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구조가 좀 독특한 편이야.
방 한가운데 침대가 있음. 이건 스님이 침대방향 바꾸라고 조언해주셔서 바꿔서 이렇게 됨.(방향 바꾸기 전에 맨날 가위 눌리고 귀신 봤는데, 그후로 집에서 가위 한번도 안 눌림^^)
방 한가운데 침대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동선이 이상해졌는데,
침대 발치에 컴퓨터용책상이 놓여져 있음.
그리고 당시에 집에 공용컴퓨터가 그거 한대라서.. 컴퓨터 하고 싶으면 내 방 와서 했어야 됐음.
이거 때문에 동생이랑 맨날 싸움 ㅋㅋㅋㅋㅋ 난 자고 싶고, 동생은 컴퓨터 하고 싶고.. 난 푸른빛 나오면 못 잔다고 난리고., 동생은 언니성격 지랄맞다고 난리고 ㅋㅋㅋ
하루는 내가 자고 있는데, 푸른빛이 어스름하게 비춰서 잠에서 깼음.
역시나 동생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더라구.
시계를 보니까 새벽2시였어.
"늦었으니까 그만 하고 자자."
그랬더니,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컴퓨터 앞에 앉은채로 되게 침착한 목소리로 "응. 언니." 이러는 거야.
어이구, 오늘은 왠일로 말을 듣네? 이러구선 나는 다시 잠을 잠.
그리고 다음날, 얘가 엄청 안 일어나더라구. 거의 12시 다 되서 방에서 나오길래,
"언니 잠잘 땐 컴퓨터 하지 말랬지. 그렇게 늦게 자니까 지금 일어나잖아" 하고 잔소리했더니,
동생이 뭔소리냬 -_- 자기 새벽까지 술 마시고 집에 4시 넘어서 들어왔는데 뭔 소리냐고... 자기도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잤다고 ;;;;
생각해보니까, 내가 일찍 자라고 한다고 저렇게 말 잘 들을 동생도 아니었고,
타자 치는 소리도 못 들었고,
무엇보다도 "응. 언니." 이 목소리가 아무런 높낮이 없는 말투였었어.
말 잘 듣는 귀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