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꾸는 악몽 이야기야
사실 악몽이라기엔 뭐가 없긴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니까 꽤 오래 꿔온 스테디 드림이기도 하고 해서.
꿈을 자주 꾸지 않는 편인데 이 꿈들만은 좀 반복해서 꾸는 편이기도 하고 해서 써보려고 해.
다른게 있다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추상적이던 꿈의 이미지들이 점점 구체화되어가고 있다는 점?
1) 흰 방
영화 '큐브' 본 적 있니?
나 처음 그거 봤을때 너무 오싹하고 무서웠던 게, 내 꿈이랑 비슷해서 놀랐어.
내 꿈에서는 어떤 트랩이나 어떠한 장치들도 없이 정말 흰 방이라는 것만 다르고...
방 벽과 천장 바닥의 재절은 차갑지 않은 불투명 유리인것 같아.
동서남북으로 추정되는 방향으로 4방향 문이 있고, 위나 아래로는 갈 수 없어. 방은 약 2.5m정도 높이인 것 같고. 바닥을 내리쳐도 깨지지는 않더라.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가도 같은 형태의 방이 나와. 고등학교 때 쯤, 꿈 속에서 피를 내서 표시를 했던것 같은데,
손가락을 수십 번 물어뜯고 그 상처가 아물때까지 같은 방으로 이어진다는건 느끼지 못했어.
뒤로 돌아가면 내 흔적이 남아있고, 내가 가지 않았던 곳으로 가보면 항상 처음 들어온 것 처럼 깔끔했어.
다음 꿈을 꿨을때는 이전 꿈의 흔적들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건지, 아니면 흔적이 남아있지만 다른 위치인 건지는 알지 못했어.
꿈에서는 물와 음식, 소금 등이 없이 한참을 헤메다가 어느 순간 그냥 끊겨.
어떤 충격도 특이 사항도 없이 그냥.
2) 흰 탑
1번의 흰 방과 비슷해. 그냥 흰 계단이야. 위로던, 아래던 아직 끝을 찾지 못했어.
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원형 탑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구조야.
탑을 실제로 올라가 본 적 있는 덬들이라면 알 수 있는 그 원형 벽에, 중간에 뻥 뚫린 구멍, 그리고 계단 뿐이야. 난간은 없고.
신기한건 저 아래를 쳐다봐도 사진처럼 일정 높이 이상이라면 보이지 않아야하는데, 흰색으로 아주 잘 보여. 하지만 어디가 끝이구나 하는 것은 가늠이 안되더라.
이것도 마찬가지로 피로 마킹을 해봤지만, 위치를 알 수는 없었어.
이건 주로 다 포기하고 낙하를 선택하는 끝이야. 정확하게 중앙에 맞춰서 떨어지는지, 어디에 부딫히지는 않고 계속해서 떨어져. 하지만 어디에 부딪히지는 않아.
3) 머나먼 길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야.
사진은 실제로 가봤던 터키 에페소스의 아르카디안 가도 사진이고... 꿈 속에선 이런 느낌은 아냐.
열주가 늘어선 점, 포장된 도로인 점,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해서 사진을 가져왔어.
도로는 갓 포장된 듯, 돌들의 형태도 명확하고 사이 사이의 풀은 그렇게 많이 자라진 않은 것 같아.
요런 느낌?
다른 꿈과 다른점은 역시 단색으로만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라는 점이겠지. 태양?은 있지만 광원으로서의 역할만 하는것 같고,
바람이나 햇살의 따스함 같은건 느껴지지 않았고 바닥의 이끼나 풀을 잡아 뜯어도 풀 냄새는 없었어.
아직 얼마 되지 않은... 보름 전쯤? 처음으로 꾼 꿈이라 뭔가를 해보지는 못했어.
그냥 길을 따라 쭉 걸어갔을 뿐이고, 길 밖으로 나가려는 시도도 못해봤던 것 같네.
꿈의 주기가 일정치 않고...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반년정도의 텀이 있어서 언제 다시 꾸게 될지는 모르겠어.
도로 오른쪽 멀리 보이는 한 그루 나무가 멋졌던 것만 생생하게 기억나네. 마치 직접 가까이서 보기라도 한 마냥...
내 꿈 이야기는 끝이야. 위 꿈들을 언제 어떤 걸 다시 꾸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꾼다면 역시 세번째였으면 좋겠어
첫번째 두번째는 꾸고 난 뒤에도 찝찝하고.. 지옥이나 연옥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절망적인 수준의 단조로움이었지만,
세 번째 꿈엔 그 나무가 너무도 아름다웠고... 나를 지켜봐주는 느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