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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번역 괴담) 너희 좀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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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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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1월 7일 – 22시 17분 – 뉴욕 시티 – 주점 "팝스 플레이스"


미혼모가 들어왔을 때, 나는 브랜디 술잔을 닦고 있었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1970년 11월 7일. 동부 시간으로 오후 10시 17분.

시간 요원들은 항상 날짜와 시간대를 확인해야 했다. 반드시.


미혼모는 25세의 남성이었는데, 나와 비슷한 키에 어려 보이는 얼굴, 신경질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외모가 싫었다. 한 번도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내가 오늘 고용하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바텐더로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무 적대적으로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동성애자인 것은 아니었다.

그의 별명은 누군가가 말을 걸면 입버릇처럼 말하는 대사에서 따 온 것이다.

"저는 미혼모예요."

기분이 좋을 때면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글을 써서 팔아요. 한 단어에 4센트죠."


기분이 나쁘다면, 한 판 붙을 사람을 찾을 것이다.

그의 싸움 기술은 매우 위협적이었는데, 여경의 무술 같았다.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내가 그를 원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남자는 이미 취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을 평소보다 더 멸시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조용히 올드 언더웨어 더블 샷을 타서 건네고 술병을 올려두었다.

그는 술을 들이키고, 한 잔을 더 탔다.


나는 바를 닦으며 말을 걸었다. "미혼모 이야기는 안 하실 건가요?"


잔을 쥔 그의 손에 세게 힘이 들어갔다. 마치 금방이라도 나한테 던져 버릴 것 같았다.

나는 바 아래쪽에 놓아 둔 각목을 쥐었다.

과거를 수정할 때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비해서, 쓸데없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야 했다.


다행히도 그는 일격을 먹이기 전에 평정심을 되찾았다.

"미안해요." 내가 말했다. "놀리려는 의도는 아니었어요. 괜찮다면 질문을 바꿀게요. 일은 잘 되어가시나요?"


사과에도 불구하고,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잘 돼 가요. 나는 글을 쓰고, 그 사람들이 출판하죠. 밥은 먹고 살아요."

나는 자신에게 한 잔 따르며, 몸을 가깝게 기울였다.

"실은," 내가 말했다. "조금 읽어봤어요. 잘 쓰시던걸요. 여성의 시점인데도 아주 감동적인 글이더군요."


이건 약간의 도박이었다. 그는 내게 필명을 말해준 적이 없었으니까.

다행히도 그는 눈치채지도 못할 만큼 흥분해 있었다.

"여성의 시점!" 그는 코웃음쳤다. "그래요, 난 여성의 시점을 알죠. 충분히요."


"그래요?" 나는 미심쩍게 물었다. "여동생이 있나요?"

"아뇨. 말해 봤자 안 믿을 거예요."

"글쎄요."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바텐더나 상담가들은 때론 진실이 더 거짓같다는 걸 알거든요.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이야기들만 해도 굉장했죠."


"그런 얘기들이랑은 비교도 안 될 걸요!"
"그래요? 날 놀라게 하긴 힘들텐데요. 별의별 것들을 다 듣게 되거든요."
그는 다시 코웃음쳤다. "남은 술 걸래요?"
"한 병 다 걸죠." 나는 새 술을 꺼냈다.

"그럼—" 나는 손짓으로 다른 바텐더를 불러 가게를 부탁했다.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안주 통과 잡동사니로 주위를 가렸다.
반대편의 몇몇은 싸움 구경을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주크박스를 만지작대는 중이었다.
방해받을 염려는 없었다. 우리가 살았던 침대만큼이나 개인적인 공간이 되었다.

"좋아요." 그가 입을 열었다. "음, 나는 후레자식이예요."
"여기선 흔한 일이네요." 내가 말했다.
"내 말은," 그가 쏘아붙였다. "부모님이 결혼을 안 했다구요."

"그래도 흔하군요." 나는 다시금 주장했다. "저도거든요."
"그게 무슨—" 그는 말을 멈추고, 처음으로 내게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정말로요?"
"예. 완벽한 후레자식이죠." 내가 덧붙였다. "우리 가족은 아무도 결혼을 안 했거든요."

"아, 이건 말이죠." 나는 손을 들어 보였다. "결혼 반지처럼 보이잖아요. 여자들 떼어내기에 제격이죠."
그 반지는 내가 1985년에 구입했던 골동품이다. 말로는 기원 전 크레타의 물건이라던가.
"우로보로스…. 자기 꼬리를 먹는 뱀. 모순의 상징, 끝없는 순환이죠."

그는 반지를 흘끗 바라보았다. "정말이라면, 어떤 기분인지 알거예요. 내가 소녀였을 땐—"
"예?" 내가 놀라 말했다. "제대로 들은 거 맞나요?"
"누가 이런 얘길 하겠어요? 내가 소녀였을 땐— 저기요, 크리스틴 요르겐슨이나 로베타 코웰 얘기 들어본 적 있어요?"

"어, 성 전환자들 말이예요? 그럼 당신이 지금—"
"말 끊지 말고 들어요. 아니면 얘기 안 할 거예요. 난 고아였어요.
1945년, 클리블랜드의 고아원에 갓난아기인 채 버려졌죠.
내가 소녀였을 땐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부러웠어요.
그리고 성에 대해 배웠을 때— 믿어 봐요, 고아원에서는 그런 걸 일찍 배우는데—"

"알고 있어요."

"—그러고 난 뒤에는 내 자식은 꼭 양 부모 모두를 갖게 해주겠다고 다짐했죠.
그 다짐 덕분에 나는 '순수'할 수 있었어요. 그걸 위해 싸울 줄도 알아야 했고요.
나이가 들면서 왜 내가 망할 결혼을 못 하고 있는 지 눈치채기 시작했죠.
내가 입양되지 못했던 이유와 같더군요."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말상인 얼굴에 뻐드렁니, 납작 가슴과 뻣뻣한 머리를 지녔던 거죠."

"내 얼굴보다는 괜찮은데요."
"바텐더나 작가가 어떻게 생겼든 누가 신경이나 쓰나요?
하지만 다들 입양아라면 파란 눈과 금발의 멍청이들을 원하죠.
다 큰 남자들은 커다란 가슴에 귀여운 얼굴, 자기를 떠받들어주는 여자를 바라고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 해당 없었죠. 그래서 W.E.N.C.H.E.S 에 가입하기로 했어요."

"에?"
"국제 여성 접대 및 오락 지원 단체의 약자예요. 
이제는 A.N.G.E.L.S 라고 불리더라고요. 범우주적 간호 보조원 연대."

두 용어 모두 익히 들었다. 한때는 달고 살았을 정도였으니.
이제는 세 번째 이름을 쓴다. W.H.O.R.E.S. 여성들의 접대 수준 강화와 권장을 위한 기구.
단어의 의미 변화는 시간 여행에서 가장 성가신 부분이기도 하다.
요는, 그 정도로 유명한 전문 '봉사' 단체라는 것이다.

그는 말을 이었다. "당시에는 분위가가 좋지 않았었죠. 금욕주의자들이 고함치던 거 기억나요?
어쨌든 나한테는 기회가 되었어요. 봉사자들이 줄어들었으니 말이죠.
그 사람들은 조신하고, 정상적인 정신 상태와 평균적 지적 능력을 가진, 웬만하면 처녀인 여성상을 원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지원자는 늙은 매춘부였거나, 열흘도 못 버틸 것 같은 정신이상자들이었어요
그래서 내 외모는 문제가 안 됐죠. 날 받아준다면, 내 뻐드렁니를 교정해주거나 머리에 웨이브를 넣어 줄 수도 있었어요.
그리고 걷는 법, 춤추는 법, 남자가 기분 좋게 말하는 법을 가르쳤겠죠.
필요하다면 성형 수술까지 시켰을 걸요. 우리 고객님들을 위해.

그것만이라면 좋았겠지만, 그 사람들은 일하는 동안엔 임신을 허용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일을 마칠 즈음에는 결혼을 했죠.

열여덟 살 때는 가정부 일을 했었어요.
고용주 가족은 그냥 싼 값의 노동자를 원했고, 나는 어차피 스물한 살이 되기 전엔 지원할 수 없었으니 신경쓰지 않았어요.
집안일을 하며 야간 학교에 다녔죠. 타자와 속기 수업을 듣는 척 했는데 사실은 교양 수업이었어요.
지원할 때 경력에 도움이 될까 싶었거든요."

"그리고 100달러 수표 다발을 든 허풍선이를 만났죠." 그는 인상을 썼다.
"그 나쁜 놈이 어느 날 밤 나타나서, 나를 위해 쓰라며 수표 다발을 건넸어요.
하지만 받지는 않았죠. 그 사람이 좋아졌었거든요. 나한테 속셈 없이 친절하게 대해 준 남자는 처음이었어요.
그 남자와 더 자주 만나고 싶어서 야간 학교도 그만뒀어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죠.
하지만 공원에서의 어느 밤 이후로는 달랐어요." 그는 말을 멈췄다. 내가 재촉했다. "왜요?"
"사라졌어요! 다시는 볼 수 없었어요. 나를 집에 바래다준 뒤, 작별 키스를 하고 떠나서 돌아오지 않았죠."
그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했다. "찾아내면, 죽여버릴 거예요!"

"그래요." 내가 공감했다. "어떤 기분인지 알겠어요. 하지만 죽이려고 한다는 건… 진심이예요?"
"하? 당연하죠."
"팔 한두 개 쯤은 부러뜨리고 싶긴 하겠지만—"
"죽어도 싸요! 끝까지 들어요.
나는 그 놈을 진심으로 사랑한 건 아니었고, 그래서 더더욱 W.E.N.C.H.E.S 에 들어가고 싶어졌죠.
자격을 잃은 건 아니었어요. 처녀가 필수는 아니었거든요. 희망을 가졌죠.
내 치마가 꽉 끼기 전까지는요."

"임신했다고요?"

"나를 완전히 웃음거리로 만들었죠! 
그 구두쇠 가족은 임신했는데도 날 부려먹고, 도저히 일 할 수 없게 되자 내쫓았어요.
고아원에선 다시 받아주지 않았죠. 
자선 단체 병동에 가서 다른 임산부들과 요강들 사이에서 내 차례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결국 어느 날 수술대에 누웠어요. 간호사가 말했죠. '긴장 풀고, 심호흡 하세요.'

침대에서 깨어났을 때, 가슴 아래로는 감각이 없었어요.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가 들어왔죠. 
'기분은 어떠세요?' 의사가 물었어요. '미라 같네요.' 라고 대답했죠.
'그럴 거예요. 마취제를 꽤 투여했으니까요. 잘 버티셨어요. 제왕절개가 손가시는 아니지만요.'
'제왕절개.' 내가 말했죠. '아기, 아기는 괜찮나요?'
'괜찮습니다. 무사해요.'
'아, 남자아이인가요, 여자아이인가요?'
'건강한 여자아이입니다. 3킬로 10그램이예요.'

그 말에 안심했어요. 아기를 가지는 건, 특별한 느낌이었어요.
어딘가로 떠나서 아이에게 아버지는 죽었다고 말하기로 다짐했죠. 
내 아이를 고아원에 보낼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의사의 말에 모든 게 달라졌어요. '저기, 음—' 내 이름을 부르는 걸 피했죠.
'혹시 자신의 성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나는 대답했죠. '예? 그럴 리가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거죠?'
의사는 망설였어요. '이 약을 한 알 드릴게요. 고민거리가 많아도 잠에 들 수 있을 겁니다. 필요할 거예요.'
'왜요?' 내가 추궁했죠.
'혹시 35세까지 여자였다가 수술을 통해 법적, 생물학적으로 남자가 된 스코틀랜드 의학자 얘기를 들어본 적 있나요? 결혼도 했었죠.'
'대체 무슨 소리예요?'
'남성이 되셨다는 말입니다.'
나는 몸을 일으켰어요. '뭐라고요?'

'진정하세요. 수술을 진행하면서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어요.
아이를 꺼내는 동안 긴급 회의를 소집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을 생각했죠.
산모 분은 두 성기 모두를 가지고 있었어요. 둘 다 미성숙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여성 쪽의 성기는 아이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었고, 그러면서도 다시 사용할 수는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궁을 적출하고 남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장기를 재배열했습니다.'
의사는 내 어깨에 손을 얹었어요.
'걱정 마세요. 아직 젊으니까요. 골격이 바뀔 겁니다.
저희가 호르몬 상태를 확인하고 정상적인 남성이 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눈물이 차올랐어요. '아기는 어떡하죠?'
'아기를 돌보기는 힘들 겁니다. 모유가 새끼 고양이 키울 만큼도 나오지 않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아기를 만나지 않고 입양시키기를 추천드립니다.'
'안 돼요!'
의사는 어깨를 으쓱했어요. '선택은 어머니— 아니 부모 분의 몫입니다. 지금은 걱정하지 마세요. 건강이 우선입니다.'

다음 날 병원에서는 아기를 만나게 해 줬고, 매일 딸을 보며 익숙해지려고 했죠.
그때 신생아를 처음으로 봤어요. 그리고 얼마나 끔찍하게 생겼는지 깨달았죠.
내 딸은 거의 털 없는 오렌지색 원숭이 같았어요. 점차 차가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4주 후에는 그런 건 다 의미가 없어졌지만요."

"왜요?"
"납치당했거든요."
"납치요?"

미혼모는 우리가 내기에 걸었던 술병을 부술 듯 내려쳤다.
"병원 유아실에서 말이죠!" 그의 숨이 거칠어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말도 안 되네요." 내가 맞장구쳤다. "한잔 더 해요. 단서는 없었나요?"
"경찰은 아무 것도 못 했어요. 삼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왔었는데, 간호사가 한 눈 파는 사이에 데리고 나가버렸대요."

"인상착의는요?"
"그냥 보통 남자같았대요. 당신이나 나처럼요."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 애 아빠일 거라고 생각해요. 더 늙은 사람이라던데, 아마 화장을 했겠죠.
달리 누가 아이를 훔쳐가겠어요? 아이 잃은 엄마가 그런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대체 어떤 남자가?"

"그 뒤엔 어떻게 했나요?"
"11개월 더 그 끔찍한 곳에 있었죠. 수술을 세 번 받았어요. 
4개월이 지나니까 수염이 나더군요. 내가 남자라는 걸 아무도 의심하지 않게 되었죠."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간호사들 목선을 훔쳐보고 있었죠."

"음," 내가 말했다. "잘 해내 온 것 같네요. 
여기의 당신은, 평범한 남자에 돈도 잘 벌고 큰 문제 없어 보이니까요.
여성의 삶도 쉬운 것이 아니고요."
그는 나를 노려봤다. "뭘 안다구요!"

"그럼 아닌가요?"
"'망가진 여자' 라는 소리 들어 본 적 있어요?"
"몇 년 전에요. 요즘에는 딱히."
"나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여자였어요. 그 자식이 날 망쳤어요.
난 더 이상 여자가 아니었죠… 남자로 사는 법도 몰랐고요."
"익숙해지면 괜찮아지지 않았을까요?"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남자 옷을 입거나, 화장실을 제대로 찾아가거나 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예요.
그런 것쯤은 병원에서도 배운다고요.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는?
이봐요, 난 운전도 할 줄 몰랐다고요. 장사도 못 하고요. 수술을 많이 해서 막노동을 할 수도 없었어요.

그 자식 덕분에 W.E.N.C.H.E.S 생각도 접어야 했어요.
군 부대에 갔던 적도 있었는데 내 배를 한 번 보더니 바로 적합하지 않다는 소릴 들었죠.
호기심에 찬 군의관이 시간을 잡아먹었을 뿐이예요. 내 수술에 대해 어디서 읽었다던가.

그 뒤에는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이름을 바꿨어요. 
튀김 요리 일을 잠깐 했다가, 타자기를 빌려서 속기사가 되기로 했어요. 웃기는 일이죠!
넉 달 동안 네 글자랑 원고 하나를 썼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쓴 그 원고는 종이 낭비 수준이었는데, 그걸 쓴 멍청이는 그걸 팔았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소설 잡지를 잔뜩 사서 연구했죠." 그는 자조 섞인 말투로 말했다.
"이제 내가 어떻게 여성의 시점에서 미혼모 얘기를 쓰는지 알겠죠.
아직 안 팔아먹은 건 진짜 이야기뿐인 것 같네요. 내기는 내가 이겼나요?"
나는 술병을 그에게 밀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할 일은 해야 했다.
나는 입을 열었다. "친구, 아직도 그 일을 하고 싶나요?"

그의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기다려요." 내가 말했다. "그 사람을 죽이고 싶어요?"
그는 섬뜩하게 웃었다. "계속해 봐요."
"진정해요. 나는 당신 생각보다 그 사람을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을 도울 수도 있죠. 어디 있는지도 아는 걸요."
그는 거의 바를 넘어오다시피 했다. "어디에 있어?"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이 손 놔요. 친구, 아니면 두들겨 맞고 경찰한테 끌려나가는 수가 있어요." 그에게 각목을 보여주었다.
그는 손을 놓았다. "미안해요. 그래서 그 사람은 어디 있는데요?" 그는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어떻게 거기까지 아는 거죠?"

"머지않아 알게 돼요. 기록들이 있죠. 병원 기록, 고아원 기록, 진료 기록.
고아원 원장 이름이 페더리지였어요. 맞죠? 그 전에는 그루엔스테인이었고요.
당신 이름은, 여자로서는 '제인'. 그렇죠? 그리고 당신은 이런 걸 말하고 다닌 적 없고요."

그는 당황했고 조금 겁먹어 보였다. "이게 무슨 장난이죠? 나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
"그런 거 아니예요. 당신을 돕고 싶은 거죠. 그 남자를 당신에게 제공할 수 있어요.
원하는 만큼 복수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하죠. 하지만 죽이고 싶어할 것 같지는 않네요.
당신은 나쁜 놈인 척 하지만, 사실은 아니거든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 하고, 그래서 어디에 있어요?"
나는 그에게 한 잔을 더 주었다. 그는 취해 있었지만, 분노로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서두르지 마요. 내가 당신을 돕는다면, 당신도 나를 도와야죠."

"어… 뭐요?"
"지금 직장이 싫죠. 더 높은 임금에 안정적인 근무, 무제한 경비 지원에 직속 상사와 각종 모험이 기다리는 직장은 어때요?"
그는 눈을 깜빡였다. "그럼 이렇게 말하겠죠. '지붕에서 산타 좀 치워!'. 꿈 깨라지. 그런 직장은 없어요."
"좋아요. 이렇게 하죠. 내가 당신을 그에게 데려가요. 그럼 당신은 일을 치르고, 우리 직장으로 오는 거예요.
그런 직장이 아니라면— 글쎄요, 그 땐 당신을 막을 수 없겠죠."

그는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마지막 술잔을 들이키고 마음을 정했다. "언제 찾아줄 건데요?"
그는 악수를 청했다. "받아들이죠!"
"계약 성립이라면— 지금 바로 출발하시죠!"

나는 조수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술집을 잘 지켜보도록 하고,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11시.

지하실 문을 통해 내려가려던 때였다. 갑자기 주크박스에서 음악이 울려퍼졌다. “I’m My Own Grandpaw!”

70년대의 '음악'을 견딜 수가 없어서 컨트리 포크나 클래식만 넣어 두라고 했는데, 저것도 있는 줄은 몰랐다.

내가 외쳤다. "돈 돌려주고 그 노래 꺼 버려!" 그리고 덧붙였다. "잠깐 창고 다녀올게."

내가 먼저 내려갔고, 우리의 미혼모가 그 뒤를 따랐다.


계단 아래에는 철문이 있었다. 열쇠는 매니저와 나만 갖고 있었다.

문 안쪽에 방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쪽 열쇠는 나만 가진 것이었다.

우리는 안쪽 방으로 향했다.


미혼모는 창 없는 작은 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 사람 어디 있어요?"

"금방이면 돼요." 나는 휑한 방 안의 유일한 물건인 가방을 열었다.

시공간 좌표변환 역장 키트, 미제 1992년식의 모델 2였다.

멋들어졌고, 유격 없음, 중량 23킬로그램, 서류 가방처럼 생긴 장치다.

이미 그 날 아침에 수치를 맞춰두었다. 남은 건 역장 범위를 제한하는 철제 그물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그건 뭐예요?" 그가 물었다.

"타임 머신."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물을 우리 둘 위로 던져 펼쳤다.

"이봐요!" 그는 고함을 치며 뒤로 물러섰다.

이건 일종의 요령이었다. 던졌을 때 목표물이 뒷걸음질쳐서 그물을 밟도록 만든다.

그 뒤 둘 모두가 그물 속에 완전히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장치를 작동시킨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닥에 패인 자국을 만들거나, 신발끈 혹은 발의 일부를 남기고 이동할 가능성이 있었다.

다른 요원들은 거짓말을 해서 목표물을 그물 속에 집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진실을 알려주고 목표물이 놀라 지르는 소리를 작동 신호로 삼곤 한다.

바로 지금처럼.



1963년 4월 3일 – 10시 30분 –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  에이펙스 빌딩


"이봐요!" 그가 반복했다. "이것 좀 치워요!"

"미안해요." 나는 사과하며 그물을 걷어서 뭉쳐 넣고, 가방을 닫았다.

"그 사람을 찾고 싶다고 했으니까."

"아니– 그거 타임 머신이라면서요!"


나는 창 밖을 가리켰다. "지금이 11월 같나요? 아니면 아직도 뉴욕인 것 같나요?"

그가 새들과 봄 날씨를 바라보며 얼이 빠져 있는 동안, 나는 가방을 다시 열고 100달러 수표 다발을 꺼냈다.

그리고 수표의 일련번호와 서명이 1963년에도 유효한 것을 확인했다.

시간 관리국은 내가 돈을 얼마나 쓰는지는 신경도 안 썼지만(한 푼도 안 드니까), 시대를 착각하는 건 용납하지 않았다.

너무 실수를 많이 저질렀다간 끔찍한 시대로 추방될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1974년의 강제 노역과 배급 제도 속으로.

나는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다. 수표는 정상이었다.


그는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그 사람이 여기 있어요. 건물 밖으로 나가서 찾으세요. 여기 여비입니다."

나는 그를 떠밀며 말했다. "처리하세요. 데리러 가겠습니다."

100달러 수표 다발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한테는 최면술과 비슷한 효과가 있었다.

미심쩍게 수표를 세는 그를 방 밖으로 보내고 문을 잠갔다.

다음 시간 이동은 훨씬 간단하고 짧았다.



1964년 3월 10일 – 17시 00분 – 클리블랜드 –  에이펙스 빌딩


문 아래에 내 임대 계약이 다음 주 까지임을 알리는 종이가 놓여있었다.

그 외에는 방금 시간 여행을 하기 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밖을 바라보니 헐벗은 나무와 쌓인 눈이 보였다.

나는 서둘러서 임대 계약을 할 때 놓고 갔던 옷과 모자, 외투, 이 시대의 돈을 챙겼다.

택시를 잡아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간호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기를 데리고 나오는 데 20분이 걸렸다.

에이펙스 빌딩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좌표 설정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다.

이 빌딩은 1945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까지 계산에 넣어 두었다.



1945년 9월 20일 – 01시 00분 – 클리블랜드 –  스카이뷰 모텔


가방, 아기, 그리고 나는 마을 외곽의 모텔에 도착했다.

이전에 내가 "그레고리 존슨, 오하이오 주 워런" 이라는 명의로 등록한 방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창문과 문은 잠겨 있었고 커텐도 쳐져 있었다.

바닥은 타임머신 작동에 대비해 정리된 채였다.

의자 같은 것에 작동 반경이 걸리기라도 하면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었다.


계획대로였다. 어린 제인은 곤히 자고 있었다. 

아기를 데리고 나와서 차 뒷좌석에 준비한 식료품 상자에 넣었다.

차를 몰고 고아원으로 가서 계단 위에 상자를 두고, 두 블록 떨어진 주유소로 향했다.

그리고 고아원에 전화를 건 뒤, 다시 차를 몰아 고아원 사람들이 상자를 안으로 가져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모텔 주변에 차를 버려두고, 다시 1963년의 에이펙스 빌딩으로 돌아갔다.



1963년 4월 24일 – 22시 00분 – 클리블랜드 – 에이펙스 빌딩


시간을 괜찮게 맞췄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행의 정밀도는 거리에 따라 달랐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상쾌한 봄날 밤이 18살 제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나는 택시를 타고 그 구두쇠 가족의 집으로 향했다.

택시 기사를 대기시키고 어둠 속에서 사람을 기다렸다.


나는 두 사람이 팔짱을 낀 채 거리를 내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남자는 여자를 현관까지 바래다 준 뒤, 작별 키스를 했다. 내 생각보다 더 길었다.

그녀는 집 안으로 들어갔고, 그는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나는 옆으로 따라붙어서 그의 팔을 붙잡았다. "여기까지입니다, 친구."

내가 조용히 말했다. "데리러 왔습니다."


"당신!" 그는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그래요. 이제 당신은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됐을 겁니다. 

곧이어 당신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 수 있을 거고요.

조금 더 생각한다면, 아기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도 알게 되겠죠."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몸을 심하게 떨었다.

자기 자신을 사랑했음을 깨달은 충격이었다.

나는 그를 에이펙스 빌딩으로 데려왔고, 다음 시간대로 출발했다.



1985년 8월 12일 – 23시 00분 – 서브 로키 기지


나는 경비원을 깨우고 내 ID 카드를 보인 뒤, 내 친구에게 진정제를 주고 재워서 내일 아침 입단시키라고 말했다.

경비원의 기분이 나빠진 것 같았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계급은 계급이다. 그는 내 말에 따랐다.

다음 번에 다시 만날 때는 내가 경비원이고 이 사람이 상사일 지도 몰랐다.

우리 조직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이름이 뭐요?" 경비원이 말했다.

나는 이름을 적었다. 경비원의 눈썹이 올라갔다. "같군요, 그래요? 흠—"

"일이나 해요." 나는 잠든 미혼모에게 향했다.

"친구, 힘든 시절은 끝났어요. 이제 최고의 직장을 갖게 되었고— 잘 해낼 거예요. 난 알고 있죠."

"당신처럼 말이지!" 경비원이 동의했다. "날 봐, 1917년에 태어났는데 아직 젊고, 건강하고, 삶을 즐기고 있어."

나는 도착했던 방으로 이동해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1970년 11월 7일 – 23시 01분 – 주점 "팝스 플레이스"


나는 위스키 다섯 병을 들고 창고에서 나와서, 원래 있었던 계산대로 향했다.

조수는 노래를 틀었던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틀게 놔 둬, 코드 뽑지 뭐." 나는 피로에 절어 있었다.


힘들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미래에는 누군가를 고용하는 게 더욱 어렵게 된다. 1972년의 실수 이후로는 말이다.

이제는 1963년 전쟁이 어째서 사그라들었는지 대중에게 알려졌다.

뉴욕의 폭탄 투하는 실패했고, 수많은 음모들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나 같은 이들이 분투한 결과였다.


나는 가게를 5분 일찍 닫고 매니저에게 편지를 썼다.

가게를 사들인다는 제안을 받아들이며, 나는 긴 휴가를 떠나니 변호사와 이야기하라는 내용이었다.

시간 관리국이 가게를 넘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깔끔하게 정리해 두고 싶어할 것이다.

나는 창고 안쪽 방으로 가서 1993년으로 이동했다.



1993년 1월 12일 – 22시 00분 – 시간 관리국 본부

나는 경비원한테 인사하고 내 방으로 향했다. 일주일 정도는 잠만 잘 것이다.
내기에 걸었던 술병을 손에 든 채였다. (어쨌든, 내가 이겼다)
그리고 보고서를 쓰기 전에 술을 들이켰다. 구역질나는 맛이 났다.
내가 왜 올드 언더웨어 따위를 주문했던 거지.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나는 보고서를 써내려갔다. 총 40명을 고용했고, 전부 합격점이었다. 
당연히 합격할 나 자신까지 포함해서. 그야, 내가 여기 있지 않은가?
그리고 부서 변경 요청서를 작성했다. 모집 일에 너무 지쳤다.
두 장을 수거함에 넣고 침대로 향했다.
침대 위에 붙은 '시간 여행 조례' 가 보였다.

  • 내일 할 일을 어제 해놓지 말자.
  • 마지막에 성공했다면, 다시는 시도하지 마라.
  • 적절한 조치가 90억을 살린다.
  • 모순도 모순될 수 있다.
  • 생각하는 것보다 항상 이르다.
  • 조상들도 평범한 사람이다.
  •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처음 내가 왔을 때보다는 와닿지 않았다.
상대적 30년 동안의 시간 여행이 나를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옷을 벗자 내 배가 드러났다. 제왕절개는 큰 수술 자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털에 덮여서 자세히 보지 않는 한 눈치챌 수 없었다.

다음으로 손가락에 낀 반지를 바라봤다.
자기 꼬리를 먹는 뱀.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나는 내가 온 곳을 정확히 안다– 하지만 너희 좀비들은 어디에서 나왔단 말인가?

두통이 느껴졌다. 두통 유발제를 먹은 것도 아니었는데.
한 번 그러긴 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서 좋았거든.

나는 침대로 기어들어갔고, 신호를 보내 불을 껐다.

다른 이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혼자 어둠 속에 웅크려 있는 나—제인—만이 있을 뿐이다.
네가 너무도 그립구나!



저자 : 로버트 A. 하인라인

번역 : http://neapolitan.tistory.com/117

찾아보니까 시공사에서 책으로도 나왔나봐 시공사 블로그에서 다른 느낌으로 번역된것도 볼 수 있네 (시공사 블로그 주소 : https://m.post.naver.com/my/series/detail.nhn?seriesNo=313545&memberNo=4226828&prevVolumeNo=7716601)

predestination 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도 나왔었네.. 일단 나는 몇년전에 번역 블로그에서 처음 본거라 그 버전으로 들고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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