [바다에 빠져서 죽는다.] 라고 말했다.
고모한테 [그러는 고모는 어떻게 죽는데?] 하고 묻자, [나는 목을 매서 죽어.] 라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고모는 정말로 목을 매서 자살했다.
그 무렵에는 고모는 거의 정신을 놓아, 목욕도 하지 않아 악취가 심했던데다, 가위나 식칼 같은 걸 들고 돌아다니며 주변 사람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멋대로 남의 집 마당에 구멍을 파서 경찰에 신고가 들어갈 정도였으니, 솔직히 말해 고모가 자살했을 때는 다들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였다.
고모가 죽고 몇개월 지나, 새해가 왔을 무렵, 구급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I씨네 집 앞에 섰다.
황급히 가보니, I씨가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었다.
맞은편 집 할머니가 말하기로는, 손자가 놀러와서 같이 하네츠키1를 하던 도중, 지붕에 하네츠키가 날아가 버렸단다.
그리고 그걸 주우러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갔다가 그만 발이 미끄러진 것이다.
I씨네 집 벽에는 사다리가 세워져 있고, 그 아래에는 피가 고여 있었다.
I씨는 결국, 그 후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그 당시에는 이런 우연도 있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다음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업에 종사하는 외갓집을 찾아갔다가, 친척들이랑 낚싯배를 탔는데, 그만 바다에 떨어져 익사하신 것이었다.
그 뿐 아니라, 몇년 뒤, 어머니가 심한 두통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았는데,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했지만, 종양의 위치가 좋지 않은 곳에 있어 완전히 잘라내지는 못했다.
항암제를 복용하며 크기가 작아지나 했지만, 결국 재발했다.
두번째 수술을 받았지만, 다음에 또 재발할 가능성도 높고, 수술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형은 4년여 전, 회사 주차장에서 트럭 청소를 하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다른 트럭과 사이에 끼여 죽었다.
나도 이제는 우연만은 아니라고 느끼고 있다.
고모는 내게, 불에 타 죽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을 무렵에는, 내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완전한 검증을 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출처: http://vkepitaph.tistory.com/1370?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