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그런데 사실 찾아간 것도 그냥 한 방에 찾아간 것은 아님.
몇 가지 자잘한 일이 있었는데 한 가지만 풀어보겠음.
역에서 내려서 택시타고 할머니 사시던 그 만수동 골목 데려다 달라고 했음.
그 아저씨가 좀 우락부락하시긴 했는데 매우 친절하시고 한참 아랫배인 내게도 공손하게 존대어 쓰시며 잘해주셨음.
그런데 길 가다가 가끔씩 택시기사 아저씨가 운전하시다가 '음?' '아.' '어?' 이러시는 거임
가끔 차가 급정거 할 때도 있었음.
그러다가 갑자기 목적지도 아닌 곳에서 멈춰섰음.
아저씨 태도 돌변.
식은땀 뻘뻘 흘리며 나에게 거긴 왜 가냐고 추궁하심
난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네?'했다가
왠지 이 나이의 청년이 무당보러 간다고 하기 좀 이상해서 할머니 보러 간다고 답했음.
그랬더니 아까 그렇게 존대어까지 쓰시며 공손하던 분이 반말을 하고 화를 내시며 당장 나가라는 거임
내가 얼 타고 있는데 돈같은 것도 필요없으니 빨리 나가라 함.
처음엔 '뭐야? 이 동네는 택시아저씨도 신기가 있나?
올ㅋ 제대로 찾아온 거 맞는 듯? 돈도 안내고 꽤 멀리까지 왔으니 좋구만ㅋ'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었던 거 같음.
아무튼 여차저차 해서 그 무당들 많은 거리에 들어섰음.
한자로 卍표시 되어있는 집들이 상당히 많음.
뭐 삐까번쩍하게 천산신녀 어쩌고 이런 곳은 좀 안 끌리고 일부러 조금 허름한 집 중에 동자 어쩌고를 찾아갔음.
동자신 씌였다면 어린애 연기는 쉽지 않을 거 아니겠음? ㅋㅋ
진짜 신내림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나름 알아볼 재량으로
성대모사 하기 어려울 법한 신을 모시는 곳으로 들어갔음.
사실 쓰니는 무당이니 점이니 이런 거 믿지 않음
진짜 용하다, 미래 잘 알아맞춘다 이런 소리들을 해도
ㅋㅋㅋ 그럴 거면 복권번호나 맞춰달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님? 이런 소리하면서 다 비웃었음
그런데 왜 갔냐고?
그만큼... 그냥... 절박했다고 해두자 -_-
아무튼 갔더니 영 분위기가 별로임.
본래 무당 같은 걸 안 믿는 내게 사기&9라러스한 분위기가 폴폴 풍김.
살집 좋고 욕 잘하게 생긴 그런 심술궂게 생긴 할머니가 앉아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매우 가녀리고 빼빼 마른 40대 중반 정도의 아주머니가 앉아계심.
그냥 보면 전혀 무당 같이 생기시진 않았음
내가 들어가자마자 나를 심각하게 쳐다보던 그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
씌였구만
ㅋ
그런 말은 나도 함.
솔직히 20대 후반 건장한 청년이 이 점집까지 온다면
당연히 뭔가 심각한 고민이 있어 왔을 것이니, 당연히 첫 마디는 '귀신에 씌였다'라고 하겠지!
그래도 그냥 웃겨서 뭐라하는지 지켜봤음.
하는 일이 잘 안되지?
ㅋㅋㅋㅋ 아주머님.
그 말은 대한민국의 20대 청년 모두한테 해도 [예]소리 들을 말인데욬ㅋㅋ
낭패감+실망감이 겹쳐져서 난 무슨 핑계를 대고 여기서 나갈까 궁리만 하게 되었음.
아... 잘못 골랐네 ㅅ 1 B ㅏ...
그렇게 무슨 핑계를 대고 나갈까 눈알만 굴리며 대답도 안하고 있던 내게 그 아주머니가 물었음
고민이 많은가보구만.
걱정하덜 말어. 저 요망한 것만 내면 다 일 잘 될 것이닝께.
아 네네 -_- 그러시겠죠
그런데 학생이당가?
ㅋㅋㅋㅋ 내가 뭐하는지도 모르는 분이네 아놬ㅋㅋㅋ 잘못 왔엌ㅋㅋㅋ
나 : 네 그런데요
그러자 급격히 -_- 식으로 식는 아주머니의 표정.
돈 없는 거 눈치 채셨나여?
나도 님 ㅅ ㅏ이비라는 거 눈치 챘거든여? ㅋㅋㅋㅋ
후... 뭐, 그래. 학생인디 여까지 오느라 수고했구만
학생이고 고생했고 한 거 같으니께 내가 이거 부적 특별히 7만원에 써주께.
원래 10만원 짜린데 학생이라 싸게 받는 거야.
아 됐거든요?
쓰니 : ^^; 괜찮습니다. 이야기 들은 것만으로 충분히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부적은 됐고요. 복채만 낼게요.
그러자 다시금 -_-로 굳어버리는 아주머니의 표정.
저기요... 아주머니? 지금 진짜 -_-표정 짓고 싶은 건 저거든요?
아예 대놓고 그냥 사기꾼 해라. 아오 콱
내 피같은 돈... 이렇게 꽝에 한 번 걸릴 때마다 출혈이 생기는 구나.
아오 4만원이면 ㅎ ㅏ... 피방과 오락실과 만화방에서 하루종일 실컷 세상만사 다 잊고 놀면서
먹을 것까지 초호화 치킨 고기 이런 것만 쳐묵쳐묵 하고도 남을 법한 돈인데...
내 4만원이 이렇게 허무하게... 하... 여기 점집 겁나 많던데
여기서 대체 꽝이 아닌 집을 어떻게 가려내지?
짜증도 나고 낯선 분위기에 영 적응도 안 되고 해서 지갑을 꺼내다가 주머니 속에 넣어뒀던 안경이 툭 떨어졌다.
아오... 봐도 봐도 정이 안 가는 안경.
근데 그 안경이 떨어지자 -_-의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 아주머니의 얼굴이 심각한 얼굴로 확 바뀌었다
저게 뭐여
네?
분명 저게 뭐냐고 묻지 않았나?
안경인데? 설마 안경인 걸 모르는 건 아닐 테고...
뭐지? 뭔가 보이는 건가?
왠지 이 아주머니에게 급 신뢰감 같은게 생겼다.
난 다시금 확인해보기 위해 지갑에서 4만원을 꺼내어 건내주며 말을 걸었다.
여기 4만원이요. 근데 방금 뭐라고 하셨죠? 저거 뭐냐고 물으셨나요?
그러자 그 무당 아주머니는 (이제 무당이라고 불러줌. 이제야 뭔가 좀 무당스러워보임 ㅋ)
내 어깨를 확 잡아당기며
쉬이이이이ㅣ잇!
하며 조용히 하라는 표시로 입술에 손가락을 대었다.
오호, 이제 뭔가 조금 그럴싸해보이는데?
뭔가 무당 아주머니에게 급 신뢰감이 오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차 무당 아주머니에게 대뜸 물었다.
왜 그러세요?
저 안경에 뭐 특이한 점이라도 있나요?
그러자 그 무당 아주머니는 화들짝 놀라며 내 등을 치려다 그마저도 안되어 시늉만 하면서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
아마도 내가 조용히하라는 그 말을 안 들어서 그런 듯했다.
마치 바로 옆에 호랑이가 있고, 둘이 풀숲에 숨어있는데
내가 '어 저게 뭐에요?'하면서 소리를 낼 때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 같았다.
아니 근데 뭐냐고요. 왜 그러는지 이유라도 알려주셔야 내가 조용히 하던 말던 하지.
왜 그러세요? 설마 저기에 뭐 귀신이라도 씌인 건가요?
그러자 그 무당 아주머니는 제발 좀 조용히 해달라는 듯이
표정을 마구 찌푸리며 두 손을 마구 흔들며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그 과장된 몸짓과 입모양을 보니, 소리는 내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 아주머니의 입모양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니여! 아니여! 그런 것이 아니여!!'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럼 대체 뭐지?
난 재차 물었다.
"그럼 뭔데요?"
내가 또다시 소리를 내자 그 아주머니는 뜨악! 하는 표정을 짓더니
급기야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소리없이 울기 시작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얼굴 자체가 뭔가를 심하게 무서워하고 있단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 눈물로 범벅 되어 덜덜 떠는 얼굴이
심하게 공포와 두려움에 물든 것이라, 보는 내가 다 소름이 끼쳐왔다.
대체 뭘 이렇게 무서워하는 거지?
그제서야 난 이게 뭔가 장난이 아니구나를 깨달았다.
무당 아주머니는 그 상태로 탁상위에 올려져 있던 그림을 북 찢으시더니 (헐 저런 거 찢어도 되는 건가?)
엎드려서 그 찢은 뒷면에다 뭔가를 급하게 쓰기 시작했다.
*6편*
시간이 음스므로 음슴체.
이제부터 사건을 거의 축약하고 진도를 빠르게 빠르게 패스트하게 나갈테니 잘 따라오시길 바람 ㅋ
여튼 그 무당 아주머니가 급하게 쓴 뒤에 찢어준 종이를 보니 대충 이런 내용이었음.
제발 여기서 나가주세요
그 뒤에 절대로 다시는 여기에 찾아오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
조자룡 님을 찾아가세요
도움이 될겁니다.
주소는 xxx-xxx
대강 이런 내용.
뭔가 찝찝해져서 돌아가려다가 복채 안 받아도 되냐고 물으니
그저 머리를 땅에 박은 채 엎드린 채로 두 손만 내게 빌듯이
머리 위로 들어서 싹싹 빌며 온몸을 덜덜덜 떠는 것이었음
아까까지만 해도 나에게 뭐라뭐라 하던 사람이
나에게 벌벌벌 떨면서 저렇게 비는 걸 보니 뭔가 기분 이상하기도 하고 그랬음.
그냥 나올라다가 안경을 두고 온 게 생각나서 다시 뒤를 돌아봄.
그 아주머니는 안경엔 크게 관심도 없는 듯 그저 머리를 땅에 박고
아까 그 자세 그대로 엎드린 채 두 손을 모아 올리고 덜덜덜 떨고 있었을 뿐임.
안경 저거 안 가져와도 상관없나? 싶어서 그냥 두고 나올라다가 생각해보니 전자렌지만 해도 그렇고,
그냥 안경 버리고 와도 내 주위에 이상한 일이 멈출 것 같지는 않고,
안경이 오히려 뭔가 일을 해결하는 데에 단서? 비슷한 게 될 것 같을 수도 있단 생각에 그냥 들고 나왔음.
나님은 공부하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돈이랑 시간 버려가며 왜 이러고 있는지 이해도 안되고 스트레스도 받고 힘들고 지쳤음.
TV나 이런 곳에서 누군가가 주소를 써주면 그리로 찾아가는 것을 많이 보긴 했는데,
내가 직접 그걸 할라니 이거 장난이 아님.
말이 주소 가지고 찾아가는 거지, 진짜... 일임
너무 힘들고 지치고 피곤함 ㅠ 스트레스도 마구 받음.
거기다가 뭐? 이름이 조자룡?
이거 뭔가 좀 냄새가 풍김.
심각한 것인냥 갑자기 울면서 연기를 한 뒤에 뭔가 다른 더 영험해보이는 사람에게 토스~ 하고
그 사람이 "헐! 이건 진짜로 심각하다! 돈! 돈을 가져오라! 굿 한 판 벌여야것다!"
이러려는 전문 사기조작극은 아닌지 생각해봄
(사실 이렇게까지 생각할 정도로 주소 하나 가지고 여기까지 찾아간다는게 너무나 귀찮고 힘들고 싫었음)
이름부터 조자룡? 조자룡이 뭐야. 관우는 너무 흔하니까 성산의 조자룡으로 바꿨나?
동자승보다 더욱 파워 짱짱센 조자룡신 모시는 사람인가?
이 사람이 조자룡신내림 받았으면 난 여포신내림 받앗다 ㅅ 1팜...
그렇게 귀찮고 힘들고 속으로 온갖 욕을 다 퍼부었지만
이미 다시 공부하기는 글러먹은 상황이고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그냥 고시텔로 돌아가기도 그렇고
정말 개노가다해서 지칠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그 종이에 적힌 주소로 가서
조자룡 ㅋㅋㅋ -_- 혹시 아시는 분 계시냐고 물었음.
.....
황당한 일인데 이미 그 분은 돌아가신지 10년도 넘은 분이라 함.
그리고 무속인도 아니셨다함.
잘은 모르지만 철학하셨던 분인 듯.
아나... ㅋㅋㅋ 어이가 없어서... ㅋㅋㅋ
뭔가 너무 어이도 없고 당한 듯한 기분에 벙쪄있는데
정 그러면 그 분의 제자분을 알려드릴 테니 찾아가보라고 함.
아니.. ㅋㅋㅋㅋ 철학하는 사람의 제자랑 지금 이 일이랑 뭔 상관이 있다고 뭘 소개를 시켜주고 찾아가봄?
진짜 갈수록 일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 같지도 않고 뭔가 점점 산으로 가는 기분에 점점 더 절망적인 기분이 들음.
결국 일 해결은 해결대로 못하고 돈만 버리고 시간만 버리고 힘만 들고 지치기만 하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공부는 못하고 아 부모님 죄송해요 등등
온갖 생각이 다 나며 아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그래 슈팜 끝장을 보자
하는 그런 맘으로 그 제자라는 분의 연락처를 받았음.
초장부터 전화하는 건 실례일 거 같아서
문자로 꾹꾹 이러저러해서 연락드립니다라는 이유를
나름 간략하게 적은 후 여유가 되실 떄 연락바란다고 보냈음.
의외로 답장은 금방 왔고 지금 당장 만나기는 어렵고 일단 전화통화를 하자하심.
그래서 전화통화를 여차저차 가타부타 했는데 대강 내용을
간략하게 추려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음.
내가 찾아갔던 그 사람은 아마도 반무당으로 추정.
사실 무당이라는 것은 일종의 의사 비슷한 직업이라고 보면 됨.
실제 과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하지만 신이라는 것이 있고, 그 신내림을 받은 존재가 무당임.
무당은 익히 알려진대로 예언을 하고 성공하는 법 알려주고 이런 존재가 아님.
앞서 이야기한대로 일종의 의사 비슷한 직업이라고 봐야함.
다만 생물학적 병이나 이런 걸 고쳐주는 게 아니라
귀신 등에 의해 부정한 일, 나쁜 일 등이 일어나는 걸 고쳐주는 것임.
따라서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성공방법을 알려준다던가 미래를 예지한다던가 하는 건 무당도 불가능함.
성공은 자기가 열심히 해야 성공하는 거고,
미래는 누군가가 점지해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바뀌는 것.
헌데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저런 귀신 등에 의해 부정한 일이 벌어지고,
그것을 고쳐줄 그런 일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게됨.
실제로 무당을 찾아오는 사람이 200명 꼴이라고 치면
정말로 뭔가 나쁜 령이 씌여서 무당에 의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일은 그 중에서도 단 1명 꼴임.
그러니 현대사회에선 무당 일로는 도저히 먹고 살 수가 없음.
그래서 뭐 이것 저것 알아맞춘다. 성공하는 법 알려준다. 미래를 예지해준다.
합격 불합격 여부 알려준다, 미래의 남편이 어떤 사람일지를 봐준다 등등은
거의 대다수가 허황된 이야기임. 그래도 어쩔 수 없기도 함.
살아가려면 돈은 벌어야 하니까.
본디 무당이라는 것은 남을 도와주어야 하는 팔자를 타고난 존재임.
헌데 그것을 어기고 저런 수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고민을 좀먹으며 돈을 챙기는 그런 무당들을 반무당이라 함.
(익히 알려진 선무당의 경우엔, 아예 신내림조차 받은 적 없이 무당행세 하는 게 선무당.)
그 무당의 반응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도 내게 일어난 경우는 2가지 중 하나로 보임.
첫번째 경우는 낙태아령.
다른 원한령, 악령의 경우와 달리 낙태아령의 경우엔 정말 신력이
아주 강하거나 노련한 무당이 아니면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함.
그 이유는, 원한령(악령)등의 경우에 불러서 달래고 혹은 혼내는 등 하며
위로하여 돌려보내야 하는데 낙태아령의 경우엔 골때리는 것이, 이름이 없음.
거기다 풀어야할 '한'이라는 것도 실질적으로 딱히 없음.
진짜 뭐 어떻게 손을 쓸 방법이 없는 거임.
령을 위로할 방법이라곤 그 아이의 부모가 함께 직접 천도재를 지내는 수밖엔 없음.
그런데 이 천도재라는게 아까도 이야기 했듯이 노련한 무당이 아니면 불가능.
이 천도재를 할 수 있는 무당은 현재로선 한국에서 몇 안 됨.
따라서 비용이 상당히 비쌈.
최소 500이상 들어간다고 봐야할 것임.
과거엔 그래도 몇몇 영험한 스님분들이 저렴한 값에
거의 봉사하는 차원에서 해주고 다니기도 하고 그러셨는데
이제는 그런 분들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함.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정신이 멍했음.
500... 이걸 대체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가뜩이나 부모님께 등골쪽쪽 하고 있는데
"엄빠 ^^; 저 낙태아령 씌였대여. 천도재라는 걸 해야하는데 최소 500정도 들어간대여. 돈 점 주세여 헿"
이라고 할 수는 도저히 없었다.
설령 500이라는 돈을 구한다해도 천도재를 지낼 이 아이의 부모는 대체 어디서 어떻게 알아낸단 말인가?
보통 낙태아령의 경우엔 거의 100이면 100%확률로 그 부모근처의 사람들만 해코지하기에 알아내기가 쉽다고 함.
주변에 누구 중절수술 등을 한 사람 없는지 알아보라고 하였음.
아니, 근데 나는 이 안경을 줏은 뒤로 이상한 일이 벌어진 거 같은데...
두번째는 서양에선 그래도 좀 있을지 모르지만,
동양에선 매우 희귀한 케이스로,
애초부터 인간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의 무언가라는 거임.
원한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귀신처럼 령 같은 것도 아니기에
사연이 없이 오로지 인간에게 이유없이 해악만을 끼친다는 거임.
이른바 악마라 불리는 것인데, 정확히는 악으로 뭉친 사념체 같은 것이라 함.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 이 경우엔 사람 개인 한 명에게서 파생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악의 사념이 뭉쳐서 나오는 기운 같은 것으로
특정 이유나 원한, 사연 같은 것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묻지마 해악만을 끼침.
다소 생소한 개념일지 모르나 고대 중국의 사상가들은 이것을 알고 있었다함.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깨끗하고 정갈한 건강한 기운이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악 사념체가 뭉친 것과 반대로 정의 기운이 뭉친 것도 있다함.
그 경우엔 사람에게 이로운 쪽으로만 영향을 주는, 선의 사념이 뭉쳐서 나오는 기운 같은 게 있는데
이게 과거 맹자 같은 사상가가 말한 호연지기라는 거임.
실제로 고대중국의 사상가들 몇몇은 저러한 '기운'의 존재를 눈치채고
애초부터 저 기운을 선 쪽으로 많이 기울게 하는 데에 힘썼으며,
또 그것에 관한 원리 역시 많이 서술했다고 함.
그와 파생되는 여러 가지 것으로 그 유명한 음양오행이나 태극이론 등이 나오는데
아무튼 대충 정리하자면, 그러한 여러 '기운'들이 잘못 되어
악 쪽으로 빠져버리면 서양에서 말하는 이른바 '악마'같은 것이 된다는 거임.
사실 '악마'라는 건 귀신처럼 특정한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아까도 말했듯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유없이 묻지마해악만을 끼치는 일종의 부정하고 잘못된 '기운'같은 거라는 이야기.
아무튼 둘 중 무엇이건 간에, 그 반무당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였을거라 함.
예시를 들어보면, 원한령 같은 귀신이 씌인 사람의 경우엔 강도와 함께 들어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음.
이 경우엔 그 강도를 꾸짖거나 달래거나 하면서
잘 풀어내어 그 붙은 사람에게서 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일의 해결이 가능한 반면에
저 둘 중 한 가지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내가 강도와 함께 들어오는 게 아니라
마치 안전핀이 풀린 수류탄을 갖고 들어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거라는 거임.
수류탄에 뭔 설득이 통하고 꾸짖음이 통함?
그냥 잘못되면 나 뿐만 아니라 그 무당까지 함께 작살나는 거임.
따라서 그 무당으로썬 그저 벌벌 떨며 제발 나가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셨음.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는데 무속인은 아니지만 뭔가 그럴 듯했음.
사실 철학이라는 게 삶과는 전혀 관련없는 뜬구름 잡는 소리들만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론들만 주고 받는 그런 실생활에 하등 도움 안되는 학문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보니 뭔가 정말 도인 같기도 하고 능력자 같기도 하고 그랬다.
역시 사람은 내공이 깊고 봐야해; 짱짱맨;
아무튼 오늘 당장은 만나기 어렵고 금요일에 시간을 비워놓을 테니 그 때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하셨음
나로선 정말 한 줄기 희망의 빛과도 같은 것이라
그저 고맙단 말을 연신 내뱉은 후에 그 때 만나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음.
그런데 그렇게 약속을 잡고 전화를 끊으니 갑자기 또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 분께서 말한 낙태아령이건, 악마건 간에 이건 분명 둘 다 보통의 상식을 초월하는,
일반적으로 통하는 귀신이나 악령 같은 건 댈 것도 아닌 심각한 문제임이 분명했다.
나 혼자서 지금 이 상태로 2일을 더 버텨야 된다는 건데 그동안 아무 일 없이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진짜 하나같이 악질이었다.
보통 들어본 풍문으론 귀신은 환각이나 환청으로 사람을 놀래키거나 스트레스를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건 아주 악질 중에서도 악질.
환각, 환청 정도가 아니라 아예 중요한 걸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게 해버렸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첫날 전봇대부터 시작이었다.
분명 내가 아무리 정신을 놓았기로서니 앞에 있는 전봇대를 못 볼 리가 없다.
다음 날엔 차도 아니고 그 큼직한 버스를 못봤다.
그 기사 할아버지께서 제대로 멈추지 않으셨다면 난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그 택시기사 아저씨도 그렇다.
어? 아? 음? 어어..? 이런 말을 자주 한 것과
가끔 급정거가 있던 걸로봐선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 대상까지 뭔가 보여야 하는 걸 안보이게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뭔가 그 기사아저씨는 생명에 위험을 느끼고 돈도 안 받고 날 쫓아낸 거 같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진짜 오싹했다.
이건 그냥 귀신의 장난이나 빙의 수준이 아니잖아?
걸리면 그냥 뭐 무섭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바로 이승 하직하는 거잖어?
생각해보니 오싹해졌다.
나 혼자 2일간 무사히 버텨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