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더라 내가 중학생때였나... 여튼 10년이 넘은 이야기긴 한데 아직도 가끔 생각날 정도로 신기한 일이였음ㅋㅋㅋ
우리 할머니는 기본적으로 정이 많으신 분이야
동물 싫다 벌레 싫다 하시면서도 벌레 한마리 죽이시지도 않고 오히려 창문 열고 밖으로 보내주시고
지붕이나 마당에 길냥이 가족이 들어와 살아도 새끼들이 다 자랄때까지는 쫓아내지도 않고 남은 밥같은거 있으면 챙겨주시고 그런 분이셔
그런데 어느날 할머니가 마실나가셨다가 고양이한테 공격받는 비둘기를 보신거야
비둘기는 피나고 있던 상태였고 딱 봐도 저상태로는 고양이가 잡아 먹겠구나 싶으셨대
할머니 연배들이 대부분 그러시듯 울 할머니도 정은 많지만 일단은 고양이를 미신적으로는 안좋아하셔서ㅋㅋㅋ
그래도 고양이도 먹고 살아야지 않겠나 하면서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고양이를 쫓아내고 비둘기를 데려오셨대
근데 할머니가 뭘 아남ㅋㅋ 짐승한텐 돈쓰는거 아니다 라는 사상이 박히신 어르신들인데ㅋㅋㅋ
동물병원 갈 생각도 안하시고 일단 박스에 수건깔고 거기에 비둘기를 눕혔대
그리고 사람 약으로 상처난 곳에 발라주시고 쌀이랑 곡식같은거도 주시고... 할머니 나름대로 열심히 보살펴 주신거지
날개도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날 수 없는 상태였고 그렇게 몇날 며칠을 같이 보내셨나봐
짐승은 거두는거 아니다 하시는 할아버지도 처음엔 엄청 못마땅해 하시다가 비둘기 재활운동에도 참가하시고ㅋㅋㅋ
다시 자연에 돌아갈 수 있게 나는 연습도 해주시고 하셨나봐ㅋㅋㅋ 여기서 제일 놀램 할아버지가요?!?! 하면서ㅋㅋㅋ
그러던 어느 날 낮잠자던 할머니는 그날따라 묘한 꿈을 꾸셨대
장터에서 장을 보시던 할머니는 어떤 하얀 소복을 입은 예쁜 꼬마 여자 아이를 봤다는거야 한 8살정도로 보이는?
분명히 처음 본 아인데 계속 눈길이 가시더래
그런데 그 여자아이가 혼자 어딜 가려고 하길래 할머니가 아이고 야야 어딜 가노, 위험한데 혼자 어딜 가노, 할미랑 같이 가자 이랬더니
그 여자아이가 슥 돌아보더니 할머니한테 큰 절을 하면서 안개 속으로 사라졌대
그러고서 꿈에서 깨신 할머니는 헛참 이상타 별 희한한 꿈도 다 있네 하면서 평소처럼 비둘기가 있던 박스에 밥주러 갔더니 비둘기가 없어진거야
그래서 할머니가 놀래서 할아버지한테 갔더니 할아버지가 방금까지 나는 연습하고 있었는데 푸드덕하면서 날라가더라 하셨다더라
내가 직접 겪은 일도 아니고, 십년도 넘은 얘기지만 아직도 너무 신기해ㅋㅋㅋㅋㅋ
꿈이 우연일 수도 있지만 나도 그렇고 할머니도 그렇고 비둘기가 할머니한테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었던건 아닐까 싶어
이 일 뒤로 원래 그렇긴 했지만 더 동물들을 함부로 못대하겠더라...